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134화 (134/226)

<-- 외전-잠자는 숲 속의 왕자들 -->

그렇게 눈앞의 남자를 만만하게 본 시아는 바로 일어나 꽃답게 요염하게 웃으며 악마 레일라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군침을 꿀꺽 삼키며 단번에 레일라의 어깨를 잡고 그를 바닥으로 쓰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레일라는 조금의 힘도 가해지지 않았다는 듯 꼼짝않고 서 있었다. 흥, 쉽지 않군. 악마, 그러니까 마족과 정령인 시아는 상극이다. 악마에게 단순한 유혹은 통하지 않는데다가 기력을 빼앗기는 것을 알면서 쉽게 먹혀줄 것 같지는 않으니 우선 물리적인 제압을 해야 한다. 밖의 가시나무 덩쿨 정도라면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시 덩쿨에 얽매여 울고 있는 눈앞의 남자의 나신을 상상하며 시아는 그에게 다가갔다. 분명 먹음직스러워 보일 거야, 하악하악.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에 덥석 붙잡힌 것은 그 남자가 아니라 시아였다.

"……엑?"

끈적하고 미끌미끌한 점액질의 긴 물체였다. 슬라임이라기엔 너무 끈적거린다. 마치 껌 같은 그 투명한 촉수가 시아의 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흠칫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촉이었다. 보기만큼 차갑진 않고 미지근한 정도였는데 오히려 그 편이 더 기분나빴다.

"뭐, 뭐야!? 싫어, 징그러워!!"

투명하고 길쭉한 점액질 촉수는 시아의 양 손을 붙잡아 결박했다. 흠칫한 그녀는 레일라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촉수는 레일라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그건 마계 생물, 내 사역마 중 하나다. 너는 악마를 만만하게 봤군. 감히 나를 범하려 하다니……. 정령 주제에 그런 건방진 행동을 하는 건 너 뿐일 거다, 훗."

쿡쿡 웃으며 레일라는 붉은 마노 빛 눈동자로 시아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시아는 찰싹 달라붙는 투명 촉수에 다리까지 붙잡혀 버둥거렸다. 거짓말! 이건 반칙이야! 꽃한테 이런 촉수를 쓰는 법이 어딨어! 이 소설은 절대 여자가 당하는 능욕물이 아니란 말야, 남자가 이런 거에 당해야지!! 한참 바둥거려보았지만 끈적하고 탄력있는 촉수는 내 반항을 전부 물컹물컹 받아들이면서도 팔다리를 그 자리서 꼼짝도 못하게 했다.

"역으로 내가 너를 범해주지."

레일라는 매끄러운 입술로 빙그레 미소지었다. 부드럽게 쌍꺼풀진 에로한 느낌의 눈이 천천히 깜박였다. 기대 가득한 표정이었다.

"나는 널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정령 여왕."

낯선 감촉의 레일라의 손가락이 시아의 가슴팍으로 다가갔다. 양 팔이 잡혀 무방비한 가슴의 앞섶을 레일라의 손톱이 길게 내리꽂혔다. 단추가 후두둑 전부 떨어지면서 복숭아빛의 맨가슴이 출렁이며 드러났다.

"네가 저주를 풀게 놔둘 수는 없다. 이 저주는 내게도 중요한 것이니까. 마계에 위협이 되는 건방진 왕자들을 모처럼 천 년씩 가둘 수 있게 되었는데, 고작 너 같은 정령왕 하나에 의해 금세 풀리게 둘 순 없지."

레일라는 부드러운 눈길로 시아의 맨가슴을 헤집어 옷을 전부 걷어냈다. 옷 앞부분이 막 벌어지자 당황한 시아는 레일라에게 호소했다.

"마, 맞아.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저주 안풀게, 그냥 얌전히 집에 가서 산딸기나 따먹고 살테니까 이거 풀어줘!"

"……너 포기가 너무 빠른데?"

