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3/71)

"다리아 양?"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보아 하니 두건으로 엘프 특유의 길고 날카로운 귀를 가린 듯 했다.

이렇게 보니 그냥 숲에서 막 올라온 산골소녀였다.

피부가 검고 예쁘장한 게 특징이지만.

"누구......?"

"저에요,지니!엊그네 그곳에서 만났잖아요."

"아,그 노예......"

역시나 맹한 그녀의 입을 황급히 막았다.

이봐,이봐,지금 시장 한복판에서 노예상 어쩌고 하면 치안대에 잡혀간다고!

"우후훗.그보다 무얼 사려고 하는 거죠?언뜻 들어보니 30실버라고 하던데요."

"네?아,이 거울을 사려고요.정말 예쁘죠?이렇게 예쁜 거울은 처음이에요."

그녀가 들어 보인 거울은 동그란 모양에 크고 작은 가짜 보석들이 조잡하게 박혀있었다.

글쎄,딱 유아반 아이들이 좋아할 모양이로군.

그 보석이 진짜라면 모를까,절대 30실버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호오!이봐요,주인아저씨.이게 얼마라고요?"

"3.....실버요.3실버입죠.하하,정말 저렴하죠?"

내가 이래뵈도 째려보면 꽤나 인상이 더럽다.

물론 그 이유가 실제로 성격이 더럽기 때문이라거나 눈매가 사납기 때문은 아니다.

정말이다.

"어머머!정말 3실버에요?아깐 30실버라고 하셨잖아요?"

"아닙니다.아니고말고요.분명 3실버라고 했습죠."

"와아!살래요.여기 돈이요!"

이곳에서 거울은 제법 비싼 축에 든다.

아무리 싸도 2실버는 나가는 물건인 것이다.

유리 자체가 귀하기 때문인 것 같았는데 그마저도 평민이 쓰는 거울은 유리에 불순물이 많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 거울은 깨끗하게 보이고 장식이 붙어있으니 3실버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었다.

나라면 안 사겠지만.

"흐음,그 거울이 그렇게 마음에 들어요?"

"네!너무 예뻐요.우리 마을에는 이렇게 장식된 거울이 없거든요.모처럼 인간 마을에 왔으니 예쁜 거울이 사고 싶었어요."

납치된 김에 시장구경에 쇼핑이라.

내가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댁도 나 못지않게 주변 사람들 고생 시킬 타입이로군.

그래도 그 뒤로 잘 탈출했는지 조금 신경이 쓰이던 차였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이것도 인연이었다.

"근데 다리아 양 오빠는요?제라스라는......"

"아아,오라버니요?아까까지는 옆에 있었는데,정신을 차려보니 없어졌지 뭐에요,호홋."

이런,쉬트!

미아셨세여?

나는 괜히 아는 척했음을 깨닫고 후회했다.

이제 와서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조금 아는 사이니 어쩔 수 없이 다리아의 오빠를 찾아줘야겠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또 누구에게 잡혀갈지 모를 다크엘프이니 말이다.

뭐,마침 한가하다는 이유가 작용한 탓도 있었다.

"혹시 묵고 있는 여관이라든가......아,제라스 씨 전에 우리 여관에서 봤는데?"

"여관이요?모르겠는데.밤에는 그냥 땅굴에서 잤어요."

"땅굴?주머니 보니까 돈도 많던데,왜요?"

"오라버니가 돈은 아껴야 된다고 해서요.그리고 땅굴 쪽이 편해요."

이봐,이봐.

그러면서 3실버나 주고 거울을 사?

여기서는 그 정도 돈이면 평민들 하루 일당이라고!

한 달 월급이 보통 1골드이니 말이야.

"아하하.얼른 집에 가는 게 좋겠네요.그런데 왜 그 '초목의 평안'인가 하는 당신네 마을로 안 돌아가고 아직도 여기에 있는거죠?"

"오라버니가 장로님이 시키신 심부름을 해야 한다고 해서요.저를 구하러 인간 마을에 오는 조건으로 심부름을 하기로 했다나 봐요.우리 오라버니,정말 착하죠?"

그래,네 오라버니 참 불쌍하다.

동생 잘못 만나서 무슨 고생이니?

우리 오빠는 자기가 직접 미아가 됐단다.

덤으로 동생과 잘 아는 선배도 말이야.

"그럼 어디 가던 중이었다거나,아니면 어제 자던 토굴로 돌아가는 길 알아요?"

"모르겠는데,토글은 그때그때 놈이 만들어주는걸요.어제 잤던 토굴은 이미 없어졌을 거에요."

놈이라면 땅의 하급정령인데.

야영할 때 편할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 운디네가 최고지만.

