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오래되고 집요한 미식가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량의 경험치와 128 빵 코인을 얻었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
“자, 잠깐! 뭔데!”
로나의 당황에도 안내문은 변하지 않고 꾸준히 안내창을 채웠다.
인생 처음으로 다량의 띠링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오래되고 집요한 미식가가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량의 경험치와 52 빵 코인을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래되고 집요한 미식가가 작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중량의 경험치와 32 빵 코인을 얻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잠깐 이거 모나한이야!?”
조금 빠르긴 했지만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면 충분히 자신의 빵을 먹었을 시간이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엄청난 양의 경험치와 코인이라니?
이 마을에서 가장 미각이 섬세하다는 마을 관리인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도 저런 수식어 따윈 없었다.
기껏해야 남들보다 조금 많은 경험치와 코인이 들어왔을 뿐이었다.
이 마을의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도 절대로 ‘오래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질 않았다.
그 할머니가 107세이신데, 수식어가 ‘조금 오래 산’이었다!
107세가 ‘조금 오래 산’!
이 세계가 판타지인 만큼 인간보다 오래 사는 종족이 많으니 그럴 순 있다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오래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모나한을 도대체 나이가 얼마나 많단 말인가?
거기다 그만큼 오래 사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으니 이종족이라는 말이 되었다.
회색 머리에 진홍색 눈을 가지 창백한 피부의 이종족이라…….
판타지의 이종족이면 그거 아니야?
엘프, 드워프, 수인족…….
다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뭔가 나쁜 쪽인가? 창백한 피부면 뱀파이어??
근데 한낮에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던데? 내가 알고 있는 거랑 다른가?
-키메라를 감동시켰으므로 새로운 업적을 얻었습니다. : <키메라를 감동시킨>
로나는 마지막으로 울린 알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상태창.”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올려 업적을 눌러 상세 설명 창을 열었다.
-<키메라를 감동시킨 – 키메라가 그들의 식사를 할 때 더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합니다.>
“???”
알 수 없는 설명이었다.
아마도 모나한이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를 먹으면서 생긴 업적이니 모나한은 키메라일 것이다.
자신이 아는 키메라는 여러 가지 동물을 합쳐놓은 그런 것인데, 그는 아무리 봐도 사람이었다.
물론 엄청나게 잘생기긴 했지만.
게다가 ‘그들의 식사’을 할 때 더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한다니?
아무렇지도 않게 빵을 사 가서 먹은 걸 보면 식사가 똑같은 거 아닌가?
다른 걸 먹기라도 하나?
로나는 멍하니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상태창을 닫아 버리며 고민을 그만두었다.
아무리 고민해 보았자 답이 안 나올 것 같았고, 게다가 모나한이 키메라라고 해도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대량의 경험치와 코인을 주는 것에만 집중하면 될 것이다.
어쩌다 보니 정체를 알게 된 것 같았지만, 자신이 입만 다물면 그도 모를 것이고.
그의 빵을 향한 열망을 보았을 때, 자신을 해칠 가능성은 적을 것 같았다.
로나는 모나한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앞으로 그에게 고급 디저트를 팔아넘겨 많은 돈이나 벌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분명 인간이 아니면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을 테니, 그 잘생긴 얼굴을 연예인 보듯이 감상만 하자는 생각도 했다.
아무리 미래를 그려 보아도 그 잘생긴 얼굴과 함께 사는 상상은 되지 않았다.
인간이 아닌 이종족이라면 더더욱 자신과 이어질 일도 없을 테니, 자신은 그 청렴결백해 보이고 성직자 같지만 묘하게 야해 퇴폐미가 풍기는 미모에 감사하며 헛된 꿈을 꾸지 않고 돈 많은 미남 손님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 * *
“들어와서 기다리시겠어요?”
“아, 민폐가 아닐까요?”
“아뇨. 빵을 팔지는 못하겠지만, 의자에 앉아 계시는 것 정도는 괜찮아요.”
