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221화 (221/226)

<-- 12. 3년 후 -->

***

엘라임이 내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정령계에 온 것은 오랜만이었다. 어느새 거의 성처럼 지어진 내 집을 보며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실프들도, 운디네들도, 온갖 꽃의 정령들도 여기에 불러서 플로라 왕국을 만들어야지♥

집 짓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아니 거의 혼자서 다 해준 것은 땅의 정령왕 노아스였다. 나는 노아스를 불러 옆에 앉히고 상을 주었다.

〈집을 지어 줬으니까 상 줄게.〉

노아스는 묵묵히, 하지만 발그레한 얼굴로 내 키스를 받았다. 나는 살포시 입을 맞춘 후 노아스를 버리고 실피드와 함께 완공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멋지다.〉

나무와 잎으로 지어진 성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나무 줄기가 뻗어가는 형상의 계단과, 잔디밭 혹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성의 바닥. 게다가 풀들도 가득하고. 이제부터 여기가 내 성이란 말이지?

다시 집으로 들어온 노아스가 내 근처에 말없이 섰다. 나는 노아스를 꼭 껴안고 다시 상을 주었다. 엘라임도 도왔으니 해 달라고 졸랐지만 무시했다.

〈또 필요한 거……, 없어?〉

〈커튼이랑 이불보가 녹색이 아니고 핑크색이었으면 좋겠어.〉

〈그것 외에는?〉

〈응, 일단 됐어. 나중에 생각나면 말할게.〉

다행이네, 라며 노아스는 미미하게 웃음지었다. 나는 간만에 좋은 선물을 받은 듯 기뻐져서 노아스에게 다시 한 번 뺨에 입맞춰 주었다.

게이트를 열고 인간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육체로 형상화한 후 옷을 찾아 입었다. 그 순간 아젤님과 눈이 마주쳤다.

“…….”

“…….”

아젤 님은 내가 전에 말했던 책을 빌려주려고 내 방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아무도 없으니 근처에 갔겠지, 하며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으로 보였으나…….

나는 게이트를 여는 모습까지 다 보였을 거라는 생각에 절망에 잠겼다. 아젤 님에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봐, 봤어요……?”

아젤 님은 뻘겋게 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형상화하는 데까지 봤으니 옷 벗은 모습도 봤겠구나!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어디부터?”

“그거……. 워프 게이트 맞죠? 어떻게 세이시아님이?”

아, 아무래도 다 본 모양이다.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몰라 당황감에 옷을 마저 입고 문을 열고 도망쳤다.

아젤 님이 급히 따라나와 내 팔목을 잡았다. 내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그대로 나를 팔 안에 가두고 벽에 밀어붙였다.

“…….”

“가지 말아요!”

어떻게 안 도망가란 말야! 나 엄청 놀랐다구! 이제 나 어떡해! 들켜버렸으니……. 아젤 님을 살인멸구할 수도 없고!

“……방금 무서운 생각 하셨죠?”

“아, 아니에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입술을 그가 갑자기 덮쳐버렸다. 나는 놀라서 그의 어깨를 밀쳐냈지만, 그는 밀려나지 않았다. 왜지? 한동안 내 팔의 힘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는 깨달았다. 내 힘으로 안 되는 게 당연하다. 그는 남자고, 내가 준 단도를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는 사실도 안다. 플로렌스 아카데미에서 취미로 승마를 즐겼다는 것도 알았다. 그가 유렌에게 훈련받은 사실도 알고 있다. 사실, 전부터 아젤 님 정도는 내 힘으로도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처음으로 그가 내가 알던 열세 살짜리 꼬마가 아니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서서히 입술이 떨어지고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키스는 서툴렀지만 그것이 마치 처음 하는 키스를 닮아 있어 묘하게 달아올랐다.

“알고 있었어요?”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아마도 그 때 넌지시 세리안이 내게 말했을 때부터. 세리안의 태도가 바뀌었을 때부터 당신이 제가 알던 그 인간 세이시아가 아니었다는 사실 정도는 당연히 눈치채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미 들킨 것, 왠지 지금의 상황도 비현실적이었다. 방금의 키스로 살짝 붉어진 입술이 푸른 눈동자나 푸른 머리칼, 그리고 새하얀 셔츠와 어우러져 무척이나 배덕적인 느낌을 주었다. 아아, 이런 거 보면 흥분되는데…….

“저는 당신이 인간이건 아니건, 남자건 여자건 상관 없어요!”

어, ……잠깐, 뒤의 건 조금 문제가.

아젤은 내 팔을 휘어잡고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쓴웃음을 짓는 그의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이시아 님은 잔인하시네요.”

……어째서?

