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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174화 (174/226)

<-- 7. 사신 파티 결성 -->

처음으로 올라온 것은 팔이 사슬로 묶이고 발목에 수갑이 채워진 열두 명의 남자들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알몸으로 나란히 선 채 경매 판매자의 명령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돌려 하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넋을 놓고 남자 노예들의 잘 만들어진 육체와 단단한 엉덩이, 그리고 다리 사이의 장난감을 쳐다보았다.

패널 쪽으로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내 손을 라키아네 백작이 가로막았다.

“안 돼요. 저건 한 다스잖아요. 여제 폐하의 허가 없이 제국의 귀족이 한 번에 열 명 이상 노예를 제국으로 반입하는 건 특별한 이유 없이는 금지되어 있어요.”

“한 명씩 파는 게 아니라 전부 세트!?”

저걸 다 세트로 판단 말야? 멍하니 그들을 다시 바라보던 나는 그 노예들이 전부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노예들은 몇 명씩 묶어서 파는 경우가 많죠. 조금 더 기다리면 분명 공작님의 마음에 들 만큼 품질 좋은 성노예들이 나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봐요. 제한은 열 명이니 신중해야죠, 안 그래요? 뭐 정 마음에 드는 애가 있으면 세트로 사서 나머지는 입국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차비 적당히 쥐어주고 내보내도 되지만.”

제국민이 아닌 귀족들은 한 번에 수백씩 제한 없이 노예를 사들일 수 있기에 자신있게 가격을 불렀다. 뭐니뭐니해도 정찰제가 아니라 경매다. 아무리 세트 판매라고는 해도 그 하나하나가 가격을 간단히 매길 수 없는 고급스럽고 값비싼 육체들일 것이다.

나는 결국 손가락만 빨며 그 남자들이 낙찰되기를 기다렸다. 꽤 만족스러운 가격에 낙찰되었는지 판매자는 친절하게 현찰을 받고 노예를 넘겨주었다. 기본적으로 합법적인 노예 거래는 당연히 노예문서가 하나씩 첨부되어 있다. 그게 없다면 불법 노예인 거고.

부모가 둘 다 노예거나 빚을 져서 노예가 된 경우, 즉 문서가 첨부된 합법 노예는 제국에 제국민으로서 들어오게 된 순간 입국관리소에서 노예 문서가 아닌 자신이 거래된 몸값의 차압서로 바뀌게 된다. 제국은 노예 제도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노예였다고 해도 주인이 제국민인 이상 그 아래의 노예도 자기 몸값만 갚으면 이제 자유가 되는 것이다. 제국에서의 외국노예 반입 악용과 그 노예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절차였다.

노예 문서가 없는 카딘이나 라르슈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다. 절차 필요없이 데리고 와서 별다른 절차 없이 부려먹고 있다. 그 둘은 비합법 노예다. 전쟁포로, 납치 등으로 노예가 된 경우에 속한다. 애초에 노예가 된 경로 자체가 불법이었기에 데리고 와서 실수로 놓치면 별달리 보상받을 곳도 없고, 강제로 노예를 되찾으려고 하는 것도 불법이다. 노예 문서 없는 비합법 노예는 제국에 들어오면 무조건 일반인이 되기 때문이다. 불법 노예니까 차압증도 없다. 들여오는 인원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무작정 사들여서 인권이고 뭐고 없이 혹사시켜도 나라에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만, 들키면 제국법상 일반인 폭행죄가 성립되기에 아무리 귀족이라 해도 타격이 꽤 크다. 꽤 된 일이지만, 외국에서 비합법 노예를 왕창 사들여 지하실에 가둬 놓고 성노로 삼은 한 변태 귀족이 발각되어 작위 몰수를 당하고 엄청난 벌금에 징역형까지 살게 된 적이 있다. 재판에서 국외추방까지 갔다고 하니, 간 작은 귀족들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나야 카딘과 라르슈 둘 다 돈 주고 얻은 애들도 아니고, 충분히 월급 주고 일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 둘이 도망칠 이유도 없지만.

