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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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는 모나한의 반짝거리는 표정과 감미로운 목소리를 턱을 괴고 웃는 표정으로 듣다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월요일에 시간 되시나요?”

“……네?”

마치 데이트라도 하자는 듯이 나간 말에 모나한이 당황한 표정을 했다.

로나도 자신의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손을 휘저었다.

“아, 꼬시는 거 아니에요. 물론 당신 같은 얼굴을 가진다면 이것저것 추파를 던지는 여성들도 많겠지만, 전 그쪽으로는 관심 없어요.”

“어……. 그렇군요?”

“다만, 그 섬세한 혀가 너무 좋달까.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로나는 조금 눈을 굴리며 고민했다가 정직하게 말했다.

“여긴 작은 시골 마을이고, 제가 아무리 많은 수고와 많은 재료를 넣어서 빵을 만들어 봤자, 알아차리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아니, 아예 없죠.”

“아…….”

“그래서 뭐랄까……. 만드는 보람이 없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섬세한 요리를 만드는 보람이 있네요.”

“그런…….”

로나의 보람 없다는 말에 모나한은 정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모습조차 이슬에 젖은 한 떨기 에델바이스같이 아름다운 사내였다.

“빵집은 월요일과 화요일에 쉬어요. 월요일 오후에 잠시 들러 주신다면, 괜찮은 디저트를 대접할게요.”

“……! 정말인가요!?”

“물론이죠. 모두가 왜 그러냐고 하긴 했지만, 옛날부터 꾸준히 일주일에 하루는 새로운 빵을 만들거든요. 보통 제 입 안으로만 들어가곤 하지만…….”

“부디, 제발, 꼭 저도 맛보고 싶습니다!”

모나한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상을 받은 것처럼 신나 하자 그 표정에 따라 주위의 이슬에 젖은 에델바이스가 화려하게 빛났다.

아앗! 이건 눈의 착각인가?!

모나한에게 디저트를 먹임으로써 경험치, 빵 코인, 그리고 미남의 찬란한 미소를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이거야말로 일석삼조!

로나는 마음속으로 주접을 떨면서도 얼굴 위에는 예의 바르고 조금 친절함이 보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아하하. 저야말로 드시고 방금처럼 잘 설명해 주시면 좋죠. 장담하건대, 아주 맛있을 거예요.”

“물론이죠! 오, 너무 기대돼요! 어릴 적의 여행 가기 전날 밤 같은 기분이네요!”

기뻐하는 모나한을 보고 있는 로나의 코에 달콤한 냄새가 진득이 느껴졌다.

그녀의 경험으로 저 냄새는 빵이 딱 알맞게 구워졌다는 뜻이었다.

로나는 모나한의 잘생긴 얼굴을 감상하는 것을 그만두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제 새로운 빵이 나올 시간이네요. 그럼, 말씀하신 대로 진열하는 걸 도와주시겠어요?”

“영광입니다!”

* * *

모나한은 양손 가득 막 나온 빵을 들고 행복한 얼굴로 떠났다.

한 손에는 빵을 가득 채운 종이봉투를, 한쪽에는 케이크 하나를 손에 든 채였다.

이번에 사 간 케이크는 기본적인 치즈케이크였다.

<모든 케이크를 전부 먹어 볼 예정이에요.>

그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익숙한 케이크 먼저 먹어 보겠다며 치즈케이크를 사 갔다.

옆에 있던 아름다운 검정의 색감을 뽐내는 초코케이크에 조금 망설였던 것 같긴 하지만, 그는 엄청난 욕망을 참는 듯한 표정으로 치즈케이크만을 가져갔다.

그 후 모나한은 언제나 빵집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때로는 오픈 시간보다 좀 더 일찍 와서 문 앞에 서서 이슬 젖은 청초한 미모를 뽐내곤 했다.

일찍 온 날에 언제나 빵을 진열하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로나는 모나한이 자신이 감사하다고 주는 쿠키를 노리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쥐여 주는 쿠키에 눈을 반짝거리며 방긋방긋 웃곤 했으니까.

