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3/71)

[마스터!]

[왜?]

[저 문,녹슬었는데요?]

......아하,녹슬다.그러니까 쇠가 산화하여 색이 변하거나,형태가 바스러지는 현상,이건가?

[그럼 네가 해결할 수 있겠네?]

[원하신다면......]

[그럼 해봐.]

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미약하지만 마나가 쓱,하고 빠져나갔다.

쪼잔한 놈,겨우 그거 하면서 마나를 빼가다니,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이놈아.

"아!열렸다.지니 양,미안해요.오래 기다렸죠?들어오세요."

그놈 참 빠르네......

"네에."

[녹슨 부분을 재구성했습니다,마스터.]

[재구성?]

[오래되어 무뎌진 부분을 녹이고,다시 원래의 형상으로 다듬은 거죠.]

흐음......앗,잠깐!그렇다면......이 녀석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자물쇠는 나의 것?그거 멋진데!

"지니 양?"

"네!들어가요!"

한 가지 획기적인 사실을 발견해낸 나는 입가에 흐르는 군침을 쓱 닦아내곤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천장 위에서 마치 센서 등처럼 번쩍하고 불이 들어와 실내를 밝혔다.

바닥에는 라이를 소환할 때의 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간단해 보이는 계약진이 있었는데 그건 하급 물의 정령의 계약진 같았다.

"지니 양,이쪽으로......"

"여기요?"

이엘 선생은 나를 방 한가운데 세워두더니 계약진 위로 마나농축액을 붓기 시작했다.

어제 내가 했던 일이지만 환한 곳에서 보니 그 느낌이 달랐다.

점점 그림을 만들어내는 진녹색의 선은 신비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엘 선생이 나에게 요정가루를 건네주었다.

"자,지니 양.그럼 소환 주문을 알려드리죠.소환 주문은 '푸른 물의 정령이여,그 순수하고 여린 힘이여,그 자애로운 힘과 함께하고자 하오니,태초부터 전해오는 굳은 맹약에 따라 나의 부름에

답하라' 이상입니다.외울 수 있겠어요,지니 양?"

"에,푸른 물의 정령이여......그 순수한 힘이여,그 자애로운 힘과 함께하려니......태초의 맹약에 따라......계약하자?"

"......지니 양,우선 주문을 외우고 시작하죠,잘 듣고 따라하세요!"

젠장......

"자,그럼 요정가루를 뿌리고 계약을 해보세요."

"네!"

실전이라기보다는 연습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엘 선생.

아마도 계약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난 이미 한 마리 성공했다 이거야.

꿀꺽

살짝 긴장해 마른침을 삼킨 나는 넉넉한 요정가루를 보며 한손 가득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계약진 위로 맘껏 흩뿌렸다.

어제와 같이 빛이 쏟아져 나왔지만 방 안이 환해서인지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제 한차례 겪어서인지 조금 덜 설레는 것을 느끼며 주문을 외웠다.

"푸른 물의 정령이여,그 순수하고 여린 힘이여,그 자애로운 힘과 함께하고자 하오니,태초부터 전해오는 굳은 맹약에 따라 나의 부름에 답하라."

라이 때와는 달리 한차례 빛이 죽어가는 듯싶더니 계약진 위로 조그만 물방울이 조금씩 생겨났다.

뽀글

"와우!"

"헉!"

곁에서 급히 숨을 들이켜는 이엘 선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애써 무시하며 나는 조그만 물방울이 모여 무언가 형태를 갖추는 모습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내 완전히 형태를 갖춰가는 물의 정령의 모습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인어 형상,아기인어인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그 모습에 나는 반해버렸다.

"아우,너무 귀엽다.누구랑은 다르게......"

그 누구는 분명 라이다.귀염성이라고는 없는 놈.

난 하급정령의 그 사랑스러운 자태에 반해버렸지만 쑥쑥 빠져나가는 마나를 느끼고는 서둘러 계약을 신청해야 했다.

"내 이름은 진이 크로웰.작은 정령야,나와 계약해주겠니?"

작개 고개를 끄덕이는 그 모습에 나는 그만 기절할 지경이다.

아,이거였어,내가 원하던 정령의 모습은!(나도 보고 싶다구!)

"좋아,운디네!잘 부탁한다."(헐..운디네 물의 중급정령 아니던가요?)

보통 4대 속성의 정령은 이미 그 이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딱히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비속성 정령은 그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계약을 완료하게 된다.

라이처럼.훗,이 정도는 기본이지!괜히 3년간 수업을 받은 게 아니거든!

이내 뽀르륵 소리를 내며 사라지는 운디네의 모습에 나는 코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비록 하급이지만 그 어렵다는 물 속성 정령과의 계약을 이루어낸 나는 과연 천재였다!물론,지능이 천재가 아니라는 건 인정한다.

"지,지니 양?"

