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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71)

글비 퓨전 판타지 소설 금발의 정령사 1권

프롤로그

"뭐라고?매일 공부!공부!지겨워 죽겠어!뭐?그렇게 쪽팔리면 다른 머리 좋은 딸 구하면 되겠네!아,몰라!그럼,나 혼자 콱 죽어버릴 거야!"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화가 치밀었다.

왜?어째서?공부!공부!엄마가 입에 항상 다는 소리였다.

옆집 딸 누구는,같은 회사 다니는 누구네 딸은,누구네 딸!누구네 아들!지긋 지긋했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평소라면 학원을 끝마치고 그룹과외를 받고 나서 밤 11시가 되어서야 끝나지만 오늘은 선생님의 개인 사정으로 과외가 취소됐다.

그래서 택시가 아닌 버스를 탄 뒤 일찍 간다는 전화를 했더니 뭐?

"거짓말하지 마.보나마나 과외 땡땡이치고 들어오는 거지?그러다가 성적 떨어지면 쪽팔려서 어떻게 사니?"

쪽팔리면 죽으면 되겠네.왜 살아!공부는 뭐 죽을 때까지 가져가는 줄 알아?

지겨웠다,모든게.공부를 왜 하냐고 묻는 선생님의 말에,

"애들이 다 해서요.저만 안 하면 이상하잖아요?"

하고 답했던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 일은 당연히 엄마의 귀에 들어갔고 당장 그날부터 학원이며 과외가 시작되었다.

나는 반항심에 첫날 시험을 모조리 찍어버렸다.

점수는 평균 23점.

그날부터 엄마는 나를 문제아 취급했다.

이날 이때까지 나는 평범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성적을 유지했고 적당히 친구들도 사귀어왔다.

딱히 못된 아이들과도 어울리지도 않았다.

적당히 순종했고 적당히 반항했다.

하지만 정작 그런 나를 긍지로 몰아넣었던 엄마는 나에게 모든 문제를 돌렸다.

그리고 나를 문제아로 인식했다.

쪽팔리는 딸

그렇게 내가 싫으면,그냥 내버려두면 되지 않는가?공부는 왜,왜 시키고 참견은 왜 하는 거야?윙윙거리며 우는 핸드폰을 무시해버렸다.

배터리를 떼서는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흥이다!"

한참을 그렇게 씩씩거리는데 문득 피곤이 몰려왔다.

눈이 가물가물해졌다.

직행버스 안,아직 도착하려면 멀었기에 조금 잠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끼이이익

콰아앙

"꺄악!"

거센 충격에 나는 잠에서 퍼뜩 깨어났다.

앞좌석에 머리를 박았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충격에 뒷목이 뻐근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밖으로 주황색 빛이 들어오는 걸 보니 터널 안인것 같았다.

"손님 여러분!내리세요!빨리요!"

푸쉬이익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 아저씨의 다급한 말에 서둘러 가방을 챙겨들었다.

혹시 잊은 것이 없나 살피다 겨우 맨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서기 무섭게 나는 코를 틀어막아야 했다.

지독한 연기와 먼지가 뒤섞여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이상한 냄새도 났다.

달짝지근한 듯하지만 씁쓸한 냄새.

숨막히는 역겨운 냄새가 터널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와 같은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도 하나같이 코를 쥐어 막았다.

이게 뭐지?

난 코를 막은 채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터널이 꽤 긴지 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니,연기로 인해 시야가 차단되었다고 해야겠다.

당장 1미터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눈도 따끔따끔 아파왔다.

옷소매를 늘려 입을 막는데 문득 앞 쪽에서 연기를 뚫고 몇몇 사람들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중 어떤 사람이 다급히 뛰어오다가 자기 발에 걸려 꼴사납게 넘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지 나오지 않았다.

그 남자는 마치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손을 덜덜 떨며 넘어진 그대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왜 저래?

내가 인생을 찌푸리는데 그런 아저씨에게 웬 할머니 하나가 다가가서는 자신보다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아저씨를 부축하며 일으키려 했다.

