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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의 위험한 오빠들-14화 (14/132)

14화

마티어스는 카지노에 입장하자마자 능숙한 솜씨로 돈을 따기 시작했다.

땅 속성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은 금전 운이 좋았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인간이 정한 가치 높은 것들, 즉 황금이나 보석들이 대부분 땅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땅 속성 마법사가 그것을 가지기를 원한다면 얻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했다.

물론, 마티어스의 경우는 유독 그 운이 강한 편이었지만.

“하하하! 어때, 리티? 이 게임은 이렇게 하는 거야.”

마티어스가 액세서리 상점 주인에게 강탈해 오다시피 빌려 왔던 돈은 어느새 빵 100개는 가뿐히 살 수 있을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리티, 리티. 이번에는 저 게임을 하러 가자.”

마티어스는 레스티아를 데리고 카지노 안을 종횡무진 누비며 게임을 하는 법을 하나하나 친절히 알려 줬다.

그 과정에서 레스티아는 카지노가 ‘놀면 돈 주는 곳’이 아니라 ‘게임에서 이겨야만 돈이 생기고, 지면 전부 잃는 곳’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신기하리만큼 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마티어스의 관점에서는 정말로 놀면 돈을 주는 곳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자, 리티. 너도 해 봐!”

마티어스는 레스티아에게도 게임을 해 보라고 채근했다.

하지만 레스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마티어스가 딴 돈을 모두 잃을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리티, 리티. 왜 그래? 재미없어?”

연신 게임을 거절하자 마티어스가 양 눈꼬리를 추욱 내려뜨리며 질문했다.

“아…… 그게.”

레스티아는 자신의 생각을 마티어스에게 그대로 말했다가는 액세서리 상점에서 그랬던 것처럼 카지노를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알아 차렸다.

그건 정말 지치는 경험이었고, 가급적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럴싸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에둘러댔다.

“저는 제가 하는 것보다 마티어스 오라버니가 하는 걸 보는 게 더 재미있어요!”

“응? 그래? 그럼 더 재미있는 걸 보여 줘야겠네!”

레스티아의 말에 마티어스는 더욱 열의를 보이며 모든 게임에 판돈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승자가 되어 돌아왔다.

“크. 오늘따라 너무 잘되는걸? 아무래도 내 동생이 행운의 여신인가 봐!”

그랬다.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적어도 한 번쯤은 잃을 때도 됐건만, 연승 중이었다.

마티어스는 그것이 너무나도 즐겁다는 듯 레스티아를 품에 안고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았다.

마티어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레스티아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금액이 표기된 카지노 칩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니, 레스티아는 점점 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마티어스의 옷자락을 꼭 움켜쥐고 말했다.

“저…… 오라버니, 이제 돈도 많이 생긴 것 같은데, 여기까지만 하시는 게 어때요?”

“그래. 슬슬 배도 고프지? 그럼 막판만 하고 가자! 저 게임이 좋겠어.”

마티어스가 손끝으로 주사위 게임을 가리켰다.

그리고 레스티아가 무어라 대답할 새도 없이 사람들이 주사위를 굴리고 있는 초록색 게임 데스크에 가서 풀썩 앉았다.

딜러가 곧바로 마티어스의 눈앞으로 주사위를 건네며 게임의 규칙을 설명했다.

“주사위를 던져서 가장 높은 숫자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래? 간단하고 좋네.”

마티어스는 제 차례가 오자 주저 없이 게임판 위로 주사위를 던졌다.

숫자가 6까지 쓰여 있는 주사위 두 개가 뱅글뱅글 돌다가 멈췄다.

마티어스가 던진 주사위는 당연하다는 듯이 게임 데스크에 앉아 있는 다른 이들의 주사위 값을 모두 제쳐 버렸다.

이번에도 승리였다.

“이거 재미있는데? 좋아. 이번 판에 가진 칩을 전부 걸겠어!”

가진 칩을 모두 걸겠다는 말이 카지노 내에 울려 퍼지자 주변에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티어스가 가진 칩의 액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볼거리가 됐기 때문이었다.

“마티어스 오라버니…….”

레스티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전부 건다는 것은, 전부 잃을 수도 있다는 것과 같았다.

여태까지 이겼다고 해서, 또 이기리라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마티어스 오라버니라면 이기지 않을까?’

여태까지 모든 게임에서 이겨 온 마티어스였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이길지도 몰랐다.

레스티아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게임 데스크 위를 바라봤다.

마티어스에 의해 순식간에 판돈이 커지자 게임에 참여한 이들이 제각각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 속으로 기도를 올리고는 차례차례 주사위를 굴리기 시작했다.

“오오오!”

주사위가 한 번 구를 때마다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환호성은 어느새 함성이 되어 버렸다.

어떤 이가 주사위로 11의 숫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마티어스가 12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판돈을 모두 잃게 생겼다.

“와, 저걸 어떻게 이겨?”

“저 사람이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저건 어렵지.”

모두가 혀를 찼다.

하지만 레스티아는 마티어스가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마티어스는 제 차례가 왔는데도 주사위를 던지지 않고 레스티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라버니?”

