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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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로나는 소녀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요리 봐도 예쁨과 귀여움을 완벽한 비율로 넣은 여자아이였기 때문이다.

살짝 귀여움의 비율이 높았는데, 그건 그녀가 아직 소녀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조금만 더 크면 나라를 무너트리는 미인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파스텔톤의 분홍색 머리카락은 얇은 곱슬머리여서 소녀가 움직이는 대로 둥실둥실 떠다녔고, 약간 진한 분홍색 속눈썹 아래에서 하늘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상상 속에서만 피어나는 하늘색 꽃잎 같은 색이었다.

피부는 필터를 씌워 놓은 것처럼 뽀샤시하기 그지없었고, 볼 위에 올라가 있는 홍조는 ‘이거 정말 자연산이니?’라며 손으로 쓸어 보고 싶을 정도였다.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가늘고 쭉 뻗은 팔다리와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면서도 묘하게 귀여워 보이는 몸매.

“밖에서 보니까 너무너무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가득해서 들어올 수밖에 없었어요! 들어와 보니까 빵 냄새가 너무 맛있게 나요!”

여학생은 환한 얼굴로 들어와, 애교 있는 몸짓으로 진열대를 돌아다니며 한참을 고민했다.

진열대에서 빵을 고르는 몸짓마저 사랑스러웠고, 그 외모와 행동이 합쳐져 작은 빵집이 어떠한 무대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른 여름 오후 햇살이 저렇게 후광 느낌이었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소녀는 쟁반 위에 빵을 한 아름 들고 와, 계산대에 내려놓으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빵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진열대에서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쟁반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빵들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소녀의 활짝 웃는 얼굴에 핑크빛 입술 사이로 작게 보이는 하얀 이와 살짝 찡그려진 코가 귀엽기 그지없었다.

“엄청 맛있는 빵집이 생겼다던데, 여기였나 봐요! 보는 것만으로 배부를 정도예요!”

심지어 목소리도 상큼 달큼했다!

틸레아 학원의 교복의 치마가 소녀가 움직이는 대로 살랑거리는데, 이상하게 치마 끝에도 예쁨과 애교가 가득했다!

종이 봉투 가득 든 빵을 두 팔로 가득 안은 채 걸어가는 발걸음까지 종종대는 게, 그야말로 발끝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그녀가 빵을 왕창 싸 들고 가게 문밖에 나가자마자, 로나는 흥분해서 볼을 붉히고 모나한에게 다가갔다.

“방금 여학생 너무 귀엽게 생기지 않았어요? 무슨 인형이나 요정 같더라!”

“네?”

“볼 한번 만져 보고 싶은 걸 참느라고 고생했잖아요! 진짜 예쁘고 귀엽더라!”

“……그냥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었나요?”

“네?”

모나한은 정말 여학생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분홍색 머리카락이 특이하긴 했지만, 그냥 쓱 봤을 땐 또래 여학생들처럼 생겼던데요? 평범하게.”

“……네?”

로나는 이 작자가 무슨 헛소리를 하나 싶었다.

그 여학생은 그냥 쓱 보고 눈을 뗄 수 있는 외모가 절대 아니었다.

한 번 보고 저 외모가 사실인가 눈을 의심해서 두 번 보고, 날개가 달리지 않았나 돌아서 다시 보게 만드는 그런 외모였었다.

게다가 로나의 외모에 대한 눈높이는 전생의 연예인들로 단련된 기준을 넘어 매일매일 모나한의 얼굴에 단련된, 누구보다 높다고 자신할 수 있는 높이였다.

시골의 그 잘생겼다는 로날드가 이젠 그냥 한 명의 오징어로 보일 정도라고!

그런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쁘고 귀여운 소녀를, 그저 또래 여학생들처럼 생긴 외모라고 하다니.

모나한의 눈이 삐었나?

눈이 삐다 못해 하늘로 날아갔나?

