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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146화 (146/226)

<-- 6. 어른이 되는 법 -->

"두 번째?"

그럼 첫 번째는 뭔데?

"아이를 가지는 일, 즉 후계를 정하는 일이지. 모든 정령은 정령왕의 아이지만 다음 정령왕이 될 후계는 그 자신이 직접 만들어내야 해. 하지만 이건 한참 후의 일이니까 일단 제껴두고……."

"아이는 어떻게 만드는데?"

자꾸 내가 쓸데없는 질문을 반복하자 그는 난감한 듯이 얼버무렸다.

"어, 어른이 되면 알게 돼."

어른이라니, 무슨 소리야. 난 이제 꽃봉오리도 이렇게 벌어진 어른이거든!! 이거 봐, 이거 봐!! 그 뒤로 엘라임이 실피드의 어깨를 탁 치고 끼어들어와 내게 술술 불었다. 실피드는 당황해서 그 녀석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엘라임이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통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있지, 있지, 후계는 죽기 직전에 혼자 만들 수도 있지만 다른 정령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자신의 기운의 조각을 조금 빌려주는 식으로. 지금의 플로라 같은 경우에는 전대 플로라가 실피드의 도움을 받아 너무 늦게 만들어낸 아이였거든. 그래서 실피드가 정령계와 물질계 중간에 두고 언제나 쳐다보면서 애지중지하고 있었는데 네가 성장 도중 차원의 조각에 휩쓸려서 미아가 되어버렸지. 큭큭큭, 얼마 안 가서 찾긴 했지만 네가 그 때 이 녀석 우는 표정을 봤어야 했는데."

엘라임은 실피드를 가리키며 큭큭 웃으면서 놀렸다. 나는 의외의 사실에 조금 놀랐다. 우와, 그럼 실피드가 내 아빠인가? 정령에 아빠 엄마 개념은 없지만 내가 바람의 정령과 유난히 친했던 것도 그 이유였겠구나.

실피드는 웃고 있는 엘라임의 꼬리를 붙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하지만 엘라임은 개의치 않고 계속 웃었다. 실피드는 결국 한숨을 쉬며 얘기를 이었다.

"어디까지나 네 영체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정령력을 아주 약간 만들어준 것 뿐이니까 아빠는 아니야. 그나저나 성장에 대해서 계속 말하자면, 플로라는 지금 비정상적인 성장단계에 있어."

비, 비정상?

"나는 바람의 정령이라서 육체의 반응을 파악하긴 힘들지만, 아마도 아직 피어나기엔 이른 때이고 계절도 맞지 않는데, 과다한 영양섭취와 외부 환경을 파악하지 못함으로 인해 너무 이른 개화기를 맞이했다는 거지. 이렇게 너무 따뜻한 방에 있는다던가, 요새 쉬지않고 마나를 섭취했다던가, 비닐하우스 안에 있어서 지금 몸 상태가 너무 좋다던가. 성체가 되면 상관없는 조건이지만 어릴 때는 영향력이 크지."

"……."

"네가 성체가 되려고 하는 걸 느껴서 와 봤지만, 계절을 무시하고 피는 꽃은 위험해. 지금은 여름이 아니고 거의 늦겨울이라고."

마나 과다증+온도+꽃을 피울 수 있을 정도로 정상에 가깝게 나아진 몸 상태, 그 모든 것이 원인이었구나.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건데? 제대로 다 필 수 있긴 한 거야?

"조만간 개화까지는 정상적으로 할 거야. 그리고 완벽히 피게 되면 지금 빌리고 있는 물질의 육신은 필요없어지겠지. 문제는 너무 이른 개화라 자칫 몸 상태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는 건데, 일단 개화하면 상관없어지겠지만 개화하는 과정에서 육체와 영체의 연결이 불안해지면 그거야말로 위험해지니까. 그러니 안전하게 꽃을 피우기 위해서 그 육체는 재워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뭐, 재워? 여기서 또 얼마나 더 자라고?? 나는 불안한 눈으로 유렌을 바라보았다. 유렌은 안심하라는 듯이 내 눈꺼풀을 따뜻한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덮어 감겨내려주었다.

"어쩔 수 없잖아요? 미르헬과 세리안에게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깨어날 때 제가 꼭 옆에 있어 드릴 테니 그냥 낮잠이라고 생각하고 푹 주무세요."