다음 차례는 여자 노예 묶음이었다. 나는 지루함에 손을 휘휘 저었다. 저택에 필요한 건 남자 일손이었다. 이후 세 번 정도 한 다스짜리 노예가 나오고 다음 순서부터 노예가 한 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진짜네!”

백작의 말대로 성노로 보이는 남녀 노예들은 아까의 몸만 좋은 노예들과 달리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았다. 마음에 드는 애가 있는지 없는지 열심히 검색하며 경매에도 가끔 참석하다가 가격이 오르면 그만두는 것을 반복하고 있던 나를 보더니, 라키아네 백작은 후후 웃었다.

“겨우 두 달을 굶었다고 아까같은 걸 함부로 드시면 체할지도 몰라요? 조금 가벼운 걸로 고르는 게 어때요?”

“으음……. 그런가? 백작님은?”

“저는 구매하는 쪽보다는 구경만 할래요. 집에 사 들고 가면 곤란하거든요.”

하긴 라키아네 백작은 집에 저런 거 많겠지……?

“하지만 대신 시간을 사는 정도는 관계없어요. 공작님도 빠지지 않으실 거죠?”

“시간을……?”

시간을 산다. 상대의 전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정도만 구매하는 것이다. 같이 그렇고 그런 유흥업소에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 말이라는 것을, 나는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유흥업소……, 유흥업소라.

그러고 보니 이루나 세르도 젊었을 때 유흥업소에서 꽤나 놀았다고 했다. 거긴 놀 만한 데일까? 호기심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쪽이 더 중요했다. 여기는 합법 경매장이기 때문에 현금을 내는 것이 예의긴 하지만 일정 액 이상의 고액이라면 어음도 받기 때문에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현재 올라와 있는 노예들이 다시 주르르 팔려나가고 또 차례로 다른 노예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반짝였다. 저기 저 연한 청록색 빛깔 머리색……. 정말 마음에 든다. 나이는 어렸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얼굴이었다.

다른 노예들과 달리 쭈뼛쭈뼛 서서는 뺨을 발그레하니 붉히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보통 수갑을 차고 경매장에 알몸이나 알몸에 가까운 복장으로 나서는 다른 노예들은 이미 질리도록 겪은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체념한 표정을 하고 있다. 저런 생기가 도는 표정은 노예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다.

게다가 머리색과 비슷한 맑은 눈동자가 정말 매혹적이었다. 녹색 빛이 더 돌긴 하지만 왠지모르게 아젤님을 닮은 것 같다고, 나는 한순간 생각했다가 스승님을 눈 앞의 알몸의 노예와 비교하는 것이 실례라는 생각에 바로 상상을 떨쳐버렸다. 그치만 너무 귀엽다. 꼬옥 안고 자고 싶다. 아젤 님한테 못했던 부비부비를 해 보고 싶다!!

살테다, 쟨 꼭 사고 말거야!!

아직 어려 보이지만 적어도 장난감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는 나이임이 틀림없었다. 피부도 조명 아래서 뽀얗게 빛났고 뺨도 나름대로 오동통했다. 사이즈는 겉으로 보기엔 보통. 작은 편은 아니다. 나이는 열 네다섯 살 정도? 아젤 님은 아마 지금쯤 열 네 살이겠지. 그 소년도 올해 열네 살이 되는 해라고 곧장 설명이 들어왔다. 열네 살이라……. 나이 치곤 어른스러운 외모긴 했지만 아젤 님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 노예를 단 위에 올린 판매자는 경매 진행자에게 처음, 처음이라는 것을 강조하도록 시켰다. 시작가는 10골드.

“90!”

“120!”

“180!”

이미 부르는 가격은 백 골드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보통 노예가 몇 골드, 고가의 노예가 수십 골드 약간 안 되는 선에서 팔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로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유렌의 검 한 자루를 사 줄때 자그마치 성 한 채 값, 7만 골드를 넘게 썼던 잎 큰 식물이 아니던가! 물론 내가 낸 돈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조금만 쌌으면 샀을 거야. 내 돈으로.

