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161화 (161/226)

<-- 7. 사신 파티 결성 -->

엘릭을 찾고는 싶지만 갑자기 눈이 마주쳐버리면 내 심장은 깜짝 놀라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으므로 나는 곁눈질로 조심스레 사람들 사이를 훑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생물로서 기척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엘릭은 달랐다. 이계의 존재이기에 레이더망에 조금도 잡히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바로 내 뒤에 있어도 알아챌 수 없다. 마족이란 내게 있어서 상당히 성가신 존재였다. 엘릭 뿐 아니라 방금 엘리아스 씨가 말한, 있을지도 모르는 소환된 마족 역시.

이런 상황에선 나 역시 정령계로 돌아가서 식물의 눈을 통해 마족의 개입이 해결될 때까지 방관만 하고 있어야 하는 건데…….

뭐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인간이니까.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인간들이 다 알아서 해결할 거야. 정 안되면 그 때 우리 쪽에서 나서도 되고."

미르가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호쾌하게 말했다. 다 들었구나. 하긴 그 정도 청력으로 그 거리에서 안 들릴 리가 없겠지만.

"즐기기 위해 여기에 있는 거잖아요? 마음 놓고 놀다 오세요."

유렌도 내 옆에서 나를 부드럽게 토닥거렸다. 역시 의지가 된다. 이렇게까지 말해 주는 남편이라니 역시 난 행복해. 유렌, 미르♡

***

리스피아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손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잎의 모양과 갯수, 색, 솜털 하나하나, 꽃잎의 형태와 빛에 매끄럽게 반사되는 그 질감마저.

"역시 완벽해……♥"

아름다워, 정말 최고야, 이렇게까지 마음을 뒤흔드는 꽃은 본 적이 없다. 여왕님의 이름에 걸맞는, 아니, 진짜 여왕. 흙에 기반을 둔 모든 생물의 여왕님이다.

이젠 끝이다. 다른 꽃에 눈길을 줄 수 없다. 그는 지금껏 만났던 가장 기억에 남은 꽃 백아홉 송이를 머릿속에서 전부 깨끗히 지워버렸다. 기억할 가치는 없다. 여왕으로만 채워버리면……. 리스피아는 그 아름답고 단아하면서도 화려하고 눈부신 자태에 완전히 취한 시선으로 오직 시아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순간 시아가 리스피아가 있는 장소를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몸을 숨기고 있는 리스피아를 주의 깊게 쳐다보지는 않았다. 리스피아 역시 그 시선에 순간 전율했으면서도 나서지 않았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관찰'하겠다고 약속한 탓이다.

"아아, 여왕……."

"스토커인가, 너."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불쾌한 남자 목소리에 리스피아는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억지로라도 떼어 내 뒷쪽을 쳐다보았다. 짧고 검은 머리의 젊은 남자였다. 그는 언뜻 무표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미미한 경계심을 감추고 있다. 리스피아는 기분 나쁘다는 듯 대꾸했다.

"스토커라니 실례입니다, 당신."

"……."

"아, 물론 평범한 마족이 보면 스토커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일반적인 스토커처럼 플로라 님의 뒤를 따라다니며 24시간 관찰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스토커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건 저 한쪽만의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해하시겠어요, 마족 씨?"

그 주장조차 한없이 스토커답잖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의 엘릭을 힐끔 바라보더니 리스피아는 이젠 엘릭에게 흥미 없다는 듯 다시 시아를 눈으로 좇았다. 으흥, 여왕님♡

"……."

"뭐지요? 저는 분명히 스토커가 아니라고 했을 텐데요? 아직도 내게 볼일이 남아있나요?"

그 후로 한참동안이나 리스피아는 시아를 눈도 떼지 않은 채 '관찰'했으며 엘릭은 그런 리스피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한참을 기이하다는 듯 리스피아를 쳐다보던 엘릭은 그에게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의문을 표했다.

"넌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건가?"

"네? 물론이지요. 내가 플로라를 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이상의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은 그런 행복을 모르는군요. 그 눈, 멀쩡한 데 가리기나 하고……. 마족들은 역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리스피아는 엘릭을 응시했다. 엘릭은 이 이상 말을 섞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더는 아무 말도 않고 자리를 피했다. 엘프가 무서워서 피하나 짜증나서 피하지.

비록 인간계에서만 태어나고 자라 마계라고는 가본 적도 없으며 마기를 다루는 법도 모르지만 그는 마족이다. 정반대의 생활상을 가진 엘프 따위에게 쓸데없이 할애할 시간은 없다, 엘릭은 그렇게 되뇌며 리스피아라는 수상한 한 엘프로부터 신경을 애써 돌렸다.

저런 이상한 녀석까지 곁에 장치해 놓다니……. 엘릭은 애인들에게 둘러싸인 세이시아를 바라보고는 다시 발걸음을 뒤로했다. 곧 만날 것이다. 이야기는 그 때 해도 되겠지.

========== 작품 후기 ==========

늦어서 ㅈㅅ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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