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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148화 (148/226)

<-- 6. 어른이 되는 법 -->

반짝반짝한 푸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던 엘라임은 헤죽거리며 내 앞에 뭐든 시키라는 듯 얌전히 대기했다.

〈뭘 해줄까? 응응? 시키는 건 뭐든 할게! 이쪽 끝에서 저기까지 흐르는 큰 강을 만들어 줄까? 아님 호수? 연못? 그것도 아니면……, 나?〉

나는 기대 가득한 그를 내버려 두고 풀잎으로 손의 물기를 닦으며 실피드에게 물었다.

〈그럼 다른 정령들은?〉

〈같은 급 중에는 노아스와 샐리온이 있어. 그류페인이나 윌 처럼 우리보다 급이 낮은 정령은 이 근처 경계면에서 쉽게 불러낼 수 있을 텐데, 노아스나 샐리온같이 자신의 정령계가 있는 정령왕이라면 직접 초대해야 해.〉

새, 샐리온은 일단 목록에서 제외하자……. 무서우니까. 날 태워버릴지도 몰라. 수분이 마르면 얼마나 아픈데!!

〈난 조금 쉬어야겠어.〉

내가 피곤한 듯 잎을 팔랑거리자 실피드 역시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래, 바로 성년이 되었으니 안정될 때까지 몇십년 정도는 푹 쉬도록 해.〉

〈유희하다가 바로 와버렸으니까 몇십년까진 무리고, 며칠만 잘거야. 그치만 이대로 자긴 어려우니까 집을 꾸며야겠지. 난 노아스를 만나고 싶어.〉

대지의 정령왕 노아스. 어쩐지 이름조차 만만해보인다. 전대 플로라 역시 전대 노아스가 제일 만만하다고 말했고, 미안하지만 나도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엘라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칫, 하고 중얼거렸다.

〈노아스 녀석, 왜 나랑 다르게 꽃한테 늘 사랑받는 거야? 물질적 속성으로 따지면 나도 사랑받아야 마땅한데!!〉

물질적 속성으로 따지면 넌 그냥 밥이고.

나는 마침 잘 됐다며 엘라임에게 명령했다.

〈자, 그럼 엘라임. 노아스를 데려와 줄래?〉

〈엑? 난 플로라랑 같이 있고 싶…….〉

〈시키는 건 뭐든 하는 선물이라며?〉

〈…….〉

결국 자기 무덤을 판 엘라임은 노아스를 연행하러 오기 위해 침울한 얼굴로 스르륵 사라졌다.

나는 엘레스트라에게 부탁한 거울로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사실상 크게 변한 점은 없었다. 외모는 거의 그대로. 다만 뺨의 살갗이 꽃잎만큼이나 보드라워지고 눈매가 좀 더 둥글어진 정도랄까. 역시 지금까지 몸에 적응하며 외모가 영체와 비슷하게 바뀌어왔으니, 이렇게 비교해도 크게 어색하도록 바뀐 점은 없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의 발색이 조금 진해졌으며…….

〈……가슴 커진 것 같은데.〉

팔을 조금 모으면 가슴이 이지러질 정도로 커져 있다. 이전과 큰 차이는 없지만, 확실히 한 사이즈 조금 더 커졌다는 것을 팔을 움직일 때마다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더 커지는 거야, 이거!! 분명 전대 플로라는 거의 빨래판 가까운 체형이었는데!!

으흥, 그리고 또 달라진 건 허리와 허벅지의 곡선이 더 부드러워졌다는 점일까. 체형에 변화가 있던 인간 때와 다르게 지금은 체형의 변화가 없으니 몸매가 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유렌이랑 미르랑 세르는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

어쩐지 두근두근 기대되기 시작한다. 간만에 싱싱해진 육체라 더 그런 걸지도.

나는 실피드에게 말했다.

〈실피드. 노아스가 오기 전까지 잠시 밖에 다녀오려는데, 물질계로 다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플로라에게 들었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확한 위치를 잡는 법은 잘 모르겠다. 이 꼴로 돌아다니면 안 되니까 한 번에 집으로 가야 할 텐데.

실피드는 날 안내해주겠다며 나를 데리고 나섰다.

