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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혼, 이번 생엔 제가 할게요-133화 (133/233)

133화. 엄청난 발견

“여기서 자면, 안 됩니까?”

“…….”

“…안고만 잘 테니.”

눈꼬리를 양옆으로 늘어뜨린 채 그리 물어오는 요청이 왜 이렇게 안쓰럽게 들릴까.

사이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해 뜰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잠깐만 누워 있으면 될 것 같았다.

“…….”

“…….”

그의 방, 그의 침대에 나란히 누운 경험은 묘했다.

보통은 그녀의 방에서 함께 잠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 그대로 이렇게 얌전히 눕기만 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번 그에게 몰아붙여지다가 언젠지도 모르게 잠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렇게 그냥 그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숨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콘스탄틴은 그냥 안고만 잔다고 한 말을 지켰다. 물론 뭔가 자꾸 엉덩이를 찌르는 것을 보니 그의 하반신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도 민망한지 하체를 약간 뒤로 물렸다.

뒤로 시달린 기억이 아직 좀 안 좋게 남아 있는 터라 사이나는 몸을 반대로 돌렸다.

마주 보는 자세가 되자 아직 잠에 들지 않은 그의 얼굴이 보였다.

몸과 달리 눈빛에는 정욕이 넘실거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 눈을 보니 어쩐지 안심도 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해서, 사이나는 슬쩍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자신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잠에 빠져들었다.

* * *

‘…답답해.’

사이나는 눈을 찡그리게 할 정도로 강한 햇살과 묘한 답답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꿈뻑거리며 초점을 맞춘 사이나의 시야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낯선 색깔의 천장이었다.

색도 색이지만, 매일 눈에서 뜨면 보던 캐노피가 쳐진 침대의 꼭대기가 아니라, 천장이 보인다는 점이 아주 낯설었다.

“아.”

당연하다. 여긴, 제 방이 아니었으니.

새벽에 공작의 방에서 잠이 들었고, 생각 외로 오래 잠이 든 모양이다.

낯선 것은 또 있었다.

제 복부에 걸쳐진, 묵직한 팔의 존재.

태양의 자국이 침실 안에 가득한 때에도 새근새근 자고 있는 남자의 존재.

숱 많고 가지런한 백색 속눈썹이 눈 아래에 그늘을 드리운 것을 이렇게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남자가 여태 제 곁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

처음이다. 그가 침대에서 잠든 모습을 보는 것은.

수도에서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무감하고 냉랭한 인상이, 자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반짝거리는 하얀 머리카락이 한껏 흐트러져 침대에 펼쳐진 채 그는 등을 내보이며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었다.

그녀를 가두려다가 실패한 것처럼 한 팔만 겨우 그녀에게 얹은 채로 말이다.

물론, 그 한 팔만으로도 그녀에게는 매우 무거워서 답답함을 느끼며 깨어났으나, 나름 그는 제 무게를 그녀에게 싣지 않으려 노력한 것 같기는 했다.

‘그리 숨기려 하던 게 어제인데…….’

지금은 다 보라는 듯, 등짝을 훤히 내보이며 자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웃겼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그 등의 문양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저 넓은 등판을 가득 채울 정도로 복잡, 다단한 문양은 등뿐만 아니라 뒤쪽 어깨를 타고 팔뚝을 지나 팔목 위쪽까지 이어졌다.

팔을 전체 다 감싸는 것은 아니라, 팔의 뒷면만 타고 내려오는 문양이라 앞에서 보면 안 보일 것 같기도 했다.

팔에 새겨진 문양은 면적 때문인지 도형의 형태가 아니라 길게 글자를 써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잠깐.’

글자를 써놓은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글자를 문양처럼 그려놓은 거잖아?

“…어, 어…? 어!”

사이나는 후다닥 그의 팔을 들어 제 눈앞에 가져오며 문양을 따라 손으로 쓸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사이나가 그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등 여기저기를 따라 마구 흘렀다.

그 접촉에 그가 흠칫하며 깨어났으나, 사이나는 그의 등판을 살피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사, 사야?”

“…세상에.”

날개뼈를 쓰는 손길에 그의 등이 다시금 긴장했으나, 사이나는 홀린 듯이 문양을 따라 손과 시선을 함께 옮겼다. 상체가 스르륵 일어나 그의 머리 위로 접혔다.

“읏.”

더 예민한 옆구리 쪽에 손길뿐만 아니라 숨결이 닿자 그는 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목을 감아쥐었다.

“잠깐… 잠깐만 있어 봐요.”

“왜, 헉, 왜 그럽, 니까.”

차마 더 세게 그녀를 막지도 못하고 콘스탄틴은 그녀가 만지는 대로 흠칫거리며 입술을 짓씹었다.

“…아무리 봐도.”

“…으.”

“아를어, 아를어잖아?”

“…….”

“처음 보는 문법 구조야. 와, 이거…! 앗!”

작은 손으로 가감 없이 맨살을 매만지는 느낌에 그는 오싹함을 느꼈다.

이미 제 주장을 시작한 하반신이 터져나갈 것 같아 더는 참지 못하고 그가 그녀를 잡아 침대에 쓰러뜨렸다.

풀썩.

어느새 그의 아래에 갇히는 자세가 된 그녀였으나, 그녀의 정신은 온통 새로 발견한 문법 구조에 팔린 상태였다.

“대발견일지도 몰라요!”

그의 하반신 사정에 전혀 관심 없는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흥미로움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조금만 더 살피게 해줘요, 네?”