옆에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이엘 선생을 바라보며 나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대,높아지는 나의 코가 보이는가?

이엘 선생은 나이 10살에 정령과 계약은 무리라며 안 된다고 해왔다.

그런데 내가 하도 수업을 땡땡이치자,수업을 잘 들으면 정령과 계약을 맺도록 해주겠다며 꼬드긴 것이다.

또한 안 시켜주면 '죽어버릴 거야!' 라는 필살기를 쓰기도 했다.

새삼 정령과 계약을 시켜주려 한 것은 일종의 실전경험을 위해서였으리라.

그 증거로 내가 어렵다는 물의 정령과 계약하겠다고 했는데도 말리지 않은 것은 아마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나는 성공했다,이거야!이날을 위해 얼마나 빡세게 마나 훈련을 했는데!설마 공든 탑이 무너지랴!크크큭!

"으흠!맙소사!지니 양,저......정말 대단하군요!"

캬하핫!더 칭찬해!더 칭찬하라고!앗,이런 교양 없는 웃음을.참자,참아.현재 최연소 정령사의 나이는 13살.

하지만 이제는 그 기록이 깨질 것이다.크큭,바로 나로 인해.

나는 우연히 내 장래희망과 재능이 맞아 떨어진 데다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에 초스피드 계약을 이룰 수 있었다.운이 좋았지.거기다 내 목표는 '정령왕' 이다,이 말씀!

"선생님,저희 드리케 아카데미에는 천재들뿐이랍니다.모르셨나요?오호홋."

난 일부러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을 크게 부릅뜬 이엘 선생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내 어깨를 잡았다.

이봐,이봐,부담스러워!그것도 많이!

"지,지니 양!다시......다시 한 번 불러보세요!운디네를 말이에요.어서!"

"에......하지만 마나가 바닥나서 오래는 못 불러요."

"그래요.어서......이 선생님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군요!"

그럼 믿지마셔,샘.콧김 나와,저리 좀 가요.

"쩝......운디네!"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 공중에 다시금 물방울이 모이더니 운디네가 형상을 만들어냈다.

아까와는 달리 운디네는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고,확실히 계약 때보다 마나의 양이 적게 소모되었다.

하지만 이미 마나가 거의 바닥난 상태라 나가는 마나의 양이 많게만 느껴졌다.

"정말,운디네군!진짜 운디네야!"

그럼 가짭니까?이 선생 원래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연신 흥분한 표정으로 위험한 눈길을 보내는 이엘 선생의 모습을 보며 나는 운디네에게 짧게 손을 흔들어 보인 뒤 역소환시켰다.

역소환은 간단하다.마나를 끊어버리면 되니까.

[마스터!]

[응?]

[이 사람,왜 이러는 겁니까?]

[밥 먹고 약을 안 먹었어.]

[아,그렇군요.]

문득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여전히 멍한 표정의 이엘 선생을 향해 배고픔을 호소했다.

"선생님,저 배고파요.밥 먹으러 가요!"

싱긋

그리고는 어린아이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승리의 미소이기도 했다.

운디네와의 계약으로 기분도 좋았고 오늘의 식단도 마음에 들었다.

크림스튜에 소고기 베이컨,갓 구운 빵.흔하지만 그만큼 대중적으로 즐기는 음식이기도 했다.

나는 마나도 거의 찼기에 다시 귀여운 운디네를 소환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식당 안으로 우르르 몰려오는 일단의 무리.

그 선두에는 이엘 선생이 있었다.

뭐,뭐야?왜 이리로 오는 건데?난 반사적으로 씹고 있던 빵을 서둘러 넘겼다.

"콜록!콜록!"

하지만 곧 후회했다.입 안을 가득 채운 빵을 억지로 넘기려다 그만 사레가 들고 말았던 것이다.

"지니!운디네를!어서 운디네를 소환해보거라!"

"우우웅?"

난 여전히 입 안 가득한 빵을 씹으며 이엘 선생의 뒤에 도열한 무시무시한 눈빛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부학장과 그 밖에 몇 번인가 본 적 있는 정령사들.그리고......앗,드리케 아카데미의 학장 할아버지!나와는 꽤나 친한 사이지.

흠흠,아마 후작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유명한 현자라고 하던데......으음,세간에는 라일 후작이라고 했던가?엇,라이와 비슷한 이름이잖아?그거 우리 개 이름인데?

"지니,어서 소환해 보거라!"

결국 입에 든 빵을 억지로 삼킨 나는 운디네를 소환했다.

"운디네!"

그러자 물방울이 빠르게 모이더니 인어의 형상을 한 운디네가 나타났다.

나는 이왕 소환한 마당에 운디네에게 물을 부탁했다.

"운디네,여기 물 좀......"

내가 빈 컵을 들며 말하자 운디네는 작개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가득 물을 채워주었다.

