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8/71)

힐은 가벼운 외상을 치유한다.

그보다 한 단계 위인 큐어는 미약하게나마 내상 또한 치료한다.

그러니 이 정도라면 뼈에 금이 간 다리 정도야 쉽게 치료하리라.

운다인에게서 시작된 푸른 빛은 마치 물처럼 흘러 부상자의 다친 다리 주위를 일렁이며 감싸나 싶더니 금세 다리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부상자의 다리에 있던 피멍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소란스럽던 주변은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고 잠시 얼이 빠져 있던 부상자는 문득 자신의 다리를 주물럭 거렸다.

그러더니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들어 땅을 내려치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뛰기도 했다.

"dh! dlfjftnrk ekflrk skgdkTdj! djEjgrp gksrjwl? sjsms tlsdml tkwksi? rhakqek. sodlf tksoddmf rkftn dlTrpTdj!"

나를 보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며 환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마법이 잘 들은 모양이었다.

사실 치료마법을 써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효과가 없을까 봐 조금 걱정하던 차였기에 나 또한 그녀를 따라 웃었다.

"이제 안 아파요?미안해요.아넬 언니의 가족인 줄은 몰랐어요."

"eoeksfo! rhakdnj!"

못 알아들을 것 같기는 했지만 난 일단 사과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 부상자,아니 부상자였던 여성이 내게 안겨들며 볼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감사의 표시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운다인에게 다가갔는데 운다인을 잡을 수가 없자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난 사람이 좋았다.

드래곤 모자는 너무 센걸.

부족원을 치료해줬기 때문인지 나는 아넬 언니네 부족 마을에 들어와서 묘하게 환대를 받았고 먹을 것도 푸짐하게 제공받았다.

대개가 과일이었는데 하나같이 즙이 넘치고 달아서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과일을 집어먹었다.

[마스터,누가 보면 한 일주일 굶은 줄 알겠어요.]

"아삭,아그장,아그르그르그라가."

[뭐라고 하시는 거에요,마스터?]

[나한테는 하루 굶는게 일주일이라고!너는 굶주림의 고통을 몰라.]

입으로는 과일을 바쁘게 먹으며 머릿속으로는 라이와 대화를 주고 받았다.

물론 드미트리로 돌아갈 계획도 세웠다.

이곳이 코란이라면 남쪽으로 가야 드미트리가 나온다.

문제는 실버 울프 족의 마을이 코란에서 어디쯤이냐는 것이다.

코란의 땅은 길쭉한 모양인데 반은 바다와 닿아있고 나머지는 엘란과 맞닿아 있다.

드미트리와 닿은 부분은 서쪽에 아주 조금인데 그마저도 험한 산맥을 넘어야 했다.

엘란을 경유해서 드미트리에 가야 할까?

아니면 험하더라도 산맥을 타고 곧바로 드미트리로 가야 할까?

어느 도시든 도착하면 마법사의 탑부터 찾아야지.

그리고 마법통신으로 나의 무사함을 알리고 육로를 이용해 돌아간다고 밝혀야겠다.

왕궁이나 본가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테니.

혹시 브라이트나 가족 중 누군가가 드래곤 잡는답시고 날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마스터,누가 와요.아넬은 아닌데?]

내가 식사하는 곳은 아넬 언니의 집이었는데 나무로 제법 튼튼흐게 지어졌다.

아넬 어니는 늑대의 모습을 한 라이가 있으니 왠만하면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른 부족원들이 라이를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본래 외부인은 집안에 들이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아넬 언니와 아는 사이인 데다가 그 여자를 치료해준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누구?"

마을에 왔을 때 사람들이 조금 반겨주기는 했지만 라이 때문에 다가오지는 않았는데.

게다가 아넬의 말로는 자신의집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아넬 말고 누가 온다고?누구지?

나는 먹던 손도 멈추고 훤히 뚫린 문을 응시했다.

끼익끼익

마루를 밟고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썩 가벼운 것을 보니 어린아이인 모양이었다.

앗!혹시?

[에이니다!]

[켄타의 딸이라는?]

아넬 언니의 집인데 누군가 들어온다면 아마도 언니의 딸,에이니라는 소녀가 분명했다.

역시나 내 예상이 맞는지 뚫린 문 옆으로 반짝이는 은발이 살짝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문틀을 잡는 하얀 손가락.

[손이......하얀걸.]

[그러게요.오랜만에 보는 하얀 인간이네요.]

이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내 문으로 얼굴을 내민 소녀는 분명 뽀얗고 밝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다.