난 아무도 도우려 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삐죽이며 그 아저씨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그 아저씨가 뛰어온 쪽에서 이상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쾅!

"허억!허어억!부,불이야!불이 났어!"

아저씨는 내 손을 덥석 붙잡더니 눈을 커다랗게 뜨며 소리 지르듯 말했다.

"......네?"

내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자 그 아저씨는 어느새 내 손을 놓고는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그 아저씨가 연기 속으로 사라지자 나는 온몸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등골이 오싹하게 달아오르고 소름이 돋았다.

퍼버벙

다시 들려오는 폭음.

나느 절로 울상을 지으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자욱한 연기 너머로 붉은 기가 가득 넘실거렸다.

맙소사,저게 뭐야?

"헉!"

나도 모르게 경악성을 내뱉았다.

어느새 연기를 뚫고 내 앞에 다가온 것은 새빨간 불길이었다.

거센 불길이 조금씩,조금씩 버려진 차들을 타고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도로 바닥을 질척하게 적시고 있는 것은 발견했다.

이게 뭐지?

나는 그제야 매캐한 연기에 가려져 있던 이상한 냄새의 정체를 깨달았다.

석유?휘발유?나로서는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게 기름이라는 사실이었다.

콰장창

"히익!"

다시 한 번 무언가가 터졌다.

그리고 나는 끔찍하게도 그게 무엇인지 마주보고야 말았다.

기름을 타고 스멀스멀 다가온 불길에 차 하나가 날름 삼켜진 모양인데,한참을 타올랐는지 녹아내린 차체가 일순 굉음과 함께 폭파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유리파편 같은 것이 충격에 튀어 올라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게 뭐지?이게 뭐야?!

다리가 후들거렸다.

너무 놀라 머릿속으로 심장이 옮겨간 건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심장소리,귓가가 멍멍해지도록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 심장소리에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절실하게 실감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다리,왜 이러지?일어서야 하는데!

어느새 나는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건드리지도 않을 도로바닥을 맨손으로 짚어 힘없는 다리를 질질 끌고 본능적으로 불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눈물이 흐르려 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매캐한 연기에 목이 따가웠다.

하지만 나는 겨우 몸을 돌렸을 뿐이었고 이미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피해버린 자리를 홀로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콜록!콜록!"

손바닥에 모래가 박혀 아팠다.

손톱 끝이 부러졌다.

미끈미끈한 기름이 양쪽 소매를 더럽혔다.

힘이 빠진 다리로 바닥을 억지로 휘적거린 탓에 모처럼 입은 새 청바지에도 기름이 잔뜩 묻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엄살을 부리기도 전에 어느새 화끈한 열기가 등에 와 닿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갔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 일어난 것 같았다.

그렇게 용을 써도 내 것 같지 않던 다리로 잠시 멍해 있던 나는 그냥 냅다 뛰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자신 없었지만 불길은 느렸기에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입에 거품을 몰고 쓰러져 있는 그 사람을 본 나는 짙은 두려움을 느꼈다.

죽은 거야?진짜?말도 안 돼!

눈물이 흘렀다.

얼마 뛰지도 못한 것 같은데 숨이 턱턱 막혔다.

이 터널의 끝은 어디지?빛이 보이지 않았다.

연기가 점점 짙어져 이젠 숨쉬기가 힘들었다.

다리가 풀렸지만 계속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더 걷기 위해 악을 썼다.

이대로 움직이지 않고 멈춘다면 또 주저앉고 말 것 같았다.

연기는 더욱 진해지고 매캐해져서 이제 눈앞의 사물만 겨우 보이는 정도였다.

문득 나는 뭔가를 밟았는데 끔찍하게도 죽은 사람의 시체였다.

"끼아아악!"

그 사람은 밟혀 죽은 것 같았다.

살이 터지고 입안에서 살덩이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등짝이며 얼굴에 발자국이 선명했다.