그 장면이 매우 신기했다.아무것도 없는 물 컵 바닥부터 물이 점점 차올랐던 것이다.와우,얘는 자동 정수기!마나의 양은 생각보다 적게 빠져나갔다.

"오오!"

나는 급히 물을 들이키며 운디네를 향해 감탄사를 내뱉은 사람들에게 불만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운디네가 구경거리인 줄 알아?흥,물을 다 마신 나는 운디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운디네.굉장히 맛있는 물이었어!"

그 말에 운디네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와우,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는 정령상!나는 참을 수 없어 운디네를 끌어안고 얼굴에 비볐다.

기분 좋은 서늘함이 볼에 와 닿았다.

[마스터!저는 뭐 도울 것 없습니까?]

[없어.](헐...)

덕분에 라이는 홀대받았다.

계약 단 하루 만에 말이다.

**

우와..드디어 1+1 파트가 끝났군요.

저의 끈질고도 화려한 타이핑은 여전히 계속 될 것입니다. 에헴!

응원의 메일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klogesu30 이였습니다.

**

어쩌다 대표팀

"히끅!"

난 내가 너무 기고만장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부여잡고 딸꾹질을 했다.

갑자기 이게 웬 날벼락?겨우 하급정령이랑 계약했다고 왕과 알현이라니......알현이라니......

"히끅!"

"자자......진정하거라,지니.전하께선 단지 네가 기특하여 한 번 보고자 하시는 거란다."

코끝이 아찔해질 정도로 주변을 가득 메운 짙은 향기의 장미 넝쿨들.빨간색,흰색,분홍색,노란색 등 갖가지 색의 장미들이 내 눈을 어지럽게 했다.

왕......킹......그 이름도 위대해라.국왕......히끅!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사의 나라 드미트리의 절대자,디켈 3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왕을 내가 직접 보게 될 줄이야.

히끅!평범한 소시민이 대통령이랑 짝짜꿍하면 이런 기분일까?히끅!아니지.대통령보다 왕이 더 높은 거잖아?

그렇게 정서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 드디어 왕이 그 모습을 나타냈다.

푸른 머리칼이 햇빛에 반짝여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 했고 무심해 보이는 회색 눈동자는 과연 왕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꾹 다문 입술이 무게감을 더했다.한마디로,젊었을때 한 인기했을 법한 얼굴이다.

두려움,동경,경외심.그동안 무시해왔는데,과연 드리케 선생들의 왕에 대한 충성 세뇌 작전은 훌륭했나 보다.

"지니,인사드리거라."

학장의 말에 나는 무심코 무릎을 꿇고는 이마를 땅에 박았다.

그리고 순간,흐르는 정적과 '아차' 하는 내 심정.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푸훗!"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웃음소리,그리고 그 뒤를 잇는 갖가지 웃음소리들.

"하하핫!"

왕의 웃음소리.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허허허허."

학장이겠지.

"키득키득."

왕궁 시녀이려나?에이 씨,그만 좀 웃지!나는 쪽팔려서 죽을것만 같았다.

[우헤헤헷!]

이런,쓰벌넘이......

[야!그만 웃어!]

[웁푸푸풋.]

[......넌 오늘부터 쥐 시체를 집으로 알아라.]

[......마스터,제가 안 웃었습니다!전 억울합니다!마스터!마스터어!]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는 라이따윈 무시해버렸다.

가는길에 쥐 시체를 주워가야겠다고 생각하며.(병균 많은데..)

"하하핫.지니,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거라.큰절은 하지 말고."

"아,진이 크로웰입니다.전하,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삼생의 영광이어요."

무릎을 숙이며,치마를 살짝 들어 올린 뒤 고개를 정면으로 깊이 숙였다.

삼생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영광입니다,전하.

"하핫!참 재밌는 아이로군 그래.지니라고 했나?"

"네,전하."

진이나 지니나 그게 그거지 뭐.처음 1,2년은 진이라고 고쳐주기도 했지만 이젠 포기해버렸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왕에게 '지니가 아니라 진이입니다,전하!' 하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

게다가 이쪽에서는 진이보단 지니라는 이름이 더 어울렸다.

"그래,열 살의 나이에 정령과의 계약에 성공했다지?장하구나."

"과찬이십니다,전하.한낱 하급정령일 뿐인걸요."

내가 겸손을 떨며 대답하자 왕은 기특하다는 시선을,학장은 쟤가 미쳤나 하는 시선을 보냈다.

여전히 귓가에는 라이의 변명이 정신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급이면 어떠하냐?너도 알다시피 우리 드미트리 왕국엔 정령사는 물론이고 마법사의 수도 매우 희박하단다.그런 상황인데 네가 이렇게 훌륭한 정령사가 되어주어 과인은 매우 흐뭇하구나."

"모두 전하의 크나큰 은혜 덕이지요."

