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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나 먹는 음식점이니 사실 것도 없겠네요. 나가 주시겠습니까?”

모나한은 니켈스가 정말로 마음에 안 들었는지 싸한 얼굴로 말하며 문밖을 가리켰다.

문밖을 가리키는 그의 행동과 표정이 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나 씨의 말에 따르면, 그는 츤데레인지 뭐인지여서, 그가 하는 말이 그의 진심이 아닌 모양이지.

근데 어쩌란 말인가?

말은 뱉어졌고, 자신은 기분이 나쁜데.

로나는 전혀 상처받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모나한은 그녀가 그런 말을 들은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강제로 흔드려고 했던 아실라는 물론이고, 이 평화로움을 깨지게 하는 이벤트들과 자신들을 병풍으로밖에 두지 않는 남주 후보들도 싫었다.

그는 일요일마다 일어나는 이벤트가 짜증 나기만 했다.

모나한의 날카로운 말에 니켈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뱉었던 말이 얼마나 무례한 말이었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로나는 동공에 열심히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이벤트에 모나한이 끼어들었는데?

저거 그냥 입 맞추고 부끄러워하다가 사과하고 끝나는데?

그럴 필요 없이 그냥 기다리다가 사과받으면 되는 건데?

모나한?

“사과하시든가, 아니면 나가 주시죠. 당신들이 싸우든, 화해하든, 연애질하든. 밖에서 해 주시겠습니까? 여기는 엄연히 장사를 위해 연 가게입니다.”

“아, 아니 그-”

“변명 따위 하실 거라면 듣고 싶지 않습니다만? 아니면, 당신들의 연애질을 위해 저희가 저희 가게에서 비켜 드려야 했습니까?”

아니, 모나한.

이게 게임 속 이벤트라고 해도 저쪽은 엄연히 마법사하고 귀족이거든요!?

당신은 뱀파이어일지 몰라도 나는 평민이라고!

잠깐, 나도 뱀파이어 주인이니까 괜찮은 건가?

로나는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손을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옛날, 모나한과 알기 전, 그저 시골의 작은 빵집을 했던 로나라면 저들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고 있었을 거다.

그리고 그냥 그들이 갈 때까지 기다리겠지.

혹은 그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 자리를 비켜 줬을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에 배경으로 나왔던 빵집 주인처럼.

그도 그럴 게 저들은 마법사와 귀족이고 자신은 그저 평민 여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말실수에 대한 사과를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 하고, 그냥 하루하루 평범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이 일로 어떠한 피해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떨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물론 이런 일로 목숨이 위태로워질 정도로 평민의 계급이 낮진 않았지만, 그래도 분명 피해가 있을 수 있었다.

저들은 힘을 가진 자들이었고, 자신은 아무런 힘도 없었으니까.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도 아무도 자신의 편에 서 주지 않을 테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로나는 모나한의 단단한 목소리와 단호한 옆모습을 보며 그를 말리려던 손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멍하니 모나한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발끝으로 내렸다.

왠지 모르게 발끝이 간지러워서 검은색 단화 속의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심한 말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나한의 말을 듣고 있던 니켈스가 창백한 낯을 한 채로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로나는 귀족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사실에 반사적으로 괜찮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녀는 숙여진 니켈스의 연두색 머리카락을 잠시 보았다가,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가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목소리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나왔다.

니켈스는 로나의 대답에 한 번 더 고개를 깊이 숙이고는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아실라를 돌아보았다.

“아실라. 그대에게도 사과해야겠어. 그대가 좋아하는 장소를 함부로 말했다. 내가 부끄러워서 말이 험하게 나왔다.”

“……부끄러우셨다고요?”

“……그래. 사실은 그대가 이곳의 빵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선물을 할까 해서 들렀는데…… 그대를 만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

“아…….”

“갑자기 그대가 보여서, 당황했고. 그대에게 줄 선물을 사는 걸 들켜서 부끄러웠어.”

“그런…….”

“사과의 선물로 그대가 살 빵과 내가 그대에게 줄 선물로 산 것까지, 계산하게 해 주겠어?”

니켈스는 퉁명스러운 얼굴이 아니라 진지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지, 귀와 목을 붉게 붉힌 채였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는 그가 진심임을 충분히 전해 주고 있었다.

아실라는 그 얼굴을 잠시 빤히 보다가, 아직 눈가에 그렁거리고 있는 눈물을 씩씩하게 닦아 버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헤헤. 니켈스 님이 사 주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둘은 사이좋게 쟁반을 들고 진열대에서 빵을 고른 다음, 카운터로 걸어와 계산을 마쳤다.

로나는 왠지 멍한 기분으로 빵을 계산했고, 아실라와 니켈스가 사이 좋은 표정으로 양손에 빵을 가득 든 채 가게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골목 어귀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던 로나는,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모나한을 바라보았다.

방금의 소란이 거짓말인 것처럼 빵집 안이 조용하기만 했다.

그러나 모나한은 아직도 반쯤 굳어 있는 얼굴로 제 옆에 서 있었다.

로나는 모나한의 굳은 얼굴을 잠시 올려다보며, 발가락을 몇 번 더 꼼지락거리고는, 손가락을 올려 그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윽!”

“어쩌려고 그랬어요?”

“네?”

모나한의 당황한 표정에도 로나는 부러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마법사잖아요. 아실라는 귀족이고요. 사과 안 하고 화내려면 어찌하려고요.”

“뭐, 설마 죽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더 강하거든요.”

“죽이진 않겠죠. 그보다 저들이 가게에 불이익이 생기게 하면 어쩔 건데요.”

