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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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한은 사람이 많고 적고를 따지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빵집에 들러서 자신을 향해 방긋방긋 웃어 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시로 상경한다고 마지막으로 일주일 동안만 빵집을 열겠다고 말했던 날.

로나가 도시로 상경한다는 소문과 함께 ‘엄청나게 잘생기고 섹시하고 성격도 좋고 몸매도 좋은 사냥꾼과 함께 올라간다! 로나가 그자와 사귄다!’라는 소문도 같이 돌았다.

참고로 저 잘생기고 섹시 어쩌구는 줄이고 줄인 문장이다.

심지어 얼마나 소문이 돌았는지, 업적이 새로 달성되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돈 많고 재주 많은 미혼녀>가 <돈 많고 재주 많고 쩌는 애인이 있는 미혼녀>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아니 미친, 이 상태창이라는 놈은 갈수록 태산이여!

로나는 애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향해 방긋방긋 어여쁜 척, 사랑에 빠진 척 웃고 있는 놈을 보니, 그리 말해 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겠다 싶어져 그냥 입을 다물었다.

저놈은 토끼 같은 얼굴로 여우 같은 짓을 하는 놈이었다.

그렇게 로나의 빵집이 사라진다는 소문과 로나에게 엄청난 미남 애인이 생겼고, 그가 하루 종일 로나를 보러 빵집에 있는다는 소문이 같이 돌았다.

좁은 마을에 소문이 한 다섯 바퀴는 돈 것 같더라.

그리고 빵집은 유례없는 성황을 맞이하여 로나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아저씨와 아주머니와 할머니와 미혼 모임의 여성들과 친구들과 가족들…… 아무튼, 기타 등등에게 실컷 시달려 로나의 마음이 괴로워졌다.

그렇게 시달리던 날이 지나고 마침내, 드디어 그녀가 도시로 가는 날이 도달했다.

“로나 씨. 망토를 좀 더 여미는 게 좋겠어요. 마차가 달리면 바람이 세서 추울 수 있어요.”

달콤하게 웃으면서 살짝 벌어진 망토를 정리해 주는 모나한의 모습에 옆에서 언니가 꺅꺅거리고 엄마가 볼을 붉히고 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었다.

“……후. 이제 가 볼게요, 여러분. 이러다가 마차가 먼저 가 버리겠어요.”

“그래, 가 봐야지. 모나한도 몸조심해서 가도록 해요.”

로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입꼬리를 올리곤 가족들에게 인사하고 마차 위로 올라갔다.

조금 지나지 않아 마차가 덜컹거리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저 멀리서 엄마가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로나는 왠지 조금 슬퍼져 오는 듯한 감정을 느끼며 마주 손을 흔들고는 마차에 몸을 기댔다.

“로나 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로나 씨는 훌륭한 실력을 가졌잖아요. 도시에 가서도 꼭 성공할 터이니, 부모님께 어떻게 성공했는지 편지를 보내면 되죠. 걱정 마세요, 그때까지 제가 옆에서 꼭 도와드릴게요.”

로나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모나한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낮으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와 마차에서 흐르는 바람에 살짝 흔들려 부스스해진 회색 머리카락, 약간의 슬픔과 걱정을 담은 선홍색 눈동자는 그가 입은 사냥꾼 복장과 묘하게 어울려 그녀가 정말로 소설 속의 여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 느낌을 그녀만 받은 것은 아닌지 주위에 타고 있던 몇몇 동승자들이 그의 미모와 분위기에 숨을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로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웃으며 생각했다.

명치 한 대 세게 치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모나한을 때리면, 자신은 분명 세기의 미남의 사랑을 고마워할 줄 모르는 파렴치하고 주제 모르는 여자가 될 게 틀림없었다.

와, 명치 두 대 치고 싶어졌다.

딱 봐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저 여자는 무슨 복이 있어서……’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로나는 결국 대세의 분위기에 따라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고마워요, 모나한.”

모나한만큼은 아니었지만, 자영업을 혼자 일궈 온 사장의 단련된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빛냈다.

부드러움과 따뜻함, 예의와 신뢰가 보이는 훌륭한 미소였다.