〈자, 이대로 다음에 올 때는 흔적을 기억해서 그 쪽을 찾아가면 돼. 정 모르겠거든 물질계에서 돌아다니는 다른 정령을 통해서 찾아도 되고.〉

〈응응! 나 잠시 10분정도만 다녀올게!〉

나는 실피드의 말을 들으며 물질계로 가는 통로를 통과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텅 빈 유렌의 방이었다. 침대는 싸늘하게 식어 있고 창문은 닫힌 채 커튼이 쳐져 있었으며 방은 얼마간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 사람의 흔적도 없이 청소된 그대로였다.

"……."

다른 남자들은 다 어디 갔지?

나는 며칠간이나 보지 못해서 반가운 기분이 드는 유렌의 방에서 내 방으로 통하는 방문을 살짝 만져보았다. 그리고 살짝 놀랐다. 그대로 내 손이 문을 통과한 탓이다. 아무 조치 없이 물질계로 왔기에 지금의 내 모습은 정령체인 그대로였다.

실체화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나는 한번 문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어보았다. 실체화하지 않은 정령의 존재는 유렌이 아니면 아무도 알아볼 수 없으며, 특히 자신의 모습을 자연에 융화시켜 숨긴 정령은 유렌도 알아볼 수 없다.

역시 아니나다를까, 유렌과 미르, 그리고 세르는 내 방에서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르는 무슨 일을 하다 온 건지 하얀 기사복 차림이었는데, 문을 등지고 있어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미르와 유렌 역시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과 별 차이 없는 복장으로 세르의 앞에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괜히 놀라서 숨을 죽이고 몸을 숨겼다. 유렌이 아니면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를 테지만 유렌이 있기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왠지 낯선 느낌이다. 평소였다면 셋 다 내 기척을 귀신같이 알아내서 반경 50m내에만 들어가도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부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그러니까, 시아가 성체가 되어 정령계로 돌아갔다, 이 말이지?"

세르의 진중한 속삭임에 미르는 즐거운 듯 헤실거렸다.

"그럼 이제 유희는 그만두는 거죠? 좀 아쉽긴 하지만 잘 됐다!! 곧바로 시아를 내 레어로 초대해야징♥ 그리고 당분간 내 레어 근처에서 스위트 허니문을……."

"먼저 시아가 원한다면 그래야겠지. 유렌, 자네는 어떤가?"

유렌은 세르의 물음에도 초조한 표정으로 내 침대 옆을 지키고 있었다. 말하는 걸 보아하니 내가 정령계로 간지 오래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나가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유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유렌은 내가 만약 여기서 유희를 그만둔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졌다.

그는 유희를 하지 않는 생물이다.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사는 정령이나 드래곤이 아니라, 짧은 세월 자체가 모든 생을 지배하는 종족. 일단은 엘프 혼혈에다 소드마스터니 드래곤 입장에서도 결코 짧은 생을 사는 것은 아니며, 여기서 등급이 더 오른다면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나조차 짐작이 어려울 정도지만, 그래도 그는 역시 종족과 살아가는 방식이 나와는 다르다. 날 따라온다고 결정한다면 아마 유렌이 지금까지 얻은 권력과 부를 전부 버려야만 하겠지. 나를 놓을 리 없는 유렌의 마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의 피 중에서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의 흐름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만약 그가 전부 인간이었다면 차라리 적당한 곳에서 끊을 수 있었을 텐데…….

유렌을 대할 때는 언제나 불안하면서도 스릴이 넘친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미래를 망설일 줄 알았던 내 예상과 달리 그는 0.1초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시아를 따를 생각입니다. 미르헬, 내 자리도 준비해 놓으세요."

미르는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는 유렌의 말에 쮸뿌쮸뿌거리며 작게 핀잔했다.

"헐, 너 완전 뻔뻔해."

"설마 당신만 하겠습니까? 시아의 옆자리는 원래 내가……."

"아, 됐어됐어됐어. 너도 확실히 모셔놓을 테니까 잔소리는 그만 하시지. 시아 이외의 녀석한테 절대 혼나고 싶지 않거든?"

쳇, 하며 미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살며시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실체화를 했다. 묵직한 새 육체의 감각이 발부터 퍼져나가듯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옷 대신 입고 있던 하얀 천조각은 반투명해지며 흐르듯 몸에 걸쳐지게 되었다. 옷을 원하는 대로 실체화하는 것은 조금 더 집중해야 가능한 것 같다.

