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9/71)

헤이스트는 육체를 마나로 활성화시켜 인간의 몸으로 낼 수 있는 최대의 스피드를 뽑아내는 것이다.

정확히는 그 ㅁ몸으로 낼 수 있는 최대의 스피드기 때문에 마법사보다는 기사들에게 걸어주는 쪽이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헤이스트는 신체를 노화하게 하기도 한다.

한순간에 과한 근원의 힘을 뽑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같이 몸을 단련한 이들은 어느 정도 버티겠지만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헤이스트에 못 이겨 금세 몸이 노화된다.

그 증거로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나이에 비해 쇠약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까앙

또다시 엔크의 창이 바닥을 쳤다.

몇 번의 공격 실패 덕인지 엔크는 살짝 지친 듯 했고 하르다프는 지치지는 않았지만 조금 조급해 보였다.

마나양이 보기보다 적은 모양이다.

오호,이거 잘하면 가망이 있을지도?

"뇌전은 땅 속에 스며들어 권능흘 발휘하리,라이트닝 필드!"

하르다프가 줄곧 중얼거리던 마법을 발현시켰다.

허공에 생겨난 검은 먹구름이 하르다프 주위로 가는 번개를 수없이 쏟아 부었다.

하르다프의 반경 4미터 정도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라이트닝 필드,거리 확보가 필요할 때 쓰기 좋은 마법이다.

일정한 구역 안에 번개를 떨어뜨려 방전지대를 만드는 마법.

장점은 다수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일까?

상대가 방전지대 위로 올라온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뭐,꼬치구이가 되고 싶다면 건너가 봐도 좋겠지.

"크윽!"

돌진하던 엔크가 창을 움켜쥐며 라이트닝 필드 앞에서 주춤 멈춰섰다.

3미터 정도라면 모를까 4미터를 건너뛰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방전되고 있기에 공중에도 미약하게 전기가 흐르고 있다.

어쩔 거지,엔크?

나라면 지느니 창을 던져보겠어.

하지만 이상하게 검술가나 창술가나 하나같이 제 손에서 무기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더군.

엔크는 창을 돌려 창날을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던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듯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듯 창을 들어 올린 그대로 굳어버렸다.

엔크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이 보였다.

"던져,엔크."

하르다프 같은 중년의 마법사들은 경험이 풍부하다.

고로 자신이 불리해질 것 같으면 안전한 수를 쓰기 위해 거리를 확보한다.

거리를 확보했다는 건 뭔가 커다란 마법을 쓰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뇌 속성 마법은 주문이 길지만 일단 마법이 발현되면 그 공격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그전에 결단을 내려,엔크!

던지든가,당하든가.

둘 중 하나야.

"검은 땅속에 잠들어 있는 공포와 검은 악마들을 일깨울 황금의 전격이여,지금 내 바람에 따라 모여들어 내 눈앞의 적을 찍어 눌러라.공포를 깨우고 악마를 깨워 죽일지니......"

"......익!"

운용되는 마나의 양만 봐도 큰 마법이었다.

페인으로 치면 아이시클 란스와 비견될 만큼 큰 주문.

5클래스 마법사가 쓰기에는 제법 버거운 마법,거대한 번개의 집합체.

일격필살을 노리는 마법으로 족히 성문도 부숴버린다는 강력한 공격마법이다.

주문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엔크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창을 던질 경우 그 공격이 실패하는 순간 엔크는 패배한다.

또한 성공한다 해도 상대가 다치게 된다.

창을 오로지 찌르는 도구임으로 스치거나 해서는 상대는 멈출 수 없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찌르거나,관통시켜야 한다.

"이 의지에 따라,내 주문에 따라,내 염원에 따라 거대한 뇌전으......"

[라이,짖어!]

"크왕!"

'던져!'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반칙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 분명했음으로 라이를 이용했다.

라이가 크게 짖음과 동시에 홀이 쩌렁쩌렁 울렸고 그에 엔크가 이를 악물며 창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창은 전기가 흐르는 허공을 지나며 스파크에 파치지직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떨렸다.

얼핏 창의 방향이 바뀌었다.

엔크가 창을 던지길 고민한 이유가 저것인가 보다.

