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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130화 (130/226)

<-- 6. 공작님, 제발! -->

내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공작이 자신의 둘째 아들을 데리고 복도 모퉁이로 사라진 후 유렌은 내 팔을 쥐고 심호흡을 했다. 단단히 붙잡힌 나의 줄기에 떨리는 감촉이 분명히 전해진다. 그만큼 긴장한 것이다. 나는 유렌의 허리를 마주 안아주었다. 굵직한 허리의 근육을 하나하나 잎으로 천천히 쓸어가며 안심될 때까지 달래줬다. 보드라운 감촉은 마음을 충분히 가라앉혀준다.

"시아……."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 내일 내가 얘기하고 바로 여기서 나가라고 말해 줄테니까 유렌은 이제 더 이상 그 사람 안 봐도 돼."

지금껏 얼굴도 비치지 않았는데 갑자기 무슨 목적으로 온 지는 대충 감이 잡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렌보다 내가 더 유리했다. 유렌은 위스피닌 공작과만 마주하면 이성을 잃기 때문이다. 나보다 키도 몸집도 훨씬 큰 몸이었지만 그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듯 안기며 동시에 나를 부서져라 껴안았다.

"……쉬고 싶어요."

그 애틋한 목소리에 나는 유렌을 안고 방으로 가……, 려고 했지만 잎파리 두장으로 무거운 하프엘프를 드는 것은 무리였다. 대신 유렌이 나를 거의 바닥에서 띄우듯 안으며 방으로 향했다.

미르는 못마땅한 듯 유렌을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우리 방이 아니라 옆 방으로 혼자 들어갔다.

"……오늘 밤만이야. 칫, 왜 이렇게 오늘따라 독수공방하는 날이 많은거야! 이 빚은 나중에 꼬옥 받을테니까 기억해둬, 너!"

나는 우리 방에 와서 침대로 다가갔다. 유렌은 곧장 나를 안고 침대 위로 쓰러지듯 넘어졌다. 서로 마주보고 누워서 나는 유렌의 부드러운 백금발을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간지러운지 살짝 움찔거리던 그는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내 시선을 자신의 페리도트 빛 눈동자 속에 담았다. 한참 눈을 마주치다가 유렌이 말한다.

"안아주세요."

나는 대답할 것 없이 바로 유렌의 어깨를 껴안았다. 양 팔을 다 벌려도 유렌이 내게 해준 것만큼 기분좋게 품어줄 수는 없었지만 유렌은 내 가늘고 작은 팔이 자신을 껴안으려드는 것이 마음에 드는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희미한 웃음은 처연해 보이기도 하다. 대신 그는 좀 더 강하게 나를 마주안아주었다. 옆으로 틀어진 내 상체에 안겨(?)서 깔린 유렌의 몸이 한참 후 갑자기 움직이더니 그가 내 뺨을 살며시 쥐고 입맞춰왔다. 따뜻한 그의 숨결이 턱과 입술에 닿았다. 애원하는듯한 가벼운 키스가 끝나고, 유렌은 내 위에 반쯤 기대누워 입술을 움직이며 조근조근하게 속삭였다.

"……해주세요."

"괜찮은 거야? 오늘은 쉬고……."

그는 내 걱정스러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오히려 이 쪽이 더 위로가 됩니다. 그러니까, 오늘 밤은 부드럽게……, 해요."

"응. 부드럽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마치 내게서 지금까지의 모든 애정을 확인받으려는 듯이 나를 강하게 끌어안아왔다.

***

부드럽게라고 말한 주제에…….

어젯밤 내내 유렌을 달래주고 새벽부터 잠에 빠진 나를 아침의 시끄러운 소리가 깨워댔다. 으으, 식물이 얼마나 소음에 민감한데! 커튼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은 이른 아침의 그것이다. 식물은 빛에도 예민해! 아직도 유렌의 벗은 팔다리가 내 몸에 이리저리 엉켜 맞닿고 있었다. 나는 유렌이 평소와는 달리 문어나 촉수처럼 내 몸을 휘어감고 매달려대자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언제나 유렌은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잠든 유렌의 굵은 팔다리는 내 몸을 꼼짝없이 옭아매었고 그의 얼굴은 내 가슴팍에 반쯤 묻혀있었다. 그 상태로 마치 어린아이처럼 계속 이리저리 문질문질.이런 식으로 아침에 자주 매달리는 건 미르거나 의외로 세르였다. 후후, 이렇게 보니 유렌이 이러는 것도 나름대로 귀여운데. 반쯤 잠든 얼굴에 나른한 동작으로 내 몸을 끌어안는 유렌의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쓰다듬어주었다.

"마님, 주인님!"

여기에서 주인님은 이 성의 주인인 영주 유렌을 뜻하는 말이고 마님은 나를 뜻하는 말이다. 내 영지에서랑은 정반대구나. 집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자, 내 가슴에 부드럽게 얼굴을 파묻고 즐기던 유렌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 일어나 있었구나.

"언제 일어났어?"

"……조금 전에 깼습니다."

조금 전에라니, 그럼 진작 일어나 있었다는 거잖아. ……그런데 아까처럼 그렇게 끈적끈적하게 엉겨붙다니. 잠결에 그런 게 아니고 일부러 그랬다는 거야?

……우와, 유렌 의외로 응큼한 애교쟁이구나! 귀가 새빨개진 유렌이 내 몸을 놓아주고 벌떡 일어나 어제 벗어던진 옷을 주섬주섬 챙겨 한쪽에 던지고는 옷장에서 새 셔츠를 꺼내 입기 시작하자 나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귀여워귀여워. 급습해서 꼬옥 뒤에서 안아줄까 하다가 문을 두드리는 집사의 목소리에 나중으로 미뤘다. 하품을 하며 간신히 옷을 다 챙겨입은 내가 문을 열자 발을 동동 구르며 나와 유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집사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그게, 서쪽 저택에 모신 위스피닌 공작 각하께서……."

위스피닌 공작이라는 말에 유렌의 어깨가 흠칫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겉옷을 걸쳐입고 신발을 신었다.

"집사, 내가 갈테니까 안내해요."

"네."

집사는 종종걸음으로 서쪽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그 뒤를 따라 녹색의 서쪽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머무르고 있다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그제서야 왜 집사가 나와 유렌을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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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마영전을 합니다.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하루에 한판 티탄만 돌고 끝내지만요. 혹시나 저 발견하시면 스샷을 찍어 보내주세요! 선착순 한정 경품으로 만골드를 드립니다! 제 본캐는 프리미어 서버에서 주로 템프셋을 입고 로체스트의 선착장 중심 바위 위에 앉아 모닥불을 쬐고 있습니다.

……라는게 늦은 이유라기보다ㅠㅠ

이부분에서 계속 막혀서 며칠동안 안써졌어여ㅠㅠㅠㅠ 죄송ㅜ

최대한 빨리 원 분량대로 다음편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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