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어른이 되는 법 -->
세르는 천천히 눈동자를 깜박이다가 큼지막한 손으로 자신의 목에 감겨든 내 머리카락을 덮으며 쓰다듬었다. 그는 살며시 눈을 내리깔고 내 이름을 불렀다.
"보고싶었어……, 시아."
"으응♡"
세르는 내 팔밑에 손을 넣어 살며시 나를 들어올려 떼낸 후 그의 집무실 의자에 앉혔다. 의자가 높아 발이 붕 떴다. 곧이어 세르의 따뜻한 손이 내 이마에 닿았다.
"푹 쉬었어? 몸은 괜찮은 거지?"
"응!"
나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 뒤에서 팔짱을 낀 미르와 비스듬히 벽에 기대 선 유렌이 보인다. 세르는 귀찮은지 그 둘에게 고개를 까닥였다.
"너넨 왜 따라온 거냐?"
"여왕님 경호."
"당연히 따라가야죠!!"
정령왕씩이나 되어서 경호는 딱히 필요없지만……. 둘의 핑계에 세르는 같잖다는 듯 웃고는 미르에게 명령했다.
"흐응, 문 닫고 나가 있어. 나도 가끔은 사랑하는 여동생과 단 둘이서 놀고 싶으니까."
"네네, 그러세요. 카이세르. 가끔은 제가 양보하지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지, 양보는 무슨 양보. 너희는 어제 시아와 마음껏 놀았잖아?"
세르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지만 미르는 나름대로 배려한답시고 문을 잠그고 닫아주었다. 둘은 밖의 대기용 소파에 앉아 있겠다며 해가 지기 전에 끝내는 게 좋을 거라며 충고했다. 나는 의아함에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내가 마중왔으니 이제 집에 가는 거 아냐? 왜 문을 닫…….
"후후후, 보고싶었어, 시아."
"에엑?!"
세르는 내 어깨를 와락 껴안았다. 뜨겁고 단단한 뭔가가 내 허벅지에 닿았다. 뭐 뭐, 뭐야!! 여기서 할 거야? 나는 세르의 어깨를 밀어내고 말했다. 이대로 의자에서……, 푹신해 보이는 의자이긴 한데 겨우 이틀만에 그런 건 무리야.
"세, 세르, 일단 집에 돌아가서……."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이러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게 아니었어? 단순히 마중온 것 뿐이었던 거야?"
"당연하지! 게다가 어젯밤 내내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세르도 좀 쉬는 게……."
그는 빙그레 웃으며 걱정말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귀여운 여동생만 있어 준다면 오빤 안 쉬어도 돼."
"읍!!"
입술이 그의 혀에 틀어막혔다. 오랜만에 맛보는 설탕같이 달콤하고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뜨거운데다 끈적끈적해서 어깨에 힘이 탁 풀렸다. 손목이 세르의 손에 꼬옥 쥐어져서 결박당한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는 마치 의도한 것처럼 손 끝에 힘을 꾹 주고 내 드레스의 여밈끈과 단추를 하나씩 풀어간다.
"오……, 빠……."
"괜찮아. 나는 저 꼬마들과 달리 느긋하게 해줄 테니까. 자아 눈 감아 보겠어?"
나는 눈썹 부근에 세리안의 키스가 닿는 것을 느끼며 그의 루비 빛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눈꺼풀을 덮어버렸다.
***
허리 아파…….
역시 집무실 의자처럼 좁고 덜 푹신한 곳에서는 무리였음이 틀림없다. 뒤에서 세르가 마지막 설탕가루가 묻은 접시를 핥듯 내 엉덩이를 할짝이다가 속바지를 올려 입혀주고 내 등을 끌어안았다.
"괜찮아?"
상황이 좋지 않아서 질외사정만으로 끝냈기 때문에 마력 보충이 충분치 않다. 덕분에 나는 허리와 다리가 계속 아프다며 세르에게 안겨들어 잉잉댈 수 있었다.
"자, 괜찮아질 때까지 오빠한테 계속 안겨 있어도 돼. 후후, 신관 기사단 집무실은 방음이 좋으니 다행이야."
중간 몇 번이고 기사가 문을 두드리며 퇴근하지 않느냐고 물어댔기에 도중에 흠칫흠칫하며 눈치를 살폈지만 세르는 개의치 않고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해서 그들을 돌려보냈다. 이런 식으로 집무실에서, 그것도 황궁 집무실에서 하다니, 유희 중엔 평생 비밀로 간직해야 할 세르와의 관계 치고는 무척이나 과감하고 파격적이다.
나는 세르의 소맷자락을 쥐며 그의 목덜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세르는 나를 안고 집무실 문을 열었다. 끈적하고 습기 어린 집무실 안의 공기 대신 차가운 바깥 공기가 느껴졌다. 봄이지만 저녁은 아직 선선하다. 유렌은 세르에게서 곧장 나를 건네받았다. 그는 꽤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몇 시간이나 밖에서 대기시키다니……."
"그 정도는 기사로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구. 너는 기사가 아니었지, 참."
세르는 무심결에 대답하다가 이윽고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유렌은 기사도 아니고, 기사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사실 오랫동안 기다린 것에 대한 불평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질투가 섞인 애교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반면 미르는 이 정도 기다림에는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다만 나를 한번이라도 안아보려고 유렌 옆을 기웃거릴 뿐.
"나 줘, 나 줘! 왜 당연하다는 듯이 네가 건네받는 거야!"
"그거야 지금 여기서는 제가 시아의 남편이기 때문이지요."
미르는 당당히 날 안고 문을 여는 유렌의 뒤를 따르며 온갖 불만사항을 조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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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여기서 챕터가 끊기네요... 이럴 줄 알면 한번에 몰아적을걸ㅜ
다음편부터는 7챕터입니다.
그런데 노블레스 표시가 오렌지색 N 표시에서 뻘건 19금 표시로 바뀌었네요?! 악! 안돼!! 예전 표시로 돌려내ㅠㅠㅠㅠ 비록 뉴뜬거랑 구분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세련되고 좋았단말여ㅜㅜㅜㅜ 지금은 내가 무슨 야설을 쓰는 것 같잖아여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