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201화 (201/226)

<-- 9. 전쟁 -->

***

제국 쪽에서 이윽고 연락이 왔다면서 세르는 통신구슬이 있는 방으로 우리들을 데려왔다. 구슬 안에는 여제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다들 수고 많았소. 특히 시렌느 공작과 레이몬드 자작, 둘 다에게도 어려운 임무였을 텐데 훌륭히, 그리고 이렇게 신속하게 수행해 주어 참으로 도움이 되었소.〉

여제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본론만 얘기하겠다. 이번의 뮴뮴 성에서의 전투는 제국의 압승으로 종료되었다. 현재 다른 중요 지대 역시 비등하게 맞붙고 있다. 엘프 무리를 둘로 나눠 그 쪽으로 보내고 엘릭 레이몬드 경과 유렌 위스피닌 백작은 뮴뮴에 남겨 놓아라. 전쟁은 곧 정리될 것이다. 전쟁 포로를 제외하면 젤타 왕국에서 남은 군사력은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유렌과 정예병들이 정말 많이 활약해 준 모양이었다. 배 가까이 차이가 나던 군사력을 거의 비슷하게까지 만들어 놓다니.

그런데 그것만으로 전쟁이 종료가 되는 건가? 어느 쪽이 이기는 거야?

이런 내 의문에 여제는 세리안에게 말했다. 젤타 왕국으로 간 자들의 연락이 곧 올테니 직접 들으라고. 그리고 종전이 되면 바로 연락을 보내줄 것이니 그때까지는 뮴뮴 성에서 대기하라고.

통신 구슬이 꺼지고 나서 곧바로 푸른 색으로 깜박이며 또 다른 연락이 입력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비친 영상에 나는 눈을 새로 씻어야만 했다.

미르……, 가 아니잖아? 미르와 엄청나게 닮은 한 섹시한 눈의 미녀가 반가운 얼굴로 구슬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제국의 귀족들 중에 저런 얼굴은 없다. 페로몬이 질질 흐를 정도로 대놓고 섹시한 저런 여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 고개를 갸웃한 순간 그녀는 갑자기 엄청나게 호들갑을 떨며 내 이름을 불렀다.

〈시아시아시아시아시아시아!!!!〉

……저 말투, 역시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한데.

내가 약간 경계하는 빛을 띠자 그 여자는 뿅 하고 손거울을 소환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이제야 알았다는 듯 다시 원래 모습으로 얼굴만 바꾸었다. 붉은 눈동자와 가녀린 턱선. 그건 진짜 미르였다. 목 위만 원래 미르의 얼굴로 바뀌었는데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뭔가.

〈나 변장하고 있었어! 그래서 몰라봤구나? 그나저나 시아 잘 지내? 무사하지? 곧 시아 곁으로 갈게! 기다령♥〉

〈잠시 비켜 보십시오.〉

어딘지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리며 미르의 얼굴을 자그마하고 새하얀 손이 밀어냈다. 미르는 밀려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구슬의 반을 내주고 말았다. 나는 살짝 놀랐다. 미르가 저래봬도 힘이 엄청난데, 작은 손을 가진 주제에 팔 힘 하나는 굉장한 것 같았다.

그 사람도 여자였기 때문에, 나는 저런 여자가 언제 제국에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또다시 했다. 그나저나 여자인데 힘이 저렇게 세단 말야? 연한 하늘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의 미소녀다. 팔다리는 가느다란 편이었지만 약간 통통한 뺨 때문에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그 미소녀의 입이 살며시 열린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유렌 못지않게 굵고 낮은 목소리다. 아까 것도 그 미소녀의 목소리였나 보다. 입 모양이 똑같잖아. 근데 왜 저러지? 더빙이 잘못됐나?

〈군사, 시렌느 경입니까.〉

“네, 001708 뮴뮴 성의 세리안 시렌느입니다. 보고해 주십시오.”

세르는 그 미소녀의 말에 익숙하게 암호를 대답했다. 그보다 아무도 목소리 태클 안 걸어? 나만 이상하게 듣는 거야? 뒤에서 슈가 중얼거렸다. 저 분 감기 걸렸나 봐요. 목에도 목도리 하고 있잖아요, 라면서.