스파크들이 사납게 창을 감싸막은 듯했지만 창은 그것들을 뚫고 나가 하르다프의 오른 어깨를 깊이 파고 지나갔다.

핏물이 터짐과 동시에 라이트닝 필드가 맥없이 사라졌다.

창은 그대로 시합장 바닥에 꽂혔는데 라이가 업그레이드 시켜준 덕이지 싶었다.

"흐악!이......커흑.콜록!"

커다란 마법주문을 외우던 하르다프가 어깨를 감싸 쥐며 몸을 말았다.

그 덕에 주문이 멈추며 마나 운용에 실패한 하르다프가 울컥 핏물을 게워냈다.

으윽,저거 아프지.

얼굴을 구기는데 심판의 목소리가 들리며 신관 둘이 시합장 위로 올라갔다.

[그만!시합 불가능.판결에 들어가겠으니 각자 위치로!]

그렇다.한 번 손에서 놓은 무기는 다시 주워들 수 없다.

시합의 특성상 무기를 놓치면 패배니 말이다.

"잘했다,엔크!네가 이길 거야.걱정 마.이 채드님이 보장하지!"

"맞아,마법사가 쓰러져쓰니 우리 승리지."

"하지만 무기를 놓쳐서......모호할 것 같아요,엔크님."

대기 장소로 돌아온 엔크에게 일행이 한마디씩 건넸다.

그에 엔크가 의자에 손을 기댄 채 긴 숨을 뱉어냈다.

결과를 기다려야 하니 자리에 앉지는 못했다.

"......하아,힘들었다.3년 전에 전 재산을 놓고 결투를 했을 때보다 더 떨렸어."

"수고했어,엔크.고마워."

"아니야,에쉬.나야 원래 싸우는 게 밥벌인데 뭐."

아니지,밥벌이로 싸우는 만큼 더 이런 일에 나서기 어려운 거라고.

충부닣 당당해져,엔크!

나처럼,후훗.

상급 용병으로 활동하는 엔크는 제법 몸값이 비싼 편이라고 했다.

창술가가 드문 만큼 가치가 높았다.

창술가는 정령사만큼이나 드문 직었이었다.

깊이 파고들수록 배우기가 난해하다던가?

[으흠,결과가 나왔소.헨쇼 하르다프 대 엔크 6대 4로 헨쇼 하르다프의 승리요.]

"말도 안 돼!"

"어째서 엔크가 지는 겁니까?"

"어머?왜 엔크님이 졌다는 거죠?어째서요?"

저 치사한 것들이......

일행이 따졌지만 답은 뻔하다.

보나마나 무기를 던졌으니 규칙상 실격패네 뭐내 할 것이 분명하다.

누가 봐도 엔크가 이긴 건데!

엄격히 말하면 무기를 놓친 게 아니라 던진 거잖아!

이 동태눈깔에 썩은 뇌를 가진 것들.

"저자는 실려 나갔고 엔크는......"

[원로회의 결정이오.반복은 없소.엔크라는 자는 분명 무기를 손에서 놓쳤으니 그 순간 패배요.]

그 착해빠진 에쉬가 기가 찬 듯 따졌지만 원로회 귀족들은 제법 강경했다.

그래,잠자코 에쉬를 이기개 해주긴 싫다는 거지?

계속 내 성격 건드리면 네놈들이 편들어 주는 르네 황자,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몰라.

적당히 해두라고.

"질문 있습니다,원로회 여러분."

[지니......크로웰.뭐,뭐,뭔가?질문이?]

"엔크가 졌다고 판정한 귀족 분들이 누군지 알고 싶군요."

내 말에 원로회가 긴장했다.

우습지 뭐야?나이 지긋한 중년들이 내가 다가서자 흠칫하는 꼴이라니.

그러게 찔리는 짓을 왜 해?

[뭣이?그걸 알아서 무엇 하려고?]

"그냥 알고 싶어요."

[무,무슨......소리를 하려고?]

"왜냐면 말입니다.나중에 드래곤님께 물어보려고요.현명하신 드래곤님이라면 이 판결이 편파적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려 주시겠죠.그리고 제 부탁이라면 당장에 날아와 편파판정이나 하는 귀족 여러분들을......크앙!"