“이런……. 감사합니다.”
로나는 가게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는 모나한을 들여보냈다.
아직 가게 문을 열기도 전인 이른 아침, 부엌에서 한창 빵을 만들다가 잠깐 진열대 쪽으로 가 보니, 창문 밖에서 서성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가끔 아침잠 없는 어르신들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적이 있어서, 로나는 또 어떤 할머니나 할아버지인가 싶어 문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거기 있는 건, 눈을 동그랗게 뜬 당황한 얼굴의 모나한이었다.
그는 새벽 공기 아래에서 저번에 보았던 것보다 몇 배는 청초해 보이는 외모를 뽐내고 있었다.
간밤에 비가 왔었던 걸까?
아니면 아침 습도가 높아서인가.
모나한의 회색 머리카락이 약간의 물기를 담고 촉촉이 빛나고, 그 사이로 선홍색 눈동자가 당황을 담아 아름답게 깜박거렸다.
미남을 보면 시력이 올라간다더니, 머리카락보다 약간 진한 회색인 긴 속눈썹이 하늘하늘 흔들려, 선홍색 눈동자가 가리었다가 나타나는 것이 슬로모션처럼 펼쳐졌다.
이게 바로 동체 시력의 승리라는 건가.
로나는 최대한 서비스업 특유의 웃음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언제 여는지 몰라서요……. 아침에 막 만든 빵이 먹고 싶었거든요.”
“하긴, 막 만든 빵이 제일 맛있긴 하죠.”
“그렇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냥 일찍 와 버렸는데……. 폐를 끼쳤네요.”
“괜찮아요. 오히려 제 빵을 그렇게 좋아해 주셔서 기쁜걸요.”
로나의 생긋 웃는 얼굴에 모나한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따라서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이 그의 순수를 증명하는 것 같아 두근거릴 정도였다.
정말 뭐랄까……. 한 떨기 에델바이스 같은 사내랄까.
로나는 차를 한잔 가져다주며, 미리 구워 놓은 쿠키 몇 개를 꺼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모나한이 당황한 듯이 눈을 깜박거렸다.
당황하면 눈을 깜박이는 것은 그의 버릇인 듯했다.
정말 그 순수한 얼굴과 딱 어울리는 버릇이다.
“빵이 구워지길 기다리는 시간이거든요. 원래 제 아침 커피 타임이죠.”
“아…….”
“당신이 그 시간에 끼어들었네요.”
“그,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음, 뭐라도 도와드릴까요?”
“좋아요.”
“그럼 빵 진열 같은 거라도 도와드릴게요! 제가 사냥꾼이라 힘은 좋답니다!”
모나한이 사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듯 밝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좋아요. 그전에, 여기요.”
로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쿠키가 담긴 접시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
로나는 모나한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 담겼다가, 쿠키의 냄새를 맡은 건지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관찰하며 키득거렸다.
이 사내는 정말 빵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미식가라고 했으니 맛있는 걸 좋아하는지 음식 앞에선 온갖 무장을 해제했다.
“이번에 가을 한정으로 팔 신제품이에요. 단호박을 주재료로 한 쿠키죠.”
“와. 그래서 이렇게 아름다운 주황색이군요.”
“푸흐흡. 그래요. 맛도, 음……. 제 입에는 맛있더라고요. 다만, 조금 나이가 드신 분들을 위해 만든 거라서, 젊은 사람들 입맛엔 어떤지 궁금하거든요? 시식 평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잘 먹겠습니다.
모나한이 정말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약간 진한 주황색으로 이루어진 쿠키를 입으로 가져갔다.
바삭- 하고 쿠키가 이빨 사이에서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모나한의 눈이 크게 확장되었다. 그는 충격이라도 받은 듯이 멈췄다가, 이내 빠르게 턱을 움직였다.
“맛있어요!”
