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쾅!
펜트하우스로 두 개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거친 문소리와 약한 진동음이 가시기도 전에 강윤이 은재를 벽에다 밀어붙였다.
“아.”
격하기까지 한 동작에 깜짝 놀랐으나 탄성을 이을 순 없었다. 이동하는 동안 꾹꾹 눌렀던 욕정을 폭발한 듯 강윤의 입술이 들이닥쳤다.
치열을 가르고 들어온 혀가 엉겨 붙은 숨결을 맛보듯 입안의 살점을 샅샅이 훑었다. 본능적으로 은재의 혀가 그의 혀가 움직이는 동향을 쫓았다.
제 행동을 인식한 은재는 움찔하며 발칙한 제 혀를 제어했다. 때를 기다린 듯 강윤의 혀가 능란한 낚시꾼처럼 그녀의 혀를 서슴없이 낚아채어 갔다.
혀와 혀가 얽히는 소음.
진득한 숨결.
그와 함께 강윤의 부드러운 손끝이 은재의 목덜미를 어르듯 쓸어내렸다. 오소소한 소름과 전율이 함께 일었다. 파르르 떨면서 은재는 그에게 매달렸다.
산소가 부족했다.
그녀에게 강윤이 호흡을 허락했다. 서서히 떨어진 입술이 그녀의 턱선을 따라가 귓가로 이동했다. 허스키한 저음이 속삭이듯 읊조렸다.
“서은재.”
그도 은재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의 격정적인 그의 숨소리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에로틱해서 은재는 오소소 떨었다.
“널 만지고 싶어.”
노골적인 유혹.
은재의 가슴이 솟구치듯 크게 들썩였다.
“계속해도 될까?”
딱딱해진 남자의 몸체가 말하고 있었다.
미치기 일보 직전이지만 애써 참고 있음을. 죽을힘을 다해 억제하고 있음을.
너의 허락을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
스륵―
은재는 입을 열지 않았다.
턱을 올리며, 강윤의 목깃 사이로 손끝을 밀어 넣고, 그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녀의 손길 따라 강윤의 입술이 귓불로 내려졌다.
허락이었다.
첫날밤조차 극렬히 거부하였던 은재 또한 그를 미치도록 원하고 있었다.
“그래도 돼?”
“…응.”
그녀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강윤이 그녀의 귀에 키스했다. 화끈한 전율이 파고들며, 전신으로 오소소 한 소름이 동반했다.
“…….”
은재는 아랫입술을 질끈 맞물었다.
거역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낀 온몸이 파르르 긴장했다. 강윤의 굵은 목덜미를 잡은 은재의 손도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의 반응에 호응하듯 그는 더없이 정성스레 키스했다.
은재는 그의 혀가 자신의 세포를 하나하나 끌어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에게 저항하는 일이란 불가항력적인 일 같았다.
귀에 머물던 도강윤의 입술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하나하나 소중하다는 듯 목덜미에 입 맞추고, 어깻죽지를 꾹꾹 누르는 입술의 정교함에 은재의 감각이 한층 예민해졌다.
그녀의 달뜬 기분을 알아챈 강윤의 입술이 얄궂게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하.”
탄식 같은 숨소리가 터졌다.
자신의 격정적인 반응에 은재도 기겁할 정도로 놀랐다. 하지만 그 소리는 스위치처럼 그의 두 손이 가슴을 가로지른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었다. 망설이지 않은 채 그대로 잡아 내렸다.
북―
얇고 약한 시폰 원단이 맥없이 찢겼으며, 한순간에 꾹꾹 눌러져 있고 시폰 원단에 감춰져 있던 매끈하고 풍만한 여체가 드러났다.
스윽.
강윤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은재의 눈높이에서 사라졌다.
은재의 두 눈이 질끈 감겼다.
저항할 수 없는 뜨거움에 몸부림치는 사이, 강윤은 끊임없이 그녀의 부드러움을 탐했다.
강함과 약함이 교차하는 압력.
뒤섞이듯 얽히는 감촉.
‘어떻게…….’
심장처럼 은재의 목구멍에도 뜨거운 숨이 차올랐다.
저도 모르게 허덕허덕 벌어지려는 입술도 질끈 악다물었다.
아.
도강윤.
도강윤.
당신이라는 남자는.
이토록.
자신이 도강윤과 이런 접촉을 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다.
소름 끼치도록 싫을 줄 알았는데…….
도강윤은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남자였다.
능란함도 능력자였다니.
그는 일시적으로라도 딴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고, 오롯이 자신에게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그로 인해 흥분에 휩싸인 온몸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
결국 질끈 맞물었던 은재의 입술이 열리고 말았다. 자신이 뱉고서도, 자신이 믿기지 않아서, 한편으론 한없이 부끄러웠다.
“서은재.”
그의 입술이 덥석 돌아왔다.
입술을 붙이고 도로 입안으로 혀를 넣으면서, 번쩍 그녀의 하체를 안아 들었다.
은재가 생존본능처럼 그의 목덜미에 매달리자, 다부진 남자가 성큼성큼 이동했다.