장난스레 이를 갈아 보이자 바들바들 떠는 귀족들.

어딜 가나 귀족들 치사한 건 어쩔 수 없다니까.

두고 보자고 댁들.

그들은 급해지니 황제를 찾았다.

[흐히히.폐,폐하!저,저자가......]

"후훗.농담이에요,농담.나이 지긋하신 귀족님들께서 그리 겁을 내시니 제가 괜한 농담을 했구나 싶네요."

귀족들이 얼굴을 붉혔다.

저 중 드래곤에게 말하겠다고 하자 얼굴을 파랗게 질리며 몸을 떤 귀족들의 숫자가 정확히 여섯 명이다.

그들이 편파판정을 한 자들이겠지.

그 얼굴......기억해두지.

이를 바드득 가는데 엔크가 작게 말했다.

"난 괜찮아,지니.괜히 저들을 거스르지 마.네 이름만 더럽혀진다.그리고 창을 던진 건 나니까.저들이 내 판단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내가 잘못된 거야.저들이 심판이니까."

"흥,심판 위에 심판이 있는 법이지."

"난 정말 이제 됐어.5클래스 마법사와 제법 대등하게 싸웠으니 만족한다.에쉬에게는 많이 미안하게 됐지만......근데 내 창이 갑자기 매끈해진 것 같은데?응?왜 이러지?에?뭔가......강도가 달라졌는걸!광택도 더 좋아지고."

"아,그거 번개 맞아서 그래,번개 맞아서.번개 맞으면 젊어지기도 한다잖아.신경 쓰지마,엔크.좋아졌으면 됐짆아?"

눈치 못 챌 줄 알았는데......

나는 자신의 창을 연신 뒤집어보고 닦아보며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는 엔크를 다독였다.

눈치는 빨라가지고......

[마스터,다들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왔어요!칭찬해주세요,푸히히힛.]

[그래.잘했어,잘했어.]

라이가 돌아왔다.

이미 한 시합이 지나갔다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그저 칭찬받는 것이 좋은 듯 꼬리만 흔드는 라이.

이 녀석,은근히......백치미가 있다니까.

끝은 시작이 되고

이게 뭐야?이게 뭐야?

주황색 공을 뽑은 채드와 니켈이라는 여검사의 시합에서 뜻하지 않은 비극적인 만남이 일어나고 말았으니......

"정말 날 모르겠어,채드?"

"......뉘슈?"

"나야 나!니켈!니케르!우리 같은 아렌데 마을 친구잖아.기억 안 나?난,난 그래도 네 이름 듣고 널 떠올렸는데!"

시합이 시작됐음에도 여검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상대가 잠자코 있자 그렇지 않아도 여자를 공격하기 어쩌네 저쩌네 하던 채드는 저도 덩달아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저 바보!냅다 갈겼어야지!

"......엉?"

"기억 안 나?네가 나보고 누가 먼저 그랜드 마스터가 되나 시합하자고 했었잖아!지는 쪽이 되기로 했잖아!"

"......아,닉!그래,기억난다.코쟁이,닉!근데......너 여자였냐?"

"뭐야?그럼 남잔 줄 알았단 말이야?"

어이쿠,채드 넌 어릴 때부터 걸 것이 없으면 종이 된다고 했던 모양이구나.

시합장은 졸지에 재회의 장이 되어 있었다.

황제가 우습다는 듯 입매를 비틀었고 그에 귀족들과 황자들은 쩔쩔 맸다.

신성한 '헤이오스의 저울'에서 뭣들 하는 건지.

"응,그때 넌 나보다 지저분했는걸.상처투성이였고."

"그건 전쟁놀이를 하다가......어쨌든 네놈이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우리 마을이 발칵 뒤집혔었다고!알아?"

"아아,내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가 그런 거지.뭐라더라......아렌테 영주가 키우던 개로 멍멍탕을 해먹었다나?나도 먹긴 했어.여하튼 그게 걸려서 야반도주 한거야."

[끄아악!짐스응!저 곰탱이놈,역시 인가니 아니었어.어쩜 그렇게 잔인한 짓을......흐흑,멍멍이가 불쌍해요,마스터.]