쿠키를 삼키자마자 모나한이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설탕으로 만든 단맛보다 훨씬 자연스럽네요! 호박의 향이 강한 것도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밀의 고소함을 그대로 살린 것도 그렇고……. 쿠키를 정말 잘 구우시네요, 딱 기분 좋은 바삭함이에요!”
평생 이것만 먹으라고 해도 그럴 수 있겠어요!
진홍색 눈동자가 행복으로 찬란히 반짝이고 창백한 볼에 혈기가 돌아 조금 붉어졌다.
이 사내는 볼을 붉히면 눈가도 붉어지는 신비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선홍색 눈동자와 합세하여 더욱 야살스러운 얼굴을 만들었다.
촉촉이 젖은 회색 머리카락 아래 진홍색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고 볼을 상기한 청초하면서도 야한 미남이라니!
“오…….”
이게 그 푸드 포르노인가 뭔가인가?
아니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 어디의 섬나라 애니에서 자주 나오는 맛있는 음식을 먹은 사람들의 표정 같다.
우와, 음식 하나로 이런 분위기를 풍기다니, 끝내주는데.
-오래되고 집요한 미식가가 작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중량의 경험치와 32 빵 코인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울리는 알람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래, 저 야한 얼굴을 보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경험치와 빵 코인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를 이른 아침부터 가게 안으로 들인 것도, 이미 자신 있는 쿠키를 자신 없다고 속이며 맛을 봐 달라고 한 것도, 경험치와 빵 코인을 얻기 위한 목적 때문 아닌가.
“그, 엄청나게 표현을 잘하시네요.”
“제가 맛있는 것을 먹는 걸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로나 씨의 빵은 정말 끝내줘요. 어제 먹었던 케이크와 서비스로 주신 빵들도 엄청나더군요. 깜짝 놀라서 넘어질 뻔했어요!”
“오,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다치진 않으셨죠?”
“하하하. 아뇨.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어제 케이크와 빵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말씀드려도 될까요? 제가 아는 요리사분들은 다들 그런 걸 좋아하시던데.”
“물론이죠. 마침 빵이 구워질 때까지 시간이 꽤 남았네요.”
모나한은 자신이 만든 블루베리 치즈케이크와 몇몇 빵들이 얼마나 맛이 풍부했고, 식감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향이 얼마나 황홀했는지 같은 것을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의 얼굴이 목소리만큼 아름다워 로나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그걸 들었다.
어릴 적에는 제빵 능력을 그저 삶의 수단으로만 생각했었다.
이 세계에서 평민 여자가 혼자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다행이라 여겼달까.
그러나 이제는 제빵 일이 그저 그녀의 삶의 수단이 아닌, 뿌듯한 무언가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음식이란 그저 오늘 한 끼를 때우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가득한 만큼, 굳이 돈을 써서 식도락을 즐기겠다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그로 인해 로나의 가게가 인기가 많긴 했지만, 식사류의 간단한 빵에 대한 이야기였고, 손길이 많이 들어간 고급 빵들은 오히려 외면받고는 했다.
로나가 열심히 레벨을 올리거나 실력을 쌓지 않는 이유도 거기 있었다.
게다가 평생 시골 마을에 틀어박혀 산 사람들이 칭찬을 얼마나 잘하겠는가.
아무리 맛있고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다들 ‘맛있다’라거나, ‘저번 것보다 맛있다’ 정도의 말만 하는 사람들밖에 없으니, 실력을 쌓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열심히 수고를 끼쳐 만들면 뭐 하나?
많은 재료가 들어간 빵보다 간단한 빵이, 많은 수고가 들어간 빵보다 그저 식사에 곁들일 빵들이 더 잘나가고, 더 칭찬받는걸.
그런 로나에게 눈을 반짝이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건 이런 방법으로 만들었을 것 같다든가, 이런 이런 재료가 들어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섬세한 맛을 표현할 수 있냐며 상기된 볼로 떠드는 미남은 그녀의 장벽을 부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