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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집착남 (25/72)

25. 집착남

6년 전, 서툴렀던 그때와 다르게 재혁은 한 마리의 야수가 되어 그녀를 유린하고 있었다.

그녀의 침실에서 관능에 젖은 이나의 신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아…!”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쾌락의 파도에 이나는 더 이상 그날에 관한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머릿속을 떠다니던 첫날밤의 아름다운 기억은, 새로운 쾌락으로 뒤덮여 안개처럼 사라져 갔다.

재혁은 이나의 몸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실오라기를 향해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거친 그의 숨이 목 언저리를 스쳐 지나갔고, 곧이어 축축한 혀가 닿자 이나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대표님….”

쾌락에 잠긴 목소리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뒷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지난 며칠간의 인내를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 듯, 그의 성난 몸이 그녀의 사이로 거칠게 파고들었다.

“!!”

흐릿한 시야로 그의 단단한 가슴이 꿈틀거렸다.

이나는 물밀 듯 밀려오는 고통과 쾌락 속에 재혁의 등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아읏!”

지난 6년 동안 찬을 위해 참아 왔던 여자 정이나의 욕망이 댐이 무너지듯 한순간에 쏟아져 나왔다. 

그 욕망의 파도 속에서 이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이나.”

지독한 집착이 온몸에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넌 내가 가져.”

“싫어요.”

이나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앙칼지게 소리쳤다.

그러자 재혁이 더욱 거칠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아흑.”

다시 한번 쾌락에 젖은 신음이 흘러나오자, 재혁은 더욱 흥분했다.

“말해. 나밖에 없다고.”

“싫어…. 아, 제발 그만.”

거칠게 몰아치는 재혁의 몸짓에 그녀는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밖에 없어요. 제발 이제 그만해요.”

이나가 애원하듯 말했지만 그는 거친 몸짓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어느덧 정점을 향해갔다.

“정이나!”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된 순간, 재혁은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 안았다. 다시는 그녀를 놓지 않겠다는 듯.

***

“정이나 씨, 일어나지?”

이나는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침 먹읍시다.”

“음… 엄마 몇 신데? 조금만 더 잘게.”

“6시 30분.”

“그럼 10분만 더…. 잠깐.”

지금 귀에 들린 목소리가 엄마가 아닌 재혁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녀의 눈앞에 앞치마를 두른 재혁이 그녀를 보고 서 있었다.

“운동 전에 아침부터 합시다.”

“아!”

재혁의 얼굴을 보자 어젯밤 일들이 머릿속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함께 보낸 광란의 밤과 지쳐 잠들었던 자신의 모습까지.

경악으로 물드는 표정을 모른 채 하며 재혁이 말했다.

“일단 옷부터 입고 나와요. 밥 먹게.”

재혁의 말에 이나는 깜짝 놀라 자기 모습을 바라보았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속옷조차 입지 않은 채 헐렁한 셔츠만 단출하게 걸친 상태였다.

“헉”

이나는 다급하게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렸다.

재혁이 방을 나가자마자,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자신의 옷을 챙겨있었다.

“미쳤지. 미쳤어.”

옷을 다 입고 나자 문득 현재 자신의 모습이 신경 쓰였다.

화장대 위 거울을 낚아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절망에 빠졌다.

잔뜩 낀 눈곱과 엉망인 피부가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이나는 다급하게 얼굴을 수습하고 기름기 흐르는 머리를 질끈 묶었다.

대충 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재혁은 언제나와 같은 깔끔한 셔츠를 입은 채로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다.

이나는 그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재혁은 플레이팅까지 완벽하게 된 스테이크 이나 앞에 놓아주었다.

“언제 일어나셨어요?”

“30분 전에.”

“깨우시지.”

이나의 투덜거림에 재혁은 무심하게 음식을 준비하며 말했다.

“자는 모습이 예뻐서 그냥 뒀어.”

재혁의 말에 이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 사이 재혁이 자리에 앉았다.

“먹자.”

그는 고기 한 덩이를 큼지막하게 썰어 이나에게 내밀었다.

“힘쓴 만큼 보충해야지.”

“제가 먹을게요.”

“팔 떨어져. 아.”

이나는 마지못해 고기를 받아먹었다. 고기가 입에 들어간 순간 그녀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육향과 부드러운 고기는 가히 환상의 맛이었다.

그녀는 식욕이 폭발해서 눈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허겁지겁 입에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재혁이 자신의 스테이크를 그녀의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이것도 먹어.”

“애효니으뇨?” (대표님은요?)

“다 먹었어.”

이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가 준 고기까지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맛있게 먹었어?”

이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아침부터 요리한 보람이 있네.”

배가 부르자 이나는 그가 자신에게 반말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룻밤 잤다고 이러는 거야?

“그런데 왜 반말하세요?”

“불편해?”

“불편합니다.”

“참아.”

“싫어요.”

“그럼 너도 반말하던지.”

그건 또 아니라는 생각에 이나가 노려 보았지만 능구렁이 같은 재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다 먹었으니 운동해야지.”

재혁의 말에 이나 역시 따라일어났다.

“옷 갈아입고 나오겠습니다.”

“옷 갈아입을 필요 없어.”

“왜요?”

“어젯밤에 했던 운동을 다시 할 거니까.”