응?

그러고 보니 그 제라스도 분명 정령사였지?

바람의 정령사였으니 정령으로 동생을 찾고 있을 수도 있겠군.

절로 고개를 끄덕인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한눈에 찾으려면 탁 트인 곳이 좋겠지?

"일단 분수대로 가죠.거기라면 넓으니까 정령이 당신을 찾기도 쉬울 거에요.조금만 내려가면 돼요."

"분수대요?좋아요,가요!"

뭐가 그래도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다리아가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혹여 또 사라질까 봐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때마다 어디론가 새려는 것을 겨우 붙잡았다.

이거 페로와 이로보다도 더 산만하잖아!

이러니 납치나 당하지.으이그......

"자,여기 얌전히 앉아 있어요."

겨우 분수대에 당도한 나는 다리아를 분수대의 한 쪽에 잘 앉혔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앉혀놓고 가도 돼겠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안심이 되질 않았다.

나는 결국 다리아의 곁에 함께 앉아야 했다.

"어머?저게 뭐......"

"앉아요!"

그새를 참지 못하고 일어서는 다리아의 옷깃을 빠르게 낚아챘다.

정말이지 산만한 유아반 학생을 돌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로선 감당이 안 되는군.

모처럼 착한 일 한 번 해보려다 된통 잘못 걸렸다 싶었다.

그러게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니까.

"응?지니 씨,저건 뭐하는 건가요?"

"뭐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곳에는 거지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구걸을 하고 있었다.

"구걸하는 거에요.처음 봐요?"

"구걸?그게 뭐에요?"

"돈 좀 달라고 비는 거죠."

"왜요?돈을 가지고 싶으면 일을 하면 되잖아요."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

전적으로 다리아의 말에 동감하지만 저쪽의 사내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일을 하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오른팔이 없고 두 다리가 없는 사내였기 때문이다.

"그야 그렇지만 저런 사람들은 일을 할 수 없거든요.봐요,다리가 없고 팔이 없는데 누가 돈을 주고 일을 시켜주겠어요?그나마 구걸이 용서가 되는 부류죠."

"정령을 쓰면 되잖아요."

"......한 대 때려도 돼요?"

"엣?왜,왜요오?"

그걸 몰라서 묻니!

내가 살다살다 별 이상한 엘프 다 보네!

정령사가 그렇게 흔한 줄 아냐?

엘프들은 모두가 뛰어난 정령사라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았다.

모두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고 살아가며 누군가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것이고,누구는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발견한다고 해도 그 재능이 직업과 일치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인 것이다.

"쯧,인간 중에는 정령사가 많지 않아요.그래서 내가 그때 당신을 보고 그렇게 반가워 한 거라고요."

"아하,그럼 저런 사람들은 구걸로 먹고 사는 건가요?"

"그렇죠.스스로 돈을 벌수 없으니 그 수밖에.아,이봐요!제라스!"

우연히 눈을 돌린 곳에 제라스가 보였다.

후드 차림이지만 그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나 검은 손 덕분에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절로 우러나오는 반가움에 손까지 흔들며 그를 불렀다.

이봐!

빨리 와서 댁네 동생 좀 데려가,제발.

내 간절한(?)외침이 통했는지 그가 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 누이 못 봤나?"

다짜고짜 그가 내뱉은 말이었다.

뭐?다리아라면 바로 내 옆에......

"에?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여기 있었다고?"

잠시 눈을 뗀 사이에 다리아는 사라져버렸다.

그새를 못 참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주위를 한차례 둘러본 나는 조금 전까지 그녀와의 대화 주제였던 거지 사내를 퍼뜩 떠올렸다.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그 사내 앞에 쪼그리고 앉은 그녀가 보였다.

"저기 있다!"

"다리아!"

제라스의 큼직한 부름을 신호로 나와 제라스는 한걸음에 다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돈 주머니를 주머니째로 거지 사내에게 건네는 다리아를 보곤 기겁을 해야 했다.

누가 당신 보고 전 재산 기부하래?

"다리아 양!뭐하시는 거에요?"

"뭐,뭐하는 거니,다리아?"

뭔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제라스가 그래도 자기 돈이라고 다리아의 손에서 잽싸게 돈주머니를 회수했다.

아쉬운 얼굴을 하는 거지 사내와 다리아.

거지 사내는 몰라도 다리아 당신은 그러면 안 되지!

"오라버니,그 돈을 이 사람에게 주면 안 돼요?"

"다,다,다리아?이 돈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거란다.조,조금이면 몰라도......"

제라스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이봐,그 음침한 분위기랑 전혀 안 어울리잖아.

