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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211화 (211/226)

<-- 10. 마족의 습격 -->

***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방금 뭐랬……?”

“핫!!”

유리는 급히 입을 틀어막고 모른 척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저렇게 포커페이스가 능숙하지? 마치 방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아니 오히려 ‘너네 뭐니, 왜 남의 집에서 허락도 없이 생식행위야?’ 라고 핀잔이라도 준 것처럼 냉랭한 얼굴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얇고 보드라운, 예쁜 입술에서 나온 말을 똑똑히 들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필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를 향해 말했다.

“너 역시 마조…….”

“아, 아냐!!”

짐짓 화가 난 척 그에게 소리쳤다.

“여왕님한테 소리지르지 마!”

“응, 여왕님.”

역시 맞잖아!!! 아니긴 뭐가 아냐. 그가 입으로 꺼내진 않는 이상 나 역시 아무 짓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지. 자기가 말해 놓고도 숨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발끝으로 그를 가리켰다.

“나 지금 맛있는 거 먹고 있으니까, 거기서 꿇어앉아 잘 지켜보고 있어.”

그는 말없이 꿇어앉았다. 그리고 나와 내 밑에 깔린 엘레스트라를 응시했다. 다른 남자들처럼 자잘한 응석이나 고백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다. 단지 내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정말 싫은데 할 수 없이 한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래, 그거구나. 그걸 즐기는 거였구나.

나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그와 눈을 마주보고 입술을 살짝 벌렸다.

“응……, 엘레스트라, 더 움직여 봐.”

아래에서 허리를 짓쳐올리는 그의 움직임에(노블중략) 흐르는 액체를 핥으며 그에게 말했다.

“왜 그래?”

“언제까지 보게 시킬 거야?! 이제 그만 해!”

나는 훗, 웃으며 오늘 두 번이나 가버린 엘레스트라를 소환 해제했다. 흠뻑 젖은 담요 위에서 알몸으로, 그렇지만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이제 직접 당하고 싶은 거야?”

유리는 흠칫하며 싫은 표정을 했다.

“!!! ……, 그, 그렇…….”

뭐야, 그렇다는 거야 그렇지 않단 거야?? 이제 그의 표정은 못 믿겠다. 사실 하고 싶은 거 아닐까? 나는 반 장난으로 유리에게 말했다.

“옷 벗고 여기 누워.”

“…….”

정말로 유리는 옷을 하나씩 벗어갔기 때문에 나는 흠칫했다. 잠깐, 설마 진짜로? 나 그치만 마족과는, 마족과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데.

분명 그는 육식동물이다. 채식 가능한 다른 생물들과는 다를 것이다. 육식동물과 식물이라니. 맞지 않아 부딪치기만 하면 다행이게. 마계는 식물이 없다. 식물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관건인데. 유리는 헐렁한 상의를 벗었다. 처음 봤을 때 마치 조각같다고 느낀 쇄골뼈가 선명히 드러났다.

겉에서 봤을 때도 마른 줄은 알았지만 옷을 벗으니 뼈와 근육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아름답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날씬한 팔이었다. 슈보다 팔도 가늘고 키도 약간 작았다. 그래선지 꼭 소녀를 범하는 듯한 느낌이다. 슈는 키가 제일 크지만 굉장히 말랐고 다리가 길었기에 근육의 맛은 유렌이 더 좋은데. 하지만 이렇게 가죽 맛밖에 안 나 보이는 유리의 몸도 무척이나 감촉이 괜찮아 보였다. 우유로 빚은 장식품같았다. 쫙 달라붙는 섹시한 가죽 바지도 벗자 새하얀 몸이 완벽히 드러났다. 검정 색 브리프도 벗겼다. 저렇게 달라붙는 옷을 입으려면 트렁크는 무리겠지. 유렌도 승마바지를 입을 때는 딱 맞는 속옷을 입는데…….

발은 의외로 컸다. 부츠까지 벗은 그는 침대 위로 올라가 내가 시킨 대로 누웠다. 나는 그의 반쯤 서 있는 걸 바라보았다.

아직 안 커졌네? 이래서 마족은 싫어. 다른 남자들은 향기만으로 발기해 어쩔 줄 모르는데, 이러면 내가 꼭 향이 조금도 없는 꽃 같잖아!!

"자, 이제 아까 본 것 처럼 거길 괴롭혀 달라고 애걸해봐."

(노블중략) 특이하다고 생각하고야 있었지만 그냥 비쩍 마른 그의 선명한 뼈 형태를 보니 그저 체형 문제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먹을 수 있는 건가, 이거?”

처음 보는 거다 보니 식용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나는 빤히 그걸 쳐다보며 툭툭 건드렸다. 아까 누워 있으라고 명령한 유리가 갑자기 낭패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여왕님.”

내가 말 하지 말라고…….

“나 또 소환이야.”

“뭐?”

또 소환이라고? 내가 그의 위에서 비키자 그는 급히 옷을 입었다. 소환에 그가 불평을 표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이번엔 가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하긴, 하다가 멈춰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아마 엄청 찝찝할걸?

나는 살랑 손을 저었다. 잘 다녀와.

그는 아쉬운 듯 자신의 옷을 보더니 뿅 사라져버렸다.

***

그는 소환 도중에 무언가가 강하게 걸리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막은 너무 강한 소환의 이끌림에 뻥 뚫려버렸다. 무언가의 결계인 것 같은데, 이렇게 강한 결계를 뚫고 소환하다니……, 소환자는 멀쩡할까 몰라.

소환자가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사히 소환이 완료된 시점에서 아직 그가 살아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유리는 피를 토하고 기절해 있는 3황자를 보고 혀를 찼다.

“뭐야, 나한테 시킬 일은 없는 거야?”

“아니, 있습니다.”

지금 보니 여긴 제국의 황성인가. 드래곤의 결계를 뚫고 마족을 소환해내다니, 그것도 나 정도의 마족을. 유리는 가늘게 뜬 눈으로 싸늘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고로 보이는 곳 주변에 온갖 생물들의 조각난 시체가 늘어서 있었다. 개중에는 인간도 있다. 한번에 썰어버리고 제물로 사용한 것 같다. 주변은 마이너스적 감정, 증오, 분노, 고통, 살의가 가득했다. 이쯤 되니 소환이 가능했지. 게다가 소환자의 몸 속에 돌고 있는 마법사의 피 역시 한몫 한 듯 싶었다. 누가 뭐래도 황자는 황자. 우월하고 강한 황족의 피를 이어받았을 것이다. 비록 육체는 한없이 약해 일년의 반을 병석에서 보낸다곤 하지만 말이다.

유리는 긴 은발에 피가 묻지 않도록 피투성이 바닥에서 쥐고 띄우며 차갑게 대꾸했다. 그의 눈빛을 받은 주변의 황자 외 귀족들이 흠칫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태생적 우위. 당연히 인간보다 위. 그게 마공작 유리 칸 레일라이니까.

“소환자의 입으로 직접 말한 내용이 아니면 계약할 수 없다. 난 이만 돌아가겠어.”

“자, 잠깐…….”

핏덩어리를 쿨럭 토하며 한 다른 마법사의 치료를 받던 중 간신히 눈을 뜬 3황자가 외쳤다. 돌아가기 직전의 유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3황자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얘기를 시작했다.

“계, 계약을…….”

========== 작품 후기 ==========

자, 어서 마법소녀가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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