"......에이니?"

내 물음에 아이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다행이군,근육질이 아니라서.

아이는 반짝이는 은발에 뽀얀 피부,발그레한 뺨과 숲을 닮은 연한 초록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켄타와 닮은 구석은 피부색 정도일까?

켄타의 눈 색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쳇,뭐야?안 닮았네?]

조금 아쉬운 듯 말하는 라이.

야야,닮았으면 저 애는 인생 망치는 거야.

다시 힐끔,눈을 돌려 에이니를 보았다.

에이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라이를 보고 있었다.

뭔가 매우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왜,에이니?"

[푸헤헤헷!저의 멋진 자태에 반한 게 아닐까요,마스터?]

이 보신탕 녀석이 감히 무슨 망발을......

내가 라이를 한대 때려줄까,하고 쳐다보는데 에이니가 화들짝 놀라며 달려 나갔다.

그때 얼핏 들려오는 목소리.

"꺄악!어,엄마!늑대가 말을 해!"

뭐야,왜 그러나 했더니 라이가 말한다고?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호들갑은.

[꺄악!쟤는 공통어를 해.라이,네가 말하는 게 하루 이틀......응?]

으응?

[응?]

나는 잠시 소녀의 말을 되새겼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라이를 마주봤는데 라이의 표정 역시 나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여간 늑대 주제에 표정은 풍부하다니까?

그나저나......

"방금 그 애......설마 라이 네 목소리가 들린 걸까?"

[그런 모양인데요?]

라이가 저도 의문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한껏 손사래를 쳤다.

"에이,말도 안돼!계약자도 아닌데 어떻게 네 목소리를 들어?"

[그야 친화력이 무식하게 높은 모양이죠.]

"그,그래도! 네가 그랬잖아,마음과 마음으로......그래!정신으로 교감하는 거라며?그럼 나밖에 못 들어야 되는 것 아냐?따지고 보면 머릿속으로 나누는 대화인데 그걸 어떻게 들어?"

[정확히 말하면 마음과 정신으로 뜻을 교감하는 겁니다.그러니 머릿속으로 대호를 나눈다기 보다는 서로 전하고 싶은 말을 공유하는 거죠.그 증거로 저와 찌리,운디네 셋이 대화를 나눠도 그게 마스터에게 들리잖습니까.그런거죠.]

라이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머리와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정령 친화력이 무식하리만치 높아서 가능하다고?

나는 문득 여태껏 내가 라이와 머릿속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워낙 별의별 신기한 것드리 많은 세상이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왔던 것이다.

"......마기는?마기는 드래곤인데도 네 목소리를 못 들었잖아?그땐 나한테만 들렸잖아?그럼 저 아이가 드래곤보다 친화력이 높다는 말이야?"

[엥?마스터도 참.드래곤이라고 모두 친화력이 높은 건 아니에요.오히려 드래곤은 정령들을 경원시한다구요.굳이 따지자면 저희들도 하나의 물질화된 자연의 정령인데 말이에요.생각해 보세요.레드,블랙,실버,블루,각기 속성이 있잖아요.쓰는 마법도 속성에 따라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요.같은 맥락이에요.우리가 정령마법을 쓰듯이 그들은 마법을 쓰는 거죠.]

"그,그럼 드래곤은 친화력이 적다는 거야?"

[에,그들의 친화력은 순전히 오래 살면서 자연과 동화되어 조금씩 생기는 거에요.그 증거로 어린드래곤들은 대개 정령을 소환하지 못하죠.한다고 해도 다른 성룡이 붙여준 경우가 허다해요.]

드래곤도 하나의 정령이라니......

나로서는 생소하다 못해 황당한 이야기였다.

라이는 만 살까지만 세고 안 세어봤다는 게 뻥은 아닌지,간혹 나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해주고는 했는데 바로 지금 같은 이야기였다.

"그럼 저 아이가 나보다 친화력이 높다는 거야?"

[그렇져.제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 보니 지금의 마스터보다는 친화력은 높겠는걸요.저 정도면 정령술사도 가능하겠어요.]

나는 그 조그만 아이가 나보다도 높은 친화력을 가졌다는데에 놀람과 동시에 라이가 말한 생소한 단어에 의문을 표했다.

"정령......술사?그게 뭐야?정령사와는 다른 거야?"

[아,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죠.만 년 전과 달리 지금의 인간들은 친화력이 눈물이 날 정도로 바닥을 기어서 요즘은 없겠지만요.만 년 전까지만 해도 정령사만큼이나 정령술사들이 넘쳤어요.그때는 마법과 정령 마법이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그 때가 그립군요.]

