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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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한은 사실 이 마을을 그냥 지나쳐 갈 생각이었다.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고, 어떠한 이벤트가 일어날 만한 곳은 아니었으니.

하지만 그가 광장을 지나가는 순간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던 빵집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충분했다.

그만큼 로나의 빵집에서 다른 곳에서 맡았던 것보다 더 고소하고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를 가득 풍겼었다.

하지만, 저 반투명한 유리 사이로 흐르는 냄새의 달달함은 격이 달랐다.

설탕에 진득하게 조리된 블루베리 잼의 냄새와 끈적하면서도 부드러운 고급 치즈 냄새, 설탕의 달콤함과 통밀 쿠키에서 맡았던 약간의 고소함.

모나한은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는 허기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유리 상자 안에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엄청난 디저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잠식했다.

“으음-”

로나가 마침내 천천히 그 불투명한 유리 뚜껑을 열었을 때, 모나한은 그만 참지 못하고 옅게 신음했다.

환상적인 냄새가 폭풍과도 같이 코에 들어왔고, 그 냄새와 비등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진한 갈색에 설탕을 가득 넣어 조리된 통밀 쿠키를 밑바닥에 깔고, 그 위로 옅은 노란색의 반죽이 된 치즈가 어여쁜 원형으로 올라가 있다.

그 위에 진득한 블루베리가 끈적히 흘러내리고, 그 선명한 색의 대비와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나한이 처음 자신의 빵집에 들어왔을 때와, 불투명한 유리 뚜껑을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했다.

그건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에 퐁당 빠지다 못해 충격받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꽤 봐 온 얼굴이긴 했지만, 역시 미남! 충격받은 얼굴도 궤를 달리한다.

“한 조각 사시겠어요?”

“한 조각요?”

모나한은 ‘어떻게 이걸 한 조각만 먹으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는 충격받은 얼굴로 로나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 오랜만에 디저트의 맛을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 로나가 뿌듯한 표정을 했다.

“보다시피 아주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디저트죠. 맛은, 냄새를 맡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주 달콤하고 부드럽답니다.”

“네. 정말 황홀할 정도군요.”

“설탕을 듬뿍 넣은 통밀 쿠키를 바닥으로 달콤하게 반죽이 된 치즈를 올리고, 마무리로 제철인 블루베리를 설탕에 졸여 잼으로 만들어 올린 블루베리 치즈케이크죠. 절대로 설탕이 적게 들어갔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전생이라면 설탕의 칼로리에 고민할지도 모를 케이크였지만, 이 시대에서 설탕은 고급 재료 중 하나였고, 칼로리를 걱정하는 이들도 정말 적었다.

기껏해야 어린 아가씨들이나 귀족 여성들 정도?

사냥꾼인 사내가 걱정할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냄새만 맡아 봐도 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간지 알겠어요. 그럼 왜 한 조각만 파는 거죠?”

모나한이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는 얼굴을 했다.

그 잘생긴 얼굴은 저번에 본 로날드의 얼굴과는 달리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다.

선홍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입술을 꾸욱 늘이며 세상에서 제일 실망한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한 미남은 자신이 무언가 아주 중대한 사실 숨기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저 얼굴에 넘어가 모든 걸 털어놓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하지만 이유는 정말 별거 없었다.

그냥 설탕이랑 치즈가 왕창 들어가서 비쌌다.

평민들이 한 판을 전부 사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러운 디저트였다.

물론 자신은 재료 상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 상관없었지만, 그렇다고 싸게 팔면 그건 그것대로 의심받을 짓이었다.

차라리 정말 비싼 디저트라고 파는 게 나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특별한 날에도 한 판은커녕 한 조각도 겨우 사 갔다.

그만큼 비싼데 한 판을 사 가라고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마음 같아선 얼굴 구경값이라며 공짜로 주고 싶을 정도였지만, 아무리 잘생겼다고 해도 자신은 상인이었다.

“비싸거든요.”

“……그럼 살 만한 돈이 있다면 상관없는 거겠죠.”