강대국의 공작이라는 작위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내 재산은 이 경매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서 톱 10위 내에는 들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범위에서 보면 재산 총액은 대상인인 마란 후작이 더 위겠지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용돈은 내가 더 많다. 농업은 투자금이 거의 안 들기 때문이다. 내가 돈 굴리기를 할 줄 몰라서 그렇지, 꼬박꼬박 모으긴 잘 모았단 말이다. 가끔 유렌이 자기 영지에서 약간의 돈을 굴려서 조금 키워주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유렌은 도박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한번에 큰 돈을 투자하진 못했다. 얻는 결과물도 그렇게 대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패널을 힘껏 들어올리며 아까의 거의 두 배를 불렀다.

“300!”

한순간에 백 골드 대에서 삼백 골드 대로 뛰어올라버린 가격에 조금씩 올리며 맛만 보던 절반의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나가떨어졌다. 300골드면 노예 하나에 쓸 수 있을 만큼 가벼운 금액이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인기 품목인 만큼 쉽게 낙찰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노예 열 명까진 아니라도 다섯 정도는 사갈 생각으로 부디 한명당 천 골드까지는 가지 않도록 속으로 기도하고 있는데 경쟁자는 가차없이 천 골드의 절반을 불렀다.

“500!”

으윽! 나는 머리를 감싸쥐며 600을 외쳤다. 600까지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 놀란 라키아내 백작은 의외라는 듯 내게 말했다.

“저 노예가 마음에 들어요? 저런 노예는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인기가 있으니까 쉽게 낙찰받기는 어려울 거에요. 미소년을 사들이는 남색가는 대체로 씀씀이가 크거든요. 한번 사면 길들이기에 따라서 상당히 오래 가기도 하고. 반대로 여자한테 인기있는 남자는 일회용이 많으니까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을 텐데……. 뭐 저쪽이 마음에 드셨다니 어쩔 수 없지만요.”

나, 나도 씀씀이 크거든! 지금까지 별로 안 써서 그렇지!!

굳이 험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남자가 쓰는 여자보다 여자가 쓰는 남자가 수명이 더 짧다. 남자 성노예는 싫증도 잘 나고 망가지기도 쉬워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슬프지만, 나라면 다른 여자들과 달리 어떻게든 뿌리까지 뽑아먹어줄 수 있다. 가격만큼 맛있게 먹어줄거라고 다짐하며 나는 이백 골드를 과감히 더 올렸다.

“흐음, 세이시아는 저런 타입 취향이에요?”

마란 후작은 내가 낙찰에 열을 올리자 흥미롭게 그 소년을 다시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 소년의 다리 사이를 살펴도 보통 이상의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는지 다시 그 소년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이 더 중요한 타입?”

“귀엽잖아요! 그리고 이건 애피타이저일 뿐이니까!”

내가 200이나 높여 부르자 상대는 조금 흠칫하더니, 거기서 50을 추가로 더 불렀다. 나는 그제서야 승리를 예감하고 다시 한번 거리를 더 벌렸다.

“950골드!”

“950골드, 950골드까지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5초를 셀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380번 손님께 낙찰됩니다!!”

하지만 진행자가 숫자를 다 셀 때까지 감히 노예 한 명에 천 골드를 넘겨보겠다는 간 큰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와, 이겼다아!! 나는 행복감에 어음을 끊어주고 노예문서를 넘겨받았지만, 1분 후 너무 비싸게 샀다는 자괴감에 빠져버렸다.

“천 골드…….”

노예 하나에 거의 천 골드라니, 이거 시장에서 샀다면 고작해야 싸면 십 골드 미만, 비싸게 사도 백 골드 이하일 텐데, 완전 바가지잖아!! 경매의 단점이 바로 이것이다. 경쟁심에 분위기 타서 열배 넘게 주고 물건을 사는 거지.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천 골드어치를 다 갚을 때까지 그 노예는 내 밑을 떠나지 못하니 비싸게 산 만큼 오래 갖고 놀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노예 문서에는 양도금액 950 골드가 확실히 기재되었다.

========== 작품 후기 ==========

연참 못할거같죠?

했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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