아니, 살피는 수준을 떠나 그를 벗겨두고(?) 다 옮겨 적어야 한다.

사이나는 감이 왔다. 콘스탄틴의 등짝에 있는 아를어 구조와 저번에 밸류아 고서점에서 샀던 그 서적에 있는 구조를 함께 조합해서 연구하면, 전생의 번역 수준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게다가 블랙 다이아몬드도 있지!

호기로운 예감으로 번뜩이는 눈이 그의 몸을 집요하게 살폈다. 앞판에는 있지도 않은 글자를 투시라도 해서 볼 듯이.

그녀로부터 그런 눈빛을 받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콘스탄틴은 자신의 몸이 그녀의 시선이 움직임에 따라 긴장으로 수축되는 것을 느꼈다.

“자, 잠깐. 사야…!”

어떻게든 등을 더 보겠다고 그를 껴안아 등 쪽으로 고개를 내밀려 애쓰는 통에 그녀는 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묻는 형상으로 이끌고 있었으나 자각도 없었다.

균형을 잡으려 바동거리는 다리가 잠옷 자락을 밀어 올리며 점차 하얀 살결을 드러냈고, 그 상태로 그에게 달라붙고 있었으나, 역시 자각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콘스탄틴에게는 마치, 고문(?)처럼 느껴졌다.

“이 정도인데? 과연 네가 참을 수 있겠어?”

그렇게 누군가 속삭이며 고문 단계(?)를 올려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 제길.”

그로서는 제 볼에 비벼지는 말랑한 감촉에 도무지 저항할 수 없었다. 반사적으로 입을 벌렸다.

“…으앗?!”

갑자기 살결이 물리는 느낌에 사이나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잠옷 채로 가득 살덩이를 물며, 그녀의 등을 손바닥으로 눌러 밀어오며 몸을 더 밀착하도록 했다.

“아, 코, 콘스탄틴.”

예민한 부위에 젖은 천이 엉겨들자, 사이나가 그의 등을 타고 오르던 것을 멈췄다.

“가, 갑자기… 읏.”

잘근잘근 가볍게 씹어오는 감촉에 사이나가 그의 등에 대고 있던 손을 오므렸다. 손가락이 다물리며 그의 등을 가볍게 할퀴었다. 그의 등이 움찔하는 동시 그가 그녀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흐앗.”

찌르르한 자극에 사이나가 파드득, 몸을 떨며 그의 어깨를 밀었다.

슬쩍 떨어져 나간 그가 그녀를 올려다본다.

“…사야. 더, 더 만져도 됩니까?”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에 사이나가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내가 만진다고 싫은 게 아니라면… 조금 더… 하게 해줘요, 응?”

“하, 하지만…….”

그와의 부부관계는 밤에만 하는 것으로 고정되어 있었기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밝은데, 그건 좀…….”

햇살이 선명한 이른 아침부터 이런 분위기라니.

게다가 어제 밝은 낮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더 꺼려지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대가 싫어할 만하군요.”

그는 여전히 등짝의 문양에 대한 그녀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피는 듯 보였다.

“내가 싫어지고, 혐오스럽고…… 그런 것은 아니지요?”

“네? 그건, 아니에요.”

이건 진심이었다.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쉽게 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서, 그를 향한 원망도 짧았다.

혹자는 배알도 없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이나에겐 그랬다.

“하아.”

콘스탄틴은 안도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깊은숨을 내쉬며 그녀에게서 떨어져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자괴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자세에서 그의 등짝이 다시금 생생하게 그 자태를 드러냈고, 사이나는 또 홀린 듯 그 위로 시선을 빼앗겼다.

마치 새겨진 글자들을 파내기라도 할 듯 집요한 눈동자가 그의 등 근육을 따라 흘렀다.

그 시선을 따라 손이 덩달아 내밀어졌다. 사이나의 손이 제멋대로 그의 날개뼈 측면을 짚으며 묘하게 쪼개져 그려진 듯한 글자의 틈새를 더듬었다.

“읏, 사이나……!”

그리고 또다시, 그에게 손목이 잡혔다.

“아, 글자가… 아를어 글자 형태가 신기…….”

약간의 의식이 돌아온 사이나가 나름의 변명을 펼쳤다.

“후, 그대는 정말…….”

콘스탄틴은 한숨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당겨 반쯤 안더니, 다른 손을 사이나의 등으로 가져갔다.

기다란 손가락이 등 중앙 움푹 파인 골을 따라 느릿하게 흘렀다.

“읏. 왜 이러…….”

슬슬 오가던 손이 옆구리를 부드럽게 손등으로 쓸었다가 올라가더니 날개뼈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등인데도 그 손길이 지나치게 의식되어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대가 내게 한 게.”

“앗.”

등이 그렇게 예민한 부위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자신의 손이 아니라 그의 손이 매만지자 느낌이 매우 이상했다.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힌 그녀를 그가 지긋이 내려다보며 조금 더 손을 움직였다.

“이런 겁니다.”

손이 워낙 커다래서인지 날개뼈를 만지는 동시에 엄지가 겨드랑이 아래 예민한 부위를 파고들었다.

곧이라도 동글게 뭉친 부위에 닿아 그 윤곽을 따라 매만지기라도 할 것처럼.

‘이렇게 예민한 거였다고?’

그냥 아를어 글자를 더 자세히 보려고 그런 것뿐인데…….

갑자기 엄청난 추행을 저지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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