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사신 파티 결성 -->
다 나았냐며 걱정하는 내용이 쓰여져 있는 이루가 보낸 하늘색 무늬가 그려진 금박의 서신,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좋은 찻잎을 선물할 테니 조만간 한번 방문하라는 엘리아스 씨의 깔끔한 순백색 서신, 약속대로 언제든 그의 살롱에 놀러 와 달라는 마란 후작의 화려한 장식이 그려진 만다린 향 서신. 그 밖에도 내가 대충 아픈 것이 다 나았다며 둘러댄 말에 쾌유를 축하한다는 귀족들의 갖가지 문안편지들이 도착해서 책상 구석 가득 쌓여있었다.
온갖 편지들 틈에서 정신없이 복귀 답장을 쓰던 나는 쓰던 종이를 넘기고 마침 맨 위에 있던 봉투의 편지를 하나 집어들었다. 겉봉에는 세이시아 시렌느 공작에게 전달한다는 부드러운 글씨체의 한 줄 외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은은하게 비치는 핑크빛 봉투였는데, 금박 봉인을 뜯어내자 안에서 압화 하나와 잔잔한 꽃 자수가 놓여진 손수건 하나가 툭 떨어졌다.
"……손수건?"
연한 분홍빛과 연보라의 자잘한 꽃들이 가득 그려진 손수건은 마치 꽃밭에서 노닐다 온 나비처럼 은은한 화향이 배어 있었는데 천의 재질로 보아 무척 값비싼 수예품 같다. 나는 웬 손수건이 온 건지 궁금해하며 편지를 읽어보았다. 글씨의 각 귀퉁이가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의 그 필체는 쓴 사람의 성별을 분간하기 어렵게 했기에 보낸 이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감사의 뜻을 담아 보냅니다. 부디 사양치 마시고 답례를 받아주신다면 저 역시 언제나 품안을 지키는 그대의 하얀 장미를 바라보며 기뻐하겠습니다. 붉은 꽃잎을 향해 기원을 올리는 금빛 그리움에 부디 그대의 화답을.」
가느다란 줄이 그어진 은은한 연보라빛 편지에는 그 세 문장 뿐이었다. 보낸 이의 이름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뭐지, 이 시적인 표현은? 내 주변에는 이런 시적인 표현을 밥 먹듯이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없다. 유렌이나 미르나 세르가 쓸 리는 없고, 편지를 보낼 만한 사람인 아젤 님과 고향의 부모님을 보더라도 직설적인 표현을 썼으면 썼지, 이런 식으로 완곡하게 돌려 말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건, 연서다. 그런 표현은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달콤한 분위기의 편지지하며, 압화 하며, 손수건에 꽃향기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간지러워지는 부드러운 글씨체에 미묘한 내용 하며 누가 봐도 어디 한 군데 흠잡을 곳 없는 연서였다.
압화를 들어 잘 살펴보았다. 봄을 맞이하는 상징인 보라색 제비꽃이었다. 꽃이 퍼석퍼석 마르지 않은 걸로 보아 꽃을 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틀림없이 이 곳과 날씨가 비슷한 곳에서 온 편지다. 게다가 종이 봉투에 담긴 손수건의 향이 날아가지 않은 걸 보면 멀리서 온 편지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왜 하필 손수건을 선물했을까? 손수건을 서로 선물하는 일은 그다지 흔치 않다. 손수건은 어디까지나 개인용품이기 때문이다. 속옷을 선물하는 것과 비슷한 케이스라고 봐도 될 것이다. 제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손수건을 주고받는 경우는 기사와 레이디의 사이, 그것도 일년에 단 두번 봄 사냥과 가을 사냥이 있을 때 뿐이다.
나는 한참 그 편지를 들고 생각하다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은 것을 깨닫고 급히 다시 편지를 접어넣어 한쪽에 놓아 두었다.
***
귀족 회의는 언제 하든 지루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늘 회의 시간은 파벌끼리 싸우는 전투 타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나 같은 예쁜 꽃에게는 즐겁지 않은 게 당연.