그는 최대한 가끔 케이크를 사 가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케이크를 매일 사 가면 평범한 사냥꾼인 척하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았다.

로나는 모나한이 평범한 사냥꾼이 아닌 걸 알고 있었지만, 열심히 모른 척했다.

결국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케이크를 사 갔고, 월요일 오후에는 로나가 만드는 새로운 디저트들을 맛봤다.

모나한과 친해지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애초에 그가 자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겼으니.

관계에서 물러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모나한은 마치 자신에게 반한 것처럼 굴었다.

다른 마을 청년들처럼 어색하거나 작위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진 청년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는 마치, 마을에서 잘되는 빵집을 운영하는 돈 많은 미혼녀를 꾀려 하는 게 아니라, 빵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갈색 머리 아가씨 로나를 사랑하게 된 사람 같았다.

처음은 거스름돈을 건네주는 손이 닿았을 때였나?

모나한은 티 나게 움찔거리더니, 새빨개진 귀를 한 채로 어색하게 웃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귀를 붉히기 시작했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수줍게 웃었다.

아침 일찍 와서 진열을 도와주는 일이 점점 늘었고, 빵을 사기 전 나누는 이야기들이 길어졌다.

부담되지 않을 만한 작은 선물들을 가져오기 시작했고, 가게에 좀 더 머물고 싶어 했다.

그리고 자신을 그걸 숨기려고 하지만, 너무 순진한 성격이라 티가 나는 것 같은 묘한 선을 지킬 줄 알았다.

뭐랄까, 딱 첫사랑에 빠진 청소년 드라마의 토끼 같은 남주인공?

안 그래도 묘하게 순수해 보이는 외모가 그 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자신이 그의 정체를 몰랐다면, 아니 정확히는 그가 정말로 사랑하는 무언가를 보는 눈을 몰랐다면 넘어갈 뻔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완벽한 연기였다.

로나도 사실 상당히 두근거렸다.

청초하면서도 퇴폐미를 풍기는 회색 머리 미남이 자신을 사랑하지만 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겠고, 하지만 티는 잔뜩 나는 그런 상황들.

그건 정말 매력적이고 심장 떨리는 일이었다.

어느새 이른 아침, 모나한의 그림자가 문가에 보이는 걸 기다리고 있게 될 만큼.

빵집 문을 열고, 새벽 공기 아래 귀를 붉히며 웃는 미소에 따라 웃을 만큼.

로나는 그런 순간마다, 자신이 로맨스 소설이나 순정 만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그 모습에 속아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일주일 동안 그의 행동에 두근거린다고 해도, 월요일 오후에 자신의 디저트를 먹는 그를 마주하면 모든 감정이 싸하게 식어 버리고는 했다.

그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디저트를 먹을 때의 눈과 자신을 볼 때의 눈은 완전히 달랐다.

눈가가 살짝 붉어지고, 선홍색 눈동자가 기대와 설렘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입술 끝은 올라가 내려올지 모르고, 눈은 디저트에서 떨어질지 몰랐지.

그리고 그건, 자신을 보는 얼굴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것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자신을 볼 때의 눈이 순진함을 담고 있었다면, 디저트를 바라볼 때의 눈은 뜨겁고 진득했다.

몰랐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그 온도의 차이는 확실했고, 자신을 볼 때의 순진함은 그저 가면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정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적어도 순진한 표정은 아니겠구나, 라고 로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갈수록 모나한의 눈이 관찰자의 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을 알아챘다.

그래서 로나는 마을의 모든 남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행동했다.

예의 바르고 친절하지만, 딱 손님과 빵집 주인 관계.

그 이상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리고 로나는, 모나한이 조금이라도 선을 넘을 것처럼 굴면, 새로운 디저트 이야기로 말을 돌리곤 했다.

다른 말들은 다 토끼 같은 얼굴로 은근슬쩍 넘어가면서도 디저트 이야기만 나오면 거기에 온통 집중하는 게, 그의 목적이 뭔지 너무 뻔해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렇게 건조하다면 건조하고, 달달하다면 달달한 시간들이 지나가던 어느 날.

