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메랄다는 강인한 신념과 고귀한 헌신으로 백성들을 지켜왔다. 하지만 그녀는 백성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었다. 지난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할 만큼 비참한 죽음이었다. 기적처럼 시간을 거슬러왔을 때 에스메랄다는 신념과 헌신을 모두 내려놓았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대의도, 명분도, 희망도 아니었다. 지독한 악취를 흘리며 거칠게 타오르는 복수심뿐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비참함으로 장식해준 놈들에게 복수를. “마수와 인간의 피 속에 무릎을 꿇려, 비참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꼴을 봐 주마.”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백성들의 핏물을 제물로 바치는 것도 망설이지 않으리라. ‘에스메랄다!’ 설령 그 길 위에서 사랑하는 사내에게 비난 받는다 할지라도 말이다. 일러스트ⓒ 우문 타이포ⓒ lic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