재혁이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로 잡아당겼다.

“네?”

허리 춤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재혁의 몸이 이나에게 느껴졌다.

이나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제 실컷 했잖아요.”

“생각 안나나? 이나가 지쳐서 내일 하자고 했던 거.”

“그렇지만 이렇게 바로 하는 건….”

“난 멀었어, 정이나. 이제 시작했다고.”

그는 감싸 안은 이나의 어깨를 있는 힘껏 당겼다.

재혁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이 순간을 음미하고 있었다.

자신의 무릎에 앉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괴롭히고 싶었다.

그는 이나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왜 아침부터 이쁘고 난립니까. 사람 못 참게.”

“….”

그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자, 이나는 견딜 수 없어 몸을 비틀었다.

재혁의 혀가 그녀의 귓불을 탐했다.

이나는 균형을 잡기 위해 그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꿈틀대는 근육의 움직임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돌려 안아 입술을 머금었다.

“흡….”

그의 텁텁한 날숨이 이나의 입 안으로 몰려왔다.

재혁의 혀가 갑자기 휘몰아쳐 이나의 입 안 깊숙이 농밀하게 파고들었다.

두 사람은 뒤엉키며 서로의 입술을 마음껏 음미했다.

재혁이 거칠게 식탁 위의 식기들을 밀어 버렸다.

와장창- 그릇이 깨지는 소리에도 두 사람은 서로 탐미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재혁은 이나를 가볍게 들어 올려 식탁 위에 앉혔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을 가린 셔츠 한꺼풀을 벗겨냈다.

그는 몰아치던 키스 세례를 멈추고 잠시 이나의 나신을 바라보았다.

마른침을 삼키는 재혁의 굵은 목젖이 위아래로 요동쳤다.

“너무 뚫어져라 보지 말아요.”

이나는 부끄러운 듯 두 팔로 몸을 가리며 움츠렸다.

수줍어하는 이나의 모습이 오히려 재혁의 관능을 자극했다.

재혁은 망설임 없이 이나의 위로 올라갔다.

그는 어제보다 더 능숙하고 과감하게 이나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깊숙하고, 더 농밀하게.

***

이나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재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심코 시계를 본 이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전 11시. 출근 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휴대 전화를 열어 보니 재혁의 문자가 와 있었다.

[난 출근해. 오늘은 특별 휴가니까 절대 출근하지 마.]

“깨워야지. 이러면 어쩌자고!”

이나는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문을 벌컥 열자 세면대 거울에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내 문자 무시하고 준비할 거면 꿈 깨요. 벌써 휴가 결재 처리했으니까.]

“….”

이나는 재혁의 엉뚱함에 피식 웃어 버렸다.

“그래. 쉬라는데 쉬자.”

밤새도 모자라 아침까지 시달린 탓에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거실 소파에 눕자 온몸이 쑤셔왔다.

그녀를 거칠게 다룬 재혁 때문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하여간.”

거실의 창문으로 오전의 햇살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이나는 이렇게 편안하게 쉬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찬을 낳은 후, 꿈을 포기하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달려왔던 시간.

그 6년의 시간 동안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워킹맘의 고된 육아였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쉬는 날이면 찬과 시간을 보내기 바빴다.

6년 만에 찬과 떨어져서 지내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동안 침대에 누워 있다 보니 재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혁은 정말 폭주 기관차 같았다.

그의 열정은 식어 있던 이나의 몸을 한순간에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이런 관계에 중독되어 버린다면 마음이 없더라도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불편한 죄책감에 이나는 휴대 전화를 꺼내 들고 찬의 사진을 열어 보았다.

밝게 웃는 찬의 모습을 보자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찬과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 보는데, 아직 지우지 않은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대학생 시절, 화사한 무대 화장을 하고 찍은 사진 한 장.

배우를 꿈꾸던 시절의 사진이었다. 지금의 러시아어 실력도 학창 시절 희곡 공부를 하며 얻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이나가 추억에 잠겨 있을 때, 재혁이 문자를 보냈다.

[깼나?]

문자를 받자마자 이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녀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답장했다.

[네.]

[몸은?]

[괜찮아요.]

괜찮을 리 없었다. 문자를 보내는 이 순간도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니까.

[저녁에 봐.]

저녁에 보자니. 무슨 말일까?

문자의 뜻을 생각하던 이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오늘도 하자는?’

이나는 고민 끝에 이렇게 답장했다.

[오늘은 집에서 쉴게요.]

[안돼.]

곧바로 단호한 답장이 돌아왔다.

[또 하자는 거예요?]

[말했잖아. 아직 멀었다고.]

그렇게 수없이 절정에 올라 놓고도 하는 소리가 이거라니.

[오늘은 너무 힘들어요.]

이번에는 재혁의 답장이 조금 늦어졌다.

잠시 후, 재혁에게 문자가 왔다.

[알았어. 그럼 집에 있어. 저녁 같이 해.]

재혁의 문자에 이나가 [아니요] 라고 글자를 쓰고 있을 때, 다시 재혁이 문자를 보냈다.

[오늘 안 건드리는 대신이야.]

그의 문자를 보고 이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내 몸이 자기 것도 아닌데, 안 하는 대신이라고?’

웃겨 정말.

그녀는 속으로 생각하며 그에게 답장했다.

[알겠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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