“아니, 그. 분홍색 곱슬머리에 눈은 아주 선명하고 밝은 하늘색이었잖아요. 눈을 깜박일 때마다 무슨 보석이라도 보는 줄 알았는데? 아쿠아마린으로 눈을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고요.”

“어…… 그 정도였나요?”

모나한은 소녀의 외모를 떠올리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그냥 스쳐 지나가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다른 일을 하느라 안 봤어요. 다음에 또 오면 제대로 봐 볼게요.”

그는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는 얼굴로 긁적였다.

아니, 제대로 안 볼 수가 없는 외모였다니까?

로나는 혹시 사람의 외모에 대한 매우 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계시냐고 물어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입을 열려던 순간 그녀의 머릿속으로 어떠한 묘사가 훅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솜사탕 같은 분홍색 얇은 곱슬머리와 아쿠아마린 같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아주 아름답고 투명한 색이었지만, 사람들은 소녀의 아름다움을 못 보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녀를 유심히 보지 않은 많은 학생들은 그저 조금 특이한 머리카락 색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여학생이라 말하곤 했다.]

그 글을 읽을 때에는, 어떻게 분홍색 머리카락과 하늘색 눈동자를 유심히 안 보고 넘어갈 수 있냐고 중얼거렸었다.

역하램 판타지물이라서 분홍색 솜사탕 머리카락이 흔한 거냐고 중얼거렸고.

‘원래 평범하게 생겼다고 해 놓고 사실은 공략캐들만 알아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게 여주인공이지. 볼수록 매력 있는 볼매가 기본이잖아?’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로나의 생각을 뒷받침하듯, 익숙한 알림음이 띠링- 하고 귓가에 울렸다.

-축하합니다! ‘틸레아 분홍 꽃’의 여주인공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업적을 얻었습니다.

-미연시 게임의 여주인공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량의 경험치와 78 빵 코인을 얻었습니다.

“로나? 왜 그래요?”

모나한이 로나가 갑자기 멍한 얼굴을 하고 허공을 보더니 동공을 잘게 떨며 당황하자 걱정하며 물었다.

그러나 로나는 도저히 모나한의 말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멍한 목소리로 상태창을 불렀고, 상태창은 언제나 그렇듯이 푸른색 빛을 뿌리며 떠올랐다.

그리고 상태창에 새로운 업적이 반짝거리면서 로나를 반겼다.

-<‘틸레아의 분홍 꽃’의 빵집 - ‘틸레아의 분홍 꽃’의 여주인공을 만났습니다. 관련 이벤트가 빵집에서 벌어질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녀는 그 축하하는 듯이 반짝거리는 푸른빛을 보면서, 전생에 보았던 게임의 제목을 보면서.

멍하니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로나는 어릴 적, 전생에선 볼 수 없었던 아무런 빛도 없는 새까만 어둠 속에 있을 때에.

창문 밖에서 마치 어둠이 넘실대며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은 밤일 때.

옆의 언니와 동생들의 숨소리가 잦아들고, 지푸라기 냄새와 거친 천이 느껴지는 침대 속에서 잠들기 전에.

수십 번도 수백 번도 생각했던 것들을 꺼내었다.

주인공일지도 몰라.

악녀일 수도 있어.

조연이나 아니면 잠깐 지나가는 엑스트라라든지.

옆집 사는 남자아이가 용사일 수도 있고, 마을에 제일 늙은 할머니가 사실은 마녀일 수도 있어.

사실은 나에게 숨겨진 핏줄이나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 어둠 속에서 오로지 빵과 관련된 것들밖에 없는 상태창이 혼자 푸르스름하게 빛날 때에, 로나는 멍하니 생각하고는 했다.

어쩌면 내 빵이 세상을 구할 수도 있어.

이 빵으로 사랑이 시작될지도 몰라.

어쩌면, 사실은, 나도 모르는, 숨겨진.