그리고 그는 상인이 제일 좋아할 만한 말을 했다.

“물론이죠! 1 은화입니다.”

“……그건 정말 비싸네요.”

“뭐, 그렇죠. 한 조각만 사시겠어요? 한 조각은 15 동화예요.”

“……한 판 사죠.”

“감사합니다!”

로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케이크를 포장했다.

오랜만의 큰 손님이다.

평민이 일주일 동안 버는 돈이 1 은화이다.

1 금화는 100 은화이고, 1 은화는 100 동화이니.

케이크 한 판을 여덟 조각으로 나눠서 약간의 이문을 붙이면 한 조각당 15 동화고.

즉 현대의 원화로 치면 케이크 한 조각이 약 5만 원 상당이다!

그만큼 케이크가 비싸고 고급스러운 디저트였으니, 특별한 날에 한 조각만 사 가는 것이다.

즉 이 사내는 한 번에 40만 원 정도를 쓰는 대박 손님인 것이다.

평소 빵이 2-3 동화이고, 우리 집 빵은 조금 더 비싸서 약 3-4 동화 정도 하니까.

정말 정말 큰 손님이다. 이 말이야!

로나는 정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뿐만 아니라 서비스라며 여러 빵을 챙겨 주었다.

자본주의의 예의 바른 미소를 뛰어넘어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웃음이었다.

모나한은 조금 떨떠름하다는 얼굴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너무 비싸니 사기가 아닌가 의심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하긴, 이런 작은 시골 마을에 있을 만한 디저트도 아니고, 팔 만한 금액도 아니지.

하지만, 로나는 그가 반드시 저 떨떠름한 얼굴을 풀고 다시 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이크를 한 판 사 버릴 정도로 빵을 좋아하는 손님이라면, 자신의 제빵 실력을 알아볼 것이 틀림없으니.

솔직히 비싸긴 했지만, 수도에서 먹는 디저트보다는 쌌고, 장담하건대 수도에서 먹는 디저트보다 맛있을 것이다.

제가 제빵 수련을 해 온 세월이 얼마인데!

로나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 * *

모나한은 상자와 빵이 가득 든 종이봉투를 들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휙휙, 몇 번의 도움닫기도 없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가 몇 번 더 발을 놀리고 나자, 그는 어느새 마을의 가장 높은 종탑의 지붕 위에 서 있었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누구도 보지 못할 사각지대에 주저앉은 그가 품 안에서 달콤한 향을 풍기는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떠오른 달에 달빛을 머금은 회색 머리가 은발인 것처럼 빛나고, 선홍색 눈동자가 요사스러운 색감을 띠었다.

방금까지 있던 올망올망하던 토끼 같은 사람은 어디 가고, 날카로운 눈빛을 한 사내만이 높은 첨탑 위에 앉아 우아하게 긴 다리를 꼬았다.

“하. 참기 힘드네.”

모나한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을 휘젓자, 허공이 기이하게 일그러지면서 그의 손이 쑥 사라졌다.

꼭 허공의 어딘가로 들어간 모양새였다.

몇 초 지나지 않고 허공에서 빠져나온 모나한의 긴 손가락에 섬세하게 세공된 아름다운 포크가 들려 있었다.

일개 사냥꾼이 쓰기에는 너무나 화려하게 치장된 포크였다.

그러나 모나한은 아주 익숙하게 그것을 들고 케이크 포장을 열었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갈색 종이 상자가 모나한의 손에 의해 우아하게 벗겨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름다운 케이크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정말……. 아름답군.”

로나의 빵집에서 보았던 것처럼 보라색과 노란색의 아름다운 대비가 돋보이는 디저트였다.

어떠한 마법도, 속임수도 없이, 오로지 제빵 실력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케이크.

모나한은 잠시 예술품을 부수는 듯한 기분이 들어 포크 끝을 망설였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움직였다.

예술품을 망가트리는 비열한 희열과 함께, 진득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잘리는 감각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모나한은 그 이상 망설이지 않고 크게 케이크를 떴다.

