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5/71)

[마스터,날이 더운 거랑 우리랑 무슨 상관이에요?]

[복날에 보신탕 몰라,보신탕?]

[보,보신탕?전에 말씀하셨던 그......?]

라이는 진짜 개도 아니면서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몸을 떨었다.

너 정확히는 늑대거든?

더 정확히는 정령이고.

[그래.그 개고기 스프.]

[끼아아악!]

여기도 그게 있는지는 모르지만 개고기 먹는 건 똑같은 모양이었다.

라이만 안 됐지 뭐.

변신하는 족족 몸보신감이니 말이다.

"답답한 녀석이로군!에잇!협상 결렬이다!얘들아......"

"운디네!언 워터 브리딩."

에쉬가 나서지 않으니 내가 나서야겠다.

가만있으려 했지만 내가 협상 목록에 올랐는데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산적들이 덤빌 테세를 보이자 나는 운디네를 불렀다.

운디네는 소환되자마자 12명의 산적들은 물론이고 채드까지 언 부리딩 안에 가두었다.

반항에 대비해서 전신을 감싸는 대형 사이즈였다.

[주인님,주인님,이렇게 하는 것 맞죠?]

"그래,잘했어,운디네."

운디네를 소환하면서 원하는 바를 강렬하게 염원하면 운디네는 소환되는 즉시 내가 원하는 바를 읽고 실행해준다.

생각으로 명령을 전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굳이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위급상황에서 주로 사용되고 상대 정령과의 친밀도가 낮다면 사용하기 어렵다.

"지니 양!왜 채드 씨까지?"

"얄밉잖아요.하는 말마다 사람을 봉으로 아는 건지......흥!"

"아,아무리 그래도......"

"아르롸롸!"

원래는 산적만 제압하려 했지만 운디네는 채드까지 읽어버릴 듯 했다.

워낙 얄미운 녀석이어서 말이다.

옛날의 켄타도 그렇고 생긴 게 비슷하면 성격도 비슷한 걸까 싶을 정도로 켄타와 채드는 닮아 있었다.

흐음,헌데 에이니는 채드의 어떤 점이 끌린 걸까?

물방울 안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채드를 바라보며 키득거리는데 에쉬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다가왔다.

"지니 씨,이번에도 이들을 죽일 생각이라면 제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용서하지 않으면?평화주의자인 당신이 나를 어쩌려고요?"

나는 공격주의자거든.

그리고 아무리 그런 나라도 쉽게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살인은 엄연히 위법입니다.아무리 정당방위라고 해도 옳지 않아요!"

"흐흥,이제 와서 신고라도 하겠다는 거에요?"

"그런 건 아니지만 옳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답답하군요."

만약 저런 에쉬가 황태자가 된다면,그리고 황제가 된다면 적어도 좋은 황제는 될 테지만 훌륭한 황제는 되지 못할 것 같았다.

전쟁을 피하려 드는 황제,자신이 조금 희생하더라도 싸움을 원하지 않는 평화적인 황제,백성들은 편할지 몰라도 귀족들이 가만있을리 없었다.

반란을 일으키려 들지도 모르고 착해빠진 황제를 우습게 알고 주무르려 들지도 모른다.

물론 그 정도로 에쉬가 바보는 아니겠지만,적어도 에쉬의 곁에는 그가 우스워 보이지 않도록 그를 보호해줄 강력한 지원군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어울리는 것은 채드도 아니었고 로크스도 아니었다.

나는 애초에 열외였고 말이다.

내 나라에 충성하기도 힘든 마당에 남의 나라 황제에게 힘이 되어줄 여력은 없었다.

".....부탁입니다.그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나는 저들을 죽일 생각 없어요.잡아다가 치안대에 넘길 셈인걸요.제가 이래뵈도 법을 사랑한답니다."

"정말입니까?하지만 그 노예상들은......"

"그들은 노예상인걸요.저들은 산적이고."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노예상이란 것들은 죄다 죽여야 된다고.

문득 산적들이 숨을 참는 데 한계점이 다가왔다.

총 13개의 물방울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의 물방울이 유독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쳇,저 근육덩어리 같으니라고.

이래서 덩치 크고 근육이 덕지덕지 붙은 녀석들이 싫다니까.