풀썩.
곧장 그의 침실로 이동하여, 그대로 그의 침대에 눕혀졌다.
휙.
거추장스럽다는 듯 슈트 재킷과 셔츠를 벗어버린 그의 탄탄한 상반신이 보였다. 신이 조각한 듯한 군살 하나 없는 몸매에 감탄이 나왔다.
“하, 서은재.”
주저 없이 덮쳐오는 남자 때문에 그럴 새도 없었지만.
도로 격정적인 키스를 퍼부으며, 그의 손길이 부드럽게 은재의 몸을 오르내렸다.
아름다운 선율에 리듬을 타듯이 그의 손길은 부드럽고 세밀했다. 신열을 앓듯 체온이 뜨거워졌다.
“도강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거리를 두려 애썼고, 끝없이 냉정을 유지했건만.
그에게 와르르 무너져 버린 자신을 부끄러워할 새도 없이 그를 원하고 있었다.
“…….”
그녀의 갈망을 읽은 듯한 손길이 움직였다. 생경한 감촉에 은재는 경직했다. 아연실색해서 눈도 번쩍 떴다.
“…싫어?”
강윤이 약간 긴장했다.
매사 카리스마 넘치고 냉담하던 남자의 눈빛이 짐짓 사정하는 듯 애달팠다. 헐떡이는 은재도 애타는 심경으로 간신히 말했다.
“싫다면, 멈출 거야?”
“음. 그래야지.”
이 와중에도 네가 싫으면 관두겠다는 의지는 올곧았는데…….
‘제발, 멈추게 하지 마.’
라는 눈빛의 하소연이 백억 배로 강렬했다.
‘도강윤이 귀여워 보이다니.’
달뜬 가운데서 머릿속이 온통 몽롱한데도, 은재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압박감 때문에 그럴 순 없었지만.
“싫다기보단…….”
은재는 제 몸과 잇닿은 채 인내하느라 울툭불툭 힘줄이 도드라진 그의 팔뚝을 손으로 감싸듯 잡았다.
“이런 건 처음이라 낯설어서.”
씩.
도강윤의 입매가 농염하게 길어졌다.
“난…….”
여심 홀리는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내려왔다. 쪽, 달콤하게 은재의 입술에 붙이며,
“해보고 싶었어.”
오물거리듯 실토했다.
야한 소망.
은재는 싫지 않았다.
제 입안으로 쑥 들어오는 그의 혀도, 서서히 자신의 손바닥 아래로 하강하는 팔뚝의 근육도.
‘…이런.’
이어지는 생경한 접촉에 은재는 경직한 채 움찔거리며 그의 몸을 강렬히 끌어안았다.
제 입안을 탐하는 그의 혀는 들끓는 용암처럼 극렬히 뜨거웠고, 골반으로부터 퍼지는 전율이 전신이 찌릿찌릿했다.
한참 동안 키스를 하던 입술이 차츰차츰 아래로 내려왔다.
촉촉한 입술로 정성스레 그녀의 몸에다 인장을 찍었다.
입안도, 살갗도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까보다 더하게 진득한 감각이 상반신에 쏠렸다. 그의 꼼꼼함에 발가락이 바짝바짝 섰다.
그럴수록 그는 도자기를 빚듯 한없이 정성스러웠고, 때론 맹렬할 정도로 퇴폐적이기도 했다.
“…도강윤.”
그 바람에 은재는 불타 버릴 듯했다. 제 몸이 그의 손과 입술 아래에서 활활 타서 재로 남아버릴 것만 같았다.
“도강윤….”
“계속 불러.”
손을 격하게 움직이며, 뜨거운 입술이 귀로 왔다. 달궈진 숨결이 속삭였다.
“내 이름.”
“도강윤.”
심신이 젖어갔다. 그의 이름도 젖어들었다.
“이제 그만.”
참을 수 없었다.
휘몰아치는 감각으로 몸부림치듯 은재는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정말….”
혼잣말처럼 볼멘소리를 중얼거리며, 은재는 무기력하게 그에게 반응하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눈앞이 아찔했고, 온몸이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지러워.’
현기증이 날 정도로 머릿속도 몽글몽글했다.
이런 기분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번개가 친 것처럼 눈앞에 붉은 기운이 도는 듯하더니, 강렬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가냘픈 환성을 내지르며 은재의 손이 핏기가 가시도록 흰 시트를 꽉 쥐었다.
“…도강윤.”
그리고 전신의 기운이 쑥 빠져나가 축 늘어졌다.
도강윤의 허스키한 저음이 어렴풋이 들렸지만, 일시적으로 넋 나간 은재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졸음이 확 몰려왔다.
“벌써 졸면 어떡하나.”
나직이 숨을 고른 강윤의 뜨거운 입술이 귓가에서 또렷이 읊조렸다.
“응?”
가까스로 감기는 눈꺼풀을 여니, 상반신을 들고 바지 버클에 손을 대는 도강윤이 뿌옇게 보였다. 얄궂게 휜 입술도.
“워밍업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