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184화 (184/226)

<-- 7. 사신 파티 결성 -->

***

‘왜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 거냐고!!!’

케이즈는 억지웃음을 짓다가 지배인에게 재차 지적당했다. 좀 더 친절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라는 말에 그는 얼굴에 힘을 빼고 입꼬리만 위로 올렸다.

케이즈는 어쌔신이다. 잠입에 능하고 표정관리 또한 능숙하다. 하지만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는 몇 개월 전 추적 사건의 벌로 하급 암살자들이나 한다는 술집 알바를 강제 이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내가, 내가 이딴 짓이나 하고 있다니! 정말 최악이다.

지배인은 케이즈가 검은 달 길드 넘버 2의 암살자라는 것을 모른다. 알 리가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 단지 본점에서 추천으로 이 곳에서 얼마 전부터 일하게 된 21세의 빚쟁이 청년이라는 사실밖에는. 여기서도 케이즈의 정체가 들킨다면 그는 길드 마스터에게 뒷세계에서 손을 강제로 씻겨지게 될 지도 몰랐다. 요새 해이해졌어, 자꾸 이러면 더 이상 네놈에게 시킬 일은 없다. 2인자라는 명성이 아깝다, 시골에서 머리나 식혀라, 등 온갖 말을 듣고 나서 여기로 좌천된 것이다. 이 이상의 추락은 절대 싫어!!

‘아, 정말 그 녀석 스피드도 엄청 빠르고 강했다니깐! 절대 일반인 따위가 아니었대도 그러네!’

마케 근처에서 취미로 하던 소매치기를 즐기다가 마침 돈을 두둑히 들고 있던 한 귀족 남자가 걸려들었다. 하지만 역으로 케이즈는 그 남자에게 철저하게 추적당해 돈도 도로 뺏기고 하루종일 그 남자의 노예가 되어 쇼핑에 길 안내자로서 혹사당하고 난 후 길드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두 번 다시 당하지 않을 것이다. 소매치기에서 완전히 손도 씻었다. 하지만 문제는 입 싼 술집의 용병들이었다.

케이즈가 일반인 검사에게 추적당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잡혀서 마케 안내 가이드로 농락당했다. 그 사건이 길드 마스터의 귀에 들어가게 된 것은 길드 마스터가 출장에서 귀환한 4개월 전이었다.

“내 돌아가면 그 풍선 주둥이들을 그냥……!”

마케의 가장 높은 건물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하루종일 전시하겠다며 이를 가는 케이즈의 어깨를 툭 치며 동료 접대원이 그를 불렀다.

“지배인님이 지금 일 없는 남자는 다들 5분 내로 잘 차려입고 모이래. 꽤 돈 많은 여자 귀족 손님인가봐. 너는 빚지고 이쪽 일에 발을 들였다고 했지? 이름표에 가격 높게 쓰고 있으면 한탕 크게 벌 수 있을지도 몰라. 너는 립서비스도 좋고 얼굴도 괜찮으니까.”

케이즈는 칫, 하고 혀를 차곤 이름표에 1000이라고 적어냈다. 술집의 2차 화대는 평균 2골드에서 3골드, 인기가 1,2위를 달리는 유명한 접대부들은 하룻밤에 5골드에서 8골드 사이는 번다. 10퍼센트의 수수료를 술집에 갖다바치면 나머지는 다 본인 소유였다. 하룻밤의 가격이 골드 수준으로 올라가면 평민이나 웬만큼 돈 많은 하급 귀족들도 부담되는 값이다. 게다가 7골드 내외라면 웬만한 노예 두셋은 살 수 있는 가격. 그만큼 술집에서 일하며 잘 버는 남녀들은 잘 벌고, 금방 빚을 갚아 나갈 수도 있게 된다. 유흥업소가 다 그렇듯 빚만 갚고 나가기보다는 금방 돈을 탕진하고 다시 빚을 지게 되지만.

‘흥, 누가 상대해줄까 보냐.’