“다른 도시로 이사 가면 되죠.”

“저 돈 없는데요.”

“저 돈 많은데요.”

“남의 돈 쓰고 싶지 않은데.”

“제가 남입니까?”

“남이죠? 원래 모든 사람은 다 남인 거예요.”

“아니죠. 전 당신의 충실한 종복이잖아요. 제 건 주인님 거.”

로나의 묘하게 퉁명스러운 말에 모나한이 능글맞게 찡긋- 윙크를 하며 대답했다.

그녀는 그 뻔뻔해 보이는 웃음을 올려다보았다.

“정 떨떠름하시다면 결혼은 어떠십니까?”

“네?”

“남편의 돈이라면 써도 부담감이 줄지 않을까요? 결혼 선물로 가게 하나 차려 줄까요?”

모나한이 은근슬쩍 몸을 붙이며 유혹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이 도시를 벗어나 수도로 가는 거죠. 밤에 몰래 떠나는 건 어때요? 저 금방 짐 쌀 수 있는데.”

“……사랑의 도피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거 좋네요. 사랑의 도피. 저 하고 싶어요.”

방금까지 얼굴을 굳히고 있던 사람은 어디갔는지, 모나한이 달큼한 얼굴을 했다.

예쁘고, 잘생기고, 순종적이면서도, 조금은 야한 얼굴.

자기가 잘생긴 걸 알고, 제가 약한 얼굴이 무언지 아는 뻔뻔한 표정.

어느새 어깨를 붙인 거로 모자랐는지, 은근슬쩍 모나한의 손이 등을 타고 넘어와 로나의 반대쪽 팔을 감싸고 있었다.

“로나 씨랑 저랑. 밤중에 몰래 떠나는 거죠. 가는 길에 말을 하나 사서 타고 가도 좋고. 제가 힘이 세니까 가는 동안 품에 안고 가도 좋고.”

그는 남은 한쪽 손을 장난치듯이 휘휘 저으며 꿈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떠세요?”

그러고는 몸을 굽히고 고개를 기울여 로나의 갈색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애교 있게 물었다.

“헛소리하고 있네.”

로나는 팔과 등에 모나한 특유의 조금 낮은 체온을 느끼며, 모나한의 얼굴을 빤히 내려보다가 미간을 확 찌푸리고 검지 손가락을 올려 모나한의 이마를 짚고 쭈욱 밀었다.

“쳇.”

모나한은 그 손가락에 순순히 머리를 뒤로 빼며 혀를 찼다.

어차피 넘어가지 않을 걸 알면서도 꼭 한 번씩 이렇게 끼를 부린다니까.

그것도 다 티 나게 말이지.

뭐, 눈은 호강하니까 상관없나.

“됐어요. 그렇게 어디 가고 싶으면 언제 여행이라도 길게 가요.”

“정말요?”

“네. 가게 닫아 놓고, 한 일주일 정도? 수도에서 축제할 때 가도 재밌겠네요.”

“기대되네요. 언제 갈까요?”

“이 게임이 끝나면? 끝나기 전에 가면 왠지 수도 축제에서도 아실라를 만나게 될 것 같거든요.”

“……끔찍한 가정이지만 가능성이 높네요.”

“그렇죠?”

로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어느새 그녀는 모나한의 양팔 안에 갇혀 있었다.

자신보다 한참은 큰 그를 올려다본다.

생각한 것보다 더 크고, 생각한 것보다 더 든든한 느낌.

그녀는 모나한의 머리 위부터 천천히 시선을 내려 그를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회색 머리카락 아래 동그란 이마, 눈썹 아래의 의아함을 담은 선홍색 눈동자, 예쁘게 뻗은 코와 입술. 날카로운 턱, 깨끗한 목선과 넓은 어깨. 검은색 셔츠 사이로 살짝 보이는 쇄골-.

로나는 그 쇄골을 검지로 콕 찍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네?”

“저 대신 화내 준 거요. 걱정해 준 거, 사과받아 준 거…… 제 편 되어 준 거요.”

로나는 입술을 한번 오물거렸다가 모나한의 쇄골을 보고 있던 시선을 움직여, 그의 선홍색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조금, 웃었다.

“모나한이 있어서 든든했어요. 고마워요. 맛있는 거라도 해 줄까요?”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모나한은 왠지 뇌 한 부분이 정지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로나의 갈색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것들을 본다.

안도, 믿음, 감사, 애정 같은 것들.

그녀의 눈동자 색만큼이나 따뜻하게 넘실대는 것들.

“저번에 슈크림 빵 맛있게 먹었죠? 거기에 크림치즈 살짝 섞으면 맛있을 거 같던데. 어때요? 달콤하게 넣어서-”

그래서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버렸다.

회색 머리카락과 갈색 머리카락이 닿고, 밀색 피부와 창백한 피부가 닿고, 동그란 코끝과 날카로운 코끝이 살짝, 닿았다.

당황스러움으로 커진 갈색 눈동자와 살짝 진해진 선홍색 눈동자가 마주쳤을 때, 모나한이 아주 작게 속삭였다.

“싫어요?”

로나의 손가락은 다가오는 모나한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펼쳐져 그의 가슴 부근에 놓여 있었다.

모나한은 그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 손가락 사이사이를 얽어 잡았다.

“싫어하지 말아 주세요.”

모나한이 말했고, 그는 자신과 닿은 이마와 코끝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마주하고 있는 갈색 눈동자가 눈꺼풀 사이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보며, 모나한은 살짝- 턱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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