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사신 파티 결성 -->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유렌에게 폭 달려들었다.
"유레엔~, 유렌은 날 믿어주는 거지?"
"후후후, 그건 물론이지요. 제게 있어 당신의 말씀은 진리랍니다."
이루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딱 벌리고 나와 유렌을 쳐다봤다. 뭐야, 이것들.
"어머나, 일찍 오셨군요! 마침 저도 방금 도착한 참이에요, 오랜만이죠?"
그 때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는 라키아네 여백작님이 나를 발견하고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백작님을 바라보았다. 라키아네 백작 뒤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짙은 금발에 심플한 정장을 입은 미남은 전에 봤던 라미닌이라는 남자, 그리고 그 옆에 약간 그보다 키가 작으면서 마른 체형의 남자가 바로 그…….
"에……."
라키아네 여백작은 싱긋 웃으며 그를 가리켰다. 남자라기보다 역시 전에 들은 대로 열 일고여덟의 소년에 더 가까운 외모였다. 아주 연한 커피색 머리칼의 미소년. 아마 백작의 말로는 보기보다 팔팔하다……고 했었지. 역시 마른 장작이 더 잘 탄다는 게 사실일까나?
"처음 보여드리는 거죠? 그 때 말씀드렸던 아이에요. 션이라고 해요."
션은 내 앞에서 꾸벅 깊숙히 인사하고 백작의 뒤에 살짝 숨었다. 남작의 여덟 번째 아들이랬나. 그다지 높은 지위는 아니다.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라키아네 여백작은 크게 개의치 않고 얘기를 계속했다.
"이번에 함께 행동하게 됐죠? 잘 부탁해요, 공작님."
"천만에요. 그런데 백작은 전에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있나요?"
나이도 나이겠지만, 라키아네 여백작은 상업적으로 자립하여 부와 명성을 얻은 케이스다. 황명에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명성을 얻은 나와는 다르다. 사신행 역시 해본 적 없다고 들었다.
"폐하의 명에 따라 가는 것은 처음이지만, 마침 일도 바쁘지 않고 간단히 젤타 쪽에 볼일도 있어서 가겠다고 신청했었죠."
라키아네 백작의 말로는 젤타 쪽에 가는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젤타 왕실에도 몇 번 초대받은 적이 있고. 다만 파티에는 얼굴만 내밀고 바로 돌아왔다고 한다.
"오래 있기 힘들죠, 외국의 파티는. 가끔 성격이 맞다면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요."
외국의 파티라……. 이곳과 많이 다를까? 나는 내가 가 본 유일한 외국을 떠올렸다. 케르타 왕국의 파티라…….
"……."
……하긴 역시 있기 힘들겠구나. 똑같이 행동해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으니 함부로 행동하기도 힘들 것이다. 자기 집처럼 즐기라고는 하지만, 상인의 대접이 무척 좋은 아크샤 왕국과 다르게 젤타 왕국은 상인에게 크게 후하진 않으니.
"단순히 그 쪽에 공작님께서 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정도의 수준의 일만 하면 되는 거죠? 케르타와 달리 젤타 왕국은 이미 우리 제국의 아랫사람이니까요. 거기서 잘 대접받고 놀며 가끔 제국과 연락하는 척 좀 하고, 그냥 나라 망신만 안 시켜도 중간은 간다구요. 그래서 인원 구성도 간단하잖아요? 그래도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 엘프와의 연락통로인 젤타 왕국측에 가장 환경적 적임자인 공작님을 보낸 거에요. 정말 그 만약의 사태만 안 생기면 괜찮아요."
아니 그건 그런데……. 라키아네 여백작은 그 얘길 대체 어디서 들은 걸까?
"한 때 외교사신부에 있었던 제 친구가 말해 줬어요. 케르타 일처럼 중책은 아니니 긴장하지 말고 함께 즐길 준비나 해요."
라키아네 백작은 후후 웃으며 책자를 하나 꺼냈다. 녹색의 그 책자에는 "젤타 왕국 여행 지침서"라고 쓰여져 있었다. 지금 수학여행 가는 거!?
그 책자에는 젤타 왕국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이 간단하게 적혀 있다고 한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런데 조금 이상하네요. 그렇죠?"
라키아네 백작은 책자를 다시 집어넣고 말을 꺼냈다.
"여제께서는 사람을 잘 쓰기로 유명한데, 어째서 우리 팀에 그 사람을 넣었을까요?"
"그 사람……."
……이라면 한 명 짐작가는 사람이 있다. 아니, 이 상황에서는 뻔한 것 아닌가. 원래대로라면 아마 이 사신 파티는 리더이자 주요 연락책이며 만약을 위한 카드인 정령사 나, 그리고 대충 인원수 채우면서 할 일도 없는데 가서 외화를 벌어 줄 상인 귀족 라키아네 백작과 마란 후작, 게다가 이대로라면 친목질과 파벌의 치중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긴장 타라는 의미로 우리와 반대되는 파벌이면서 우리들과 별로 친하지 않은 프쉘드리만 후작과 줄루인 남작을 끼워넣은 것이다. 마란 후작은 중재자 겸 의무도 있는 듯 하고.