케이즈는 말솜씨야 좋지만 아직 한 번도 귀족의 밤 상대를 한 적은 없다. 이런 술집에 오는 귀족들 중 예쁘고 잘생기고 인기 많은 귀족은 없다. 그런 귀족들은 이딴 곳에 안 온다. 돈 같은 걸 내지 않고 일반 술집에만 가도 충분히 이성이 꼬이는데 왜 여길 와서 다른 곳보다 수십 배는 더 돈을 써가며 접대를 받겠는가?

이 곳에서 일하는 남녀들은, 정말로 돈만 아니라면 상대하고 싶지 않은 귀족들을 접대중인 것이다. 손님들의 과한 행동이 자제되어 있기는 하지만 따로 화대를 받고 윗층의 개인 룸으로 올라가면 그것도 없다. 미리 합의한 행위는 뭐든 해 줘야 한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는 제한을 많이 걸어 두면 몸이 팔리지 않는다.

하지만 빚도 지지 않았고 돈 따위는 필요치도 않은 케이즈가 자진해서 밤 상대를 하려 들 리는 없다. 다행히도 저급 술집이 아니라 손님들도 가드에게 제재당하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접대부들을 덮치지 않았다. 그래서 케이즈는 이름표에 상상도 못할 금액을 적어두고 나란히 서 있는 남자들 틈에 꼈다.

“어라?”

고개를 갸웃, 하며 토끼같은 눈동자를 한 미소녀가 케이즈의 얼굴 앞에서 말을 걸었다. 솜사탕처럼 웨이브진 핑크빛 머리카락이 술집의 조명과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즈는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하긴, 여기서 일하는 여자애들은 정말 예쁘다니깐. 얘는 신입인가? 지금까지 본 애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눈요기야 되지만 이건 위험한데……. 어쩌다 이런 귀여운 애가 여기까지 와서 일하게 된 거지?

그 소녀는 쿡쿡 웃으며 케이즈의 이름표를 쳐다보았다.

“케이? 이름이 케이라고 하는구나.”

케이즈는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말하려고 했다. 나한테 관심 가지는 것은 좋은데, 지금 남자 고르려는 여귀족이 와 있으니까 저 쪽에 가 있으라고……. 하려는 순간 지배인이 그 여자의 뒤로 따라왔다. 앗, 이거 위험한데. 손님이 고르는 중인데 함부로 돌아다닌다고 지배인한테 혼나겠어.

“그쪽 아이가 마음에 드십니까?”

“응. 괜찮은걸? 이 애로 하겠어. 제일 맘에 들어!”

지배인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케이즈는 귀족이 근처에 와 있나 고개를 휙휙 돌리다가, 이 중에 여자는 그 미소녀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뭐, 뭐지…….

‘저렇게 생긴 귀족도 여길 오는구나…….’

‘외국 귀족이래.’

‘하긴 외국 귀족의 관광 코스쯤 되니까, 이곳 레이디 바는.’

‘저런 미인이라면 돈 안 받고 자도 좋을 것 같아. 내가 돈을 써도 좋아.’

‘그 전에 네녀석이 선택되어야겠지. 가능할까 몰라. 여친도 아직 없는 놈이.’

옆의 남자들의 속닥거리는 소리에 케이즈는 그 소녀가 진짜 외국의 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랄까 나를 선택했다구!?

“룸에 들어가기 전에 바 앞에서 선지불을 하시면 열쇠를 드리겠습니다.”

“응. 가격은……?”

지배인의 공손한 설명에 그 미소녀는 케이즈의 이름표를 뒤집어보았다. 케이즈는 머리 끝까지 흥분이 차올라서 생각했다. 나, 나 드디어 동정 졸업 하는 건가? 그동안 여자 하나 없는 길드에서 어쌔신 교육을 받으며 얼마나 이 청춘을 남자 땀 냄새로 삭혔던가……. 드디어, 드디어…….