[주인님,마법 하나가 깨질 것 같아요.]

"그러게.적당히 머리들만 꺼내줘,운디네."

[네,주인님.]

마법이 깨지면 미약하든 크든 나에게도 충격이 오기 마련인데 두 두었다가는 채드가 물방울을 깰 태세였다.

물방울의 크기가 줄어들며 산적을 포함한 채드의 얼굴이 물 밖으로 나왔다.

산적들은 아직 얼떨떨한지 정신을 차리질 못했고 채드는 얼굴이 나오기 무섭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후으읍,파하!이봐!너 무슨 짓이야?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나는 왜 가둬?"

"운디네,다시 닫아."

"너......!"

꼬르륵

이래뵈도 내가 '천재 양성소'라고 불리는 드리케 아카데미 출신이거든?

감히 그런 내게 머리가 안 돌아간다니,네가 매를 버는구나.

"저 물방울만 크게 만들어주렴,운디네.깨지지 않게 말이야.죽을 것 같으면 가끔 풀어주고."

[네,주인님.크게......]

물방울은 쑥쑥 늘어나서 원래 크기의 세 배는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 동동 떠 있는 채드.

저 정도 크기면 마법도 깨지지 않을 터,에쉬의 성격 개조보다 필요한 것은 채드의 개념 정리인 것 같으니 조금 괴롭혀줘야겠다.

"채드는 놔 주십시오.괴롭히려는 것도 아니고,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괴롭히는 건데요?"

"꼬르와으아가각!"

내가 나쁜 게 아냐.

녀석이 내를 우습게 알기 때문이지.

하는 말마다 사람 기분을 건드리니,그것도 어떻게 보면 재능이었다.

"왜요?그는 우리 동료잖습니까?"

"......저도 당신들과 동료인가요?"

"물론이죠."

멋대로 일행 사이에 껴서 밥만 축내는데도 동료로 쳐주나?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는 건 에쉬뿐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나조차도 동료라기보다는 동행인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엘란까지만 가면 헤어질 사람들.

그나마도 그 일행 속에 에쉬가 없었다면 아는 척도 하지 않았을 이들이다.

동료라는데 무시할 수는 없으니 일단 봐줄까?

"그렇군요.동료......좋아요.채드는 풀어줄게요.하지만 계속 제 성질을 건드렸다가는 재미없을 거에요."

"채드에게 기분 상한 일이 있었다면 제가 주의를 주겠습니다.그러니 되도록 싸우지 말고 평화적으로 지내주십시오."

"일단 넘어가기로 하죠.그럼 저 산적들은 돈부터 뺐고,도망 못 가게 묶어줄래요?치안대에 넘기는 정도면 평화적이죠?"

"좋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챙긴 산적 몇몇이 울상을 지으며 물방울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채드 정도 되는 거구의 사내도 쉽게 깨지 못한 물방울이 삐쩍 마르고 힘없는 그들의 몸짓에 깨질 리가 없었다.

"로크스 씨,뭐해요?마법을 풀 테니까 가서 묶어요!"

"아,예.알겠습니다."

"운디네,마법을 풀어줘.도망갈 것 같으면 다시 잡아서 반쯤 죽여."

[네,주인님.]

마법이 풀렸지만 산적들은 내 눈치를 살피며 도망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도망가 봤자 금세 잡히리라는 것을 귀가 있다면 들었을 테니 말이다.

로크스가 허겁지겁 밧줄을 챙겨 산적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삐쩍 마른 산적들이 뭐가 그리도 두려운지 로크스는 밧줄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허둥거렸고 에쉬는 물을 잔뜩 먹고 맹물을 토해내는 채드를 부축하느라 바빠 보였다.

그러게 물 속에서 말하면 안 된다니까.

옆을 보니 라이가 축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라이,뭐 하는 거야?너도 가서 도와줘."

[개,개고기 스프......]

"......아직도 그 얘기야?얼른 가!"

[끄앙!]

불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라이.

이걸 받아주면 이제 늑대로도 변신 안 한다고 징징거릴 터였다.

뱀으로 변신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뜨겁기 때문이라나?