그러고 보니 이 음침하고 어둡지만 절제된 듯한 묘한 기운은 다크엘프 특유의 것인 모양이다.

다리아에게서는 전혀 안 느껴지지만.

"하지만 오라버니,이 사람 너무 불쌍한걸요.스스로는 일할 수 없대요.흐흑,이대로 두면 굶어 죽을 거에요."

울먹이기까지 하는 다리아의 모습에 나는 그녀에 대해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 진상!'

나는 여기서 빠지지 않으면 틀림없이 골치 아플 것을 직감해 슬쩍 뒷걸음질을 하며 그들에게 짧은 인사를 남겼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잠시지만 만나서 나름 즐거웠다.

"아듀!"

"이봐!"

나는 몰라~나는 몰라~님과 함께라면~응?

이런 노래가 있던가?

아무튼 잡히기 전에 후딱 도망가야지.

나는 죄 없어.

단지 구걸이 뭐냐기에 가르쳐줬을 뿐이라고!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소란스러운 만남이 있었지만 나는 곧 그 만남을 잊어버렸다.

대신 편지지 세트 하나와 작은 가죽 주머니를 샀다.

편지지 세트는 이엘 스승님에게 에이니에 대해 쓰기 위한 것이었고 가죽 주머니는 에이니에게 줄 것이었다.

내게 보석 주머니를 압수당한 뒤로는 계속 식물의 정령석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녔기에 잃어버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뭔가 해줄 만한 것을 찾다 보니 마침 떠오른 것이 주머니였다.

연한 갈색 가죽에 바느질이 잘 되어 있었고 방수도 된다고 한다.

나름 신경 써서 고른 것으로 에이니와의 이별 선물이었다.

여관으로 돌아와 보니 에이니는 여전히 채드와 찰싹 붙어 있었다.

누가 보면 부녀지간인 줄 알 것 같았다.

[앗!마스터,다녀오셨어요?가셨던 일은 어떻게 됐나요?]

"아,오셨어요?"

"여어~"

"......"

가장 먼저 늑대 모습의 라이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고 이어 로크스와 채드의 인사가 들렸다.

에쉬는 그 일 탓인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일은 당연히 노예상 녀석들을 죽인 일이었다.

나는 세상에 죽여도 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반면 에쉬는 이 세상에 죽여도 좋은 사람은 없다는 사상의 소유자였다.

그러니 당연 우리 둘은 부딫칠 수 밖에 없었다.

"에이니,잠깐 따라올래?"

"예?"

내 호출에 에이니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렇게 따로 부를 때면 명상훈련을 시키거나 잔소리를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리라.

"얼른!먼저 올라간다."

[마스터,저는요?]

[오려면 오고.]

라이는 한달음에 내 곁으로 왔다.

반면 에이니는 꾸물거리며 늑장을 부리고 있었다.

나는 에이니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방으로 올라갔다.

일단 에이니에게 내일 한센 아저씨를 따라 샤란으로 가라는 얘기를 해주고,짐을 싸라고 해야겠다.

뭐,쌀 짐도 없었지만.

방으로 들어선 나는 편지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스승님에게 뭐라고 써야 할까?

일단 첫 줄은 인사말이었다.

친애하는 이엘 스승님께.

스승님 안녕하세요?

저는 스승님의 하나뿐인 사랑스럽고 깜찍한 제자 지니 크로웰이랍니다.

으음,'깜찍'보다는 '우아'가 어울리려나?

잠시 고민하다가 라이에게 물었다.

"라이,이것 좀 봐줄래?이제 나이도 있으니 '깜찍'보다는 '우아'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겠지?"

[으음,마스터.'깜찍'이 아니라 '끔찍'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너 '끔찍'의 정확한 뜻은 알고 하는 말이냐?"

[물론이죠!그러니까 마스터는 '깜찍'보다는 '끔찍'이 어울릴 것......아니,우아하다가 좋겠어요.마스터,우아하다.우리 마스터 정말 우아하고 깜찍하시잖아요.]

후우,한마디만 더 했으면 라이 너는 오늘 고통이 뭔지 알게 됐을 거다.

잠시 라이에게 뜨거운 눈길을 보내준 나는 다시 편지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깜찍'이라는 글자 위에 엑스를 그어준 뒤 그 위에 '우아'라고 고쳐 써넣었다.

"역시 이쪽이 더 나은 걸."

[꼬맹이 벌써 왔어요,마스터.]

아직 두 줄밖에 안 썼는데.

일단 펜을 놓은 나는 에이니에게 줄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끼이익

"저 왔어요."

"그래,이리 와서 앉아."

쭈뼛쭈뼛 에이니가 내 앞에 마주 앉았다.

이 넘치는 어색함이라니.