오직 한 명,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뭐, 폐하께서 아무 이유 없이 중요한 외교팀을 선택했을 리는 없잖아요? 혹시나 그 사람이 폐하의 감시자 역이라면 모를까, 레이몬드 경의 성격상 절대 그런 일은 못할 테고 우리는 찔리는 곳도 없으니 놀 생각이나 해요."
아니,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우린 놀러 가는 게 아니라니까…….
***
백작은 오랜만의 해외여행에 들뜬 것 같다.
"아니, 외국은 한창 때 엄청나게 돌아다녔으니까 딱히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함께 가는 사람이죠. 공작님은 저와 잘 맞을 것 같으니까요. 혼자는 못 했던 것들을 해 볼 수 있잖아요?"
혼자는 못 하는 거라니, 그런 게 있나?
"예를 들면?"
"레이디 바에 놀러 가는 것."
……레이디 바? 그게 뭐지?
"뭐 그렇게 혼자는 부담스러웠던 것들을 해 볼 수 있잖아요? 기대할게요. 그럼."
라키아네 백작이 션을 데리고 다른 사람에게 인사하러 간 후에도 나는 레이디 바가 뭔지 한참 생각중이었다. 바라면 술 마시는 곳? 아닌가? 레이디 바라니, 여자끼리만 술 마시는 곳을 의미하는 건가? 확실히 거기라면 혼자 가기 재미없을지도.
"아, 여기 있었구나, 플로라."
나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그 이름을 듣고 흠칫 놀랐다. 내 어깨를 짚은 것은 밝은 갈색의 구불거리는 머리를 한 내 나이 또래의 여자였다. 몸매는 평범, 중키에 얼굴은 예쁘장한데 누군가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어리둥절한 채 있자 그 여자가 내 표정을 보고 쿡쿡 웃었다.
"나야, 나. 오래간만에 파티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레인에게 말하지 않고 변장했어. 남자로 변한 거랑 같은 원리야."
"……에."
고대의 말투가 아니잖아!?? 나는 여자로 변장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변신해 있는 엘리아스를 보고 당황했다. 그보다 대공에게 들키면 어떡해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아닌데! 악! 대공 이쪽 보고 있어!! 나는 내 몸을 슬쩍 틀어 엘리아스를 가린 후 말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엘리아스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빙긋 웃으며 경쾌하게 대답했다. 이번 컨셉인 것 같다.
"말했잖아. 나도 가끔은 파티를 즐기고 싶을 때도 있다구. 너넨 나 늙었다고 안 끼워 주잖아."
그건 늙어서라기보다 어딜 봐도 어린애의 모습이니까……. 그런데 변장은 왜 했어? 그대로 와도 상관 없지 않나? 어차피 알려진 엘리아스의 모습은 가짜 남자의 모습일 뿐이니까.
"튀지 않는 외모인 편이 정보를 얻기 쉬우니까."
정보라니, 갑자기 스파이로 변신? 단순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거야? 그러고 보니 꽤 꼼꼼하게 변장했다. 게다가 메이크업, 머리 모양, 드레스 색이나 디자인도 현재 유행하는 것으로 골랐다. 그녀와 같은 인상착의의 사람들만 수십은 될 것이다. 아마 이렇게 사람이 많은 파티에서 그녀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게 말이징, 플로라에게만 말해주는 건데, 곧 전쟁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나봐."
"……."
…….
………….
방금 뭐랬어요?
전쟁!?
"전쟁이라니, 그게 무슨!!!"
"쉿!"
엘리아스는 내 입에 손을 가져가 틀어막았다. 나는 조용하라는 그녀의 눈짓에 입이 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아스는 정령이라 말해주는 거라는 듯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전쟁이라는 게 지금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네. 당연히 전쟁이라 말해 봐야 이상한 자 취급이나 받겠지. 하지만 말일세, 플로라. 마족이 엮인 일은 인간계의 전쟁으로 발생하기 쉬워. 확률은 거의 80퍼센트라고 봐도 될 걸세."
마, 마족이라니!? 그게 더 놀랍잖아!! 전쟁 얘길 하기 전에 마족 얘길 하란 말이지. 전쟁 대목에서 너무 놀라서 입이 막히는 바람에 마족이란 말에 나는 소리지를 수 없었다.
"그런데 마족이라니, 무슨 소리에요?"
맞아, 마족이라니. 마족이라니, 의사양반!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요? 무엇이 마족이란 말입니까?
========== 작품 후기 ==========
혹시 관심 있으시면 이거 읽어보세요!
절대로 제가 소설 안써질때 자게에서 잉여잉여거린다는 얘긴 아니지만요...
오늘 자게에 보니 패러디의 난에 대한 진실해명글이 올라왔더라구요.
요새 패러디 텍본유출이니 연중이니 말이 많았는데 저는 패러디 올해 초쯤에나 잠깐 본적 있을 뿐이고, 지금은 패러디활동 접었으니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잘 해결되겠지 싶어서요.
그런데...