냅다 라이의 엉덩이를 차주고는 밧줄에 걸려 넘어지는 로크스와 잠수라는 개념이 없는지 물을 끝없이 게워내는 채드를 보니 왠지 조금 슬퍼졌다.

불쌍한 에쉬,머리만 좋은 로크스에 힘만 센 채드,내가 보기에는 뭔가 하나씩 모자란 애들인데 걔네들 데리고 황태자 될 수 있겠니?

로크스야 수행원이니 그랗다 쳐도 채드는 영 아니었다.

나한테 하는 것 봐.

얼마나 얄미워?

저걸 동료라고......

그나마 다음 도시에서 합류한다는 두명에게 기대를 걸어봐야 겠다.

산적 12명을 끌고 가자니 말을 달려도 도무지 속도가 나질 않았다.

결국 본래 예상 시간의 두 배를 소모하고 나서야 도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코란과 엘란 사이에 있는 작은 소도시 다니즈.

나라 전체의 80퍼센트가 산과 정글로 이루어진 코란의 도시답게 온통 녹음이 가득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다니즈는 봄,여름,가을이면 갖가지 꽃이 피는데 그것을 상품으로 하는 관광도시이기도 했다.

마침 지금은 한창 관광객이 넘치는 시즌이었다.

그렇기에 해가 진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멀리서도 보일 만큼 다니즈는 환히 빛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니즈는 5월 중반이 축제 기간이었지?

캬아,내가 때는 기가 막히게 맞춘다니까!

축제를 마주한 나는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저기 다니즈가 보여요!"

"그렇군요.아직 문을 닫지 않아 다행이이요."

내 말에 마침 곁에 있던 에쉬가 대답했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밤 11시가 되면 성문을 닫는데 한 번 닫힌 성문은 나라에서 보낸 전령이나 귀족들이 아니면 열어주지 않았다.

때문에 평범한 여행객들은 도시에 도착했어도 성문이 닫혀 있다면 다음날까지 문 앞에서 야영을 해야 했다.

"아마 축제 기간이라 밤새 성문을 닫지는 않을걸요.다니즈의 축제는 작지만 화려하다는데 잘 됐지 뭐에요."

"응?그러고 보니......지니 씨,제가 다음 도시 이름이 다니즈라고 말했던가요?축제 기간이라는 건 저도 몰랐는데 말입니다."

"아,제가 축제를 좋아하거든요.그래서 다 꿰고 있답니다.호홋."

사실 축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일부로 꿰고 있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아카데미에 다닐 때 각국 도시의 영주 이름 및 인구나 특이사항 등의 정보를 숙지해야 하는 수업이 있었기에 외우고 있는 것이었다.

나야 교양으로 들은 수업이었지만 그래도 5년이나 그 수업을 들은 덕에 지도가 없어도 나침반 하나면 엘란 연합국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의 정보는 꿰고 있었다.

"그래요?사람이라면 누구나 축제를 좋아하죠.그나저나 축제라면 여관에 빈 방이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다니즈에서 다른 일행과 만나기로 했다면서요?그 사람들이 방을 맡아놓지 않았을까요?"

"아뇨,제 예상으로 게일과 엔크는 내일이나 모레나 되어야 다니즈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게일?엔크?다른 일행의 이름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방이 없으면 곤란한데.

나는 문명체질이란 말이다.

"그래요?일단 가보죠.이 산적들부터 넘겨야 뭘 해도 할 것 아녜요.가자,라이."

말을 마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아니 라이를 달렸다.

에쉬와 채드,로크스의 말에는 산적들이 나뉘어 묶여 있었기에 속도가 나질 않았다.

[마스터,이 파티의 대장은 에쉬 아니었어요?]

[응?그렇지.에쉬지.왜?]

[왠지 마스터가 대장 같지 않아요?]

라이의 말에 되짚어 보니 내가 생각해도 조금 앞서지 않았나 싶다.

딱히 대장 행세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원래 꾸물거리는 걸 싫어하다 보니 앞서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러게.앞으로는 조심해야겠는걸.]

[왜요?그냥 이 참에 마스터가 대장으로 취임하세요.]

[그냥 파티면 몰라도 여긴 안 돼.]

대장 취임 다음이 황태자 취임이 될지도 모르는 걸.

