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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혼, 이번 생엔 제가 할게요-129화 (129/233)

129화. 돌변

촉감이 지나치게 적나라했다. 예법과는 맞지 않지만 집에서는 단출하게 입기 때문에 속치마며 속바지를 챙겨 입지 않은 결과를 이렇게 맞닥뜨리고 있었다.

“콘스탄틴! 하윽, 여긴…….”

집무실인데. 책상 위인데…….

이런 곳에서 그가 이렇게 달려들 거라고 상상도 못 했던 터라, 사이나는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 콘스… 싫, 거기…. 으응!”

보나 마나 적나라하게 노출되었을 부위에 쭈뼛한 감각이 느껴졌다.

“흣!”

사이나는 비명을 지를 것 같아 제 손등을 물며 입을 막았다.

가볍게 잇새에 씹히는 감각에 사이나가 허리를 뒤틀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

치달았던 긴장감이 풀리며 흐물해진 몸이 책상 위로 퍼져버렸다.

자신이 이렇게 민감한 몸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그는 그녀를 매번 그렇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

사이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사이 그가 올라오는지 치맛자락이 부스럭거리는 느낌이 났다.

사이나는 여전히 너무 민망해서 그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

이게 끝이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던 걸까.

어느새 묵직하게 파고드는 느낌에 사이나가 번쩍 눈을 떴다.

“콘스… 아, 으……!”

말도 안 돼…….

그녀가 믿건 믿지 못하건 간에 이미 그는 그녀의 안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중이었다.

“하, 사야. 힘 좀, 빼요.”

“…흣.”

“끊어지겠어.”

장소가 주는 배덕감 때문일까. 환하기 짝이 없는 대낮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한 그의 시선 때문일 수도 있겠다.

긴장감으로 몸이 조여드는 것을 사이나 스스로도 제어할 수가 없었다.

“거기, 보지 마요…….”

사이나가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아 당겼다.

가까워진 그의 얼굴이 들리며 시선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콘스탄틴은 맛있는 것이 묻기라도 한 것처럼 혀를 내어 제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사이나의 얼굴이 더는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붉어졌다.

“그러게, 애써 참고 있는 사람을 왜.”

그는 사이나의 몸을 반으로 접더니, 더 거세게 움직였다.

“아학!”

충격으로 배 속이 울렸다.

“건드립니까.”

대체 그녀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읏.”

혹시라도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입술을 깨문 그녀의 입을 벌리며 그가 자신의 검지와 중지를 밀어 넣었다.

“고운 입술 씹지 말고.”

“흑!”

그가 쳐올린 힘에 그녀의 몸이 튕기며 그의 손가락을 문 턱에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덜컥거렸다.

“그래요. 내 걸 씹어요.”

“흡. 응.”

놀라 떨어진 심장이 그가 강하게 움직일 때마다 공처럼 튕겨지는 기분이었다.

“위로도, 아래로도.”

점차 속도가 빨라지는 행위에 사이나의 몸이 마구 흔들렸다.

그 흔들림에 자꾸 그의 손가락을 더 세게 씹을 것 같아 사이나가 혀로 손가락을 감았다. 최대한 턱에 힘을 빼고 그 손가락을 물고 있자, 마치 그것을 빠는 것 같은 형태가 되었다.

“하, 사람 참 미치게 해.”

그가 손가락을 빼더니 그 빈자리에 제 혀를 밀어 넣었다.

“으응! 음, 읏.”

난폭할 정도로 입술을 밀어붙이며 혀뿌리를 뽑기라도 할 듯이 그녀의 혀를 거세게 빨았다.

목뒤가 쭈뼛할 정도로 짜릿한 감각에 콘스탄틴은 온몸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서, 잡은 그녀의 몸을 혹여 부러뜨리지 않을까 이를 악물어야 했다.

이를 악무느라 잠시 떨어진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끊임없이 허리를 놀렸다.

그가 주는 자극에 흐려진 보라색 눈동자를 보고 있으려니 내부에서 무언가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툭.

매끈한 그의 턱선을 타고 흐른 땀방울이 그녀의 피부 위로 떨어졌다.

땀. 땀이라…….

한여름에 열 시간 동안 땡볕에서 훈련을 해도 흐른 적 없던 땀이 그녀와 살을 맞대고 있으니 흘렀다.

그는 제게서 떨어진 그 땀의 자취를 집요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땀방울은 둔덕을 타고 아래로 떨어지더니 둥근 선을 따라 옆으로 흘렀다. 그 궤적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침이 고였다.

“하아, 아……!”

콘스탄틴은 혀를 내어 그 땀방울이 지나간 자리들을 길게 핥았다.

분명 짭짤한 맛이건만 그녀의 살결과 함께 맛보자 달게 느껴졌다.

“흐으, 으으응.”

예쁘게 새어 나오는 신음과 함께 그를 감싸오는 느낌이 좋아서 그의 목 안에서 탄식 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대체 어디서.”

그가 서서히 다시 위로 올라왔다.

“이리 예쁜 게 나타났을까.”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한껏 풀어진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함이다. 정도 이상의 쾌락을 잘 감당 못 하고 할딱할딱 숨을 넘기며 눈가에 송골송골 눈물을 맺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기이한 감정이 그를 감싸고는 했다.

딱히 한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그 감정은, 복잡하고 다단하면서 매우 오락가락했다.

이전엔 느껴본 적이 없어 무어라 정의조차 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대는 알까?

“응, 사야?”

표정이 없으면 냉미녀 상인데, 이리 흐드러져 볼을 붉힐 때나 드물게 활짝 웃을 때면 오싹할 정도로 다른 얼굴이 되고는 했다.

그래, 지금처럼 말이다.