사실이잖아,지원해준 건 왕이니까.나의 얌전한 모습에 학장이 연신 요상한 눈길을 보내왔다.

하지만 왕에게 잘 보여서 나쁠 것도 없지 않은가?득이 되면 되었지.

"호오,어쩜 이리도 기특할까?내 너의 공을 높이 사 상을 내리려는데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느냐?"

"......상이요?"

하급정령사가 되었다고 왕이 친히 상까지 내려주다니,정말 정령사가 되길 잘한 것 같다.난 줄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다.

[마스터,전 정말로 안 웃으려고 했거든요.마스터,듣고 계세요?]

이 녀석과는 괜히 계약했나 보다.하지만 만능열쇠니 일단 봐주도록 하자.

"그래,듣자하니 부친이 남작의 자리에 있다지?어떠냐?네가 원한다면 자작,아니 백작의 자리까지 올려주마.네가 후일 훌륭한 정령사가 된다면 그것이 대수겠느냐."

"백작이요?"

백작?남작 다음이 자작,그 다음이 백작이니까......두 단계나 업인가?하지만 이곳에서의 내 부모님은 지위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귀족이라고는 하나 자작 정도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 그저 평범한 중상층 평민과 다를 바 없는 모양새였다.

"그래,백작.너는 백작가의 영애가 되는 것이지.어떠냐?그리 해주랴?"

"그리 해주신다면......감사하겠지요.허나......"

"허나?"

"저의 능력이 아직 미천한지라,그렇게 큰 상은 감히 받지 못하겠습니다,전하."

속으로는 후일을 기약하며 더 큰 계산을 굴리는 나를 학장이 이제는 입을 헤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 이리 기특할까?그렇다면 과인이 너에게 무엇을 주랴?"

......음,일단 작은 거라도 받긴 받아야겠는데 뭘 달라고 하지?보석?아니다.라이 녀석에게 먹일 희귀한 금속?뭐가 있을까?오리하르콘?에이,그건 무리지.꿈의 금속이라는데.게다가 금속은 적

당히 구하면 되고.흐음......아!그래......

"전하,그렇다면 제가 동물을 키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요."

"......동물?그것이 무슨 말이냐?"

"기숙사에서 저만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습니다.정령반에는 저 하나뿐이라......수업도 혼자 받으니,어찌나 외로운지......"

쥐가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허락은 받아둬야 할 것 같았다.

기숙사에 동물 반입은 절대 금지였으니까.아,라이가 나의 이런 노고를 뼈저리게 느껴야 할 텐데.

"호오,그게 뭐 어려우랴.그리하거라.이보게,라일 후작!이 소녀에게 동물을 키울 수 있도록 허가하시오."

"예?예에,전하."

아직도 나의 급작스런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던 학장은 왕의 명에 당황해 고개를 끄덕였다.이로써 허가는 받았으니 이왕이면 희귀한 걸 키우고 싶은데,뭔가 박력이 넘치는 것으로.악어?여기도

악어가 있으려나?아니면 이구아나?흐음,털 안 빠지면서도 데리고 다니기 편한 동물이라......뭐가 있을까?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는데 시녀들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꺄아아!"

"꼬르륵!"

대부분이 놀라 여기저기로 흩어졌고 개중 심장이 약한 시녀 한 명은 하얀 거품을 뿜어내며 쓰러졌다.

입에 거품을 무는 모양새를 보니 게띠인 모양이다.

무엇인가 하여 보니 웬 얇은 뱀 한 마리가 장미넝쿨 속에서 기어나오고 있었다.이보게,언니들.아까 키득거리고 웃더니,쌤통이구려.

"흐음,이 무슨 소란인가?"

"뱀이 나타났나 봅니다.이보시오,근위단.어서 뱀을 처리하시오!"

"옛!"

왕과 함께 나타났던 기사 중 한 명이 라일 후작의 말에 뱀에게 다가갔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뱀이 사납게 기사의 발을 물어왔지만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에게 그것은 공격도 되지 못했다.

결국 그 뱀은 기사의 검집에 맞아 죽어야 했다.

아고,불쌍해라.사실 뱀을 때려죽이는 것보단 칼로 목을 자르는 것이 편하지만 감히 그 누가 왕의 앞에서 섣불리 칼을 뽑을 수 있겠는가.그러니 검집으로 때려죽......

"앗!잠깐요!기사님!잠시만요!"

축 늘어진 뱀의 시체를 가지고 사라지려는 기사를 향해 내가 애절하게 소리쳤다.

순식간에 주위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왜 그러십니까,레이디?"

"아,그 뱀 저에게 주시면 안 될까요?"

"......네?"

내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몸집의 기사는 나를 향해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어왔다.

"......그게 무슨 소리냐?뱀의 시체를 어디에  쓰려고?"

