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사신 파티 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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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바가 유흥업소라고는 말해 주지 않았잖아!?
아니, 술값이라면 내겠지만 말이지……. 라키아네 백작이 예약해 놓은 대로 검은 벽돌의 분위기 좋은 술집에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다. 괜찮은 곳을 알아냈다며 마란 후작에게 칭찬까지 들었으니까. 그리고 줄루인 남작이 다음으로 감탄했다. 이 술집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아낸 탓이다.
상급의 외모를 가진 젊은 미남 미녀가 몇 명씩 몰려와서는 주문받은 대로 술을 따라주었다. 제국의 일반적인 고급 바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다. 살짝 어두운 조명, 하지만 이곳보다는 밝다. 내가 아는 바라고 하면 솜씨 있는 바텐더가 있고 고급 술병이 유리 장식장에 늘어져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이 곳은 라벨이 붙은 고급 술병을 전시해 두기보다는 오히려 얼굴이 예쁜 미남 미녀를 전시해 두는 것 같았다. 거기까지는 술집의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굉장히 짧은 여자의 스커트와 반쯤 풀려 앞가슴이 다 보이는 남자의 셔츠를 보고 그제서야 놀라버렸다.
“하하하핫, 공작님. 알고보니 센스 괜찮으신데요? 안 그래도 여기에 한 번쯤 와 보고 싶었는데.”
줄루인 남작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마란 후작 역시 분위기는 괜찮다고 말하며 웃는 얼굴로 와인잔을 기울였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어차피 예쁘장한 여자와 잘생긴 남자가 옆에서 술을 따라주는 건데 싫을 리 없다. 술을 따라주는 남녀들도 유흥업소처럼 노골적으로 달라붙지 않고 꼭 저택의 시중인들처럼 예의바른 모습이었다. 복장만 조금 단정했다면 말야…….
“여기 괜찮죠? 네?”
라키아네 여백작이 라임 칵테일을 주문하며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곳 같긴 하네. 술 맛도 괜찮고…….
제국의 흔한 바와 달리 여기서는 술을 직접 전시해서 주문을 받기보다는 메뉴판에 적힌 술의 이름을 말하면 가져다 주는 식이었다. 칵테일 주문 방법은 비슷했다. 나도 처음에는 가볍게 쥬스가 섞인 칵테일을 주문했다. 넓은 테이블과 의자에는 한 명씩 두어 명의 접대원이 붙어서 이것저것 가끔 권하거나 손님이 응대해주면 가볍게 얘기를 걸곤 했다. 루페닌 왕국 중에서도 이름 있는 귀족들만 온다는 고급 바인 만큼 인테리어 역시 눈이 피곤하지 않게 깔끔하면서도 값싸 보이지 않았다.
엘릭은 새까만 수트를 입고 와서인지 술집과 기이하게도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였다. 오오, 술집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인걸? 그런 복장으로…….
하긴 기사들은 임무 수행 중 엄격한 금욕생활 때문에 힘들다고 하니까 이번 기회에 꽤 질펀하게 놀고 싶은지도 모르지. 하지만 엘릭은 본격적으로 놀러온 듯한 그의 차림새를 보고 처음부터 약간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야한 옷차림의 미녀들에게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고, 처음부터 약한 샴페인을 시켜놓고는 물을 9할씩이나 타서 마셨다. 한 붉은 머리칼의 미녀가 원하는 비율로 술을 타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녀의 손에서 샴페인 병을 빼앗아 스스로 컵에 다시 따랐다. 나는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본인이 마시는 것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겠지만 입맛 되게 이상하네…….
프쉘드리만 후작은 호탕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왜인지 긴장한 것 같았다. 설마 술집 처음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기분이 별로 안 좋으세요?”
“음, ……아, 아니……. 괘, 괜찮습니다.”
프쉘드리만 후작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러서서 마란 후작의 팔을 휙 잡아끌었다. 허허 웃으며 왜 그러냐는 마란 후작에게 이 녀석과 함께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프쉘드리만 후작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뭐, 곧 돌아오겠지.
그나저나 마란 후작이 한 말이 사실인가 보네. 둘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는 것 말야.
다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고 밤이 점점 깊어지자 내게 술을 따르던 남자들은 조금 더 진한 대화를 시도했다. 이렇게 2차로 끌고 가면 상당한 화대를 받는 듯 싶었다. 그치만 뭐 어때. 나는 연한 푸른 색 머리의 한 잘생긴 남자가 직접 내 입에 술잔을 대 주자 나도 모르게 그걸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이, 이거 괜찮은데……?
나는 처음에 내 곁에 붙은 남자 둘을 적당히 상대해주었기 때문에 남자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 접대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손님이 말을 걸거나 대꾸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의 주기로 다른 남자와 교체되는 듯 싶다. 노골적으로 선택하는 손님과 바꿔달라고 말하는 손님들도 몇 있었다. 값비싼 술집인데도 불구하고 보통 고급 술집처럼 방음된 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테이블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두꺼운 커튼으로 파티션이 나뉘어 있었기 때문에 옆 테이블의 자세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단어나 내용이 짐작되는 소리는 꾸준히 들려왔다.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보니 그 편이 훨씬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끈적한 소리가 사방에서 효과음으로 들려오는 게 가게 매출에도 상당한 이득이 되는 것 같다.