“하아…….”

부끄러운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달뜬 신음을 흘리던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정면으로 돌아왔다.

검은 비단 장막 같은 속눈썹이 천천히 들려 올려지더니, 꽃잎 같은 보라색 눈동자를 제게 맞추고는…… 사이나가 갑자기 해사하게 웃었다.

눈동자에 담긴 제비꽃보다, 더 꽃처럼.

“…….”

순간 벼락같은 쾌락이 등 뒤를 난폭하게 할퀴며 지나갔다.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

콘스탄틴은 자신의 몸이 제어를 벗어나 터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탄식했다. 성대에서 긁는 것 같은 소리가 새어 나갔다.

‘방금…….’

찰나, 머릿속이 진탕이 되는 기분에 콘스탄틴이 눈을 깜박였다.

어째서인지 달달 떨리는 손을 들어 그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콘스탄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올려다보는 얼굴이 맑았다.

왠지 그 시선을 감당할 수 없어진 그가 파들거리는 눈꺼풀 위로 입술을 내렸다.

촉. 가볍게 여기저기 그가 입술을 내리며 섬세하게 그녀의 얼굴을 쓸었다.

소중한 무언가를 더듬듯이, 그렇게.

* * *

급작스럽게 시작된 관계만큼이나 지금의 분위기는 난데없었다.

갑자기 콘스탄틴이 지나치게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통에 놀랐으나, 이내 그녀가 너무 소중하다는 듯 베이비 키스를 남기며 배회하는 입술의 간지러움에 사이나가 헤실 웃었다.

“간지러… 읏, 코, 콘스탄틴?”

끝난 줄 알았는데, 배 속이 다시금 팽팽해지는 감각에 사이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우……. 완전히 제어 밖이군.”

“뭐, 뭐가요?”

“뭐긴, 내 몸 말입니다.”

“아니, 잠깐……!”

어느새 다시 돌덩이처럼 단단해진 그가 움직임을 재개했다.

“그대가, 후. 책임질 수밖에.”

“제가, 뭘…… 아흑!”

다시 시작된 대낮의 행위에 그가 핑계를 붙이며 그녀의 귓가를 잘근잘근 씹어왔다.

뭔가 소중한 것을 다루는 것같이 얼굴을 살살 더듬는 손이 여전했다.

세심한 손과 달리 그의 아래는 흉흉하게 드나들었으나 어째설까. 그 손이 더 신경 쓰였다.

그리고 하나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으니, 난잡하게 흐트러진 그녀의 옷차림과 달리 여전히 그는 어디 하나 구겨진 데 없이 반듯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사이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녀는 그가 흔드는 대로 이렇게 흔들리는데, 그는 미동도 없는 것 같아서.

그 단정함이 심히 거슬려 사이나가 손을 뻗었다.

팔뚝 소매를 꾹 쥐었다가 놓자, 살짝 생긴 주름이 보였다. 그녀가 만든 흔적이 그렇게 남았다.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그의 목깃 부분을 거칠게 잡았다.

“흣.”

때마침 강하게 튕겨진 탓에 생각보다도 더 세게 쥘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잠겨있던 셔츠의 가장 위 단추가 툭 하며 뜯어졌다.

그 사이로 그의 단단한 목선과 선명한 목울대가 눈에 들어왔다. 얼핏 매끈하던 빗장뼈도.

“아…….”

그 태를 엿보고 잇자니 문득 그녀도 그의 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떨까? 그는.

극한까지 단련된 그의 몸은 분명, 매우 아름다우리라.

‘보고 싶어.’

그리고 만져 보고도 싶었다.

그가 그녀를 만지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의 몸과는 다른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한번 쓸어보고 싶어졌다.

사이나에게 이런 생각을 불러일으킨 남자는 그밖에 없었지만, 남편인데 뭐 어때, 이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녀가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단추를 풀기 시작하자, 그의 표정이 매우 딱딱해졌다.

순간 심장이 쭈뼛할 정도로 냉랭해진 표정에 잠시 굳어버린 사이나의 손이 허공에 멈춰 있는데, 그가 거칠게 제 몸을 물렸다.

“흑?”

그러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몸이 돌려졌다. 어느새 책상 위로 엎드린 자세가 된 그녀의 양팔을 잡고 상판 위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더니, 뒤로 격하게 그가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 으! 콘, 스탄… 아흑!”

가뜩이나 버거운 부피인데 이런 자세를 취하자 지나치게 빠듯해서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아파, 아파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콘스탄틴은 방금 솜털처럼 저를 만지던 남자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이라도 할 것처럼 거칠게 그녀를 다루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몸을 빼고 싶어도 그가 가볍게 허리를 누르고 있는 움직임 하나에 도무지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코, 콘스탄, 하윽, 아!”

잡을 곳이 없어 헤매는 손가락 아래로 매끈한 책상 표면이 까드득 긁혔다. 손톱이 빠질 것 같았으나 그래도 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그만!”

뜨거운 몸과 반대로 심장이 서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강제로 범하듯, 그렇게 차갑게 그녀를 가졌다.

무수한 반복 학습을 통해 지나치게 그녀의 몸을 잘 알게 된 그의 스킬 때문인지, 사이나의 몸은 그런 와중에도 의지에 반해 착실하다 싶을 정도로 잘 반응했다.

입은 계속해서 싫다고 말을 하는데 동시에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고, 몸의 반응도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자신의 신체가 가증스러우면서 또한 자신을 그리 다루는 그의 태도가 충격적이었다.

“……흐으윽!”

몇 번이고 반복된 강제적인 절정에 책상에 세우고 있던 손톱이 결국 까뒤집혔다.

까득.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의식이 검게 잠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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