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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190화 (190/226)

<-- 8. 채식 -->

아무리 마셔도 나는 꽃이라 알콜에 취하진 않지만, 특유의 분위기에 취해서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너무 달아오른 듯 해 조금 기분을 식히고 싶어 마지막 엘프까지 떨구어 내고 마을 윗쪽에 있다는 냇가로 향했다.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만으로 취기가 깔끔히 씻겨져나가는 것처럼 개운했다. 나는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긴 머리칼을 만져보았다.

오랜만에 정령으로 만들어낸 물이 아니라 진짜 냇물이 보이니 발을 담그고 싶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무릎까지 냇물에 발을 넣어보았다. 차가운 물이 발가락 사이를 스치고 흘러내려갔다. 나는 반 충동적으로 달빛 아래서 나머지 옷을 다 벗었다. 약간 따뜻한 날씨에 시원한 물을 손으로 떠서 어깨에 뿌렸다. 나신을 타고 내려가는 차가운 시냇물에 몸에 오소소 하고 소름이 돋았다.

"아, 좋다……."

머리는 젖으면 말리기 힘드니 젖지 않도록 한 손으로 말아올려 옷에 붙어 있던 리본으로 묶었다.

오랜만에 하는 진짜 물 목욕이니 영양보충도 되고 개운한 기분도 든다. 좀 더 깊이 들어갔다 나왔다. 너무 찬 물에 오래 있으니 슬슬 몸이 뜨끈해지려고 했다. 나는 미르의 주머니를 슈의 방에 놔두고 온 것을 기억하고 타월을 들고 오지 않은 채 목욕을 한 것을 조금 후회했다. 오랜만에 물을 보니 충동적이 된 듯 했다. 하지만 젖은 채 숲을 거니는 것도 좋겠지. 발목 깊이의 냇가로 다시 걸어나오며 옷가지를 챙긴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

누군가 있나, 하고 무심코 생각한 것이 현실로 된 듯 갑자기 뜨거운 팔이 내 몸을 덥석 껴안았다. 나는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기에 당황했다. 누, 누구야?

"!!!!"

낯선 체온이었다. 나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갑자기 날 낚아챘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친숙한 냄새로 보아 엘프 중 하나겠지만 엘프라 치기에는 너무나 과격한 몸짓이었기 때문이다. 단단한 팔과 큰 키로 보아 틀림없는 남자 엘프다. 누구지? 아까부터 나한테 찝적거리던 남자 엘프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모르겠다. 아니, 아니다. 분명 이 기운은 지금까지 만나 본 어떤 엘프에게서도 느껴본 적 없다.

내가 전혀 모르는 엘프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내심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다.

"누, 누, 누구……?"

"음……. 달콤해."

역시 낯선 목소리다. 분명 처음 보는 엘프였다. 안겨 있다기보단 잡혀있어서 얼굴을 잘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 엘프가 가진 기운이 모르는 엘프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분명 그는 순수한 엘프였다. 알몸인 나를 껴안는 변태 행위를 하긴 했지만 내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엘프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나긋나긋하고 거칠지 않아 매끄러운 목소리가 기분 탓인지 조금은 허스키하게 느껴졌다. 숨소리가 조용한 엘프답지 않게 거칠다. 무척이나 흥분한 걸까. 내 알몸을 단단히 안아올렸다. 내 저항은 소용없었다. 리스피아가 말한 대로 엘프는 그 팔 하나로 대궁을 다룬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안겨있는 내 머리를 올려 묶고 있는 리본을 풀어 내버리면서 고개를 숙여 길게 흩날리는 내 연한 분홍 머리카락에 대고 숨을 반복해 들이마셨다. 엘프 특유의 높은 체온 덕에 확연히 느껴지는 낯선 열기를 가진 숨결이 목덜미에 닿는다. 순간, 가볍게 치아가 내 목에 닿았다. 깜짝 놀라서 저항하며 발버둥쳤다. 그러나 그 엘프는 나를 더욱 우악스럽게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옭아맸다.

"움직이지 마세요."

그가 나에게 경고에 가까운 말을 했다. 나는 움찔하며 그 엘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체 누구고,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걸까? 이 마을 엘프라면 내가 슈가 데려온 장미 정령왕 플로라라는 걸 대충 알테고, 설사 모르더라도 순혈의 하이엘프라면 분명 손쉽게 나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가 하이엘프의 남자라는 것을 알고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듯 했기에 많은 것을 읽을 수는 없었다.

혼동과 희열이 섞인 그 엘프의 감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나를 그는 가볍게 보쌈해가지고서 급하게 어딘가로 달려갔다. 엘프의 옷에 감싸여 매달려있다 보니 방향 감각을 못 잡겠다. 대체 어디 가는 거야? 너무 멀리 가면 안 되는데…….