곁눈질로 뒤따라오는 에쉬를 힐끔 본 나는 라이를 타고 먼저 성문으로 달려갔다.

문지기들의 눈은 라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개를 타고 가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안녕하십니까?다니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축제 기간인가 보죠?"

"예,그렇습니다.내일까지 축제 기간이죠.신분패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신분패는 일반적으로 진한 회색이었다.

쇠로 만든 것으로 대부분의 평민들이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귀족들의 신분패는 각 가문마다 문양이 다르고 여러 보석이 박혀 있지만 기본적인 바탕은 금색이다.

그리고 내가 내미는 것은 은색.

은으로 만든 것으로 주로 상인들이 사용한다.

이름이 아닌 소속 상단의 이름과 직위만이 적혀있었고 나는 이것을 에쉬 일행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먼저 온 것이다.

"여기요."

"어디 보자.코스모 상단 제 1시찰단 소속 시찰관?음......상인이세요?"

"네,시찰담당이죠.이번에 다니즈의 찻잎이 좋다는 소식을 듣고 왔답니다."

신분패는 한센이 가져다준 것으로 정체를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

이름이 적혀 있지 않으면서 혼자 다니는 사람이 쓸 만한 가짜 신분패를 찾다 보니 상단의 시찰관 것을 준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젊은 여자가 쓰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신분패였다.

에쉬에게는 집이 상단을 한다고 해뒀으니 들켜도 적당히 둘러대면 되겠지만 이왕이면 '지니'라고 새겨진 동패가 편할 것 같았다.

라이가 있으니 모델만 있으면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텐데 남의 신분패를 달라고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지라 당분간은 이 은패를 사용해야 했다.

"아,그러십니까?들어가시죠.저희 다니즈 찻잎은 대륙 최고랍니다."

"네,고맙습니다."

신분패를 돌려받고 뒤를 돌아보니 에쉬 일행이 지척에 다가온 것이 보였다.

라이에게 관심을 보이던 문지기들의 시선은 에쉬 일행의 말 뒤로 줄줄이 달린 산적 떼에게로 옮겨갔다.

이제 남은 것은 산적들 인수인계인가?

흐흥,상금은 얼마나 나오려나?

나는 기쁜 마음으로 축제 인파 속으로 들어섰다.

왜?괜히 나더러 산적들 인계서류라도 작성하라고 하면 귀찮으니까,시간이라도 죽일 겸 말이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먹거리다.

나는 혹여 있을 귀찮음을 피해 숨어든 인파 속엥서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먹거리 노상을 찾았다.

닭 꼬치며 튀김,간단한 빵과 꿀에 절인 과일이 가득했다.

심지어는 생선 꼬치에 전갈구이까지.

배가 고팠기에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먹고 나는 문득 에쉬 일행도 배가 고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닭 꼬치 4개랑 전갈구이 2개 주세요!포장이요."

[응?마스터,전갈구이 싫으시다면서요?]

[싫어하니까 채드 갖다 주려고.닭 꼬치는 에쉬랑 로크스랑 두 개씩!]

음,그런데 혹시라도 채드가 전갈구이를 마음에 들어 하면 어쩌지?

워낙 특이한 놈이라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마스터.저쪽에서 쥐 꼬치 팔던데 그건 어때요?]

[쥐 꼬치?그거 좋은데.어느 쪽이야?]

[저 쪽이요!]

[좋았어!]

노란 종이봉투에 먹을 것을 가득 채워 넣은 나는 치안대를 찾아갔다.

마침 건물에서 나오는 에쉬와 로크스,채드가 보였다.

치안대 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나오는 이들은 꽤 기분이 좋아 보였고 나는 한달음에 그들에게 다가갔다.

"야호,상금은 많이 주던가요?"

"지니 씨!대체 어디로 사라졌던 겁니까?"

"흥,보나마나 인계하기 귀찮으니까 도망쳤던 거지 뭐."

빙고.

채드는 얄미우리만치 내 속을 훤히 꿰고 있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인정할 수야 없지.

"땡!이거거든?모두둘 배고플 것 같아서 먹을 걸 좀 사왔거든요.자자,받아요.이건 에쉬 거,로크스 거,채드 거."

"뭐 이런 걸 다......"