왕이 도통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잠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침묵했지만 이내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발휘했다.

"전하,얼결에 죽은 뱀이 너무 불쌍하여 제가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싶습니다.제발 허락해주셔요."

내 눈물을 머금은 부탁에 왕은 감동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에게 손짓을 했다.

"호오,어찌 그리 심성이 고울까?좋다.너에게 줄 터이니,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거라.네가 묻어준다면 뱀 또한 기쁘겠구나."

"감사합니다,전하."

왕에게 한차례 고개를 숙이고는 기사가 나에게 내미는 뱀을 바라보았다.

손가락 세 개 정도의 두께였는데 어디서나 볼 수있는 거무튀튀한 색을 하고 있었다.

배 쪽에는 노란 줄무늬가 보였는데 독사인지 머리가 세모 모양이였다.(우우욱..상상만 해도 속이 메스껍네요..)

어서 받으라는 눈을 하는 기사에게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포장해주셔요."

도저히 맨손으론 못 잡겠다.나도 일단은 레이디인가 보다.

어쨌든,라이의 껍질 입수 완료.

[마스터,마스터.그거......설마?]

[설마가 정령 잡지.크크큭.]

그날 밤,달은 휘황찬란하고 별이 선명히 반짝였지만,나에게는 그다지 아름다운 밤은 못 되었다.

내 방 한가운데에는 사람 머리만 한 솥단지가 있었다.

그 속에서는 검은색의 액체가 펄펄 끓고 있었는데,그것은 연금술반에서 빌려온 구리,동,은,금,쇠 외에도 내가 가지고 있던 보석 몇 가지를 섞은 것이었다.

좀 예쁜 색이 되면 좋으련만 어찌 이다지도 색이 꿀꿀할까?

어쨌든 내가 이 오밤중에 해괴한 짓을 하는 이유는 라이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이제 넣어?응?넣어?]

[조금만 더 끓이면 최상의 온도가 됩니다.마스터,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젠장,뜨거워 죽겠다!]

라이의 말로는 열 가지 이상의 금속을 섞어 녹인 뒤 거기에 뱀을 집어넣으면 뱀이 녹아 금속액체와 서로 섞이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금속액체는 뱀의 형체가 기억해서 자신이 그 금속을 흡수하면 뱀의 형상이 된다는 것이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지만 이곳은 워낙에 마법이니 정령이니 하는 비과학적인 것들이 넘쳐났기에 나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라이의 말에 따라야 했다.

[저어......근데 마스터!]

[왜?]

[꼭 이 뱀으로 해야 하나요?]

벌써 열 번째 물어보는 질문이다.그리고 그 대답은 항상 똑같다.

[그럼 쥐로 할까?]

[아니오!뱀이 좋습니다.저 뱀 좋아해요!]

[그래?그럼 됐고.]

사실 검은 개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내 심약한 마음으로 도저히 개는......왜 하필 검은 개냐면 내가 전에 기르던 개가 새까맣고 털이 짧았는데 그 모습이 꼭 과거 텔레비전에 나오던 라이코

스와 닮았기 때문이다. '잘했어,라이코스' 라는 말을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개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준 건 아니다.

정말로,진짜!

[앗!마스터,지금이에요!]

"어?어어!"

라이의 말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하얀 주머니를 솥단지에 탈탈 털었다.근데,이거 나중에 그 기사에게 다시 줘야 하나?그 기사가 쓰던 돈 주머니 같던데.

잠시 주머니 주인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내 솥단지 속으로 녹아드는 뱀의 시체를 보고는 금세 잊어버렸다.

[우오,녹는다!불쌍해.]

나는 녹아내리는 뱀을 향해 진심이 담긴 연민을 보냈다.

[......마스터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쥐 시체도 같이 넣을까?]

[아뇨,아뇨.잘못했습니다,마스터.]

쯔쯧,이놈의 둔한 정령은 도통 주인의 섬세한 마음(?)을 이해 못한다니까?머리가 금속이라 그런가?

그때였다.

펄펄 끓던 솥단지의 내용물이 순식간에 굳더니 이내 어디로 증발되기라도 하는지 점점 양이 줄기 시작했다.

"어어?"

어느새 그 많던 검은 액체가 하나도 보이지 않자 나는 놀라 솥단지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는 뱀 한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돌연 그 뱀이 머리를 들더니 마치 자신이 살아 있다고 자랑이라도 하듯 마구 흔들어댔다.

[마스터!성공입니다.]

[오옷,그것 참 뱀스럽네.]

[욕입니까?]

[칭찬이야,칭찬!]

새까만 뱀이 약간은 둔한 몸짓으로 솥에서 기어 나왔다.그리고 나를 향해 머리를 치켜들었다.

안아달라는 뜻인가 해서 나는 라이를 들어 올릴 생각으로 라이의 목을 잡았다.헌데......

[마스터?]