"어차피 왕자고 뭐고 본 적도 없는걸. ……그 미남 문지기 병사들은 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악마의 먹이가 되느니 그냥 집에 가서 구백 년 기다리겠어."

시아는 홀랑 포기하고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왕자야 한 구백년 더 푹 자라고 하지 뭐. 기다려줘 문지기 옵빠들, 구백년 후에 또 올게. 나는 남 깨우는 것보다 내 잎이 더 중요해.

악마를 상대로 지극히 몸을 사리는 시아가 한 번씩 움찔거릴 때마다 출렁대는 가슴을 빤히 바라보던 레일라는 음침하게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말이 안 통하는 여왕이군. 좋아, 기어이 왕자를 구하겠다는 건가? 할 수 없지, 이 쪽도 실력행사를 하는 수밖에."

"어? 잠깐, 나 포기한대도? 왕자 안 구한대도? 집에 간대도??"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려."

"뭐, 잠시만! 악! 악악!!!"

악마 레일라는 처음부터 용사 시아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 시아는 힘껏 발버둥치다가 문득 요정이 준 무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시아의 옷을 어깨부터 끌어내리며 키스하려는 레일라를 불렀다.

"저, 저, 저기, 잠깐!! 그 전에 내 오른쪽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거 좀 꺼내봐."

"오른쪽 주머니?"

"응응! 거기거기!"

레일라는 도중에 방해한 시아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주머니에 든 것을 꺼내 보라는 얘기에 마법으로 시아의 주머니를 뒤집었다. 그 안에서 식물 씨앗 약간과 비닐 포장된 고무 링이 나왔다. 시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 무기가 어떻게든 날 지켜줄 거야. 무기여, 발동해랏!!

"……필요없어."

레일라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콘돔을 뒤로 휙 던져버렸다. 시아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엑? 왜??!"

"마족과 정령 사이에 아이가 생길 리 없잖아. 아니면, 내가 무슨 이상한 병이라도 걸렸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시아는 화난 듯한 레일라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린 뒤 망연자실하게 그 무기가 날아간 곳을 바라보았다. 아, 안돼! 하나밖에 없는 무긴데……!

"다른 곳 보지 마."

레일라는 시아의 턱을 쥐고 잡아당겨 붉은 입술로 시아의 장밋빛 입술을 삼켰다. 한 입에 가려진 시아의 입술이 다시 미끄러지듯 밖으로 나오며 벌어졌다. 질척한 그의 혀는 방어적으로 무디게 움직이는 시아의 혀를 감아쥐고 자신의 입속으로 단단히 빨아삼켰다. 깜짝 놀란 시아가 목을 뒤로 빼려고 하자 그는 투명한 슬라임에게 더 튼튼하게 결박하라고 명했다. 슬라임은 물컹한 덕분에 시아의 줄기에 무리한 힘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표면이 끈적거려서 도무지 그녀가 반항할 틈이 없었다.

"앗, 싫……."

접촉부가 떨어지는 사이사이에 격렬하게 말로 반항하는 시아의 입술을 겨우 놓은 레일라는 이번엔 그녀의 벌어진 가슴팍의 옷깃을 잡아 상의를 어깨까지 벗겼다. 새하얀 쇄골의 맨살을 손으로 문지르다가 매끈한 표면에 혀를 가져갔다.

가장 매혹적인 연분홍빛 유두에 살며시 혀 끝을 대고 핥다가 점점 더 접촉 면적은 넓어져서 레일라는 어느새 혀로 시아의 가슴 아랫부분을 맛보고 있었다. 그의 손은 아까부터 쭉 시아의 옷 틈새로 들어가 좁은 등과 가느다란 허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레일라는 손톱을 감추고 있는데다 고운 손이었기에 껄끄러운 느낌보다는 보드라운 감촉이 들었는데, 그래도 느낌은 분명히 남자의 손이었다. 거친 자극에 비명 섞인 저항을 하는 시아가 정신을 차리려고 심호흡을 하려고 했지만 조금도 그럴 수 없었다.