그러나 모나한은 ‘더 이상 까불면 주변 눈치 안 보고 명치 처맞는다’라는 그녀의 메시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모나한은 눈치 빠르게 입꼬리를 살짝 한번 올리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로나는 저 자식이 묘하게 선을 잘 타서 딱 자신이 본성을 드러내기 전에 그만두는 게 제일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모나한이 자기 얼굴을 한껏 이용해 선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로나만 알아볼 수 있도록 색기를 담아 눈을 휘자 로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 쉬었다.

그로 인해 가족들이 안심하며 자신을 보내 주기도 했고, 현대와 달리 마을 밖으로 한 발짝만 나가도 위험이 도사리는 이 세계에서 그의 존재가 큰 안심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모나한은 그보다 내가 이렇게 잘난 종복이니 귀여워해 주고 아껴 달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저놈에게 여우 귀와 꼬리가 튀어나와도 안 놀랄 자신이 있다.

애교 많고 사랑받는 걸 좋아하는 여우 같은 놈.

그게 요즘 로나가 모나한에게 느끼는 인상이었다.

잘생겨서 가능한 거지. 잘생겼으니까 여우로 끝난 거지. 잘생겼으니까.

저놈은 자신을 믿으라면서 자신을 편하게 대해 달라고 꼬리를 살랑거렸지만, 로나는 정말 편해지면 그리하겠다며 고개만 돌려 버렸었다.

로나는 그를 정말로 믿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뒤에 달린 후드를 눈 아래까지 뒤집어썼다.

그림자 아래 어둡게 가려진 시야와 규칙적으로 흔들거리는 마차, 다그닥거리는 말의 편자와 바닥이 닿는 소리.

한 번씩 들리는 푸르륵거리는 말의 울음소리와 나른한 공기 덕분에 피곤했던 로나는 곧 꾸벅꾸벅 졸며 고개를 흔들어 댔다.

로나가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기 전, 하얀색의 기다랗고 예쁜 차가운 무언가가 이마를 조심스레 만졌고, 이내 고개의 흔들림이 사라졌다.

로나는 그대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 *

로나와 모나한이 내린 곳은 학원 도시로 유명한 틸레아였다.

세계에서 유명한 3대 학원 중 하나로 매년 입학 시험을 보기 위한 학생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오는 곳이었다.

또, 학원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학원 축제 때 모이는 관광객들, 졸업 시즌 때 그들을 영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커다란 돈이 오가는 곳이었다.

“……이렇게 비쌀 줄이야.”

로나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로나도 도시와 시골의 집값이 많이 차이 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상인에게 집값을 알아보기도 했고.

수도는 너무나 비싸서 여기 틸레아 학원 도시로 온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상점가나 번화가가 아닌 거기서 살짝 떨어진 곳에 작은 상점을 차릴 생각이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고 해도, 그녀의 빵을 맛본 자들이라면 단골이 될 게 분명했으니, 상관없다고 여겼다.

그녀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번화가 외각 쪽에 있는 작은 상점 정도는 자신이 가진 돈으로 충분히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알아본 집값과 실제 집값의 차이가 생각보다 심했다.

“아가씨께서 말씀하시는 집값은 5년 전 값입니다. 들어 봤을지 모르겠지만, 3년 전에 틸레아 축제가 크게 성황이 되면서 집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로나는 번화가와 크게 떨어지더라도 적당한 상점을 찾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자신의 능력이면 재룟값이 거의 들지 않게 빵을 만들 수 있었으니, 어쨌든 상점을 열기만 하면 이익이었다.

로나와 모나한은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로나가 원하는 것은 1층은 상점, 2층은 집으로 쓸 수 있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너무 작거나 너무 크거나 너무 낡은 것들만 가득했다.

“이만한 건물이 이 가격으로 나왔다고요?”

그리고 마침내 로나가 마음에 딱 드는 상점을 찾았을 때, 그녀는 중개인에게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건물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1층은 상점, 2층은 주택으로 쓸 수 있는 건물이었다.

뒤쪽으로는 작고 예쁜 마당까지 있어서, 딱 판타지 힐링물을 찍기 좋은 집이랄까.

