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어른이 되는 법 -->
그것은 나와 유렌, 미르가 수도의 저택으로 돌아온 후 정확히 2주째 되는 날의 아침이었다. 한창 봄이 되어가고 있는 그 시기에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 미르와 이상하게 점점 더 생기있어져 가는 나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나 왠지 몸이 안 좋아."
그렇게 말하는 나도 알고는 있지만, 거울에 비치는 내 잎은 통통하니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균형잡힌 꽃받침에 줄기는 생생 살이 올라 쭉쭉빵빵하면서도 늘씬했다. 약간 반투명한 꽃잎은 색이 선명하고 짓무른 자국 없이 싱싱하게 피어올라 물기 젖은 촉촉한 표면을 빛내고 있다. 솜털이 나 있는 뿌리 근처도 연두빛으로 색이 옅고 보송보송했다.
유렌은 어딜 보나 멀쩡하다못해 기운이 넘쳐 보이는 내 모습에, 내가 단지 응석부리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는지 우쭈쭈 하고 나를 와락 끌어안아 품에 가두었다.
"정말 매일매일 이렇게 이뻐지니 어떻게 절더러 참으란 겁니까. 네네, 어디 아픈가요? 후후후, 그럼 어디 진찰을 해 볼까요?"
유렌은 쿡쿡 웃으며 손을 따끈한 내 허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환자를 다루듯 지극히 부드럽게 쓸었다. 어디가 아픈가요? 여기? 아니면 여기? 그것도 아니면…….
나는 가슴 위로 음탕하게 올라온 유렌의 손을 힘없이 밀쳐내며 징징댔다.
"나 진짜 아프단 말야!"
분무기로 물만 조금 뿌려주면 곧장 화보 찍어도 될 것처럼 전혀 아파보이지 않는 싱싱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 설득력은 떨어졌지만 유렌은 갸웃하며 내 머리에 손
을 올렸다. 나도 내 모습이 어째서 이런지 모르겠다. 잎이 생생한 걸 보아하니 수분 부족이나 식물 전염병은 아닌 것 같고.
"정말로 아픈가요? 어디……, 열이 있는 건가?"
유렌의 체온이 보통 사람보다 높다 보니 열이 있는지 아닌지 잘 체크하기 어려웠다. 나는 이마를 어루만지는 유렌의 따뜻한 손에 매달리며 호소했다.
"머리도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
감기 증상은 아닌 듯 목이나 코가 아프지는 않다. 하지만 누워 있으나 서서 있으나 푹 쉬나 일을 하나 점점 더 증상이 가라앉지 않고 심해지는 것 같았다. 오히려 많이 움직일수록 조금씩 괜찮아지는 느낌이라 최대한 바쁘게 일을 하려고 하지만, 하룻밤 지나면 어제보다 더 심각해진 증세를 느낄 수 있었다.
금방 가라앉는 현기증이려니 하고 삼일간을 그렇게 지내왔지만 이제는 일하기에도 무리를 느낄 정도로 어지러움과 울렁거림이 심해졌다. 앉아 있으면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금세 옆으로 넘어진다. 서 있는 것도 마찬가지라서 오래 걸을 수가 없다. 나는 비틀거리며 유렌에게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그것도 무리였다. 금세 털썩 주저앉은 나를 보고 그제서야 뭔가 문제라는 것을 느꼈는지 유렌이 다급히 끌어당겨 안았다.
"괜찮아요?! 시아, 정말로 아픈 겁니까? 의사라도 부를까요? 아니, 의사 이전에 세리안 쪽이 더 도움이 될 테니 세리안을……."
허둥지둥 나를 안은 채 안절부절 못하는 유렌의 뺨을 내가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냐, 그렇게 심하진 않으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 우욱."
심하지 않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안긴 채로 흔들려서 그런지 더욱 어지럽다. 나는 유렌의 어깨를 창백한 얼굴로 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던 와중 미르가 서재에서 책을 한가득 안고 들어왔다.
미르는 의외로 독서를 매우 좋아했다. 정말 의외로, 유렌이나 세르보다도 훨씬 책을 많이 읽는다. 모든 장르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요즘에 주로 읽는 책은 역사책과 로맨스 소설이었다. 읽고 무엇을 연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놀 때 말고는 늘 책을 읽고 있는 걸 보면 정말로 독서가인 것 같다. 그렇게 책을 안고 방으로 들어온 미르는 근처 책상에 책을 올려놓자마자 바로 이 쪽으로 순간이동해서 나와 유렌을 똑 떼어놓았다.
"뭐야, 너! 같이 있을 때는 시아 독점 금지라고 했잖아."
유렌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내게서 손을 뗐고, 미르는 나를 와락 껴안았다. 나는 그 바람에 비틀거리며 쓰러지듯 미르에게 몸을 내맡겼다.
"미르으, 나 아파……."
다 죽어가는 내 목소리에 놀라서 품에 끌어안은 내 얼굴을 살펴보던 미르는 곧 내 의사표시를 이해하고 웃음지었다.
"오호, 의사 놀이 하는 거야? 좋아! 천재의사 미르님이 몸으로 직접 진찰해 줄……."
그게 아냐! 생각하는 게 어째 둘이 똑같아!!
결국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입으로는 아프다고 말하는 정체불명의 병에 대해 진찰하기 위해서 어린 미르보다 경험도 지식도 훨씬 풍부한 세르에게 나를 보였다. 집무실에서 일하다가 갑작스레 환자를 받게 된 세르 역시 내 이마에 손을 대 보거나 가슴을 진찰하는 등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내 상태를 확인해보고는 잘 모르겠다는 평을 내렸다.
"그치만 진짜 아프단 말야."