[야......너,기어 다녀.]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하긴 솥단지를 하나 가득 끓였는데 그 무게가 오죽하겠냐마는.

[아,그렇군요.무게를 줄일까요,마스터?]

[......그런 것도 가능해?]

[물론이죠.모든 금속은 제 의지대로 무게는 물론이고 강도까지 변하게 할 수 있답니다.심지어는 그 성질도 변화시킬 수 있죠.]

흐음,그러고 보니 솥단지 가득 있던 것이 뱀 한 마리 분으로 줄었잖아?그렇다는 것은......

[너 그럼......다이아몬드도 만들 수 있어?]

[네!]

[저,정말?]

[다이아몬드를 흡수하면요.]

......이런 젠장.

[그게 뭐야?전혀 이해 안 돼!]

[그러니까 지금 제가 흡수한 금과 은,동,쇠,구리,에메랄드,사파이어,루비,진주,오닉스,백금,이렇게 열 가지에 한해서만 저의 권능을 발현할 수 있는 겁니다.변화시키든,섞든요.]

그러니까......흡수한 것들에 한해서만 힘을 발휘한다?잠깐,근데......

[그러고 보니......진주는 금속이 아니잖아?다른 건 몰라도,진주는 바다에서 나오는 거니까.]

[그렇죠.그래서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인간의 단어로는 절 표현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좀 알기 쉽게 설명해줄래?]

내 물음에 뱀의 형상을 한 라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한숨 쉬는 제스처를 취했다.

[음,제가 저를 광물의 정령이라고 소개하려다가 금속이라고 소개한 것,기억하십니까?]

[음?뭐......]

기껏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라이와 계약하고 운디네와 계약하고,오늘 왕을 알현하기까지 걸린 시간,그러고 보니 정말 얼마 안 됐네?

[광물도 저에게 포함됩니다.그리고 금속이라 불리는 모든 것두요.보석이라고 불리는 것도 마찬가지.하지만 절 금속의 정령이라고 소개한 이유는 그게 가장 흡사했기 때문이죠.오리하르콘 이

라는 것을 아십니까?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에서 극소량 채취되는 것이지요.분명 땅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금속이라고 불립니다.그리고 저에게 포함되죠.진주는 그것과 같은 맥락입

니다.보석이라고 불리기에 저에게 포함이 되죠.흐음,사실 그렇게 따지자니 고체의 정령이라고 소개드릴까도 했습니다만......암석은 저에게 포함되지만,나무나 모래알 등 고체라고 명명되는

것 중에 저에게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많아서요.이해되십니까?]

[전혀......하나도 모르겠어!너무 복잡하잖아?]

[......그래서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전 감히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요.]

고개를 끄덕거리다 나를 향해 기묘한 빛을 발하며 눈동자를 마주치는 라이의 모습에 순간 알 수 없는 소름이 머리끝에서 시작해 등골을 지나 발끝까지 흘렀다.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오싹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보다 급한 게 있었다.

콰직

[마,마스터?]

내 손에 의해 바닥으로 패대기쳐진 라이는 억울한 듯 나를 불렀다.

[너 왠지 재수 없어.]

[헉!그,그런 심한 말씀을!]

어쩐지 기어오르는 것 같다는 느낌에 라이의 몸통을 잡아들고 던져버리긴 했지만 역시 솥단지 하나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손목이 짜릿하고 고통을 호소했다.젠장,괜히 던졌어,씽.

그 후로 나는 온갖 금속과 희귀하다는 보석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안에서 나갈 수 있는 건 1년에 단 네 번.

그러니 내가 모을 수 있는 금속이나 보석의 양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에휴."

"지니,웬 한숨이야?너도 나처럼 고민거리가 있는 거야?"

한숨을 내쉬는 나에게 미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에휴,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그렇지.넌?넌 무슨 고민이 있는데?"

"나?나랑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 아닌데,연금술반에서 실험을 위해 여러 가지 금속을 쌓아둔 창고가 있거든."

"......그런 창고가 있어?"

오옷,그런 좋은 소식이......라이 녀석에게 모조리 흡수해오라고 해야지.

"응,그런데 그 방에 있던 금속이 싸그리 없어졌다는 거야.그래서 당분간 보충될 때까지 어려운 실험은 중지야.에휴......"

"그,그래?그거 안 됐네.힘내,미아."

이런,그 녀석 참,동작도 빨라요.지금도 홀로 먹이사냥(?)에 나서서 내 곁에 없는 라이는 밤이 되면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날이 갈수록 때깔이 좋아졌다.

"후우,너무 힘들어.지니,그러니까......"

"......응?"

"위로의 의미로 운디네를 불러주라!"

......그랬지,참.미아는 흥정의 명수였어!

"좋아,뭐.운디네!"

약간 찔리는 감이 있어 순순히 운디네를 불렀다.