라이가 뭔가 동질감이라도 느꼈는지 울부짖었다.

어허,너는 정령이라니까!

나도 가끔 헷갈리지만 말이다.

채드와 니켈이 투덕거렸다.

아,몸이 아닌 입으로 투덕거리는 것을 보다 못한 원로회가 소리쳤다.

[그만!시합을 속행하시오.황제 폐하 앞에서 대체 무슨 짓들이오?]

"에?아참,시합중이지.자!싸우자,닉.그리고 있다가 술 한잔 하자고."

"......음,글쎄?이보세요,귀족님들.이 시합,기권도 가능한가요?"

[기권?]

이 어이없는 작태에 홀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중 르네 황자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는데 옆에 황제만 없다면 당장 튀어나와 니켈의 목을 잡고 흔들 태세다.

"예,저야 본래 호위만 해달라기에 따라왔던 차라서요.솔직히......로베닌 공자만 없었다면 르네 군,아니 르네 황자님이 범죄자라는 걸 들었을 때 떠났을 겁니다."

"아,그래?그럼 내가 이긴 거지?"

"끄악,니케르!"

채드가 한 것도 없는 주제에 태연스레 자신의 승리라 했다.

그에 르네가 입에 거품을 물며 니켈을 불렀지만 그녀는 외면할 뿐이었다.

어이쿠,이봐,르네 황자.

그러게 인간관계를 잘 다듬었어야지.

부실 인간관계의 결과라고.

원로회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럼,자네는......기권하겠다는 건가?]

"예,저야 누가 황태자가 되든 상관 없습니다.솔직히 드미트리인인 제가 왜 르네 황자님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게다가 상대가 어릴 적 친구니 더욱 내키지 않습니다.딱히 귀족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니,채드가 이긴 걸로 해주십시오."

[그,그럴 수는......없소만......]

"기권을 인정한다.다음 시합으로 넘어가도록."

황제가 인정했다.

그러니 누가 거부할 것인가.

원로회는 르네를 옹호하고 있었고 황제는 에쉬를 옹호하고 있었다.

[폐,폐하!]

"인정하겠다,말하였소.뭐가 불만이오?"

[알겠습니다.그럼......다음 시합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를 악문 원로회의 대답에 대한 내 감상평은 '꼬시다'였다.

그러게 엔크의 시합에서 편파판정할 때 알아보았다.

흐흥,공짜로 한 시합을 먹은 우리 일행의 분위기가 들떴다.

"이럴 수도 있구나!"

"그러게.잘 된 거지?"

"그럼,이긴 걸로 처리된 거잖아.상대가 기권이니까!규칙 좋아하는 저 작자들,찍소리도 못하는 것 보라고."

"와아,잘 됐어요.그나저나 채드님이......저 여자 분을 데리고 오시는데요?"

과연 위드리의 말대로 채드는 그 니켈이라는 여검사를 데려오고 있었다.

그 여검사는 딱히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아무리 지금 저쪽으로 가면 돌 맞을 상황이라지만,우린 5분 전까지 적이었거든요?

"자!인사해.닉이야."

"난 니켈이야!"

"그래,니켈이래.아주 애기 때부터 10살까지 같이 놀던 친구야."

"너희 집이 야반도주하기 전까지."

......뭐니,이 콤비는?

왠지 커플예감인걸.

일행은 말없이 새로 온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 여자를 반겨줘야 할지 어째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모양이다.

[곰탱이 친구,꺼져르르르르.]

라이만 빼고.

남은 것은 세 시합이다.

현재 스코어 일대 일.

피차 앞으로 한 시합도 물러설 수 없는 상태다.

두 시합을 지면 위험수위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위험한 것은 우리였다.

"위드리,파이팅!내가 말해준 것,잘 시행해!"

"라,라져!"

"꼭 해!아무리 더럽고 치사해 보여도 결국 이기는 쪽이 정의니까!알간?모르간?"

"알간!"

위드리를 나와 같은 이기적인 색으로 물들이며 시합장으로 내몰았다.

곁에서 게일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긴장을 풀라는 뜻에서 위로를 건넸다.