특히 실제로 지어진 지 10년밖에 안 돼서 튼튼하고 작은 지하실까지 딸린 데다가, 밖에서 파는 물건을 구경할 수 있는 작은 유리 진열장까지 있는 점이 최고였다.

하지만 너무 좋고 싼 물건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법.

로나는 시골에서 온 외부인이라고 속여 먹는 게 아니냐는 표정을 하고 중개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위치가 좀 문제가 있어서 말입니다. 보시다시피 두 골목 정도만 더 들어가면 슬럼가가 시작됩니다. 번화가와도 멀찍이 떨어져 있고요. 물론 주위에 주택이 많은 만큼 빵집 장사를 하신다면 수익은 나올 겁니다.”

원래 술집이었으니, 조금만 손보면 빵집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중개인은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하며 웃었지만, 로나는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아무리 위치가 슬럼가에 가깝다고 해도 안전 구역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도시에서 안전 구역을 나누는 커다란 지표는 마법 가로등인데, 건물 바로 옆에 세워진 가로등을 보니 여긴 분명한 안전 구역이었다.

이 건물이 마음에 꼭 들었지만, 여러모로 너무 좋아서 의심스럽달까.

그녀가 고민하고 있자, 도시를 돌아다니는 동안 뒤에서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모나한이 그녀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자신을 톡톡 건드리는 손길에 로나는 뒤를 돌아 모나한을 바라보았다.

“로나.”

“네?”

“여기 피 냄새가 좀 심한데요?”

“네?!”

“아마 꽤 많은 인간이 여기서 죽었나 봅니다. 뭔가 큰 싸움이라도 있었나 보죠?”

“이게 무슨 말일까요, 중개인님?”

“아하하…… 그게…….”

모나한의 말에 중개인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거둔 채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했다.

“사실…… 슬럼가의 건달 조직이랑 여기 주인장이랑 싸움이 좀 났었습니다. 여기 주인장이 좀 성격이 불같아서…….”

“죽었나 보죠?”

“음…… 뭐. 하지만 주인장이랑 원한이 있었던 거지, 건물 자체는 아주 깔끔합니다! 청소도 완벽히 했고…….”

“주인장만 죽었다기엔 피 냄새가 강하다잖아요. 많은 인간이 죽었다는 말 방금 들었죠?”

“그…… 그 주인장이 젊을 때 꽤 날리던 용병인 모양인지라…… 싸울 때 건달 놈들도 많이 다치고, 죽어 나가고…… 그 싸움으로 조직이 와해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이죠.”

로나는 그 말에 이번에는 당신이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했다.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해 주지도 않고, 물건을 팔려고 한단 말이죠?”

“아니, 그…… 흠흠.”

중개인은 슬쩍 로나의 시선을 피했다.

로나는 그 표정에 콧방귀를 한 번 뀌고는 다시 주의 깊게 건물 안을 둘러보았다.

건물 밖에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부드럽게 안을 채우고 있었다.

사실 모나한이라 알아차린 거지 그녀의 후각으로는 조금의 피 냄새도 나지 않았다.

로나는 모나한의 팔을 붙잡고 중개인과 떨어져 작게 말을 걸었다.

“피 냄새가 그렇게 많이 나요?”

“제가 뱀파이어라 피 냄새에 민감할 뿐이지, 사실 인간들이 맡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 정도면 청소는 확실히 했다는 말이 사실이긴 할 겁니다.”

“……모나한 강하죠?”

“물론이죠.”

“흠. 뱀파이어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니…… 건달들이 막 몰려오면 절 데리고 도망갈 정도는 되겠죠?”

“주인님, 그건 저에 대한 모욕입니다만. 성기사만 아니라면, 기사들이 떼로 몰려와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흠.”

“이 건물이 마음에 드시나 보죠?”

“맞아요. 사실 건물 자체는 아주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시장이랑 멀지 않습니까? 주인님의 실력이라면 손님을 모으는 것을 일도 아니겠지만, 매일 아침에 재료를 사러 가는 게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만.”

거기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냐는 모나한의 질문에 로나는 그의 눈을 빤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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