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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192화 (192/226)

<-- 8. 채식 -->

개인지 예약 시작.

아래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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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해놨었다고?

설마 나를 증기로 뜨거운 열에 요리했다는 의미는 아닐 테고. 그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야 눈치챘지만 다른 엘프들처럼 아름다운 꽃을 대하는 정도의 호감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화를 낼 줄이야. 나는 세이지가 ‘엘프는 진짜 좋아하는 상대가 아니면 대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생각했다. 내가 당황해 있는데 슈는 나에게로 다가와서 나를 후다닥 세이지의 손에서 빼낸 후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요, 플로라 님? 아버지가 무슨 짓 안 했어요? ……했군요!!”

그는 당연하겠지만 내가 원래의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점을 캐치해냈다. 그리고 세이지에게 열이 받아서 대들었다.

“뭘 한 거에요! 이 짐승! 변태 중년!! 아들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시끄럽다, 슐츠.”

세이지는 귀를 막고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가 청혼한 상대이기도 해.”

“아앗!”

슈는 더더욱 화가 나서 손이 엄청 빠르다느니 엘프답지 않다느니 하며 그에게 소리쳤다. 나는 티격태격하는 부자를 바라보았다. 둘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였어?

***

세이지는 놀랍게도 마을의 수장. 하이엘프의 로드라고 했다. 세이지 카르테인. 그리고 로드의 아들이라는 슐츠라윈 카르테인.

나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무심코 중얼거렸다.

“아, 나 리스피아가 세이지라는 엘프의 아들은 굉장히 잘생기고 솜씨도 좋다고 칭찬하는 걸 들었는데. 그게 슈였구나. 슈는 마을에서도 인기가 많나봐?”

슈는 헤헤헷 웃으며 내게 아양을 떨듯 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눈을 빤히 마주치는 것에 약하다는 것을 간파한 듯 싶었다.

“그래도 플로라 님이 마음에 들어해 주시지 않으면 저한테는 그런 것 다 소용없는걸요. 아무래도 좋은 거에요.”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리스피아라는 말에 세이지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리스피아……, 녀석과도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아니, 분명 그 녀석 손댔을 겁니다, 그렇죠! 엘프에게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지만 식물이라면 환장하니까!!”

나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리스피아 녀석과 친척이자 친구라고 했다. 리스피아보다 세이지가 조금 어리지만 엘프 사이에서는 신경쓸 만한 나이차가 아니다.

리스피아는 엘프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녀석이라고 그는 말했다. 어려서는 골칫덩이에 사고뭉치. 성년식을 치른 후는 마을을 나가서 돌아오질 않고. 마을의 수장인 세이지 입장에서는 정말 머리 아픈 존재였다. 하긴 보통 엘프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어.

“아아, 정말이지 기껏 심부름을 보내 놨더니 일은 하지 않고 플로라에게만 빠져서는…….”

아니, 그래도 일 정도는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세이지는 내 앞에서야 다정한 척 상냥한 척 크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리스피아에게 쌓인 것이 꽤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욕 좀 먹겠구나, 리스피아는…….

기껏 리스피아로 주제가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세이지와 슈는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버렸다.

“플로라 님은 틀림없이 저를 선택해 주실 거에요. 이 때만을 위해 제가 얼마나 외모에 공을 들였는데! 게다가 아버진 이혼남이잖아요!”

“글쎄……. 어제 플로라가 몇 번이나 나한테 (삐-), (삐이이---)(삐--), (삐----).”

“그런 거 아무려면 어때요! 제가 더 잘할 거에요, 일단 저는 뭐니뭐니해도 새거니까요!! 플로라 님도 저를 더 좋아할 걸요? 아버지 것 보다는 제가 더 크니까!”

“어린아이는 (삐---).”

슈가 바락바락 대들면 세이지는 침착하게 대꾸하는 정도다. 슈 역시 엘프 치고는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친아버지의 앞에서는 역시 어린아이인가 보다. 그런데 말의 수위는 세이지가 훠얼씬 더 높았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세이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저기, 세이지…….”

그는 슈에게서와는 영 딴판으로 나에게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네, 플로라. 이제 선택해 주시는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고……. 랄까 난 같은 엘프가 아니라 정령이고 지금 유희 중인 제국에는 결혼한 상대도 있다고 말했는데. 애인도 있고.”

세이지는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날 유혹하듯이 아까처럼 다정한 어조로 내게 속삭였다.

“그건 플로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그리고 인간의 결혼과 엘프의 결혼은 별개에요. 그러니까 저와도 결혼할 수 있잖아요? 응?”

그럼 중혼도 엘프 마을에서는 가능하다는 의미인가……? 신기하네.

내가 중얼거리자마자 슈가 세이지에게 소리쳤다.

“거짓말 하지 말아요. 그런 법 없잖아요! 멋으로 로드 아들 해온 줄 아세요? 엘프 마을의 법 정도는 외우고 있어요. ‘타 종족이나 타 부족과의 혼인은 종족의 제한 없이 허용하나 타 종족 상대가 해당 소속사회에서 제 삼자와 또다른 혼인 혹은 혼인과 비슷한 제도에 매여 있을 경우에는 중복되는 엘프의 혼인은 법적으로 허가하지 않는다.’ 틀림없이 법령서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어요.”