누가 보면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 줄 알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왜 나보다 채드랑 친할까,하는 것이다.

내가 에이니에게 그렇게 못해줬던가?

"왜 부르셨어요?"

"말해줄게 있어서.일단 이거 받아."

"......?"

"네 거야.가져.거기에 정령석 잘 넣어 다니라고.그거 잃어버리면 안 된다?"

에이니가 자신의 손바닥만 한 주머니를 쥐고는 기쁜 듯 뺨을 발그레 붉히며 작게 웃었다.

다리아도 그렇고 저런 별것 아닌 거에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

정령 외에 흥밋거리가 없기 때문인지 나로서는 크게 공감이 가질 않았다.

날 웃게 만들려면 오리하르콘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너무 배가 불렀나?

"고,고맙습니다."

[......저는요,마스터?]

[너는 구석에서 손들고 있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피이......]

라이가 가장 싫어하는 벌은 꼬리 들고 있기다.

물론 뱀의 모습일 때 효과를 발하지만 늑대 모습 일때는 고전적인 손들고 있기가 있다.

"별것도 아닌데 뭐.그보다 에이니,갑작스럽겠지만 내일 샤란으로 떠나야겠어.너만......"

"샤란이요?그게 어딘데요?"

"내가 말한 적 있지?내가 정령술을 배운 드리케 아카데미가 드미트리 왕국에 있다고.그 드리케 아카데미가 있는 곳이 샤란이야.드미트리의 수도지."

거리 감각이 없기 때문인지 에이니는 생각보다 놀라지 않았다.

"아,그곳은 원래 가기로 했잖아요.지금 가는 곳이 그곳 아니었나요?"

"그러니까,원래 가기로 했던 곳인데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너만 워프를 이용해 먼저 보내겠다고.나는 육로를 이용해 따로 갈 거야."

"워프가 뭔가요?"

"워프는 이동마법이야.보통 육로를 이용한다면 한 달,두 달,심지어 일 년이 걸리는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데려다주는 마법."

질문만 하던에이니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울상을 지었다.

"왜,왜 저만 먼저 가요?스승님은요?"

"나는 워프를 타면 죽는 병에 걸렸단다.그러니 너라도 먼저 워프를 타고 가도록 해."

솔직히 죽을 병은 아니지만 반쯤 죽긴 죽는다.

근데 워프 울렁증도 병으로 쳐주던가?

"싫어요.스승님이랑 같이 갈래요!왜,왜 저만 혼자 가래요?"

"워프를 타지 않으면 가는 데만 석 달은 걸려!워프를 이용하면 눈 깜짝할 사이고!그러니까 당연히 워프를 이용해야지.나는 타고 싶어도 못 탄다니까?"

"저,저도 타면 죽을지도 몰라요!그러니까 스승님이랑 갈래요.혼자 가면 모르는 사람뿐인데 무섭잖아요."

워프 울렁증이 그렇게 흔한 게 아니란다.

번개 두 번 맞고 살아남을 확률이라던 걸.

그걸 보면 나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을까 싶다.

"그야 그렇지만,어차피 아카데미로 가면 만날 사람들인걸.그리고 언제까지 나하고만 있을 건 아니잖아.지금도 나보다 채드랑 친하면서 왜 그래?"

"그래도 싫어요!스승님이랑 같이 갈래요!혼자는 싫단 말이에요!"

"혼자가 아니라니까.거기 가면 다른 스승님이 있을 거야!그 스승님은 나와 달리 만만......아니 착해!"

"히잉,스,스승님이......스승님이 내 스승님 해준다고 했잖아요!검술도 못하게 하고 정령술만 하라면서요!그러면서 왜 이젠 다른 스승님에게 보내는 건데요?흐아아앙.스승님,나빠!배신자!"

배,배신자?

심히 걸리는 단어지만 나는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 스스로 에이니를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 이엘 스승에게 떠넘기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제자로 삼고 싶을 만큼 에이니는 재능 넘치는 아이였다.

나는 에이니를 완전히 버리는 게 아니었다.

우선 이엘 스승님에게 기초를 배우게 하고 싶었다.

기초만 아니라면 가르칠 자신은 있었다.

앗,결국 나는 기초 부실인가?

"잠깐,에이니!새로 네가 만날 스승님은 내 스승님인걸.그러니 결국 너의 스승님도 되는 거라고!배신이 아니야.먼저 워프로 돌아가 있으면 내가 곧 육로로 따라간다니까.솔직히 말하면 그 스승님이 나보다 정령술은 더 잘 가르치셔!"

"나빠!내가 싫은 거죠?그래서 보내버리려는 거죠?엄마아......흐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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