이번 회의의 의제는 저번의 사신행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즉, 케르타로 가던 도중 만났던, 그 때 그 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몬스터들과 갑자기 나타난 엘프숲의 이변 말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그 일로 인해 사상자가 점점 많이 생기고 국가적 피해로까지 커지자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대를 파견했는데, 왕국 최고의 마법사를 초빙해 조사한 결과 이 이변들은 누군가가 의도한 마법적인 현상이라고 결론이 났다고 한다. 대체 누가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 걸까? 벌레를 잔뜩 만들어서 숲을 해쳐 뭘 하려고? 괜히 내게만 피해가 오잖아!! 벌레 때문에 생긴 꽃들의 피해 정도는 아직 신경쓰일 정도의 피해는 아니지만 분명히 느낄 수가 있다. 빨리 어떻게든 해야 한다.
딴청을 피우며 의제가 쓰인 종이만 끄적거리던 나는 갑자기 확 끼쳐오는 시원한 향기에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평범한 꽃의 향기는 내 체향에 묻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래도 나는 꽃의 향을 자주 즐긴다. 하지만 이 향기는 꽃의 향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렇게 달콤하고 시원한 걸까. 마치 박하 아이스크림 같았다.
내가 고개를 들고 몰래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자 내 옆에 백작으로서 회의에 참석했던 유렌이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나무의 냄새와도 닮은 싱싱한 향기……. 이상하게 기분이 들뜨게 된다. 마약을 한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구름 위를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정신이 멍해진다.
'먹고 싶어…….'
왜일까, 맛있는 향이라기 보다는 시원하고 싱싱한 향인데, 나는 무척 맛있겠다고 느끼고 있다. 멍하니 시선을 멀리로 두고 유렌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 대체 어디서 나는 향……?
"그렇게 되어, 제국은 세 국가를 막론하고 피해를 입히고 있는 이 상황을 빠른 시일 내에 되돌려 놓기 위해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우선 각 동맹의 장과의 대화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소."
여제는 좌중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선언한다. 내 눈동자의 시선은 여제 폐하의 뒤에 있는 커다란 내실과의 연결 문에 고정되었다. 저 쪽에서…….
"다행히도 엘프 쪽과 루페닌 왕국 쪽에서는 흔쾌히 수락하고 서로 최대한의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소. 먼저 어둠의 숲과의 연락책이자 우리와 동맹을 맺은 엘프 족의 대리자와 연락책으로서 어제 도착한 한 엘프를 소개하겠소. 그리고 그 다음으로 루페닌 왕국의 대표로……."
엘프, 유렌의 어깨가 흠칫했다. 나는 고개를 들고 문을 쳐다보았다. 다른 귀족들도 흔히 볼 수 없는 엘프라는 얘기에 졸거나 열심히 자료를 정리하던 걸 멈추고 여제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여제가 뒤이어 말한 루페닌 왕국 대표고 뭐고는 안중에도 없었다. 생전 처음으로 보는 엘프라는 생물체에 대한 관심 뿐이었다.
"엘프라니, 정말 엘프야?"
"뭐, ……그런 것 같군요. 엘프의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내 미묘하게 들뜬 목소리에 유렌은 시큰둥한 대답을 했다. 내가 엘프에 흥미를 가지는 것이 약간 불만인 듯 했다. 그, 그치만 내 반쪽과도 같은 자연의 종족 엘프다. 관심이 없을 리 없다. 유렌의 어머니도 엘프였고.
"엘프의 냄새라니, 그럼 설마 이게……."
먼저 숨이 막힐 정도의 숲 향기가 회의실 내에 가득찼다. 한 눈에 봐도 인간과는 다른, 본질적으로 달콤한 향이 났다. 마치 과일로 만들어진 듯한 육체. 문을 열고 걸어들어온 그 엘프는 허벅지까지 길게 내려오는 긴 은발에 매우 아름다운 라이트 그린의 눈동자의 남성이었다.
나긋나긋한 몸매에 큰 키, 그리고 티 하나 없는 부드럽고 뽀얀 피부. 귀의 모양 외에도 엘프라는 종족은 확실히 인간과는 달랐다. 좀 더 아름다웠고 더 튼튼해 보였으며 완벽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그 엘프는 마치 비어있는 듯한 맑고 공허한 시선을 내 쪽으로 향했다. 아무 무늬 없는 새하얀 코트를 입고 있음에도 그 엘프는 옆에 서 있는 화려한 의상에 작은 키의 루페닌 왕국 사신보다 훨씬 귀족적이고 고고해 보였다.
"흑림의 대표자, 리스피아라고 합니다."