뭐야, 거짓말이었어!? 근데 왜 그렇게 거짓말이 리얼해!? 세이지는 칫, 하며 슈에게 말했다.

“그건 슐츠, 너한테도 똑같이 적용될 텐데 그런 말 해서 진실을 밝혀도 될까?”

“저는 상관 없거든요~. 왜냐면 저는 플로라 님의 첩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것도 법적으로 따지면 안 되잖아.”

“그러면 애인으로도 상관 없어요. 결혼하지 않는다고 이 마음이 식는 것도 아니니까.”

“애인도 안 된다고 엘프 법령서에 로드의 권한으로 항목을 추가해 버릴 테다.”

“아앗! 안 돼요!”

나는 그가 타준 녹차를 호록 마시며 둘의 언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처음으로 세이지에게 보여준 제국의 지원 요청서를 다시 내밀었다. 이건 언제 처리해 줄 건데……?

세이지는 회색 무늬가 있는 하얀 색 작은 매의 다리에 종이를 조심스럽게 묶은 후 마지막으로 날려보냈다. 그리고 나에게 생긋 웃으며 말했다.

“지원서에 대해서는 방금 각 마을에 약속된 인원을 파견해 달라고 연락을 넣었어요. 여기 적힌 만큼의 숫자에 덤 조금 넣어 드릴게요.”

아니, 시장에서 파는 물건도 아니고…….

“무기와 방어구를 정비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니 빨라도 3일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 집에서 머물지 않으시겠어요?”

세이지는 말 끝을 길게 늘이며 나를 유혹하듯 눈을 천천히 깜박거려 보였다. 말이 같이 머무르는 거지, 이미 끝까지 간 사이에 그렇게 제안한다는 것은 3일간 질척하게 놀아보자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뒤에서 슈가 감히 끼어들지 못하고 울 것 같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세이지에게 아쉽지만 거절의 말을 전했다.

“이미 슈의 집에서 머무르기로 약속했는데…….”

슈는 환하게 다시 피어올랐고 세이지는 아쉽다는 듯 내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언제든지 놀러오세요. 앞으로도 쭉……. 그 비녀는 기념으로 선물할게요.”

“그런데, 세이지랑 아침에 하던 얘기 아직 덜 했잖아? 나를 덮친 것에 대한 사죄로 뭐든 하겠다는 것.”

슈의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내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자 세이지는 흠칫하더니, 살짝 눈썹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전부터 쭈욱 정말로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며 거의 반 장난으로 말해보았다.

“귀를 만지게 해 주면 용서해 줄게. 한번쯤 만져보고 싶었거든.”

“!?”

‘귀’ 라는 내 말에 세이지는 정말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한발짝 물러서며 뺨을 빨갛게 붉힌 것이다. 급격히 붉어진 얼굴에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되짚어보는데, 듣고만 있던 슈 역시 얼굴이 붉어져서는 주춤했다.

“거, 거기 말이죠…….”

거기? 거기라고? 차마 소설에서도 적지 못할 노골적인 생식 기관 명칭조차도 그 우아하고 예쁜 입으로 얼마든지 말한 주제에 귀는 ‘거기’라고 부른단 말야? 아니 왜?

세이지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답하려던 순간이었으나 슈의 대답이 더 빨랐다.

“제 아버지의 잘못이니 제가 대신 사죄할게요, 제 귀를 만지게 해 드릴게요! 얼마든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그런 말을 하는 슈를 제치고 세이지가 대답하려 했지만 슈는 나를 안고는 도망치다시피 집을 빠져 나왔다.

“지, 집으로 가서 제 귀 만지게 해 드릴게요. ……사, 살살 해 주세요, 처음이니까.”

“으, 응. 정말 만져도 돼?”

“플로라 님에게라면!”

그의 심장이 상상도 못할 만큼 빠르게 뛰고 있다. 귀라는 말만으로 그 정도로 흥분한 건가? 설마.

========== 작품 후기 ==========

2011년 8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꽃의 여왕 2차 개인지 예약을 받습니다.

이후 당분간은 계획이 없으니 개인지를 구매하실 분은 반드시 이번 기회에 구매해 주세요ㅠㅠ 아마 꽃의 여왕 개인지로는 두번째이자 마지막이겠네요.

*책값은 권당 15000원, 배송비는 4000원

*만 18세 이상 구매 가능합니다.(최소 93년생이고 생일이 지난 분)

*조아라 노블레스 꽃의 여왕★의 1화(무료)에서 주문양식을 참고하셔서 빠짐없이, 순서 맞춰서 그대로 기재해 메일 보내주시면 됩니다.

*혹시 만 18세 이상으로 구매자격이 있으신 분 중에서 조아라에 가입하지 않으셨거나 오류로 인해 내용을 보실 수 없는 분께 한해 주민등록증 뒷번호 가린 후 스캔하거나 찍은 것을 제 메일([email protected])로 보내주시면 양식과 주의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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