레스티아가 의문을 표하자 연한 레몬 색 머리카락에 살짝 가려진 장난기 어린 자색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었다.

“자, 리티! 네가 던져.”

마티어스는 주사위 두 개가 놓인 손을 레스티아를 향해 내밀었다.

레스티아는 당황한 눈빛으로 마티어스를 응시했다.

마주하고 있는 그의 시선이 선명하게 ‘자, 네 차례야’라고 말을 건네고 있었다.

“제, 제가요? 하지만 오라버니, 여기서 지면 저 돈을 다 잃는 거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행운의 여신의 힘이 필요한 거야.”

“행운의 여신이라니요!”

“네 덕분에 이 칩을 모두 딸 수 있었던 거니까, 행운의 여신이지.”

“네? 그게 무슨……!”

자신은 그런 행운의 여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전부 마티어스의 운이었는데…….

그때 딸랑딸랑 종이 울렸다.

“10초 안에 주사위를 던지지 않으면 기권입니다.”

딜러가 냉정하게 말했다. 마티어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보채기 시작했다.

“리티, 리티, 리티. 빨리! 10초 안에 안 던지면 시도도 못해 보고 그냥 이 돈을 잃는 거야.”

레스티아는 결국 마지못해 주사위를 손 위에 받아 들고, 마티어스가 했던 것처럼 초록색 게임 데스크 위로 그것을 내던졌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너무나도 희박했다.

지금 두 개의 주사위에서 숫자 6이 나오지 않으면, 마티어스가 딴 모든 돈을 잃을 것이다.

‘제발……!’

주사위는 시간이 멈춘 듯 아주 천천히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우뚝 멈추어 섰다.

레스티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고요한 정적이 카지노장에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 그 정적은 엄청난 환호가 되어 카지노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

그 소란에 레스티아는 조심스레 눈을 떠 결과를 확인했다.

두 개의 주사위 위에 나타난 숫자는 모두 다 6이었다.

“아……!”

안도감에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긴장을 풀 새도 없이, 마티어스가 레스티아를 덥석 안아 들었다.

“하하하하! 리티, 리티! 완전 잘했어!”

“세상에…… 믿을 수 없어요.”

“믿을 수 없긴. 역시 내 동생이야. 너도 나처럼 운이 좋구나?”

레스티아는 마티어스의 그 말에 볼을 붉게 물들였다.

정말로 동생으로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자, 그러니까 이게 다 우리 돈이라 이거지!”

마티어스는 흥얼거리며 게임판 위에 올려놓은 칩을 모두 커다란 자루에 쏟아 부었다.

처음 카지노에 들어왔을 때는 빵 한 조각 겨우 살 수 있는 돈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그에 만 배에 달하는 큰 수익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리티, 내 행운의 여신. 여기서 음료수 먹으면서 조금만 기다려. 이 칩을 전부 돈으로 바꿔 와야 하니까.”

마티어스는 레스티아를 카지노 발코니에 마련된 바에 데리고 가서 솜사탕 에이드를 한잔 시켜 주고 말했다.

레스티아는 붉게 상기된 볼을 양손으로 조심스레 감싸며,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방금 전의 일이 작은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하고 있었다.

‘신기해……. 이게 이겼다는 기분이구나.’

그 감각은 너무나도 짜릿하고, 생경한 것이었다.

몽롱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바로 눈앞으로 솜사탕 에이드가 서빙되었다.

하늘색 레몬 소다가 담긴 투명한 유리잔 위에는 큼지막한 새하얀 솜사탕이 구름처럼 몽글몽글 떠 있었다.

그 덕에 마티어스가 보여 주었던 광활한 경치가 저절로 떠올랐다.

‘맞아. 구름……. 거기 경치 정말 멋있었어.’

마티어스 덕분에 오늘 다양한 세계를 알게 된 기분이었다.

세상은 레스티아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고 아름다웠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로 많았다.

‘책을 읽는 것도 즐겁지만…… 이런 것도 즐거운 것 같아.’

모르는 것을 알아 간다는 건, 이렇게도 즐거운 일이었다.

레스티아는 아직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솜사탕 에이드를 한 모금 들이켰다.

달콤하고 맛있었다.

‘이게 행복이라는 걸까.’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 지으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때, 바로 뒤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마티어스가 벌써 돌아왔나 싶어서 레스티아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오라버니?”

아니, 마티어스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남자들이 자신의 뒤편에 서 있었다.

레스티아는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을 바라봤다.

“누구……세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괴한들은 눈 깜짝할 새에 레스티아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구속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읍……! 읍……!!”

레스티아는 사력을 다해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 * *

“리티, 리티! 오라버니 왔다!”

마티어스는 카지노 칩을 전부 현금으로 바꿔서 묵직한 자루에 넣고는 다시 테라스로 돌아왔다.

수표를 발행해도 됐지만, 레스티아에게 네 덕에 이렇게 많이 벌었다고 말하기 위해서 부러 현금으로 바꾼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보면 또 깜짝 놀란 토끼처럼 동그란 눈을 깜박이겠지.

빨리 그 모습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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