잔인한 모양새,이런 사람,아니 시체를 내가 또 밟은건가?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다리를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 사람과 똑같은 꼴이 될 듯했다.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그때마다 질식한 듯 입에 거품을 몰고 눈이 뒤집힌 사람들의 시체가 보였다.

그들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 또한 당장 눈이 빠질 듯 아팠고 조금이라도 몸을 멈추면 쓰러질 것 같은 극한의 상황이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명의 경각에 선 나는 당장이라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려는 것을 억지로 버텼다.

주위에 미약하게 보이는 주황색 빛에 의지해 출구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힘겹게 발을 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주위의 주황빛 등이 깜빡거리더니 이내 꺼졌다.

그나마 미약하던 빛이 사라지자 온통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았다.

맙소사,결국 나는 주저앉아버렸다.

죽나?죽는 거야?정말?

그때였다.

왠진 모르지만 가방 안에 핸드폰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켜려는데 어두워서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거나 누르기 시작했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왜?왜 안 켜지는 거야?

눈물이 줄줄 흘러 손등을 적셨다.

"엄마,아빠!허어어엉."

그막 목 놓아 울어버렸다.

억울하고 미안해서,두렵고 무서워서 눈물이 흘렀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이내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러는 와중에 가방 안에 배터리를 넣어둔 게 떠올랐다.

손을 급히 움직였다.

배터리를 끼우고 전원을 눌렀다.

전원이 들어오는 그 시간이 어찌나 느릿느릿한지 핸드폰을 던져버리고만 싶었다.

마침내 핸드폰 전원이 들어왔고 온통 어두운 곳에서 핸드폰만이 미약한 빛을 뿜어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걸렸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제발,받아.받아!받아,엄마!와들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이젠 정말 숨이 차 죽을 것 같았다.

코와 입을 타고 탁한 연기가 목구멍까지 스며들었다.

띠리리리

찰칵

[여보세요.]

"엄마!"

마치 어둠 속에서 구원된 것 같았다.

한순간이지만 나는 구원 받았다.

[응?너어 도대체가......버릇이 그게 뭐니?누가 어른이랑 통화하는데 멋대로 끊으래?응?]

"......응,이제 안 그럴게.정말 안 그럴게!"

['응'이 아니라,'네'라고.뭐?진이 너 갑자기 왜 그러니?]

"흐어엉.엄마아,나......콜록,흐읍,나 좀 살려줘.나 죽어!정말 죽어어!"

설움이 복받쳤다.

내가 정말 이렇게 죽어야 하나?엄마 아빠한테 자식이라고는 나뿐인데.

늦게 얻은 자식이라고 매일매일 예쁜 우리 딸 예진이,우리 귀한 공주님,그러던 아빠한테 미안해서,그렇게 말하면 쪽팔리게 공주가 뭐냐고 막 짜증내고 그랬는데,미안해서 어떡해.

[왜,왜 그래?왜 그래 진이야?무슨 일이야?]

"엄마아,콜록!나......헉!커헉......"

숨이 덜컥 막히더니 이젠 한계다 싶었다.

눈앞이 흐려졌다.

[진아아!]

"미안해,그리고 진짜......정말 컬럭......사랑하고,아빠하고......흐억,싸우지......말고......흐어엉,어어엉"

내 목에서는 쇠 끓는 소리가 났다.

무리해서 말을 한 탓인지 컥컥거리며 목이 막혔다.

눈물이 멈추질 않아 더 이상 말할수가 없었다.

신이 있다면 살려달라고 빌고 싶었다.

그리고 나를 왜 이런 상황에 내던져놨느냐고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었다.

[여보!여보오!진이......진이가!]

엄마가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내 그 소리가 아득해졌다.

그리고 귓가에 마지막으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아?진아??진아!]

대답할 수 없었다.

온몸에 힘이 풀려 털썩 바닥에 쓰러버렸으니까.

떨어진 핸드폰에서 나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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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금발의정령사 텍스트 본을 제작한 klogesu30 이라고 합니다..

너무 힘들군요!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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