소환된 운디네는 내 머리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이내 나와 미아 사이를 바쁘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운디네와 계약한 지 약 넉 달이 흘렀다.

그간 열심히 마나 훈련을 하고,시간이 나는 대로 운디네를 소환해서 친화력을 높여놓았다.

그 탓인지 이제 운디네를 소환한 후,한 30분 정도 소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환만 했을 때의 경우고 조금만 힘을 써도 여지없이 마나는 쭉쭉 빠져나갔다.

여기서 드러나는 라이의 특이점.그 녀석은 굳이 따지자면 항상 소환 상태인데 어째서 마나가 빠져나가지 않는가?

그에 대한 라이의 답은 본래 자연계의 정령인데다가 자신의 의지로 내 곁에 있는 것이라서 마나는 소모되지 않으며,다만 라이가 힘을 쓰게 되면 소모된단다.

한마디로 라이는,소환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대기 상태인 것이다.

"까르르.운디네,너무 귀엽다!나도 갖고 싶어......"

"흠,하지만 너는 친화력이 제로라며?난 운이 좋은 케이스였으니까."

"음,그런데 운디네가 하급이랬지?그럼 중급은 뭐라고 불러?"

"음,중급은 운다인,상급은 엔다이론,최상급은 엘레스트라,정령왕은 엘라임이라고 해.여기서 하급과 중급의 차이는 약 다섯 배,중급과 상급의 차이는 열 배,상급과 최상급의 차이는 무려 스무

배!무시무시하지 않니?그렇다는 건 최상급과 정령왕의 차이는 40배라는 거잖아.하지만 아직까지 정령왕을 소환한 사람은 없어서 그건 확실하지 않대."

내가 손짓까지 섞어가며 설명하자 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다섯 배?열 배?그게 무슨 차인데?힘?"

"아,그건 소환에 필요한 마나 차이랄까?엄청나지?뭐,힘의 차이이기도 해.어쨌든 하루라도 빨리 운다인을 소환하고 싶어!운디네는 사랑스러운데,운다인은 어떤 매력이 있으려나?"

나는 잔디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말했다.

"우와,그럼 지니는 대륙 최연소 하급정령사에서 최연소 중급정령사의 자리도 노리는 거야?"

"어?응?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근데 그것도 멋지다!"

대륙 최연소 정령사라......크큭,나를 위한 말이로군.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올려다보며 스스로에게 잔뜩 도취되어 있는데 미아가 나를 흔들었다.

"어어,지니!저기,라이 간다."

"엉?아아,내버려둬."

라이는 궁내에서 내가 키우는 뱀으로 되어 있었다.

머리가 세모꼴이라며 독사가 아니냐고 호들갑을 떠는 몇몇도 있었지만 몇달이 지나도록 아무 피해도 없자 그냥 내버려 두는 추세였다.

라이가 말하길 몇몇 사람들이 뱀탕을 만들겠다며 자신에게 칼을 들이댔다는데 오히려 그 망가진 칼을 들고 울며 사라졌단다.

라이는 항상 일정한 무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그 강도는 무시무시하게 변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별의별 것들을 다 주워 먹나보다.그래도 창고 하나를 통째로 턴 건 심했다.뭐 증거만 안 남기면 위험하지 않았지만.

[엇!마스터어!]

날 발견한 듯 라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아,평화로운 나날이다.너무 평화로운 게 마음에 안 들지만.

평화로운,아니 지겹기만 하던 일상에 드디어 신선한 충격이 찾아왔다.

ㅡ자자,모두 정숙해주세요.

확성마법에 의해 확장된 학장의 목소리가 강당 안에 울려 퍼졌다.

소란스럽던 아이들의 음성이 조금씩 자자들더니 이내 강당 안은 조용해졌다.

반에 상관없이 전교 학생들이 모인 자리라서 개중에는 키가 큰 아이들도 많이 보였다.저건 아마도 청소년부겠지?

드리케 아카데미는 5세에서 13세까지 유아부,14에서 18세까지는 청소년부 이렇게 두 개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19세가 되면 각자의 특기에 따라 왕국 내에 그 위치가 배정된다.

본인이 희망하는 곳에도 상부의 허가가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데,아직 유아부인 나는 그 내막을 자세히 모른다.

워낙 남 일에는 무관심하게 살아서인가?내가 아는 것은 드리케가 천재들만 모인 아카데미라는 사실 정도?

ㅡ자,그럼 지금부터 특별 조회를 시작하겠습니다.한 달 뒤면 윈칸 축제가 열립니다.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이 축제는 엘란 제국을 선두로 우리 드미트리 왕국과 서쪽의 베일란 왕국,동쪽의 코

란 왕국,북쪽의 헤이드리케 왕국,이렇게 5개 동맹국이 10년에 한 번 엘란에 위치한 윈티드 아카데미에서 개최됩니다.각국의 왕립 아카데미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서로의 기량을 뽐

내는 것이지요.