"아니 딴 얘기하지 말고!정령술사가 대체 뭐야?정령사보다 대단한 거야?"

[대단하기보다는......각기 장점이 있으니까 엇비슷하지 않을까요?정령사가 정령과 계약을 해서 장령을 다룬다면 정령술사들은 계약을 하지 않고 정령을 다뤄요. 예를 들면 정령사가 친화력과 정신력,마나,이렇게 세 가지를 갖고 실프와 계약을 하고 정령계에 있는 실프를 소환해서 부린다면,정령술사는 오로지 정신력과 친화력,이 두가지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주변에 있는 자연계의 실프들에게 부탁을 하는 거죠,도와달라고요.]

이엘 선생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에게 받은 5년여의 수업보다 라이가지금 내게 알려주는 정령에대한 지식 하나하나가 훨씬 가치있게 느껴졌다.

정령술사?고대에는 그런 게 존재했단 말이야?

"마나가 필요 없다고?그렇다면 그게 훨씬 좋은 거잖아?"

[꼭 그렇다고는 할 순 없어요.대신 정령사에 비해 같은 정령마법을 써도 열배에 해당하는 정신력이 소모되니까요.게다가 엄연히 계약을 맺어 정령과 계약관계인 정령사와는 달리 그때그때 주변의 정령에게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령술사는 주변에 정령이 없거나 주변의 정령이 부탁을 거절한다면 말짱 헛일이니까요.]

"그럼......나도 친화력이 더 높아지면 정령술사가 될 수 있어?"

[네?물론 가능이야 하죠.하지만 그러느니 정령사가 나으실 겁니다.마스터는 이미 상급 정령사이시니까요.정령술사는요,술사라고도 하는데 물 술사,바람 술사 이런식으로 나뉘거든요.그들도 경지가 나뉘는데 정령에게 도움을 청하는 하위 경지에서 거부할 수 없도록 명령을 내리는 상위 경지까지 있거든요.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그때부터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원하는 대로 물이며 바람,불을 조종합니다.말 그대로 '술사'죠.본인이 정령이 되어 자연을 조종한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하지만 그 힘이 미치는 경지는 정령사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정령술사가 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마스터는 이미 훌륭한 정령사 아니십니까?

무엇보다 정령술사들은 단 한가지 원소만 다룰 수 있거든요.정령사가 여러 정령과 계약을 해서 여러 정령들의 힘을 빌리는 데 반해 정령술사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연을 다루려고 하기 때문에 하나의 몸에 하나의 힘밖에 다룰 수 없습니다.좋게 말하면 특화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퇴화된 것이죠.]

너무도 복잡해서 나는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듣고보니 나로서는 정령사를 택하길 잘한 것이지만 정령술사라는 것에도 흥미가 일기는 했다.

스스로가 정령이 된가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단 한가지 원소만 다룰 수 있다?

미묘하군.

"미묘하군,미묘해."

[그래요?아,마스터가 물의 최상급 정령이랑 계약하시면 그 땐 마스터도 미약하지만 술사의 능력을 발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물의 정령에 한해서겠지만요.]

"뭐?어떻게?"

[그야......물의 최상급 정령은 정령계에도 백 마리가 안 되는 물의 정령왕 다음가는 녀석들 아닙니까?그러니 그런 최상급 정령의 계약자가 명령을 내린다면 물의 하급 정령들은 자신의 계약자가 아니더라도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죠.최상급 정령의 계약자의 명령은 곧 최상급 정령의 명령과 동급이니까요.]

그,그렇구나!

나는 더욱 최상급 정령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문득 에이니라는 놀라운 친화력을 가진 소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친화력이 그렇게 높다면 잘 가르쳐서 쓸 만한 정령사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잘하면 나를 능가하는 녀석이 될지도......

"호오,그럼 아까 그 꼬맹이를 데려가서 정령사로 키우면 어떨까?"

[글쎄요.쉽지는 않을걸요.]

"왜?친화력이 그렇게 높으면 마나가 조금 달려도 계약할 수 있잖아."

[친화력이 따라주면 뭐해요?정신력이 안 따라 줄 텐데요.]

아,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에이니와 비슷한 또래에 라이와 계약을 하기는 했지만 나야 전생이라는 메리트가 강하게 작용해줘서 가능했던 것 아니겠는가?