아니, 감기 걸렸다 싶은 수준이 아닌데……. 게다가 저건 목도리가 아니라 패션 숄 같았다. 이 날씨에 왜 굳이 두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취향이겠지.

그 미소녀는 얘기를 계속했다.

〈아직 젤타 왕도 안이라 부득이하게 이런 변장한 모습을 보이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희 측은 젤타 왕궁에서 목표로 했던 마족 소환의 증거 이외에도 많은 불법적인 행위와 금지된 마법에 관련된 증거물을 확보했습니다. 마케에 조사단원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을 완료했으니 그 때까지는 이대로 증거물 소각이 불가능하도록 왕성 일부를 점거하고 있겠습니다. 마케 측에서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 지면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만, 현재까지 저희가 스스로 알아낸 점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리라 판단됩니다. 지금 당장 보고드리겠습니다.〉

진지한 보고를 하는 와중 옆에서 나란히 미르가 나에 대한 얘기를 조잘조잘조잘 떠들어대고 있자 그 하늘색의 미소녀는 미르를 과격하게 발로 뻥 걷어찼다.

〈방해하지 마세요.〉

〈으아아 왜 때려!〉

〈찰지지도 않은 주제에.〉

미소녀가 비록 변장 중이라고는 하지만 그 쿨한 외모를 보자면 원래 꽤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 같았는데, 하긴 미르를 옆에 두고 본 사람 대부분이 처음에는 안 그러다가 결국은 저렇게 시도때도 없이 발로 차게 되더라고.

미르를 화면에서 없애고 그 미소녀는 다시 이야기를 재개했다.

〈마족 소환을 위한 제물과 금지된 마법의 방식이 적힌 마법서의 복사본을 젤타 왕궁의 마법사 탑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족이 이 곳에서도 소환된 흔적이 분명히 있습니다. 카덴 곳곳에서 일어나는 마물의 출몰과 확실히 관련된 지도 역시 찾아냈습니다. 흑마법사들을 생포했으므로 조금 더 심문하면 자백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군요.〉

“마족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고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세르의 우선적 요구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 마물 출몰부터 시일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누가, 그리고 언제, 어떤 마족과 무엇을 목적으로 계약을 맺었는지는 밝히기 어렵습니다. 다만 미르헬 씨가 제공해 준 정보로 마족의 종류 정도는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적어도 노블레스급의 마족. 쉬이 이 쪽에 잡혀주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가 찾아낸 증거물을 이용하면 마탑과 아크샤 왕국까지 제국 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위 마족의 계약자가 상대인 이상은 결코 쉽게 전쟁에서 이겼다고 안심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수준 높은 마족이라 할지라도 이 중간계에 인간을 매개로 소환된 마족은 드래곤보다 약합니다. 그러니 드래곤의 마법이 걸린 제국의 황궁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합니다. 전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직후부터 시작입니다. 종전 후 주요 인물은 모두 황궁으로 불러들이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마족의 계약자를 알아내서 계약을 끊어야 합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계약 조건이라도 알아내야겠지만.〉

“알겠습니다. 혹시나 제국 측의 배신자 중에서 마족과 계약한 상대가 있는지 조사해 보라 일러두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수호룡 하르아이나에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마족의 처리를 그가 맡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될 수만은 없으니 일단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죠.〉

그 미소녀의 말에 뒤에 살짝 비친 미르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보인 것은 착각일까. 나는 미르에게 왜 그런 표정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미처 말하기도 전에 연락이 끊겨버렸다. 나중에 또다시 보고를 받아야 하니 통신구를 너무 막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 작품 후기 ==========

뮴뮴ㅋㅋㅋㅋㅋ

내가 무슨 생각이었짘ㅋㅋㅋ

뭐 그래도 이젠 볼일 없을 테니까요. 뮴뮴잌ㅋㅋㅋㅋㅋㅋㅋ

뮴뮴이 모르시는 분은 검색 ㄱ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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