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채식 -->
슈와 함께 들어오는 나를 본 엘릭이 대체 어디서 놀다 왔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나는 엘프 수장인 세이지와 의논했지만 3일 더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그에게 말했다.
“혼자서 잘도 저 풀쪼가리들과 어울리는군.”
못마땅한 듯 엘릭이 엘프 비하 발언을 했지만 슈는 흥분해서는 들리지도 않는 듯 했다. 엘릭은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방이 다 풀밖에 없고……. 3일간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쉬고 있을 테니 필요하면 불러.”
그는 내게 기사단에서 종종 지급하는 신호탄을 남기고는 슈의 방에서 훌쩍 나갔다. 슈는 약간 침착해져서는 중얼거렸다.
“고기도 드물지만 있는데……. 하긴 마족 분이시니까 직접 산 것을 잡아야 기운을 차리려나요.”
“마족인 걸 알았어?”
“네에, 물론이죠. 엘프와 마족은 어떻게 보면 생물학적으로 비슷하거든요. 아마 기운의 소모가 큰 것 같으니까 사냥이라도 해서 배를 채우지 않으면 안 될 거에요.”
하긴 엘프는 자연계의 정령과 인간의 중간이라면, 마족은 정신계 정령과 인간의 중간쯤 되지. 그 정신계 정령이라는 것과 자연계 정령이 너무도 존재의 차이가 심하기에 마족과 나는 정반대겠지만 말이다. 엘프는 자신들과 정 반대의 존재일지라도 이렇게 잘 알고 있구나. 사냥이란 것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하고.
오히려 반대이기에 잘 알 수 있을지도.
넋놓고 있던 나를 슈가 헐떡거리며 불렀다. 얼굴도 발갛게 달아올랐고, 당당하던 아까의 태도와 다르게 부끄러움을 참는 듯 내 팔을 꽉 안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그보다, 그보다 플로라 님, 그, ‘거기’ 만지는 거……, 할래요? 낮이지만 마침 둘 뿐이고…….”
거기라니, 왜 그렇게 이상하게 말하는 거야! 고작 귀일 뿐이잖아? 내 표정을 본 그가 약간 시무룩해하며 말했다.
“저는……, 제 거는 만지고 싶지 않아요?”
아, 아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니까! 내가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자 슈는 내 팔을 놓으며 자신의 길게 땋은 머리카락을 풀어내렸다. 부드러운 황금빛 실크 장막 같은 긴 금발이 그의 귀를 덮고 거의 종아리 아래까지 흘러내려왔다. 엘프는 머릿결이 다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길면서도 결이 상하지도 않고, 게다가 땋고 있던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내가 넋을 놓고 그 머리카락을 바라보자 그는 머리를 넘겨 뾰족하고 긴 귀를 드러냈다. 보통 수평보다 살짝 위를 향하고 있던 귀가 지금은 약간 아래로 처져 있었다.
“제가 플로라 님께 반했다는 걸 조금 더 멋지게 고백하고 싶었는데, 그런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더 침착하게 굴어야 했지만 저는 아직 미숙한가 봐요.”
머리카락이라면 만져보고 싶다. 그는 내게 다가와 내 머리에 꽂힌 비녀를 풀었다. 내 머리도 단숨에 밑으로 출렁이며 흩날렸다. 나는 원래가 웨이브진 머리였기에 직모인 슈의 머리와 달리 실크천처럼 찰랑거리진 않았다.
그가 허락을 구하는 것 같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슈는 내 머리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대고 손가락을 찔러넣은 채 아래로 쓸었다.
분명 머리카락엔 감각을 느끼는 기관이 없을 터인데, 그의 손가락 움직임과 온기 하나하나가 머리칼을 타고 내 몸에 전달되는 것 같다.
“제 감정을 눈치채고 있었죠?”
알았지만, 이 정도로 깊은 감정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럼 대답해 주세요. 저는……, 어떤가요?”
“에……?”
“플로라 님의 새 애인으로 어떤가요?”
대놓고 애인 소리를 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눈을 빤히 쳐다보며 당당하게. 사랑한다고 밝히면서 애인이라니.
“나는 이미 애인이…….”
“지금은 우리 둘 뿐이에요. 플로라 님의 감정은 어떤가요? 네?”