모든 일상을 깨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날은 금요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빵을 사 간 모나한을 배웅하고, 평소와 같이 빵을 사러 오는 사람들과 수다 떨거나 계산하고, 진열대에 빵을 채우던 평범한 날.

마지막 손님이 가고 문을 닫자마자 울리던 안내문.

레벨 업을 했다는 안내문과 합계 <재료 상점>의 레벨이 10이 되었던 날.

로나는 평소와 같이 ‘이번엔 뭐가 생겼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점 창을 열었고, 그것을 보고야 말았다.

하얗고, 타원형에 끝이 조금 뾰족한…… 쌀.

……쌀.

쌀!

쌀!!

“쌀!?”

그랬다.

그건 쌀이었다.

그냥 쌀도 아니고, 한국의 밥을 만드는 그 하얗고 약간은 불투명하고, 지으면 고슬고슬 흰밥이 되는 그 쌀!

로나는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은 채로 푸른 상태창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게 마치 헛것이라도 되는 듯이, 상점 창에 손을 올려 휘저었다.

로나의 손짓에 달라 상점 창이 일그러지면서, 쌀의 이미지가 왔다 갔다 했다.

그것을 멍하니 보던 로나는 홀린 듯이 결제창을 눌렀다.

그리고 익숙한 결제음과 함께 그녀의 앞에 쌀 한 포대가 툭 떨어졌다.

“……헐.”

로나의 포대를 열려고 내미는 손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듯 위아래로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러나 포대를 붙잡은 손은 망설이지 않고 입구를 열어젖혔고, 도정된 새하얀 쌀의 자태가 눈에 보인 그 순간!

로나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두 이해한 그 순간!

로나는 가게를 치우려 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부엌으로 내달렸다.

“흰밥, 흰밥!”

판타지 세계에 환생한 지 어언 20년.

작디작은 시골 마을은 동양의 요리재료는커녕, 향신료도 안 들어왔다!

매운맛을 내는 채소가 있긴 했지만, 전생에서도 그랬듯이 고추와 타바스코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타바스코로 김치를 담글 수는 없었다!

수도를 왔다 갔다 하는 상인에게 부탁했던 적도 있지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비쌌고, 품종도 달랐다.

로나는 이미 한식에 대해 포기한 지 오래였다.

그나마 그녀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한국인 입맛에 개량된 빵을 먹는 것이 그녀의 낙이었다.

하지만 저 위대한 재료 상점 님을 보아라!

게임 시스템 만세!!

한국인은 밀 식빵을 넘어 쌀 식빵을 해 먹는 종족이고, 불고기 빵을 해 먹는 종족이고, 김치를 넣은 크로켓을 해 먹는 종족이며, 떡을 빵 사이에 끼우는 종족이었다!

한식이 들어간 빵이 존재하는 곳이란 말이다!

“아아아, 위대한 한국인이여!”

로나가 미쳐 돌아가며 소리쳤다.

“왜, 왜 나는 더 빨리 레벨을 올릴 생각을 하지 않았지? 멍청한 로나! 한식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보울에 쌀을 가득 담아 씻으며 로나가 외쳤다.

이미 그녀의 눈은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반찬, 반찬…… 젠장, 김치가 없어! 계란프라이와 간장? 간장 없잖아! 젠장할!”

로나는 부엌의 온갖 찬장을 뒤지면서 소리치며, 한식이 먹고 싶어 죽을 것 같은 마음을 표현했다.

아예 가능성이 없었던 방금까지는 그저 꿈의 음식으로만 취급하고 있었지만, 이젠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난 것이다!

“레벨, 레벨을 올려야 해! 재료 상점 스킬의 레벨 업은 정말 느리단 말이야!”

결국, 계란프라이와 소금 간을 한 밥을 바닥에 앉아 양푼째로 퍼먹으며 로나는 결심했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야겠다!

어떻게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가서 가게를 차리고, 손님을 받아서 레벨을 올려야 한다!

그래서 김치와 불고기와 한우와 떡, 간장, 된장…… 아무튼, 한식들을 전부 해금해서 한식 한 상 차림을 해서 먹을 것이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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