내 얼굴이 멀쩡하니 아무도 믿는 것 같지 않았다. 그거야, 아프다고 말은 하니 미르도 유렌도 세르도 믿어 주기야 하지만 정말로 완전히 와닿지는 않는다고나 할까, 그런 표정이었다. 유렌은 열도 나지 않고 창백하지도 않은 내 모습에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부드럽게 어깨를 껴안고 내 몸을 가볍게 기대게 해 주었다. 세르는 확인을 끝내고 아무 이상도 발견할 수 없자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령은 엄밀히 말해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정령의 문제라면 드래곤의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어. 드래곤의 용언은 직접적인 마나의 지배를 받는 생물에만 바로 적용되니까."
정령이란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근원의 원소이면서, 이곳과 연결된 별개의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이다. 다만 여기서 볼 수 있는 정령의 경우 정확히는 원소와의 연결 혹은 마법에 의한 계약으로 이곳에 불려나온 존재일 뿐 완전히 이곳 세계의 존재는 아니었다. 게다가 타계의 존재이면서도 생물인 마족과 달리 정령은 생물 또한 아니기에 존재 방식도, 생명을 잇는 방법도 생명체와는 조금 달랐다. 이곳에서는 오히려 마족보다 정령에 관한 연구가 더욱 부족한 것이다. 나는 물질계 정령인데다 인간의 육신에 기생 중으로서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그래도 본체가 이 세계에 속해 있지 않다는 것은 다른 정령과 똑같다.
미르는 세르의 말에 자기가 더 초조해하며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나, 아마 죽을 병까진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시아는 어떡하면 되는 건가요?"
세르는 개중 제일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정령에 대해서 당장 더 찾아보거나, 다른 드래곤들에게 도움을 청해야지……. 같은 드래곤인데 우리가 모르는 걸 다른 녀석들이 잘 알리는 없겠지만, 일단 도움을 구해 보는 거야. 하지만 드래곤들보다 인간이나 엘프 쪽이 정령과 더 친하고 정령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기 때문에 이번엔 인간이나 엘프들이 드래곤보다 더 도움이 될 수 있어. 아는 엘프 있나?"
세르와 미르는 드래곤이라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내 상태를 바로 낫게 해주지 못했다. 드래곤은 정확히는 친화력이 있어 정령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속성과 마나로 부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드래곤들은 정령에 대해 큰 흥미가 없고, 마나를 간접적 존재 매개로 삼는 이계의 영체인 정령보다는 직접적으로 마나로 이루어진 이 곳의 생명체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다고. 하지만 엘프는 정령의 친구이며 인간은 무엇이든 연구하는 존재. 그리고 정령 친화력이라는 스탯을 지닌 존재. 드래곤보다 엘프나 인간이 더 많은 지식을 지닌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정령에 관한 것이다.
유렌은 엘프라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라면 하나 알고는 있지만……."
"나도 역시 드래곤이라면 몇 알고는 있지만……."
세르는 유렌과 미르의 말을 딱 잘라 끊었다.
"엘프라면 내가 하이엘프의 수장을 알고 있고, 드래곤이라면 현 로드와 내가 동문이다. 그 두 군데라도 일단 도움을 청해 보겠지만 그걸로 충분하지는 않을 거야."
와, 역시 어른! 세르는 다른 둘과 인맥의 넓이 자체가 다르구나. 나는 갈수록 어질거리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툭 떨구었다. 뭐라도 좋으니 빨리 낫게 좀 해줘.
"정령과 생물에 관한 전문가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정령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정령에 대해 잘 아는 녀석이라……. 내 주변엔 그런 게 없는데."
미르와 유렌, 세르는 그렇게 고민해봤지만 결국 직접 찾는 것은 포기하고 정령과 관련된 서적이나 자료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은 일을 쉬고 한숨 자기로 결정한 후 비틀거리며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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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지의 배송비는 받으시는 분이 그만큼 내는 시스템입니다. 일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할 때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그나저나 책 두권에 3천원이 아니었다니! 4000원 이상이라... 난감한데요 ㅎㄷㄷ.
일단 배송에 대해서는 좀더 알아보고 배송비를 견적 내 보겠습니다. 편의점택배는 싸긴 하지만 오직 상자만 접수를 받기 때문에 상자값이 추가로 더 들겠구요. 그러면 책 두권 들어가는 사이즈의 상자를 주문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이 좀 딸릴 것 같습니다(상자값 개당 약 300-500원정도). 일반 상자를 사용한다고 쳐도 거기에 채워넣을 완충제를 따로 사야 하니... 우체국으로 하면 봉투만 사서 포장하면 되니까 훨씬 포장비가 쌉니다. 감안하자면 ㅎㄷㄷ.
전에 우체국에서 소설책 열 권정도를 보냈을 때 4천원이 나왔기 때문에 4천원은 안 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전의 일을 기억해보니 우체국에서 소설책 달랑 4권을 보냈을 때는 5천원이 나왔고, 만화책 10권정도를 보냈을 때는 3천원이 나왔던 것처럼 가격이 완전히 뒤죽박죽이란 겁니다. 우체국 정말 뭡니까;; 그때그때 직원이 다르기 땜에 눈대중으로 택배 사이즈를 매겨서 값이 다르게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지 해외배송을 원하시면 우체국 해외배송비를 내시면 됩니다. 이거 역시 비싸서 ㄷㄷㄷ 가능하려나... EMS해외배송은 아마도 3-9만원정도였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 구매하시면 파본 교환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군요 ㅎㄷㄷ;
일단 19금 개인지라 비밀택배에 대한 요청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요청하시는 대로 비밀포장하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품명란에 '식물도감'으로 기재해 드립니다(?).
물론 다른 분들께는 그냥 평범하게 '서적'으로 기재합니다.
아... 뭐 다른 아이디어 없으려나...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