짧고도 간결한 소개로 끝나는 목소리의 울림은 마치 황금으로 된 작은 종을 울리는 듯 잡음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다. 그 뒤에서 루페닌 폐하의 명을 받들어 어쩌구 하며 긴 인삿말을 내뱉는 다른 남자에게는 시선조차 줄 수 없었다.
엘프다, 역시 진짜 엘프야!! 가짜 아니고 100% 퓨어 엘프!!!
나뿐 아니라 몇몇 귀족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과 별개로, 내 반대편에 앉아 있던 흑발의 이트리샤 대공은 별 관심 없다는 듯 나른한 표정이었다.
"엘프 처음 봅니까?"
처음 보니까 그렇지! 애초에 엘프 동맹국이면서 왜 우리 나라엔 엘프가 없는 거야? 침엽수림은 있지만. 아니, 침엽수림에는 엘프가 어울리지 않지. 엘프라 하면 누가 뭐래도 푸르른 잎사귀 사이의 요정 아니던가?
"흑림의 부족들은 하르아이나의 연호를 받는 인간의 제국에 최대 삼백의 엘프 지원군을 파병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부족이 가능한 법의 선 안에서는 얼마든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그 만큼의 도움을 인간의 제국이 주었을 때에 한해서겠지만요."
리스피아는 자신을 보고 욕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침을 흘리는 몇몇 제국의 귀족들을 기분 나쁘다는 듯 싸늘하게 바라보며 딱 잘라 말했다. 물론 예쁜 엘프를 보고 정신 놓는 거야 인간으로서 당연하지만 조금 노골적이었달까. 그 표정을 본 여제 폐하는 황제 아래 단계인 국빈으로 대우받는 사신인 엘프에게 감히 무례를 행한다면 국법으로서 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나, 나도 저런 표정 짓고 있었으려나?! 다행히도 날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괜히 뜨끔하네. 다만 똑같은 국빈인 루페닌 왕국 사신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황제도 별 언급하지 않았고. 국가 별로 등급이 다르기에 둘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처음 온 제국에서 인간의 무례한 시선에 불쾌해하는 그 엘프의 표정관 달리 그가 전해 준 말은 호의적이었다. 엘프 병사 삼백이라면 숲일 경우 인간의 군대 일만 이상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나는 엘프의 방식은 잘 모르지만, 엘프 역시 필요치 않은 살생을 피할 뿐 자신의 신변을 위협한다면 얼마든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는 종족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이번 일은 숲의 생태 훼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거주지의 위협 이상으로 엘프에게는 다급한 상황일 것이다.
엘프의 미와 박력에 묻힌 루페닌 왕국 사신은 우물거리다가 갑자기 자기 차례가 되자 급하게 입을 열었다.
"루, 루페닌 왕국의 국왕 폐하께서는 제국에서 군대를 파병해 주시면 최고 사령관이신 문 대공께서 기뻐하며 귀빈으로 대접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큰 도움을 주신다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밀린 물량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보내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역시……."
아무래도 이번 사건의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나라의 생명줄인 숲을 파먹힌 루페닌 왕국일 것이다. 지금 와서는 우리 제국 측도 이상하도록 숫자가 불어나고 난폭해지고 힘이 강해진 몬스터 때문에 고생이지만 아무래도 루페닌 왕국이 가장 먼저 이변이 일어난 장소였으니. 그 때문에 루페닌 왕국 사신은 꽤 다급해 보였다. 하지만 같은 숲에 사는 엘프인 리스피아는 비교적 협상에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엘프가 거주 중인 깊은 숲이 아닌 가장자리 부분이기도 했고, 마법과 정령술에 강한 엘프이니만치 그 정도의 피해는 충분히 버틸 만한가 보다. 어쩌면 원래 엘프의 성격이 유유자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말야, 진짜 너무너무 예쁘다. 엘프남이라는 말이 손색없을 정도야. 물론 원래도 엘프긴 하지만 그는 정말 내가 수집하면서 한 곳에 나란히 모아놓고 하염없이 감상하고 싶어질 정도로 아름답게 생겼다.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옆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달빛 같기도, 백금빛 같기도 한 그의 순은의 머리칼은 투명한 비단실처럼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며 새하얀 코트와 어우러졌다. 피부색 역시 잡티 하나 없는 밝고 흰 상아색이었기에 푸른 기 도는 연록의 눈동자를 감으면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흰 색으로 칠해진 것처럼 보였다.
