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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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는 영상매체를 보는 기분으로 니켈스의 외모를 감상하고 있었다.

“네? 아니라뇨…… 무슨?”

그러나 아실라의 눈에는 니켈스의 붉어진 귀가 들어오지 않는지, 그녀는 그냥 당황해하며 한 발짝 물러났다.

“이, 이딴 서민들이나 먹는 음식……!”

니켈스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실라의 표정 때문인지 몇 번 우물거리더니 크게 소리쳤다.

그러고는 쟁반에 있는 빵을 던져 버리려다가 멈칫하더니 진열대의 빈자리에 놓아두고는 팽- 하고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나는 이런 것은 사지 않아!’라는 몸짓이랄까.

오. 던지지는 않았어.

착한 아이네, 착한 아이야.

니켈스의 츤데레 속성을 알고 있는 로나는 그의 대사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인성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츤데레는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을 내뱉는 타입이니까.

그러고 나서 후회해서 쩔쩔매는 묘사를 보여 주면서 ‘갭모에!’를 외치게 하는 타입이니까.

“저거 뭐라고 지껄이는 겁니까?”

“모나한?”

그러나 츤데레 같은 건 전혀 모르는 모나한은 니켈스의 말에 표정을 확 굳히며 그를 ‘저거’라고까지 표현했다.

“하……. 무슨. 여기가 흔한 빵집인 줄 아나. 로나 씨. 당신 빵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아요. 알죠? 뱀파이어까지 꼬셨잖아요.”

“어. 네. 뭐.”

“진짜예요. 절 봐요. 로나 씨의 실력 때문에 꼼짝도 못 하고 있잖아요.”

모나한은 로나가 혹시 상처받았을까 봐 그녀의 빵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녀가 인테리어한 빵집이 얼마나 좋은 분위기인지 이야기했다.

“괜히 제가 계약까지 해서 당신과 함께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아무리 식욕의 노예라고 스스로를 지칭해도, 진짜 노예가 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요. 아니, 거의 거의 거의 없었죠! 정말 조금? 그만큼 로나 씨 빵이 정말 맛있다는 소리예요. 아주 특별해요!”

“오…….”

“게다가 이 빵집은 어떤데요? 물론 광장에 있는 커다란 빵집들 같진 않죠! 하지만 이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이건 아무나 하지 못하는 거예요. 로나 씨와 딱 어울리는, 마치 모두 로나 씨를 닮은 듯한 분위기. 냄새, 향, 색, 맛- 모든 게 완벽한 곳이라고요.”

“으으음…….”

“그리고 그건 모두 로나 씨의 손으로 이루어진 거죠. 물론 당신은 그 자체로도 귀엽고, 사랑스럽고, 멋지지만, 이 빵집은 그런 로나 씨의 훌륭함이 딱 드러나는 곳이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하시는 반죽, 오븐에 구워지는 밀가루 냄새,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그 안의 한가득 진열된 훌륭한 빵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율하는 로나 씨. 당신은 이 빵집 안에선 신이나 마찬가지예요.”

로나는 그런 그에게 ‘저거 츤데레라 그래요. 츤데레가 뭐냐면-’라고 설명하려다가, 그의 칭찬이 듣기 좋아 입을 조용히 다물었다.

그래! 더 칭찬해! 더 나를 칭찬하란 말이야! 옳지!

“-알겠죠, 로나? 당신은 정말 아름답고 대단한 사람이에요.”

“네. 모나한. 고마워요. 아주 기분이 좋군요.”

“좋아요. 저런 말에 상처 입을 필요 전혀 없어요.”

“네. 상처 입지 않았지만 좋네요.”

“……네?”

로나의 말에 모나한이 걱정하던 표정을 당황으로 바꾸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로나가 기분 좋게 눈을 휘며 말을 이었다.

“저게 바로 츤데레라는 거거든요. 뭐랄까. 속으론 좋아하지만 부끄러워서 입으로는 험한 말을 내뱉는 타입.”

“…….”

“남주 중 한 명이에요. 예민하고 까칠한 츤데레 마법사. 아실라를 좋아하지만 부끄러워서 틱틱대죠.”

“……젠장할.”

모나한이 로나의 눈을 피해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창백한 볼이 선홍색으로 달아오르고, 귀뿐만 아니라 목까지 빨개진 채였다.

“모나한의 진심, 잘 들었어요. 아주 좋네요.”

“……네에.”

로나가 웃으며 작게 손뼉까지 치자 모나한이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대답했다.

로나는 평소의 뻔뻔하던 모습과 전혀 다른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나한의 새로운 모습을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입가가 헤실헤실 올라가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을 보니 자신이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모나한은 로나가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대놓고 즐기는 모습에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그 헤실거리는 표정에 조용히 입만 다물었다.

아직 붉은 볼을 식히려 살짝 손부채질 하며 로나의 시선만 피하고 있었다.

달콤한 분위기가 흐르는 로나와 모나한과는 반대로 니켈스와 아실라 사이에는 아주 차가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니켈스는 자신이 한 말에 굳어 있고, 아실라 또한 그 말에 화가 났는지 입술 끝을 아래로 내리고 눈빛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할 수 있는 거죠?”

“아니, 난-”

“정말 실망했어요. 제가 사랑하는 것을 그렇게 말하다니…… 전 니켈스 님이 말을 좀 험하게 할 뿐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실라-”

“제가,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정말, 정말 실망이에요. 저는, 전- 흑!”

그리고 그 날카로운 눈빛은 이내 실망감과 슬픔으로 울망거리기 시작했다.

끝내 아실라의 꽃잎 같은 하늘색 눈동자 아래로 이슬 같은 눈물을 똑똑 흘러내렸다.