동화카페와 조패소 둘다 제가 한때 가입했던 카페더군요(하지만 얼마 안가 패러디를 접고 활동미달로 튕겨져나와서 지금은 둘다 비가입). 마침 궁금하기도 했구요. 그래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부터는 전부 거짓일지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내용들이 다 그렇죠. 모두들 확실히 증거가 있나 알아보고, 스스로 판단해서 받아들여주세요. 저는 두 카페 다 회원이었기에 누군가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일단 잘못을 했으면 가해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 가해자인지 진실은 아무도 몰라요. 자칫 아래 글만으로 똑같이 가해자로 추정되는 쪽을 테러한다면 결국 똑같은 인간 되는 겁니다... 어라?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논리적으로 판단해 주세요. 일단 증거사진이나 해명글을 보면 잘못한 쪽은 대강 확실한 것 같습니다만..)
사건의 발단은 아마 이런 것인 듯 합니다. 제가 정리한 거고 틀린 점이 있을지도 모르니 정확히는 해당 글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듯.
조아라의 패러디 소설들을 누가 유출했다.(증거사진 보니까 한두 작품이 아니고 동화카페 작가분들도 꽤 계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그 유출자를 누군가가 감쌌는데 그 상대자가 화나서 말싸움을 하다가(?? 잘 몰랐는데 지적해 주셨네요. 수정할게요.) 동화카페 이참에 테러좀 받아봐라 하고 아무짓도 하지 않은 동화카페가 마치 그 유출을 저지른양 루머를 퍼뜨렸고, 그 작가의 의도대로 일은 점점 커져서 동화카페 회원들이 인간적으로 꽤 심한 욕설을 들었습니다(해당 글 캡쳐 보면 이건 뭐 사이버모욕죄로 다 잡아들이고 싶을 만큼 심한 욕들입니다. 불특정 소수를 향한 말이라 큰 문제는 안될지도 모르지만, 해당 카페 회원수가 적기 때문에 누가 들어도 기분나쁜 말일듯. 비속어는 기본으로 쓰이구요...)
게다가 그 루머 퍼뜨린 분을 중심으로 '동화카페X들이 볼까봐 연중한다'라는 연중릴레이가 시작된것 같아요. 그리고 그 소설 보던 독자들은 열받아서 카페 테러 들어간거죠. 그리고 그 와중에 동화카페가 여자들만 모인 카페라는 점에 비엘 카페라는 오해도 생긴 듯 합니다. 전 오히려 비엘이 위주가 아니기에 그 카페에 가입한건데 말이죠.
음... 뭐 대충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 루머 퍼뜨린 사람은 사과도 안하고, 그냥 '어라? 그거 루머였나 보네요. 아닌갑죠 여러분. 그럼 연재재개합니다' 이런식으로 줄줄이 넘어간듯... 그리고 심지어는 그 테러를 주도한 조패소 카페측에서도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 한마디 못받은거같아요.(제가 그걸 봐도 사과가 아니라 그냥 ~~니까 너넨 그렇게 알아들어라는 식의 알림인듯 해요.)
한쪽 말만 듣고 판단하긴 뭐하지만, 증거물이나 상대 반응을 보니 확실히 잘못한 쪽은 눈에 보이는 것 같네요. 지금 동화카페인들 수가 적어서 제대로 뭐라도 말도 못하고 있대요. 그래서 저라도 좀 숫자 균형을 맞춰줘서 퍼뜨리는데 도움이 될까 하고 말해봅니다. 혹시 틀린 점이나 수정해야 하거나 지워야 한다면 따로 말씀해주세요. 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이건 여러분들이 정말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내용입니다. 동화카페는 절대 BL카페 아닙니다. 소녀 취향의 노멀 커플 위주 카페입니다. 무개념 남자들 눈에는 눈꼴신 카페죠. 그것때문에 테러받았다고 하니 더 열받는군요. 게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성취향 카페는 다 BL카페라고 몰아가는 것들이 더 열받아요. 걔네 진짜 싫어요. 왜 여성향 하면 다 BL생각하는 건데? 여성향의 진리는 역하렘 아닌가요?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카페고 뭐고 일단 그것은 제외하고, 저 정말 화나네요. 특히 불특정다수를 향한 그 모욕 말인데요, 이 글도 그것때문에 올리게 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비록 지금 동화카페 활동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때 동화카페원이었습니다. 근거없는 모욕에 기분나쁠 수밖에 없죠. 웬만하면 집단을 향한 모욕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괜히 그런 말을 해서 집단인지 아닌지 애매한 선에 들어있던 저까지 기분나쁘게 만들었잖아요. 저는 순수한 역하렘을 그리는 설탕이라서 비엘물 보는 썩은 여자라는 얘기 듣는 걸 싫어합니다. 다 죽어버려.
흠 혹시 오해할까봐 말하는 건데 BL비하발언이라기보다는 NL인데 BL로 취급당한 사람의 불쾌함 정도로 해석해주셨으면 합니다. 애초에 BL인도 아닌데, BL인 중에서도 부녀자(썩은 여자)라는 뜻의 비하하는 호칭으로 불린다니;; 더 기분나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