'빠, 빨리 도망쳐야……! 이대로 악마의 먹이가 될 수는 없어!'

하지만 시아의 성감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었다. 육체에 가해지는 자극은 매우 음란하면서도 질척거려서, 흐릿한 기분이 된 시아의 머릿속은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 ……응……."

그 순간 시아의 눈 앞에 바닥에 떨어진 식물 씨앗 몇 개가 보였다. 순무와 해바라기의 씨앗이었다. 시아는 다급히 해바라기에게 부탁했다. 순식간에 해바라기는 성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거대하게 자라서, 털투성이의 줄기로 레일라를 공격했다. 레일라는 재빨리 피했지만, 덕분에 그의 손에서 벗어나게 된 시아는 순무 잎의 도움을 받아 슬라임에게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진 콘돔을 붙잡고 가까운 복도로 뛰어갔다.

"너, 거기 서!!"

"메롱!"

시아는 바로 추격하려는 레일라에게 혀를 빼꼼 내밀어주다가 그가 따라오는 속도에 흠칫해서 달리고 있던 바로 옆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쾅 닫아걸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쩌지? 문이 튼튼해 보이긴 하지만 부수고 들어올 수도 있을 텐데.

안절부절 못하는 시아의 어깨를 갑자기 남자의 손이 콱 붙들었다. 시아는 레일라가 쫓아왔다고 생각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레일라가 아니었다. 깨어있는 이 성의 두 번째 사람이었다.

"와주셨군요, 아가씨."

그 남자는 긴 은발머리를 한 눈부시게 잘생긴 청년이었다. 레일라와 같은 은발이지만 근본적으로 색감이 달랐다. 시아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당신이……, 왕자님?"

"네, 둘째 왕자 세르라고 합니다."

시아는 멍하니 둘째 왕자라는 세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레일라의 얼굴은 너무 놀라는 바람에 제대로 느낄 수 없었지만, 눈앞의 세르라는 남자의 얼굴은 뼈저리게 매력적이었다. 우와, 두근두근해! 살짝 꽃잎을 붉히는 시아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쥐며 세르는 그 손등에 가볍게 키스했다.

"저희를 구하러 와주신 거죠? 자, 저희 형제들도 다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세르의 말에 정신이 든 시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잘 꾸며진 넓은 남자의 방에 있는 것은 세르뿐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왕자님들 전부 다 맛있……, 아니, 멋있었다. 세르는 순서대로 왕자들을 소개했다. 첫째 왕자 아젤은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소개를 받은 동안의 왕자님이었다. 그는 맑은 푸른 빛 머리카락을 한 귀여운 미남이다. 셋째 왕자는 슈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금발의 엘프였다. ……잠깐, 엘프가 왜 인간 틈에서 형제 취급을 받고 있는 거지? 슈는 기대 가득한 눈으로 시아의 가슴을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시아는 아까 레일라에게 당한 탓에 상의 상태가 안습이라는 걸 깨닫고, 드러난 가슴을 후다닥 가렸다. 세르는 잘 구경하다가 몸이 가려지자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으나 자신의 여분 셔츠를 시아에게 주었다. 시아는 셔츠를 재빨리 걸쳐입었다.

넷째 왕자 유렌은 구릿빛 피부에 남자다운 장신의 근육질 몸이 무척 에로해보이는 남자였다. 부드러운 시선으로 시아를 바라보자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유렌과 시아가 눈빛을 교환하는 게 못마땅한지 막내 왕자인 미르가 그 사이를 가로막고 시아에게 과다접촉을 시전했다.

"시아! 시아라고 불러도 되지? 실피드가 알려줬어. 난 미르라고 불러. 그보다 빨리 데이트 하자! 나 데이트 하려고 속옷까지 갈아입었어!"