"우응……."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넌 당분간 자라'라니……. 이미 꽃봉오리는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꽃봉오리에서 따끔한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히잉, 뭐야. 아직 필 때가 아닌 데 억지로 피는 것 같아. 싫어어!!

실피드는 내가 아파서 인상을 찌푸리자 생각보다 다급하게 나를 재우려 들었다. 잠들어 있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유렌의 손이 떨어지고, 실피드의 느릿한 바람이 내 몸을 감쌀 때까지 정신이 혼미해지며 나는 평소와는 다른 잠에 빠져들었다.

***

정령은 성체가 됨으로서 진정한 정령의 힘을 끌어낼 수 있으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미성년인 정령과는 질적으로 다른 '진짜' 힘을.

나는 온통 흑색과 청남빛이 섞인 이 공간의 이름이 자연의 시초이자 본질인 '혼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연의 본질 속에서 느끼는 것은 본능. 하지만 나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 일단 생각해 보았다.

〈꽃봉오리가 맺혔지. 그리고 실피드가 날 재웠어.〉

그런데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거지? 꿈인가? 유렌이랑 미르는? 세르는 어디 있어? 엘라임이랑 실피드는??

〈〈이 와중에도 수컷에 대한 생각 뿐이라니…….〉〉

〈……?〉

〈〈역시 내가 만들어낸 후계자답구나. 그럼, 당연히 꽃은 그래야 하는 거지. 후후.〉〉

무엇이 즐거운지 가볍게 웃고 있는 것은 어린 소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나의 앞, 아무도 없던 공간 앞에 나타난 것은 연한 베이지빛의 원피스를 두르고 있는 열 네다섯 살 가량의 어린 소녀였다. 그녀는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무척이나 투명하고 옅은 금발을 살짝 늘어뜨리고 있는 하얀 피부의 여자 정령. 나와 똑같은 기운을 지닌……. 꽃이었다.

이미지가 희미해서 색과 형태를 제외하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틀림없이 취할 정도로 아름답게 피어 있는 그 꽃은 황금빛 큼직한 눈동자를 깜박이며 말했다.

〈〈이제 나의 뒤를 이어 자연의 일부를 차지하게 될 정령의 지배자여.〉〉

그 말 뜻은 이 꽃이 바로 나를 만들어 준 전대의 플로라라는 거야? 그녀의 기운은 완연하게 익어 있는 황금빛. 전대의 플로라는 황금색 장미꽃이었구나. 나는 살며시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대 플로라의 외모는 나보다 몇 살 가량 어려 보였으나, 꽃으로서의 향기는 충분히 성숙해 있었다. 아직 꽃봉오리인 나보다 훨씬 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지 육체만 작을 뿐이었다. 그리고 덤으로 가슴도 작았다.

전대 플로라는 가느다란 잎을 살짝 들며 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대의 영혼은 충분히 준비되었으나, 그대의 정신은 아직 미숙한 것 같구나.〉〉

나는 멀뚱멀뚱 전대 플로라의 희미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내 정신이 아직 미숙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이른 시기에 꽃봉오리가 피었을 때 그렇게 놀랐던 거고.

〈〈하지만 정신의 미숙과는 무관하게 이미 성장의 때를 맞이하였으니 내가 나를 이을 이름과 자연의 왕으로서 알아야 하는 것들을 지금 그대에게 모두 물려주겠도다. 자, 어서 이리 오도록 하렴.〉〉

플로라는 혼돈의 저편으로 걸어가며 빙긋 웃는 것 같았다. 따라오라고 말하는 플로라는 느릿한 속도였지만 내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가, 가야 할까? 가야 하겠지? 멀찍이서 플로라는 내가 따라오지 않자 멈춰 서서 느긋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 되는 때라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아이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미르도 유렌도 만나지 못하게 되겠지? 나는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한 유렌의 부드러운 녹빛 눈동자와, 나만을 바라보고 있던 미르의 붉은 눈동자를 떠올려 보았다. 딱, 한 번만 참으면 되는 거겠지? 안아픈 거겠지?

〈으으, 난 몰라!〉

나는 곧바로 전대 플로라가 있는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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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앙ㅇㅇㅇ 감기걸린 상태로 쓰니까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ㅠㅠ 스토리 이상하고 ㅠㅠㅠ

하지만 이 막장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는 먹을수 있다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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