“왜 제 마음을 모른 척 하시는 거죠? 이렇게 질투나 미칠 정도로 하게 만들고.”

나는 횡설수설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듣는지, 무슨 얘길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젤 님은 아직 어리고, 또, 귀엽고…….”

“당신의 시종과 같은 열 일곱 살인데도요?”

…….

나는 어설픈 변명을 하다가 그의 말에 멈칫하곤 잠시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루시나와 동갑이다. 하지만 역시 어릴 때의 느낌이 너무 강했어. 귀여움 이상으로는 안 보인단 말야!

“지금도……?”

그는 내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그는 가만히 체념한 듯 웃으며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안 되겠네요.”

“?”

“이래도……, 싫어요?”

눈을 가능한 한 크게 치켜뜨고 일부러 눈을 적신 채 몽글몽글한 눈으로 밑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시선에 나는 가슴을 한 방 맞은 듯 숨을 쉬지 못했다. 입술을 살짝 벌리고 무릎을 꿇은 채 아젤은 마치 4년 전처럼 어린아이 같은 표정과 귀여움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슴을 쥐고 뒤로 물러서자, 그는 눈을 깜박이며 귀여운 척 내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조금 더 앳되어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이시아……, 님.”

“……!”

4년 전 그대로의 아젤 님이었다. 아니, 조금 성숙해지고 섹시한 느낌이라는 것만 빼면.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머리에 손을 갖다대고 있었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마치 비단으로 짠 것처럼 매끄러운 감촉이었다. 역시 생각한 대로였다.

“전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머리……, 만져도 돼요?”

“이미 만지고 있잖아요.”

아젤은 웃고 있었다. 나는 그의 머리 꽁지를 묶은 면끈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당겨지는 감각 없이 부드럽게 아래로 쓸려내려가 툭 떨어졌다. 그리고 어깨 위로 흩어져내린 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담비의 모피 같은 감촉이다. 너무 부드럽고 시원하고 결도 좋았다.

“세이시아 님은 첩이 많으니까…….”

나는 그런 말을 그에게서 듣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저었다. 아젤은 천천히 내 손목을 잡고 뒷 말을 이었다.

“세 번째 첩이라도 예뻐해주실 거죠?”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세 번째……, 뭐라고?

왜 아젤 님이 첩까지 되어 가면서까지……. 그는 천천히 내 눈꺼풀에 키스했다. 그리고 내 귀 바로 앞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하니까.”

“아…….”

“계속 좋아해 왔던 것, 그리고 지금 제 감정도 설마 모르셨다고는 하지 않으시겠죠?”

그치만…….

“공개적으로 당신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가만히 내 눈을 응시했다. 나는 눈을 감았지만, 그는 내가 눈을 뜰 때까지 내 눈꺼풀을 바라볼 기세였다.

“세이시아 님.”

“……?”

“사실은 절 좋아하는 거죠?”

조, 좋아하는 게 당연하지. 싫어할 리가 없잖아. 귀엽고…….

“제가 스승을 그만둔다고 해도?”

“…….”

“그저 제가 세이시아 님의 스승이라는 것 때문에 거부감이 생긴다고 한다면 그만둘게요. 당신의 스승 자리 같은 걸 굳이 고수할 필요 없으니까.”

나는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내 스승을 그만두겠다고……. 그러진 않았으면 한다. 아젤 님은 영영 내 스승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승이라는 것 때문에 내가 그를 거부해 왔다니. 사실일까?

아젤 님은 어린아이처럼 부루퉁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마치 다듬은 것 같은 부드러운 눈썹과 긴 파란 속눈썹이 몽환적이다. 이런 남자가 나를……. 너무나 들뜨는 기분이다.

“그게 싫으면 저를 첩으로 삼아주세요.”

“……협박하지 말아요.”

“협박할 겁니다. 저도, 원하는 것 정도는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케르타의 그 국왕처럼!”

이러니저러니해도, 그는 아직 열 일곱 살이었다. 처음 세이시아가 되었을 때의 나와 동갑이다. 그는 다시 재회했을 때의, 그리고 어릴 때도 종종 보였던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젤 님의 팔에 폭 안긴 나는 이제야 남자의 품에 안겨 있다는 실감이 났다. 정말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이지만, 당연하게도 그는 남자였다. 그것도 성인 남자.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

“루시나라는 시종, 다른 목적이죠?”

나는 대답하지 말까 했다가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저도 그 목적으로 이용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스승을 그만둘 테니까.”

“만약 하면 그만두지 않을 거에요?”

“……표면적으로는요.”