그가 도착한 곳은 슈의 마을 엘프의 집 같았다. 이 마을 엘프였구나. 수장의 마을이라 그런지 의외로 많은 엘프가 살아서 모든 엘프를 다 만난 적은 없다. 마을의 집 간의 거리도 인간의 주택가처럼 나란히 있는 게 아니라 꽤 거리가 있어서 모든 마을을 다 본 적도 없다. 엘프 집이야 워낙 비슷비슷해서 분간이 잘 안 간다. 그는 주변에 있는 집들 중에서도 가장 큰 나무 안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슈의 집과는 다른 나무 속집인 것 같다. 실내는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등불이 없는 컴컴한 숲에서보다는 주변을 구분할 수 있었다. 바닥에 얇은 잔디를 엮어 만든 카펫이 있고 한쪽에 불규칙적인 세모 형태 창이 있다. 그곳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방의 중간에 성인 남자 한두 명이 잘 수 있을 정도의 침대가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애매한 침대는 몸집이 상당히 큰 남자가 한명 자면 될 듯한 정도의 사이즈였다. 그는 그 침대에 나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침대가 생각보다 푹신해서 그대로 침대 위에서 굴렀지만 그는 내가 구르는 시간조차 허용 못하겠다는 듯 곧장 내 몸을 내리눌렀다. 그리고 약간 난폭한 손으로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서야 그 엘프가 무엇이 목적인가에 대해 눈치챘다. 그나저나 엘프는 상대와의 교감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강간같은 것은 하지 않잖아! 말도 안 돼!! 그러나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움직이지 말아요."

"시, 싫……."

저항의 말을 하려는 떨리는 내 입술이 그의 거친 키스에 막혀버렸다. 억지로 내 혀를 물어 자신의 입으로 당겨넣으며 지금껏 당해보았던 어떤 입맞춤보다 더 강하게 빨았다. 강제적인 행위와는 다르게, 엘프와의 키스는 역시 식물로서 느낄 수밖에 없다. 입술이 뜨겁다. 뜨거운 혀는 딱 내 취향이야. 나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엘프의 손은 바로 알몸인 내 하반신으로 향했다. 나는 깜짝 놀라다 못해 기가 질려서 반항할 생각조차 잊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경험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반려가 있는 엘프가 다른 이성을 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는 미혼이다. 배우자나 연인이 있는 엘프 특유의 아몬드나 피스타치오 같은 약간 더 익은 향이 전혀 없었다.

작은 창구멍으로 들어온 달빛에 희미하게 비치는 연한 녹색빛 머리카락. 어쩌면 하늘색일지도 몰랐다. 어두워서 색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눈동자는 녹색 비슷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언제나 밤에 보던 유렌의 달빛에 투과된 그 녹감람석 빛 눈동자와 그 엘프의 눈동자가 같은 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부색은 매우 희고 깨끗해 보였으며 훨씬 선이 가늘고 날카로워 보이는 외모였다. 그는 뼈대가 드러나 있는 쇄골에 매우 예쁘고 긴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엘프는 인간보다 훨씬 섬세한 외모의 소유자다. 그 남자 엘프도 역시 빛 아래에서 보면 굉장히 아름다우리라.

"그만……."

"그만둘 생각은 없어요."

혀가 잠시 떨어지고 내가 그만하라는 말을 내뱉자 그는 내 귀를 끝부터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지만 부드럽게.

"귀나 체중을 보니 당신은 혼혈같군요. ……상관없지만."

(노블중략)

========== 작품 후기 ==========

아 신고당했음.

이번엔 원래 서비스 훨씬 더 많았는데 어제 신고당하는 바람에 몸 사리느라 진짜 왕창 짤랐네여 ㅠ

운영자님께서 어제 저한테 쪽지보내셨음여 ㅠㅠ 누가 제 소설 신고했다고...

유예기간을 주느라 바로 노블로 옮겨지지는 않고 대신에 한번만 더 신고되면 노블 간다네요.

그 전에 수위 조정해야겠는데 몇편 수정하고 나서도 도저히 어디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여러분 좀 도와주세요 ㅠㅠ 수위 심하다고 생각하는 편수에 덧글 좀 달아주셨으면 해요.

이번이 세번째 신고네요... 안 그래도 요즘 진짜 너무 바쁜데 200편 다시 일일이 확인하고 더 짤라야 하는건지...

다른분께 물어봐도 별로 짜를만한 장면 없고 다른데서는 더 심한거 잘 연재되고 있는데 왜 나만 짜르는건지;;

신고 누가 한거야 진짜 짜증나서 아예 한순간 죄다 노블화 시켜버릴까 생각했는데... 5천명 넘는 분이 선작까지 해주셨으니 그건 아무래도 안될것 같구.

앞에 조금 새로 짜르긴 했는데 이번 편도 그렇고 제대로 내용이 안 이어지게 되어버림 ㄷㄷ

원래는 시아가 엘프에게 영문 모르고 덮쳐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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