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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176화 (176/226)

<-- 7. 사신 파티 결성 -->

결국 모든 구경꾼들의 불만을 업은 채 경매의 최종 매물은 상상도 못할 금액, 1만 골드에 내게 낙찰되었다.

***

“그나저나 공작님, 정말 놀랐어요.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잖아요? 특별히 그 애만 비싸게 주고 사야 했을 이유라도 있나요?”

라키아네 백작은 1만골드나 주고 사야 했던 그 소년의 용도가 너무 궁금했는지 경매장에서 돌아오는 내내 나에게 물었지만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끝냈다.

마란 후작은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세이시아는 어린 쪽이 취향?”

“후후, 글쎄요.”

“연상은 어때요? 응? 이미 남편이랑 애인이 연상이니 더 이상은 싫은 거에요?”

“그런 건 아니에요.”

“어린애들 샀다고 애들하고만 놀지 말고 저하고도 놀아주셔야 해요.”

나는 마란 후작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쪽 마차를 바라보았다. 자그마치 1만 950골드짜리가 타고 있어요. 공작씩이나 되어서 그 정도에 손을 벌벌 떠는 것도 자랑은 아니었기에 나는 애써 괜찮은 척 했다.

라키아네 백작은 호텔 앞에 도착하자 하품을 하며 내렸다. 오랫동안 경매장에 앉아있느라 피곤했다.

“후아암, 벌써 한밤중이네요. 내일 아침엔 왕도로 들어가야죠? 너무 놀진 말고 일찍 주무세요.”

“그래야겠죠.”

뭐, 일찍 자기 싫어도 자야 하니깐.

고가의 노예를 산 날부터 혹사시키는 귀족은 없다. 기본 상식이다. 한 사흘간 적응할 때까지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기껏 비싸게 주고 산 노예의 수명이 줄어버린다.

호텔 룸에 도착한 나는 나를 맞이하는 네리아에게 멜을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멜은 잠옷으로 갈아입다가 뛰어왔는지 옷차림이 흐트러져 있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원래라면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깨어서 대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나는 자기 전에 멜의 시중이 아니라 네리아의 시중을 받기 때문에 멜이 깨어있을 필요는 없었다. 내일 일해야 하니 오히려 일찍 자는 게 나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킬 일이 있어 부른 것이다.

"멜, 저쪽 마차에 오늘 내가 산 경매물이 둘 있어. 비싼 것들이니 절대 험하게 다루지 마. 우선 목욕시중을 들고 깨끗한 옷으로 입혀놔. 배고프다고 하면 원하는 것을 먹이고. 둘 중에 파란 쪽은 내가 따로 호출하기 전까지 머리를 깔끔하게 잘라 놓도록. 파란 머리 애는 저택의 시종으로 두고 다룰 테니 불필요하게 받들 건 없어. 하지만 검은 쪽은 다른 용도니까 귀족처럼 모셔. 알아듣겠지?"

"네, ……넷!"

"그럼 부탁해. 네리아, 나는 알아서 할 테니까 그쪽의 목욕물을 준비해 줘. 남자애들이니 직접 시중은 들지 않아도 좋아."

"알겠습니다."

나는 둘의 대답을 뒤로하고 휘적휘적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대충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시트린 상회 계열의 호텔인 만큼 호화로운 욕조였지만 지금은 피곤했기에 대강 씻고 샤워 가운만 걸친 후 침대 위에 쓰러졌다. 실프가 살랑살랑이며 내 젖은 머리칼을 말려주었다.

***

찰칵, 하며 마차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아가 오늘 경매에서 구매한 엄청난 고가의 몸값을 지닌 두 소년은 그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저기……?”

멜은 생전 처음으로 보는 ‘노예’라는 것에 조금 당황해서는 말 끝을 늘였다. 제국에서만 쭉 살아왔고, 시골에서 자라온 평민인데다가 귀족의 시종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몸이라 멜은 아직 많이 서툴렀다. 단지 순진하다는 이유만으로 저택의 둘째 주인이자 공작의 남편인 유렌의 눈에 들어, 우연히 공작님의 시종이 된 것 뿐이다. 제국에서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노예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알 리가 없었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 돌아보지 않는 건가? 아니, 그치만 왜 이 쪽을 쳐다보지도 않지?

생각같아선 아는 동생인 루이와 동갑인 녀석들이라 편하게 대하고 싶지만 시아의 명령이 있었기에 그러지도 못한다. 그는 다시 한 번 조금 큰 목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저기, 일단 내려야 하는데요.”

“…….”

이불 같은 누더기만 걸친 푸르스름한 머리색을 한 어린 소년이 그 말에 멜을 쳐다보았다. 그 소년은 귀족의 시종으로 보이는 멜이 다짜고짜 난폭하게 명령하지 않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제 저희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저희를 산 주인님은 어디 계세요?”