"아깝네.그럼 우선 마나 훈련을 시키고 정신력이야 나이를 먹으면서 차차......"

"것봐아!엄마아~저 언니가 늑대랑 얘기해!진짜야!"

앗,언제 다시 온겨?

나는 언젠가 받아봤던 미친년이라는 오명을 이곳에 와서 다시 받아야 했다.

늑대와 대화하는 위험인물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고 말이다.

이게 다 그 잘나신 에이니 양꼐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늑대와 대화한다고 소문 낸 탓이다.

딴에는 엄마를 찾는답시고 그런 것 같았는데 그 덕에 내가 늑대와 대화한다는 소문이 마을에 파다하게 퍼졌다.

"지,지니?"

"네?"

아넬 언니가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본인도 미안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에이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알지?"

"아.하.하.핫"

[앗,틀렸어요,마스터.'우후후훗'이라고 웃어야죠.]

[닥쳐!]

아무튼 라이 녀석 때문에 화살 세례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늑대한테 말 거는 미친년이라는 오명......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를 보는 부족 사람들의 눈길에 경계심이 짙어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슬쩍 내 눈치를 살피던 아넬 언니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어......지니?이런 부탁해도 될까 모르겠네.지니 네가 정령사라서 그러는데......"

"부탁이요?뭔데요?"

"네가 봐줬으면 하는 것이 있어."

"제가요?"

아넬 언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귀찮으니 적당히 거절했겠지만 상대가 아넬 언니였기에 나는 일단 수긍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언니가 나에게 뭐 죽을 일을 시킬까 싶기도 했다.

아넬 언니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 정글 안으로 들어섰다.

물론 라이도 함께였다.

중간에 마을 사람들이 조금 수군거리긴 했으나 특유의 뻔뻔함으로 적당히 무시했다.

물론 중간중간 라이를 구박하기는 했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돼,지니."

여기저기 두껍고 축축한 넝쿨이며 크고 작은 물웅덩이나 생전 처음 보는 식물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축축한 넝쿨들이 진로를 방해했지만 그때마다 아넬 언니는 녹슬지 않은 검 실력을 발휘해 넝쿨들과 잔가지를 베어 길을 뚫었다.

그러고 보니 에이니도 실버 울프족이니 쌍검술을 익혔겠지?

"저......언니,에이니도 쌍검술을 익혔나요?"

"응?물론이지.하지만 또래에 비해 훌륭한 솜씨는 못 돼.쌍검술 선생이 에이니를 가르치지 않겠다고 해서 내가 직접 가르쳤거든.그래서 어색한 부분이 많아."

내 예상대로 에이니도 쌍검술을 익혔다는 사실에 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부족 마을도 쌍검술 선생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에?왜요?에이니가 말썽을 부렸나보죠?"

"아니,에이니는 착한 아이야!나쁜 건 그 쌍검사 선생이지.에이니의 피부색이 그렇다고 에이니를 가르치지 않겠대.부정탈까 봐 무섭다나?고작 피부색 가지고......웃기는 일이지,지니?후훗."

[앗,저도 백사라고 차별 받았는데.그쵸,마스터?]

라이의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대답할 가치를 못 느꼈음이다.

"......정말 그러네요.피부색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다니."

"우리 부족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야.조금만 피부색이 옅어도 운이 달아난다는 등 부정 탄다는 등 멸시하지.나도 피부색이 옅은 편이라 차별 받은 적이 있단다.그래서 더욱 에이니한테 미안......아!다 왔다.저기야,지니."

"저 멀리 동굴 하나가 보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입구에 꽤 깊은지 어두컴컴했다.

동굴의 입구에 매달려 있는 동물의 뼛조각과 화려하고 큰 새의 깃털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뭔가 부족 차원의 의식 같은 것이 치러진 장소 같았다.

나는 동굴에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낯선 감각에 몸을 움츠려야 했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마스터!정령석이에요!]

또?그 놈의 정령석 한 천개 정도 있는 것 아냐?

가는 곳마다 있으니......

도저히 레어 템 같지가 않았다.

[지금 이 기운이 정령석의 기운이야?]

[네,낯선 듯 낯익은 묘한 감각이 느껴지신다면 맞을 겁니다. 상급정령과 계약하시더니 확실히 감각이 예민해지셨네요,마스터.]

나는 라이의 말에 반가움보다는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이런 곳에 정령석이 있다니 대체 왜?

혹시 아넬 언니가 보여주고 싶다는 게......?

나는 아넬 언니를 쳐다보았다.

마침 언니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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