니켈스는 그 모습에 말문이 막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입술 끝만 몇 번 덜덜 떨었다.

차라리 그녀가 화를 내면 어떠한 변명이라도 해 보겠는데, 짝사랑하는 상대의 아름다운 하늘색 눈에 담긴 실망과 눈물은 니켈스의 영민한 머리를 멈춰 버리게 만들었다.

그 모습에 아실라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리액션으로 몸을 휙- 돌렸다.

그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눈물방울이 공중으로 흩날려 보석처럼 반짝였다.

아실라의 머리카락이 소녀의 움직임에 따라 흩날리며 니켈스의 눈앞을 가렸다가 흩어졌다.

분홍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를 혼내는 것처럼 부드럽게 볼을 훑고 지나갔다.

그 촉감에 정신을 차린 것일까, 니켈스가 얼음처럼 굳어 있는 몸을 빠르게 움직여 아실라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아실라, 잠깐-!”

“아앗!”

아실라의 작고 여린 몸은 니켈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기울었다.

니켈스는 소녀의 넘어지는 몸을 급히 받으려 했지만, 골방에 틀어박혀 연구만 하던 그의 몸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아실라와 같이 뒤로 넘어갔다.

공중에서 둘의 연하늘색 눈동자와 진보라색 눈동자가 반짝이며 마주쳤다가, 바닥과의 충격에 둘 다 눈을 질끈 감았다.

“오…….”

“윽…….”

로나와 모나한은 카운터에서 만화, 소설, 드라마 등등에서 흔히 일어나곤 하는 그 이벤트를 지켜보았다.

넘어지는 바람에 입술 박치기!

로나는 그 모습에 이거 일러스트로 봤다고 말하며 소리 안 나는 박수를 쳤다.

손뼉을 마주치지 않고 손만 움직였다는 소리다.

그에 반해 모나한은 어깨를 움찔대며 미간을 찌푸렸다.

“소리가 꽤 크게 나지 않았습니까?”

“네?”

“넘어져서 입술이 부딪혔잖아요.”

“네네. 입 맞췄죠.”

“아니, 그보다 ‘뻑!’ 하고 소리가 났는데요. 앞니 부러진 거 아닌지…….”

“에이, 설마. 게임 속 이벤트잖아요.”

“현실인데요.”

로나는 게임 속 이벤트이니 서로 부끄러워하며 떨어질 거다. 아픔 따윈 못 느낄 거다, 라고 말했고.

모나한은 그래도 저렇게 큰 소리가 났는데, 어떻게 통증을 못 느낍니까. 분명 아파서 입술 부여잡고 낑낑댄다, 라고 주장했다.

모나한과 로나가 서로의 주장을 펼칠 동안 니켈스와 아실라는 입술이 닿은 채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눈을 몇 번 깜박이고만 있었다.

왠지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니켈스와 아실라는 드디어 그들의 자세와 닿아 있는 입술을 자각했다.

“꺄앗!”

“읏…….”

그들은 한차례 당황한 신음 소리를 내뱉고 후다닥 떨어졌다.

그러고는 둘 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니켈스와 아실라는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만 본 채로 움찔거리며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모나한과 로나가 아프다, 안 아프다. 현실이다, 게임 속이다 티격태격했다.

니켈스가 떨리는 손을 입으로 가져갔을 때, 모나한은 “역시!”라고 작게 외쳤다.

그러나 그의 희망 사항과는 다르게 니켈스는 그저 손끝으로 입술을 더듬거리다가 얼굴을 더더욱 빨갛게 물들일 뿐이었다.

그건 어느 방향으로 봐도 방금 자신의 입술에 닿았던 아실라의 입술을 떠올리는 모습이었다.

“봐요. 게임 속이잖아요.”

“하……. 일요일만 되면 일어나는 이 난리가 좀 없어졌으면 합니다만.”

“어쩔 수 없죠. 그냥 마음을 비워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이젠 짜증만 납니다. 여기 사람 있다는 것 좀 눈치채 줬으면.”

“우리가 그렇게 기척이 없나요?”

“아뇨. 그냥 저 둘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 뿐이에요.”

모나한은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 고민하듯이 카운터에 있던 쟁반이나 펜, 동전들을 잘각거리며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전 하나를 들어 올렸다.

로나가 모나한의 그 행동을 이상하게 보고 있는 것도 잠시, 모나한은 그 동전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워우!”

따다닥!

거세게 던진 만큼 동전은 그저 나무 바닥만 치는 게 아니라, 나무 바닥을 한 번, 카운터 아래쪽 옆을 한 번, 진열대를 한 번 친 후에야 드디어 바닥을 구르고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아이고, 놀라라!

쟁반 던질 때부터 알아봤지만, 모나한 이 자식! 물건으로 소리 나게 하는 스킬이 장난이 아니다.

화들짝 놀란 로나가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었고, 생각보다 더 큰 소리가 가게 안을 시끄럽게 울렸다.

그리고 그 큰 소리가 니켈스와 아실라가 가게 안에 자기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핫! 저, 저희는-!”

“다, 다 봤-”

“봤습니다.”

니켈스와 아실라가 한껏 당황한 채 묻자, 모나한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민들이나 먹는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고, 아실라 님이 뛰쳐나가려는 것도 봤고, 그걸 붙잡다가 넘어지는 것도 봤고, 입 맞추는 것도 봤습니다.”

“그, 그런 걸 전부 보고 있나!?”

모나한과 로나가 떨떠름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 니켈스가 붉게 물들인 얼굴로 외쳤다.

“제 가게인데요.”

“여러분은 손님이고요.”

로나와 모나한이 단호한 그 표정 그대로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목소리까지 단호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말에 조금도 틀린 점이 없어서 니켈스는 별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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