멜은 속으로 ‘나도 주인님이 왜 너네를 사신 건지 몰라!’라며 외쳤지만 불안해하는 어린 아이를 상대로 몰라몰라거릴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공작님께서는 오늘도 내일도 바빠서 시간이 없으실 거에요. 그동안 푹 쉬어 두세요. 뭔가 드시고 싶으시면 목욕하시는 동안 준비해 놓을게요.”

멜은 미리 식사를 주문해 놓은 후 깨끗한 물을 받아 푸른 머리색의 소년을 씻겼다. 그러면서 새삼 정말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이보다 더 나이가 어려 보였다. 몇 살인지 물으니 겨우 열 네 살이란다. 이름을 물었더니 한참을 망설이더니 그는 ‘루시나’라고 대답했다. 밖에 준비해 둔 옷이 있으니 옷을 갈아입고 오늘은 이곳 침실에서 자라고 말해둔 후 두 번째로 검은 피부와 검은 머리를 한 소년을 씻기기 위해 그를 데리고 왔다.

씻기기 위해서는 옷을 벗겨야 한다. 검은 머리 소년은 특히 더 조심스럽게 다루라는 주인의 말을 되새기며 멜은 그 소년의 몸을 감싸고 있는 까만 천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는 멜의 손을 거부했다.

“혼자……, 씻으면 안 될까요.”

그 소년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굉장히 아름다웠다. 새카만 외모와 달리 여름꽃 같은 눈부신 음성에 한순간 매료된 멜은 소년의 말에 조심스럽게 그를 욕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둘 다 씻고 나온 후 옷을 입히고 시아가 명령한 대로 루시나의 들쑥날쑥한 단발머리를 깔끔하게 숏컷으로 잘라놓으니 둘 다 마치 소공자같은 모습이 되었다. 귀족 아들과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표정이 너무 불안정하다는 것일까.

“우리들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늦은 밤이라 간단히 수프와 부드러운 빵 정도만 준비해 놨지만 입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루시나는 이번이 첫 주인을 맞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성노예 목적으로 팔려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불안한 시선으로 한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호화로운 호텔 방 안에서 여기저기 시선을 옮기며 그는 멜에게 질문했다.

“공작님께서는 제국의 귀족이세요. 그러니까 아마 루시나, 당신은 저택의 하인으로 일하게 될 거에요.”

하인……, 이구나. 게다가 팔려갈 곳은 제국이다. 인다스나 젤타 같은 곳이 아니길 천만다행이다. 그 두 국가는 노예로 팔려갔을 때 살기 힘든 곳이라고 다른 노예들에게 수도 없이 들었다. 루시나는 생각했던 것만큼 험한 취급을 받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 조금쯤 마음을 놓았다. 눈앞의 이 멜이라는 사람과 비슷한 일이라면 그럭저럭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을 산 주인이 그를 ‘밤에’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이겠지만……. 그는 아직 주인의 얼굴조차 모른다. 그를 구입하려고 가격을 부른 온갖 남녀의 목소리들이 스쳐지나갔다. 판매중인 노예의 입장에서 자신을 사는 사람의 목소리를 기억하기는 힘들다. 주인은 남자? 여자? 루시나 자신도 자기가 여자보다는 남색가에게 인기있는 타입이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루시나는 지금은 상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나는……?”

이번엔 검은 머리칼의 소년이 물었다. 그는 루시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그 소년은 외모로 따지면 루시나보다 훨씬 더 어려보였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뛰어났다. 성인인 멜이 감탄할 정도였다.

“그건 저도 잘……, 공작님께 듣지 못했습니다.”

“당신 별로 높은 사람은 아닌가봐요?”

“그렇죠, 뭐. 아하하.”

멜은 검은 머리 소년의 지적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로 자기가 경험도 없고 네리아 선배에 비하면 직위도 한참 낮은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유렌 위스피닌 백작님의 추천이 없었다면 이렇게 귀족을 가까이서 모시는 자리에 올라올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공작님께서는 일 때문에 루페닌 왕국으로 가는 중이세요. 내일 다시 출발해야 하니까 푹 쉬어 두세요. 공작님께서 따로 명령하시기 전까지는 일을 시키지는 않을 거에요.”

멜은 그렇게 말하며 침실의 문을 닫았다.

========== 작품 후기 ==========

연참했음!

원래 한편 더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지체되어서 오늘내로 한편더 될지 안될지 모르겠네요...

운 좋으면 밤늦게 한편 더 올라오고 아니면 걍 내일 올라옵니다. 시간적인 문제라 이번엔 덧글 다셔도 소용없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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