"닭 꼬치?오랜만에 보내요.축제라 이런 걸 파는군요."

"내 거에는 침이라도 뱉어온 것 아냐?"

채드,네놈 거에 침 뱉을 정성이면 독을 타고 말지!

괘씸한 녀석 같으니라고.

기껏 해괴한 것만 사다줬더니 하는 소리라고는......흥!

"채드!왜 계속 그런 말만 하는 거야?지니 양이 우릴 위해 일부러 사온 건데!"

"맞아.내가 얼마나 신경 써서 사온 건데!"

"흥,그거야 열어보면 알겠지.어디 보자,응?지네구이에 쥐 꼬치,이건 박쥐날개 튀김?에엑!오크 순대까지!"

혹시 몰라 괴상한 것을 모조리 사온 보람이 있는지 채드가 한껏 놀란 표정을 지었다.

"흐훗,어때?마음에 들어,채드?너를 위해 특별히 고르고 고른 음식들이야."

"맙소사,너 그렇게 안 봤는데......"

"왜?너무 마음에 들지?후훗."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는 채드는 나를 즐겁게 했다.

그럼 그렇지.

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오크 순대에는 뻑 갈걸!

무엇보다 두려운 건 사람 팔뚝만 한 순대 두께지!

"너 사실은 좋은 놈이구나!감동이다.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이렇게 골라왔는지!특히 이 오크 순대는 아무 데서나 팔지 않는 건데 말이야!"

"으,응?"

잠깐,그게 마음에 든단 말이야?정말?악의 가득한 그 메뉴가?

그리고 나는 여자라고!

좋은 놈이 아니라 녀언......이지만 어감이 이상해지니 패스.

"고맙다,고마워.나는 그동안 너를 수상한데다 변태에 살짝 광기까지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뭐야?사람을 그렇게 보고 있었단 말이야?"

"미안,미안.자,사과의 뜻으로 이거 한 입 먹어라."

"에잇!내가 사온 것들로 생색내지......우욱!그거 들이밀지 마."

채드가 내민 것은 육안으로 봤을 때 제일 끔찍한 쥐 꼬치였다.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쥐꼬치는 흡사 해부 수업을 연상케 했다.

젠장!기껏 사왔는데 마음에 들어 하지 말란 말이야!

"그래?맛있는데.암튼 잘 먹어주지."

"......2실버."

"뭐?"

"전갈 꼬치 두개랑 쥐 꼬치 한 개,박쥐날개 튀김이랑 오크 순대 각각 1인분씩 총 2실버."

맛있게 먹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잔뜩 심술이 났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돈이라도 받아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우,웃기지 마!이게 무슨 2실버나 해?1실버면 사겠다!"

"배달비가 1실버야.내놔."

"왜 나만 받는 건데?그리고 내가 사다 달랬어?네가 사왔잖아!"

"난 돈 안 받는다고 안 했어.내놔.그리고 넌 특별메뉴잖아.옵션 추가!그러니까 돈 내야 돼!2실버."

돈이 썩어나도 네 놈한테는 1쿠퍼도 안 쓰련다.

뭐가 어쩌고 어째?

수상한데다 변태에 살짝 광기까지 있는 여자?

그건 미친 변태잖아!

역시 이 녀석이랑은 앙숙이 될 모양이다.

"안 내!아니,못 내."

"내!"

"못 내!"

"자,잠깐만요,지니 씨!진정하세요,진정.채드가 원래 말을 막 해서 그렇지 악의는 없습니다.2실버는 제가 드리......아니,이걸 드리겠습니다.산적들을 인계하고 받은 상금입니다."

에쉬가 내미는 것은 족히 1골드는 넘게 들었을 법한 돈주머니였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준다는데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얼른 손을 내밀어 주머니를 받으려는데 채드가 끼어들었다.

"잠깐!그걸 왜 이 여자한테 줘?차라리 날 줘!"

"웃기시네.내가 잡은 산적이니 내 돈이지!내 돈을 왜 널 줘?헛소리 말고 비키지 못해?"

"인계는 우리가 했으니 우리한테 준 돈이라고!서류상으로도 그 산적을 넘긴 건 우리니까 우리 거지!"