평소 같았다면 작은 조각을 떠서 우아하게 먹었을 테지만, 바로 아래서 올라오는 향이 그의 식욕을 무서울 정도로 자극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는 식욕이 지독히도 강한 이였고, 그것을 참도록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안쪽까지 신경 썼나. 정말 멋지군.”

그의 말대로 케이크의 안쪽은 치즈 사이에 블루베리 잼이 한 줄 들어가 있어 선명한 보라색을 뽐냈다.

모나한의 포크를 따라서 부드러운 노란색 치즈케이크와 진득한 블루베리 잼이 늘어졌다.

모나한은 마치 오래된 와인을 마실 때처럼, 눈을 감고 그 향을 음미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대로 커다란 케이크 조각을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처음에 느껴지는 것은 강렬한 블루베리 잼의 냄새와 달콤함.

그리고 그 뒤에 혀만으로도 진득하게 뭉개지는 부드러움과 치즈의 풍부한 향, 고소함과 달콤함까지.

그가 맛의 홍수를 느끼며 겨우겨우 턱을 움직이자, 블루베리 알맹이가 터지며 단맛 끝에 황홀한 상큼함이 더해졌다.

그리고 설탕을 가득 넣은 부스러진 밀 쿠키가 약간의 저항을 담아 씹히며 그 특유의 고소함과 달콤함을 선사했다.

하. 이 무슨 죄를 짓는 것 같은 달콤함이란 말인가.

그가 탄식하며 입 안에서 뭉개진 케이크를 목 뒤로 넘겼을 때, 식도에서 느껴지는 치즈케이크 특유의 진득하고 시원한 식감이 마지막까지 완벽히 느껴졌다.

“오, 신이시여-”

모나한은 아주 오랜만에 신의 이름을 부른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입 안에 케이크를 집어넣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제법 큰 한 판의 케이크가 순식간에 모나한의 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겨우 정신을 차린 것은 더 이상 포크로 떠먹을 만한 케이크가 없어진 후였다.

“이런 제빵사가 있다니, 이 마을은 정말 최고야. 지낼 만한 곳을 알아봐야겠군. 한동안 여기서 살아야겠어.”

그는 케이크 판에 남은 치즈케이크 조각 한 점을 마지막까지 긁어먹으며 말했다.

원래 수도로 갈 생각이었던 모나한은 이 작은 마을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그는 이 마을에서 머무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냥 요즘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싶어 사전 조사를 위해 잠깐 들렀던 마을일 뿐이었다.

그러나 식당 거리를 지나가는 도중 훌륭한 냄새를 풍기는 빵집을 발견했고, 홀린 듯이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그 결과 자신의 코는 완벽하게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었고, 그건 사내가 이 마을에 머물기 충분한 이유였다.

애초에 수도로 가려는 이유도, 그곳에 맛있는 게 많을 것 같아서였으니.

“그럼 집 좀 알아볼까.”

사냥꾼이라고 했으니, 한동안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야겠군.

모나한은 그렇게 말하며, 로나가 서비스로 싸 준 빵을 포장지에서 까 입으로 집어넣었다.

“와. 이것도 맛있잖아!”

평범한 크림빵인데 전혀 평범한 맛이 아니다.

케이크 정도로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빵의 적절한 고소함과 그 안에 든 달콤한 크림의 맛!

그 맛에 발을 삐끗해 지붕에서 떨어질 뻔했지만, 모나한은 순식간에 균형을 잡고 바로 섰다.

그는 자신의 실수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크림빵을 입 안으로 황급히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움직여 다른 빵의 포장지를 급하게 떼어 냈다.

모나한은 멈추지 못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빵을 우물거렸다.

“이것도 맛있군. 이거 참, 엄청난 실력의 제빵사인걸?”

그는 그냥 마을에 머무는 게 아니라, 로나와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 우아하게 옮겼다.

달빛이 비치는 밤, 어두운 골목길 사이 그림자로 모나한이 우아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 시각 로나는 떠오른 안내문에 당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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