"데, 데이트?"

초면에 덥석 끌어안긴 것이 싫지는 않은 시아는 뺨을 약간 붉혔지만 미르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데이트라니, 갑자기 웬 데이트? 게다가 속옷은 무슨…….

"지금은 데이트인지 뭔지보다 감히 날 여기에 가둔 레일라를 처리하는 게 우선이겠지."

다섯째 왕자인 흑발의 엘릭이 지금까지 말없이 있다가 끼어들었다. 엘릭은 다른 왕자들과 다르게 내게 접근하지 않고 혼자 창가에 서 있었는데, 나는 그가 하는 말에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냈다.

"마, 맞아! 레일라한테 쫓기고 있었지!"

빨리 도망쳐야…….

===

변명이지만 제가 요 몇주 연재를 늦은 것은 요즘 제 개인적인 어떤 문제 때문입니다 ㅠㅠ

어쨌든 이제 바쁜 일도 끝났고 연재는 원래대로 계속할 작정이지만, 개인지를 내는 게 문제입니다.

일단 2월까지 낸다고 했으니 내야죠……?!

제 시간 사정상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화려한 표지 디자인이 불가능하게 되어서, 폰트만 영어로 Queen of Flower라고 럭셔리하게 적어넣고 심플한 핑크색 단색 표지로 하는 쪽이 나을 듯 합니다. 저도 라이트노벨틱한 예쁜 표지를 원했어요! 흑 ㅠㅠㅠ

하지만 내용이 허술한건 제 스스로가 용납을 못하기 때문에 초반 부분을 좀더 그럴듯하게 수정하고 중간에 삽화를 넣는 건 그대로 할 예정입니다. 삽화는 흑백이라 시간이 반도 안 들겠지요.

초반 예정대로 1권 2권을 내 볼 예정이며 각권 가격은 처음 언급했던 대로 권당 15000원이 될 듯 합니다. (현재 책 신청인은 100명 정도고, 신청인 수에 따라서 권당 2만원까지 더 비싸지거나 만원 초반대까지 더 싸질 수 있습니다.)

2권까지의 양은 대략 1챕터부터 5-6챕터까지로 어쩌면 현재 연재분량의 거의 전부가 들어갈지 모릅니다. 이제 시간이 생겼으니 연재속도는 그대로 하면서 개인지 작업은 밤을 새서라도!! 편집해야죠.

이후 3,4권 낼 예정이 있으며, 3,4권은 완결 후에 나올 거에요. 4권으로 완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문방식 말인데, 이제부터 약 1주일간 노블에서 투표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보다 정확한 구매자 수를 측정하기 위해서입니다 ㅠㅠ; 저도 번거로운 작업일 것 같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구매자 수가 워낙 애매해서 가격을 책정하기가 여전히 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다른 개인지 내시는 작가분들과 달리 노블과 일반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구매자수가 대략도 짐작이 가질 않아요ㅠㅠ! 더군다나 100명과 200명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책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책은 100권 단위로 뽑기 때문에 ㅎㄷㄷ;; 심하게는 두배 정도 차이가 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노블에서 책신청한 수를 보면 실제 구매자 100명 이하라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는...ㄷㄷㄷ.

노블레스 1화에 가셔서 투표해주시길 바랍니다!

인원수가 너무나도 예상 이하라서 권당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선다면 개인지작업이 아예 취소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신청하신 분들이 이대로 구매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위의 가격(최대 권당 2만원+배송비 3천원)으로도 확실한 책 구매의사가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사신다는 분들께서 신청해주셔야 이후의 책 가격 상승이 없을거에요오ㅜ.

책 제작기간은 약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소요되고, 택배 시간까지 합하면 최대 2주정도 걸리게 됩니다. 예상되는 배송일은 2월 초, 중순 정도입니다. 중순 이후로까지 갈 일은 없을테구요.

음... 그리고... 비축 열심히 하고 있어요!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