"흥,그렇다고 해도 에쉬가 나에게 넘긴다는데 네가 무슨 권리로 막는 거야?"

에쉬의 손에서 돈주머니를 빼앗아든 나는 옷 속에 넣으려다 부피가 너무 컸기에 라이에게 내밀었다.

[왜요,마스터?]

[물어!]

라이의 입에 돈주머니를 물려놓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채드를 바라보았다.

부득이하게 키 문제 상 올려다본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이,이 여자가......!"

"흥,기분이 좋아졌으니 2실버는 안 받도록 할게.감사히 생각하라고!"

"감사는 개뿔이!개한테 물려놓으면 다야?"

"호홋,가져갈 테면 가져가보든가."

채드는 나와 앙숙이다.

그리고 나보단 라이와 더더욱 앙숙이다.

언제부터?라이에게 칼을 깨먹고 제압당한 바로 그 날부터!

하지만 같은 앙숙임에도 나는 만만히 보고 덤비지만 라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를 박박 갈면서도 자신이 한걸음 물러서는 것이다.

그 이유는 라이가 너무 두렵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상대가 개다 보니 더럽고 치사해서 피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개랑 싸워서 이겨도 자랑거리가 못 되지만 진다면 그보다 더한 쪽팔림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본전도 안 나오는 일인 것이다.

"크르르릉!"

"젠장!에쉬,그 돈을 홀랑 다 줘버리면 어떡해?"

라이가 목을 울리며 위협했고 채드는 아까워 죽겠는지 파들파들 떨며 에쉬에게 항의 했지만 오히려 에쉬의 질책을 받았을 뿐이다.

"채드,너 너무 건방지게 구는 것 아니야?누가 뭐래도 그 돈은 전부 지니 씨 거야.네가 산적을 잡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했어?아니잖아!"

"이......그......큭!"

그래도 대장격인 에쉬의 말에 채드는 반발하지 못했다.

채드를 누르는 걸 보면 에쉬도 썩 평화적이기만 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에쉬가 웬일로 옳은 말을 다 하네?

기특해라,후훗.

밤은 깊어가고 덩달아 축제도 무르익어갔다.

더불어 나와 채드의 사이는 더더욱 최악으로 치달았다.

또다시 채드와 거하게 싸움을 치렀지만 그 싸움의 승자가 나였기에 기분에 매우 좋았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짜증나."

[그냥 노숙......]

"노숙은 싫어!"

짜증이 턱 밑까지 차올랐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 이유?

열 군데가 넘는 여관을 쉴 새 없이 돌아다녔지만 모두 방이 꽉 찼다며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내 기분은 한 시간 전과는 정 반대로 바닥을 달렸다.

"지,지니 씨,진정하세요.조금 더 찾아보면 방이 있을 거에요."

"아무래도 축제날이다 보니 사람이 많아서 그런 모양인데......빈방을 찾기는 조금 힘들겠어요."

"난 노숙도 괜찮은데."

"난 안 괜찮아!벌써 사흘이나 노숙을 했단 말이야!"

그나마 위로를 건네는 로크스와 현실을 말해주는 에쉬,그리고 어김없이 내 염장을 지르는 채드.

완벽한 균형이로군!

채드는 없어도 좋을텐데 말이다.

"사흘이나 노숙햇으니 하루만 더 밖에서 자는 것도 좋지."

"시비 걸지 마!나는 지금 피곤해 죽겠다고.침대가 있는 방에서 자고 싶어!"

"여기서 안 피곤한 사람이 어디 있어?그리고 방이 없는 걸 어떡해?포기하고 한적한 데서 노숙이나 하자고.하루 더 노숙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에쉬,로크스,여관은 포기하고 노숙 할 자리나 찾으러 가는 게 어때?"

어떻긴 뭘 어때?

내가 왜 옆에 여관을 이렇게 많이 두고 노숙을 해야 하냐고!

"우린 상관 없지만 지니 씨가......"

"안 돼.싫어.못해!"

"웃기시네.안 되긴 뭐가 안 돼?뻔뻔하기는.깍두기면 깍두기 답게 조용히 따라오라고!"

"누,누가 깍두기야?"

젠장!이대로 채드를 따라가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내가 왜 깍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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