그런데 내가 가격을 얼마나 썼더라?

케이즈의 이름표를 뒤집어 가격을 확인한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이름표를 원래 자리에 내려놓았다.

“1000골드……? 원래 이렇게 비싸게 받는 가게야?”

지배인의 표정이 일순 이상해졌다. 케이즈는 허겁지겁 이름표를 반대로 돌려 다시 보여주었다.

“아, 아니옵니다! 이건 0.001골드에요! 0.001골드! 저란 녀석은 당신같은 아름다운 손님께만 1토크짜리 싸구려 몸이거든요! 부디 마음껏 이용해 주시옵소서!!”

이상한 경어체를 쓰는 케이즈가 웃겼는지 소녀는 쿡쿡 웃음을 참으며 그에게 알려주었다.

“0.001골드라면 1토크가 아니고 10토크야. 그런데 정말로 10토크만 내면 돼? 방 이용료가 더 비쌀 것 같은데…….”

지배인은 이를 뿌득 갈면서 케이즈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다시 귀족 소녀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가격은 접대하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 저희 가게의 규칙입니다. 방 이용료는 해당 가격의 10퍼센트 뿐입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그리고 네놈은 내일 나 좀 보자. 지배인은 케이즈를 시아의 어깨 너머로 노려보았지만 케이즈는 이미 지배인의 얼굴 따위는 보고 있지 않았다.

***

운도 좋지, 이런 술집에서 설마 미경험 동정을 건질 수 있을 줄이야. 게다가 10토크란다. 케이라는 이름의 청보랏빛 머리의 미청년은 방 수수료를 뗀 9토크를 받아챙기고 가장 전망이 좋다는 룸으로 골라잡아 들어갔다. 그는 내가 마음에 드는지 먼저 샤워 서비스를 자청했다.

케이의 얼굴은 마치 햇볕을 거의 보지 않은 것처럼 희어서 나는 그가 실내에서만 자란 허약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셔츠를 벗은 그는 의외로 굉장히 탄탄하게 단련된 몸을 갖고 있었다. 이 정도로 단단한 근육은 미르와 비교해도 될 정도다. 내가 그의 가슴을 호기심에 만지작거리자 그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혹시나 싶어 그에게 말해보았다.

“혹시 처음이야?”

“후후, 이제 와서 뭘 숨기리까. 여자 경험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이런 데서 일하는데?”

“이런 데서 일한다고 처음이 아니란 법이 있나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처음이라는 말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농담같이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무경험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즐거운 표정으로 그에게 팔을 맡겼다.

“벗겨줘.”

“원래도 이렇게 옷을 벗는 걸 노예에게 시키나요? 아, 아니요. 평소에는 그런 귀족들을 재수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손님이 그런다고 상상하니 굉장히……, 에로하네요. 시중을 드는 남자들에게도 전부 시켜왔겠죠?”

케이는 실실 웃으며 벗겨낸 내 옷에 뺨을 부볐다. 여자 옷을 벗기는 것도 처음인지, 대충은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섬세함이 조금 부족했다.

“손님……, 이 아니라 다른 호칭을 원해요? 저도 제 첫 상대의 이름 정도는 알고 싶은데.”

“세이시아야. 호칭은……, 아가씨 정도가 좋겠네. 한번쯤 그렇게 불려 보고 싶었거든.”

“응? 이상하네요. 보통 아가씨라고 불리지 않아요? 그러면 대체 평소에는 뭐라고 불리는데요?”

“여왕님.”

케이는 히죽 웃으며 내 신발을 벗기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눈을 그대로 내리깐 채 그의 시선에 응답했다.

“어울리네요.”

(신고당해서 중략함)

========== 작품 후기 ==========

운영자님께서 19금 신고됐다고 쪽지옴요 ㅠㅠ

바쁜데 그래도 바로 노블 안보내진게 어딥니까...

한두군데가 아니라고 하니 다시 수위 조금 진한 곳 삭제하기 지금부터 역주행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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