학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ㅡ오늘은 그 윈칸 축제에 우리 왕립 드리케 아카데미의 대표로 나갈 학생들을 발표하기 위해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각 나라당 20명의 학생을 뽑게 되기 때문에 선발되지 못하는 학생들

이 대다수이겠지만,결코 실망하지 말고 더욱 학업에 매진하길 바랍니다!이상!

뭐?그게 뭐야?그런 게 있었어?

"미아!넌 알고 있었어?"

"응?물론이지!그걸 모르면 간첩 아냐?"

......난 간첩인가?

"근데 그 축제란 게 어떻게 하는 건데?"

"응?자세히는 몰라도,나처럼 연금술부인 애들은 연금술 실험을 해서 가장 우수한 아이에게 상을 주나봐.그 외 검술부,격투부,마법부 등 이런 실전 위주의 부들은 각각 고루 섞은 뒤 시합을

해서 그 승패에 따라 우승자를 결정한대."

"......우리 드리케에는 마법부뿐이잖아."

검술부?격투부?그런 게 있나?

"지니,그게 무슨 말이야?없긴 왜 없니?드리케는 기사의 나라라고 불리는 드미트리 왕국의 왕립 아카데미인걸.그런데 검술부가 없는게 말이 되니?"

"하,하지만 나는 한 번도 못 봤는데?"

"당연하지!드리케 아카데미는 두 개로 나뉘어져 있잖아!천재들만 모여서 갖가지 문학수업을 받는 종합반과 뛰어난 육체능력의 아이들만 모은 운동반!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 드리케 아카

데미는 천재들만 모인 초 엘리트 아카데미라고!돈만 내면 개나 소나 받아주는 다른 나라의 왕립 아카데미와는 그 질이 다르다 이거야!그 증거로 다른 학교들은 학생 수가 몇 천 명씩이나 된

대.애들이 얼마나 바글바글할까?끔찍하다고.난 애들이 싫어!어쨌든,우리 드리케는 운동반에 3백 명,종합반에 120명,총 420명의 초 엘리트 집단이다 이거야!"

헉스,처음 알았다!그랬구나.그래서 진로를 정하지 못하면 종자가 된다는 소문이 돌았던 건가?

근데 미아,너도 애거든?그나저나 운동반에 비해 종합반 수가 너무 딸리는 것 아냐?나 그동안 주위에 너무 무관심했나봐.이러다 왕따되겠어.긴장하자!

내가 속으로 나의 무관심을 질책하는데 누군가 호명하는 소리가 울렸다.

ㅡ마법반에 브라이트 케니얀,코가 이스테라오,유피 사니에룬,피터,정령반에 지니 크로웰,이상의 학생들은 단상으로 나와주세요.

나는 어느새 주위의 손길에 의해 단상 위에 올라 있었다.

또 다시 들려오는 학장의 '본 학생들은 우리 드리케의 명예를 위하여 어쩌고,저쩌고' 하는 방송이 울렸다.잠깐!나도 나가는 거야?이봐!정령술로 싸우라고?검사랑?마법사랑?격투가랑?그게 말

이 돼?이건 아니잖아!

"싱크,물의 부력을 완전히 없애 지정한 목표를 가라앉히는 마법.워터 스크린,시전자 주위에 물의 장벽을 쳐 불 공격의 데미지를 막아주는 마법.워터 워킹,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마법으로 중

장갑을 착용하고 있어도 상관없다.워터 브리딩,수중에서도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마법.퓨리피케이션,원하는 물을 정화하는 마법.아쿠아 볼,약한 수압으로 이루어진 볼을 이용해 공격하는 마

법......"

덜컹

덜컹

연신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나는 이엘 선생이 건네준 정령 마법서,그중에서도 물의 하급정령 운디네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읽어보고는 좌절에 빠졌다.겨우 6개.그중에서도 공격용이라고

는 달랑 하나!결국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여기까진가......나는 멍하니 마차 안을 둘러보았다.

격투반 3명,검술반 4명,마법반 4명,정령반 1명 이렇게 12명이 토너먼트 경기에 참가하는 시합반,한마디로 치고 박고 하는 반이다 이거지.

그 외 연금술반 2명,경제학반 2명,경영학반 2명,행정학반 2명,도합 8명은 연구 성과를 리포트로 재출해 누가 더 똑똑한지를 겨루는 이론반이고.

시합반에서는 각각 4명 중 2명은 청소년부,나머지 2명은 유아부.이렇게 각기 청소년부와 유아부로 나뉘어 따로 시합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이론반은 청소년반과 유아반이 실험을 하던 리포트를 쓰든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한참 생각에 빠져 있는데 마차가 멈추고 누군가 마차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아가씨,점심시간입니다."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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