"에, 시, 시아!!"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미르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 어깨를 꼬옥 감싸안고 침대로 밀어넘어뜨려 뒹굴었다. 한참을 내 머리를 부비고 난 후에, 너무 오랫동안 못 봐서 외로웠쪄잉, 하고 녹아내릴 듯 말하며 미르는 나를 꼬오옥 껴안는다. 인간일 때처럼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답답해서 순간 켁, 하고 숨이 막혔다.

"방금 핀 꽃이라 아직 연약할 텐데 너무 흥분해서 다루면 안 되잖습니까? 침착하세요, 미르헬."

유렌은 천천히 미르의 팔을 내리누르고 내게서 떼냈다. 그리고 여전히 강한 미르의 팔뚝에 드디어 풀려나게 된 내 어깨에 그의 모직 가디건을 덮어주었다. 나는 진한 밤색 가디건에 손을 집어넣으며 멍하니 유렌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유렌의 눈꺼풀은 미르보다도 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저는 절대로 흥분하지 않을 테니 키스해도 됩니까?"

그, 그런 얘길 하는 것 자체가 흥분했다는 의미잖아!! 뺨이 벌써 붉어져 있어! 내가 주춤하자 내 등을 부드럽고 커다한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올린 세르는 둘에게서 나를 떼낸 후 가디건의 단추를 잠가주었다. 천조각은 내 허벅지를 덮는 큼직한 유렌의 가디건 아래로 스르르 흘러내려버렸다.

"둘 다 진정해. 아직 꽃잎이 마르지도 않은 애한테."

맞아, 맞아. 나는 아직 제정신도 아니라구. 방금 성년식을 끝냈단 말야. 원래라면 집을 꾸미고 나서 정령계에서 조금 더 쉬어야 하는데 굳이 여기로 온 것이다.

"둘 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너무 속보이게 달라붙고! 음흉해."

내 자그마한 투정에 유렌은 기분이 좋은지 살포시 뺨을 붉혔고, 미르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응! 응응! 나 진짜진짜 엄청 음흉해!"

칭찬 아니야! 지금 음흉해지면 곤란하다구. 나는 얘기만 조금 하고 바로 정령계로 돌아가야 하는데.

"응, 벌써 돌아가!!?"

미르는 한탄에 가까운 어조로 소리쳤다. 너무해, 라며 그는 글썽이는 딸기사탕 빛 눈동자를 적시며 나를 응시했다. 그치만 어쩔 수 없어. 아직 실체화하는 것도 무리일 정도니까 좀 더 정령계에서 쉬지 않으면 안 된다.

"일주일 후에 올게. 그리고 세르, 부탁해. 일주일 후에 다시 일하러 복귀할 테니까. 이루에게 편지도 부쳐 놓고, 이트리샤 대공가에도 감사를 하러 가야 하니까 서신을 보내줘. 으음, 올해 여름엔 아젤 님을 만날 수 있겠지?"

계속 이 생활을 해나갈 것이라는 말뜻을 이해한 세르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반면 미르는 엥? 하고 이해를 못한 채 다시 되물었다.

"뭐야, 유희 그만두는 거 아니었어? 시아 이제 어른이잖아? 나 이번 일 끝나고 어디로 놀러갈지 계획까지 다 짜놨는데!"

나는 쿡쿡 웃으며 미르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세상 구경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말이야. 전대 플로라도 그렇게 말했고……. 미르랑 놀러가는 건 조금만 뒤로 미루자. 알았지?"

"……시아가 그렇게 말한다면."

미르는 뺨을 발그레하게 딸기크림빛으로 붉히며 조그만 소리로 웅얼거렸다. 나는 미르의 귀에 한번 키스를 해 주었다.

"그럼 나 조금만 자고 올게."

이젠 정말로 가려고 했는데, 유렌은 급하게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실크 양말과 구두를 꺼내 와 내 발에 신겨주었다. 풀이 너무 부드러워서 발에 상처가 나진 않았는데 맨발인 게 걱정되나 보다.

"왜 맨발이에요? 발 아프지 않아요? 설마 정령계에서는 다 벗고 다니는 것은 아니죠?"