깨끗한 뺨에 보석 같은 눈동자. 그리고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선의 얼굴과 긴 속눈썹. 혈색은 좋은 편이지만 피부는 눈부시게 투명하고 깨끗하다. 그 청아한 표정마저도 놀랍도록 어울린다. 옆사람과 비교해서 키가 크고 훤칠하게 생겼으니 첫 눈에 남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수 있었지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정말 성별이 모호한 얼굴이라 얼핏 여자라고 착각할 정도다.
침을 흘리며 멍하니 엘프만 바라보고 있자 유렌이 토라진 듯 내 눈을 가렸다. 그리고 남들에겐 안 들릴 작은 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그런 곳 보지 말고 저를 봐 주세요. 엘프 따위 드문 것도 아니잖아요?"
아니, 충분히 드물거든. 생전 처음 보는 엘프는 기념할 만한 일이에요!
식물의 본능이 눈을 뜨는 듯 하다. 마치 열매라도 맺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거려서 참을 수 없다. 얌전히 앉아있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눈이 가려져서 꼼짝할 수 없었던 나는 남들의 시선 밖에서 얌전히 회의에 참석했다.
엘프가 오고 나서 처음에는 격렬하게 이어지던 회의와 논쟁이 끝날 때가 되어 가자 답이 나오지 않는 사건의 연속에 다들 시들해지며 회의의 내용 보다는 당파에 관한 얘기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한쪽 벽의 시계를 보며 초침을 세었다. 아 지루해. 곧 회의가 끝날 때도 되지 않았나? 당파 싸움은 별로 즐길 수 없다. 여기서 더 이상 권력을 원하지도 않고. 그치만 참여하지 않으면 본인의 지위도 유지할 수 없겠지. 끊임없이 눌러 밟지 않으면 아래에서 치고 올라올 테니. 나는 하품을 하며 유렌의 어깨에 기댔다.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리스피아는 말에 뼈가 들어있는 무의미한 논쟁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지는 이런 분위기가 견디기 힘든 건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든 시선이 오늘의 주인공인 엘프에게 향했다. 그러나 리스피아는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주지 않고 여제를 바라보았다.
"하르아이나의 황제 씨. 제가 전할 말은 전부 끝냈고 더 이상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도 않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황제 씨……? 그러고 보니 엘프들은 딱히 촌장이나 족장에게 과한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인간의 존칭에 이해의 곤란함을 느낀다더라. 황제 씨라는 듣도 보도 못한 호칭에 인간들은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여제는 엘프를 대하는 것이 처음이 아닌지 침착하게 응답했다.
"엘프 족인 그대에게는 지루한 일이겠지. 자, 오늘의 안건은 끝났으니 이만 해산하겠소."
우와, 이제 끝났다! 엘프님 감사해요!! 나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후다닥 짐을 챙겼다. 하교하는 기분이다. 여제는 엘프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대는 황궁에서 따로 방을 마련해 줄 테니 편안하게……."
"아니오, 준비에는 감사를 표하지만 제가 머물 곳은 스스로 마련하고 싶습니다."
헐, 리스피아의 대담한 말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에, 엘프란 원래 저런 건가? 황제도 당황했는지 그를 우선 설득하려고 애썼다.
"그대는 사절의 임무를 가지고 엘프 족의 대표이자 하르아이나 제국의 국빈으로서 이 황도에 머무르고 있소. 나는 동맹국의 장으로써 그대에게 그 임무가 끝날 안전하고 가능한 한 편안한 장소를 제공할 의무가 있소. 이 곳에 와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나 그대를 대하는 태도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하겠소."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며 여제가 설득했지만 리스피아는 정중히 거절했다.
"저는 당신과 대등한 일족의 장이 아니라 엘프의 대표에게서 부탁받은 것 뿐이니 엘프의 법에 따라 제가 사절의 임무의 모든 것을 직접 수행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인간의 제국이 저에게 보인 태도는 감탄한 정도로 정중했습니다. 또 지금과 같은 당신의 배려에도 가벼운 감사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다른 종족과의 차이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실수한 것은 아니니 신경쓰지 말아요. 그저 제가 머물 곳 정도는 스스로 정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엘프는 당신의 생각만큼 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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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