라키아네 백작에게는 이미 미소년과 미청년 사이의 젊은 남자들이 다섯은 붙어있었고 줄루인 남작 역시 자기 취향인 듯한 미녀 둘을 양 팔에 끼고 있었다. 라키아네 백작은 적당히 취한 것 같자 남자 셋을 골라서는 내게 작게 속삭였다.
“이제 슬슬 올라가도 되겠죠? 다들 적당히 취한 것 같고……. 공작님께서 마음에 드시는 남자가 없다면 따로 불러서 말씀해 보세요. 직접 고를 수도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직 취한 것 같지 않자 조심스럽게 내 눈치만 살피던 줄루인 남작도 라키아네 여백작이 따로 2차를 제시하고 다른 룸으로 가자 자신도 옆에 끼고 있던 여자 하나와 협상을 시도했다. 사실상 협상이라기보다는 제의나 다름없었다.
“우리도 같이 올라갈까?”
“네, 저는 가능해요. 그치만 여기는 다른 술집과 다른 것 아시죠? 봉사의 종류에 따라 안 되는 것도 있으니 꼭 알아두셔야 해요. 문 밖의 가드들에게 제재당하니까요. 제 이름표 안쪽에 가격이 있어요. 마음에 드시면 함께 올라가요.”
은근한 남작의 제안에 여자는 애교스럽게 말하면서도 안 되는 것은 딱 잘랐다. 쉬운 것을 원하면 노예를 구매하던지 다른 저급 술집에 가라는 의미다. 하긴 이 정도로 미녀를 많이 데리고 있으려면 고용인 측에서도 위험부담에 따른 이득이 높아야 하니까 말이다.
라키아네 백작과 줄루인 후작도 올라가버렸고, 다른 사람들은 생각 없으려나? 아, 그렇지! 엘리아스 씨가 기사들끼리의 친목을 다지는 의미에서 몇 번 해 준 2차 얘기가 생각난 나는 엘릭과 살짝 더 친해져 보겠다는 욕심에서 엘릭의 옆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엘릭이 미녀들에게 조금의 대꾸도 해 주지 않자 엘릭 옆의 여자들은 열 번도 더 바뀐 상태였다. 내가 옆으로 가자 미녀 한 명이 뒤로 빠져주었다. 나는 엘릭의 잔이 어느샌가 술이 아니라 100% 물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술을 마실 생각이 없는 건가……?
맨정신에 할 얘기는 아니지만 딱히 나쁠 것은 없기에 나는 그에게 선심 쓰듯 2차를 쏘겠다고 선언했다.
“있지, 엘릭.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골라도 돼. 내가 살 테니까.”
“…….”
“오늘만 특별히 쏘는 거야! 사양하지는 마. ……힉!”
그는 아까부터 굉장히 화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만 있던 그의 얼굴을 방금 발견한 나는 그에게 은근히 제안을 하다가 살짝 놀랐다. 여, 여자가 안 예뻐서 화났나? 정말로? 그치만 저 정도면 화낼 만큼은 아니지 않아?
엘릭이 꽉 쥔 술잔, 아니 물잔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술집 여자는 좋아하지 않아서 저는 그만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공, 작, 님.”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잘못 진행했구나. 엘릭의 취향을 완전히 오해하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걸 싫어하는 타입도 분명히 있으니까 말이지……. 나는 급히 쫓아가서 사과하려고 했지만 이미 한발 늦어 놓치고 말았다. 결국 다른 일행에게 말도 없이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1차 계산은 내가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돌아왔다. 후우, 정말이지……. 프쉘드리만 후작은 술에 취해 여자들이 들러붙자 또다시 바람 쐬러 간다며 싫다는 마란 후작까지 끌고 나가버린 채 돌아올 생각을 안 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나도 아침까지 즐길 테다!
1차는 내가 쏘고 2차는 자기 돈으로, 미리 그렇게 말해 두었기 때문에 귀족들에 비해 재산이 남아돌지 못하는 기사들은 어느 정도 취한 듯 싶어도 2차는 가지 않고 값비싼 술만 마셨다. 꽤 술이 강한 기사가 몇 섞여 있는 모양이라 어쩌면 아침까지 마실지도 몰랐다. 나는 내일 아침에 내 앞으로 술값을 청구해달라고 지배인에게 말한 후 남자를 고를 수 있냐고 질문했다.
“물론 가능하죠! 2층으로 올라와 주시겠어요?”
========== 작품 후기 ==========
짧죠? 자를 데가 애매해서 ㅠ
대신 덧글 50개 이상 연참!
레알!!ㅠㅠㅠ
요즘 너무 빨리 쓰느라 질이 떨어지는데, 뭔가 글에 문제가 보이면 바로 집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