이미 늦었어. 나는 이미 몸 안이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그가 내게 펼친 유혹의 기술이 꽤 먹혀들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의 목에 살며시 팔을 둘렀다. 그리고 울먹이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알았어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는 나를 재촉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내가 그를 원하고 있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럼……. 제 방으로…….”

“알았어요.”

나는 방으로 향하면서도 거의 그의 어깨에 매달려 하반신으로 그의 허벅지를 꽉 조였다. 아젤 님은 아랑곳않고 나를 안은 채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하지만 그 역시 꽤 아래쪽이 단단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평소 말고 새로 먹는 것은 무척이나 오랜만이었다. 내 육체 역시 기대하고 있다. 아젤 님은 어느새 나긋나긋하게 휘어버리는 내 허리를 안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말로 남자였다.

“세이시아 님…….”

“으음…….”

나는 그가 처음이건 아니건 신경쓰지 않고 그의 바지부터 반만 내린 후 그 사이에 있는 그의 페니스를 더듬어 꽉 쥐었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눈을 깜박였다. 아젤 님은 갑자기 거기를 잡히자 허리를 흠칫하더니 곧 눈을 부드럽게 휘며 내 반응이 기대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여기가 큰 남자……. 좋아한다고 하셨죠? 저는 평균보다는 커요. 어때요?”

평균보다 큰 게 아니고, 이거, 설마……. 나는 내가 혹시나 가로로 쥐어버렸나 다시 그 것을 더듬어보았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이게 굵기였다.

(노블 중략)시선은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아젤 님은 내용물이 없는 내 눈동자를 끌어 그를 바라보게 했다.

“내 쪽 봐요. 그리고 좋아한다는 말 계속 들어 주세요, 세이시아 님.”

“으, 응…….”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 사랑해요……!”

그는 아랫도리를 쉴새없이 움직이며 내게 고백해왔다. 나는 스승과 몸을 섞으며 그의 고백을 귀가 막히도록 들었다. 마치 세뇌되는 기분이었다. 그는 나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의 움직임이 점차 격렬해졌다. 어리고 첫 경험이라 사실 얕보았는데, 아젤 님은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언제나 나보다 한 수 위였다. 이렇게 절륜한 육체라니! 게다가 의외로 성에 대한 지식도 많고, 애무도……, 아앙♡

***

그는 한숨을 쉬며 내게 팔베게를 해 주었다. 나는 예쁘지만, 그래도 남자다운 면이 엿보이는 그의 얼굴을 빤히 옆에서 바라보았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싫은 거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싫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관계를 원했다고. 비록 잔소리는 엄청나게 듣겠지만, 슈는 새 식구가 생겼다며 아젤 님에게 녹차를 끓여주겠지. 엘릭은 살짝 토라진 것 같아도 사실은 나를 무척이나 이해해 주고 있는 남자였다. 유렌은……? 아젤은 내게만 살며시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거, 유렌 님께 조언받는 행동이에요, 라며. 우우, 유렌은 슈는 싫어하면서 아젤 님은 굉장히 좋아하는걸? 하긴 당연한가. 나는 유렌의 질투와 애정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기뻤다. 그는 아젤 님은 인간이기 때문에 나를 잠시 빌려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슈는 그것이 아니니 싫어하는 것이고.

미르와 세르는 분명 셋이서 같이 하자고 졸라댈 것이다. 드래곤이란 본래 그런 존재였다. 가질 수 있을 만큼 가지게 되면 그 이상 욕심내진 않는다. 보석보다 애정에 관해 더 예민하면서 더 너그러웠다.

아젤 님은 내 스승이자, 세 번째 첩이 되었다.

아젤은 나와 서로 마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비록 그는 인간이기에 수십 년 후에 그가 늙어 죽더라도…….

“비록 당신과 제가 살아가는 시간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이건 앞으로 십수 년간은 유효하겠죠?”

그가 가리킨 것은 자신의 하반신이었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십년은 아젤 님한테 완전히 묶여버리겠네. 그는 가만히 내 얼굴을 감싸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배시시 웃었다.

“귀여우시네요, 세이시아 님은.”

역시 유희하길 잘 했어. 이런 귀여운 스승님까지 얻게 되다니!

“저 사실 아젤 님에게 배우고 싶은 게 아직 많아요.”

“흐음?”

“아직 많이 가르쳐 주실 거죠? 저한테.”

========== 작품 후기 ==========

애매하게 계속 이어진다는 듯한 엔딩을 내고 싶었는데;; 시아는 계속 남자를 먹을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

표현이 잘 안된듯;ㅜㅜㅜㅜㅜ 저 망했나요

실제 완결은 요 앞 챕터 엘릭 공략에서 끝났고 이번건 거의 에필로그삘 2차 완결이라고 보시면 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