그, 그냥 옷을 실체화하는 게 익숙치 않을 뿐이야!! 유렌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한다니까. 그 점이 귀엽지만서도. 그는 신발을 나에게 신긴 후 연녹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당신이 없는 세계에서 방도 없이 계속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는 건 싫지만, 그래도 내가 죽기 전엔 꼭 다시 나에게 와줄 거죠?"

꼭 헤어지기라도 하는 것 같은 말투네. 죽기 전은 무슨. 영체가 안정되기만 하면 무조건 물질계에 눌러앉을 테니까 걱정 안해도 돼. 그치만 유렌의 너무나 투명한 눈동자가 머릿속에 박혀, 나는 예정보다 훨씬 빨리 돌아오게 될 거라는 사실을 느꼈다.

***

나는 유렌이 입혀준 옷 그대로 정령계로 달려갔다. 실피드는 살랑이며 인사를 건넸다.

〈볼일 보고 왔어? 옷 생겼네?〉

〈응, 옷이랑 신발은 만들기가 어려워서 그냥 갖고 왔어.〉

때마침 정령계 문을 열어주자 엘라임이 무엇으로 꼬드겼는지 옆에 노아스를 끼고 들어오고 있었다. 땅의 정령들은 대체로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다른 정령과 어울리는 것을 보기 힘들다. 사실 땅 정령은 웬만해선 반응이 없으니 수줍음보다는 거의 무시하는 형편이랄까. 대신 뿌리가 땅에 박혀 있는 나 같은 식물 정령은 땅 정령에 대해 민감한 편이라 종종 둘만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어우, 짜증나. 햇볕이 너무 강해. 이렇게 가다간 잎 표면의 이슬이 금방 마르고 말 거야.〉

〈으, ……으응.〉

〈그나저나 넌 왜 이렇게 물기를 오래 머금지 못하는 거야? 뿌리 위가 따갑잖아!! 물을 못 준다면 햇볕 가리개라도 해! 빨리 내 뿌리 위로 올라와!!〉

〈으, 응,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난 흙이라서 올려주지 않으면 올라갈 수가 없어.〉

〈뭐? 너 지금 내 말에 반항해? 아이, 짜증나! 그럼 네 양분이나 내놔, 전부 빨아먹어버릴거야. 양분 더 올려보내!〉

〈……응.〉

이런 느낌으로 땅의 정령은 꽃의 정령이 하는 말을 거의 순종적으로 들어주는 편이다. 아마 내가 불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땅의 정령 역시 본능적으로 행하는 일 같았다. 나는 엘라임이 데려오는 노아스를 쳐다보았다. 노아스는 짙은 초콜릿 빛의 머리카락과 흑요석 색의 눈동자를 가진 장신의 남성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거의 전신을 감싸는 긴 슈트 재킷과 셔츠, 그리고 검은 바지. 키가 그 어떤 정령보다 컸기에 유렌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가까이 온 걸 보니 유렌보다 더 키가 크고 체구 역시 유렌보다 훨씬 거대했다. 다만 허리선이나 엉덩이 라인 같은 곳은 확실히 날씬했고, 어깨와 팔뚝은 잘 잡힌 근육으로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피부색은 약간 모래 같은 색깔이며, 전체적인 피부톤은 흰 편으로 중부인인 세르와 비슷했지만 표면이 조금 건조해 보이는 색이었다.

얼굴은 상당한 미인이었다. 잘 조각된 날렵한 턱선과 강해 보이는 짙은 눈썹, 그리고 날카롭게 가라앉은 검은 눈매 덕분인지 조금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실피드의 인삿말이나 엘라임의 짜증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받아주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비꼬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다만 무표정. 그 뿐이다.

무척이나 고요하게 가라앉은 부엽토 같은 분위기의 노아스는 너무나 새카매서 속을 읽기 어려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까만 동공과 까만 홍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니,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옮겨졌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나는 훗, 하고 웃으며 노아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몇 걸음 정도 떨어진 앞에 서 있었지만 키가 컸기 때문에 내가 고개를 너무 많이 꺾어야 해서 목이 아프다. 나는 그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그대로 바윗돌처럼 서 있는 그의 정강이를 구둣발 그대로 걷어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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쮸쀼쮸쀼 이 위협적인 울림

올린 줄 알았는데 안 올렸네요. 그래서 2배로 합쳐 올립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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