슈는 정말이지 엘프가 아니고 인간 회사원으로 태어났다면 불륜 잘 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직설적인 요구에다가 솔직한 감정 표현, 게다가 유혹하는 솜씨까지.
“내가……, 길 안내를 받는 동안 계속 슈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이러는 거지?”
그치만 슈는 나를 따라올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리스피아에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한 유렌이 슈에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거에요.”
슈는 살그머니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다가 내가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리자, 조금 더 강하게 내 머리를 붙잡았다. 세이지와 닮은 손이었다. 그만큼 크고, 두껍고 따뜻했다. 손 끝이 조금 더 가늘고 섬세한 것 같았다. 슈는 뛰어난 정원사이기도 하다고 했었다.
그의 입술이 내 눈꺼풀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도톰하고 뜨거운 입술이었다. 마치 깃털로 훑듯 섬세한 움직임에 나는 간지러워 소리를 내려고 했다. 쪽, 하고 뺨에 닿은 입술이 떨어졌다. 아까 눈에 키스한 덕분에 눈을 감은 내 입술 위에서 무엇인지 모를 것이 반복해서 와닿았다. 아까와는 다른 감촉의 입술이었다.
“저 키스도 처음이라 서툴러요. 너무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했으니까 보고 배우지도 못했어요. 어떻게 하는 게 옳은 방법인지 알려주세요.”
나는 그의 어깨를 잡고 발돋움했다. 슈도 허리를 굽혀주어야만 입술에 닿을 수 있었다. 따뜻한 입술을 혀로 한 번 쓸고 쪽 빨았다. 그는 적극적으로 입술을 벌렸다. 이로 가로막히지 않고 간단히 혀의 침입을 허락한 그의 입술은 내 혀를 맛보자마자 안으로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것을 정말로 금방금방 배웠다. 말로 하지 않아도 장미꽃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아주었다. 그는 훌륭한 정원사인데다가 배우는 것도 빨랐다. 리스피아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억지로 돋움한 발 끝이 아려오기 전에 내 허리를 안아 받쳐 올렸다. 그의 넓은 팔에 안겨 어느샌가 2층의 침실로 도착했다.
침대 위에 살그머니 나를 내려 놓은 그는 촉촉하게 젖은 시선으로 내게 말했다.
“아직 귀는.”
“아직?”
“저, 아직 키스도 섹스도 하지 않은 사이인데 그런 곳까지 허락하는 건 제 용기의 범위를 넘어 무리에요. 조금만 더 다른 곳 만져주세요.”
잠깐, 섹스가 더 무리인 거 아냐?
하지만 슈는 나에게 더욱 더 진한 키스와 페팅을 요구했다. 그리고 자신도 내가 그에게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은 허락받
(노블중략)
9버섯버섯버섯버섯
천천히 눈을 떴다. 나는 걱정스러운 그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마주보았다. 슈는 나를 내려다보다가 내가 눈을 뜨자 내 이름을 부르며 포근하게 안겨왔다.
나는 멍한 정신을 바로잡으며 그에게 물었다.
"나 기절했어?"
"네. 미안해요!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덥석 그가 안겨들자 찌르르 하고 엉덩이가 욱신거렸다. 역시 그 버섯은 초보자가 다를 무기가 아니었나. 나는 하앙 하고 한숨을 쉬며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슈는 다정하게 나를 마주 안아주었다.
"기분……, 좋았어."
달콤한 내 속삭임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치만 중간에 정신을 잃어서,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다음에는 기절하지 않게 하면 돼."
"좀 더 신경쓸게요."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때 그가 기절하기 직전에 멈추고 다시 재개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간만에 목 끝까지 차오를 만큼 만족을 맛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나른한 손짓으로 그의 어깨에 기댔다. 따끈한 체온이다. 이러고 쭉 있었으면 좋겠다…….
그의 손가락 끝이 어느샌가 내 엉덩이에 다시 닿아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슈는 어느새 다시 그걸 딱딱하게 세우고 있었다.
“……!!”
풀썩 하고 이불 위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 작품 후기 ==========
개인지 예약받고 있다구여!
지금 주문 안하면 없습니다 ㅠㅠㅠ 나중엔 문의 안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