왠지 다들 내가 건네는 위로를 싫어하지만 말이다.

"걱정 마,게일!위드리가 죽을 것 같으면 기권하면 돼."

"아니......내가 걱정스러운 건,왠지......위드리가 지니화 되는 것 같아서......"

"뭐?맞고 싶다고?"

"아뇨,아무것도 아닙니다."

게일,너어......

다음이 네놈 시합이니 일단 봐준다.

뒤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채드와 니켈,그리고 긴장이 풀렸는지 로크스 곁에서 함께 넋을 놓은 엔크.

올바른 시합 관람을 하고 있는 것은 나와 에쉬,게일뿐이지 싶다.

아참,라이도.

[마스터,쟤들이 얘기하는 야반도주가 뭐에요?]

우리 예쁜 라이,궁금한 것도 많은 라이,내가 왠만하면 대답 해주는데,지금은 좀 바쁘다.

나는 곁에 있는 게일을 불렀다.

"......게일."

"응?"

"라이가 야반도주가 뭐냐고 묻는데.난 시합 봐야 되니까 네가 좀 말해줘."

"......으흥?"

라이를 게일에게 넘기고는 시합장으로 눈을 돌렸다.

위드리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아까 연습하는 거 보니 제법 흉내는 내던데.

[바네서 크리디트 대 위드리.각기 제자리에.셋,둘,하나!]

"실프!언,언 브리딩!"

"셀레멘......꺄학!이헤,모호야하!"

역시나 빠른 소환속도를 자랑하는 실프가 크리디트의 셀레멘더보다 빨리 나왔다.

그와 동시에 언 브리딩,숨을 못 쉬가 한다는 뜻인데 본래 내가 운디네로 물을 모아 호흡을 방해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위드리의 실프로 발휘되었다.

물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없애 진공상태를 만듦으로써 말이다.

이햐,완벽한 진공상태를 만들 수 있으면 크리디트를 그냥 골로 보내는 건데.

뭐,공기를 없애는 정도로도 충분히 성공이지만.

위드리가 해냈다는 듯 뒤돌아보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됐어요!언 브리딩!성공이에요!"

야야,앞을 봐!

실프가 만들어내는 언 브리딩은 단순히 공기를 없애는 것.

호흡이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운디네의 언 브리딩에 비하면 몸이 자유로운 편이다.

최소한의 의사전달은 가능하지 않은가?

그러니 셀레멘더를 부를 수도 있다.

크리디트가 자신의 상체를 감싼 언 브리딩을 바롤 차고 손으로 헤집고 하며 셀레멘더를 불렀다.

공기기 없으므로 한껏 굴절 되는 목소리로 죽어라고.

"셀헤멘허!세헤멘허!왜헤 안나화아!야하!"

실프로 언 브리딩을 하는 실험과 동시에 한 가지 더 곁들인 실험이 있다.

불의 정령에 한해서지만 그것은 충분히 효과를 보는 듯 했다.

"......왜 저 여자 정령을 못 부르지?"

"응?공기가 없어서 그래."

문득 에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도통 원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공기?그거랑 불이랑 무슨 상관이야?"

"공기......그러니까 태울 산솩 없으면 불은 있을 수 없거든.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나와."

"초등학교?그게 뭐하는 학교야?과학?그런 과목도 있어?"

에쉬의 질문에 딴청을 피웠다.

대충 허공을 가리키며.

"앗,외계인이다."

"외계인은 또 뭔데?"

"......죄송합니다."

미안하다,미안해.

이곳이 워낙에 과학과 상관없는 곳이라 혹시 했는데 다행히도 셀레멘더는 나오지 않았다.

물속에서 실프를 부를 수 없듯,진공상태라면 셀레멘더를 못 부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맞아떨어졌다.

조금만 습기가 많거나 비가 내리는 날에 불의 정령을 부르기 어렵다는 사실에 유추해본 것이 성공을 거둬 기쁘다.

뭐,크리디트의 경우에는 날씨나 상황에 구속받는 불의 정령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용암석'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까지 실프의 언브리딩에 갇혀버린 차라 도움이 되질 않는 모양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