그런 단어들이 나를 좀먹고, 쪼아 대고, 삼켜 버리곤 했던 많은 밤.

아침이면 눈으로 내리쬐는 햇살과 시끄럽게 울어 대는 닭 소리에 눈을 뜨면, 시작되는 일. 일. 일.

시골 여자아이의 삶이란 전생과 너무나 달랐고, 너무나 힘들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면 그저 당연시 여겼을 일들이, 사실은 많은 걸 알아서 너무나 아팠다.

글을 공부하면 네가 그걸 배워서 어디다 쓰냐는 말을 들었다.

책을 읽으면 그 시간에 닭이나 돌보라고 말했다.

더 맛있는 빵을 연구해 봤자, 여기선 아무도 사 먹지 않는다고 중얼거렸다.

그 시간에 밭에 잡초를 뽑자. 그 시간에 가서 마당 정리 좀 해. 그 시간에 청소하는 게 어떻니.

언제나 해야 할 일은 많았고, 언제나 일손은 부족했다.

그곳에서 공부는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시골에서 어린아이란 얼마나 훌륭하고 값싼 노동력인지.

그런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되면, 멍하니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날, 이 일상이 바뀔 거야.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어디선가 주인공이 튀어나올 거야.

모험이 있을 거고, 사랑이 있을 거고, 낭만이 있겠지.

부르트고 거친 손으로, 낡은 이불을 부여잡고 중얼거렸다.

지금은 너무 어려서 그래. 언젠가, 크면, 자라면, 내 모든 현실들은 소설처럼 펼쳐질 거야.

그리고 그 모든 걸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인 건 언제였던가.

처음 집을 나와서 작은 빵집을 차렸을 때?

같이 하자는 엄마와 언니들의 손을 뿌리쳤을 때?

도와주겠다며 부엌에 들어오려고 하는 가족들에게 소리 질렀을 때?

주위에 친구들이 스무 살도 되지 않아서 결혼하고, 나에겐 어려 보이기 그지없는 친구들이 아이를 낳았을 때?

내 삶이 이 작은 빵집에서 끝날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치밀어 미쳐 버릴 것 같았을 때.

로나는 레벨을 올리는 걸 포기했었다.

아기자기하고 따듯한 빛으로 가득한 빵집이 울렁거리고, 들어오는 햇살이 무서워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버렸을 때.

로나는 코인의 한 자릿수까지 세던 걸 그만둬 버렸다.

미친 듯이 사 모았던 책들은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고, 새로운 빵을 더 이상 팔지 않게 되었을 때.

로나는 카운터에서 익숙한 얼굴들과 익숙한 목소리들에게 방긋 웃고 있었다.

그럼에도 레시피 끝자락을 놓지 못해, 만들고 나서 부어 버린 것들이 몇 개였고.

물씬 차오르는 분노에 바닥으로 던져 버린 보울이 몇 개였고, 타오르던 오븐 아래서 뭉개져 버린 반죽을 치우던 날들은 얼마나 있었던가.

그래서 로나는 마을 최고의 미남이라는 로날드의 추파에 설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로나는 모나한의 거짓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냥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건 빌어먹을 현실이며, 소설 같은 모험과 사랑, 낭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밀가루 반죽이 내 삶을 온통 틀어쥘 것이라는 걸.

그래서 결국 운명이나 우연이 자신의 삶에 찾아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무르고 발효시키고 구워서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말 것이라고.

이 빌어먹을 울렁거리고, 무섭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빵집을 오로지 제 손으로 이루어서 삶을 지탱하게 될 것이라고.

로나는 반죽에 더러워진 앞치마를 부여잡고 중얼거렸다.

평범한 빵집에서, 평범한 부엌에서, 밀가루 반죽 앞에서.

그제야 그녀는 괜찮을 수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로나가 중얼거렸다.

입 밖으로 내뱉은 목소리가 어린 시절처럼 현실감 없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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