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공작님, 제발! -->
무삭본은 노블 24회!
***
"나와 그는 똑같겠죠?"
유렌은 숨을 헐떡이는 그의 배 위에 나를 올려놓고 축 늘어진 내 몸을 쓰다듬으며 돌연 말을 꺼냈다. 방금 전에 끝났는데 최근 횟수가 줄어 욕구불만인지 벌써 또 커져 있는 유렌의 바나나맛 과자는 내 다리 사이에서 분명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삽입상태는 아니었기에 그저 가벼운 자극만을 주고 있었다. 으응 묘하게 커다란게 허벅지에 마찰되어서 기분좋아…….
'그'라고 하면 아무래도 미르를 지칭하는 단어일 것이다. 미르와 유렌이 똑같다니, 무슨 의미?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유렌은 졸리면 눈을 감으라는 듯 내 눈꺼풀을 부드럽게 손끝으로 쓸었다.
"장미 여왕의 남자들은 동등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그보다 당신에게 있어 격이 낮지 않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도……. 하지만 저는 당신과 처음 만났으며 가장 총애받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잠시나마 남편 자리까지 차지했습니다. 당신의 유희 기간도 한정되어 있으니 인간 법에 따른 남편이란 제 위치는 수십 년 내에 곧 사라질 테지만, 제가 이 자리에 이렇게까지 욕심내고 있는 것이……, 이상하겠죠?"
"이상하지 않아."
유렌은 내 말에 빙긋 웃었다. 미르가 오고 나서 처음으로 보인 여유로운 미소였다. 사실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기분이 나아진 거지?
"플로라님."
"에?"
시아가 아니라 플로라라고 부르는 뜬금없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렌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훨씬 밝은 기분으로 보였다.
"사랑합니다."
……갑자기 뭐지?
플로라도 내 이름이긴 하지. 정령들은 모두 나를 플로라라고 부르고. 그런데 거기서 또 사랑한다니?
"당신은 남자들에게 무척 너그러워서, 잠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지만 당신이 나와 미르헬이 서로 싸우도록 내버려 둔 것은 단지 남자에게 너그럽기 때문만이 아니고, 나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무, 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유렌은! 사, 사, 사랑이라니, 꺄아 난 몰라!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유렌의 맨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살며시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지만 그 남자를 나만큼이나 사랑하시다니. 좀 질투가 나네요. 당신이 공평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까 미르헬, 나와 잠시 대화를 좀 하겠습니까?"
유렌은 나를 안아서 이불로 감싸준 후 자신의 침대에 반듯이 눕혀놓고는 일어나 셔츠와 바지를 걸쳤다. 그가 문을 열자 바로 앞에 미르가 서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엿듣고 있었어? 미르 변태애! 하긴 소리가 전부 들렸겠지만.
미르는 나에게 대할 때와 딴판인, 마치 유희중인 왕의 연기를 하고 있을 때처럼 진중하고 약간은 무거운 목소리로 유렌에게 대답했다. 가끔은 미르헬, 이중인격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너 따위에게 질 생각은 없어."
"물론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렌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이불에 애벌레처럼 감싸여 꾸물거리다가 둘이 나가고 조용해지자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애도 아니고 알아서 하겠지 뭐.
***
"실컷 놀았냐?"
세르는 두 남자를 앞에 앉혀 놓고 오늘 세 번째로 샤워를 끝낸 나를 자신의 침대 위로 불러들였다.
"미르헬. 자네는 몇백씩이나 먹어놓고 고작 스무 살짜리 남자한테 이기지도 못하고, 유렌, 너도 첫째 남편으로서 질투가 너무 많아. 뭐, 시아는 너희들의 그런 점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일단 둘 다 합의해서 화해한 것 같으니까 더 이상 언급하진 않겠다."
오늘 결판을 낸다는 게 말싸움이었는지 몸싸움이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미르와 유렌 둘 다 속은 어느정도 풀린 것 같아 어제처럼 경직된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연장자로서 충고하는데, 둘의 문제는 둘만 있는 곳에서 해결하도록 해. 오늘처럼 남들 다 보는 집앞에서 해결하지 말고."
……집 앞에서?
잠깐,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뭘 한 거야 너네!
"본남편으로서 집안에서 첩과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렌이 변명했다. 그, 그러면 좀 멀리 가던지 하지. 내 애인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세르가 쓸데없는 말을 꺼낸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런 곳에서 싸우니까 그렇지! 방도 많은데 방 안에서 대화할 것이지. 나는 이제부터 첩과 남편의 불화, 그 가운데 마성의 여공작, 이라는 이름으로 나돌게 될 소문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하긴 첩을 들인 것부터가 내 죄지. 어쩔 수 없는 마성의 죄겠지.
세르는 이제부터가 본론이라는 듯 내 허리를 껴안고 둘에게 명령했다.
"시아의 오빠이자 이 집안의 권리자 중 하나로서, 벌이다. 오늘 밤은 둘 다 여기에 있을 것. 단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니까 해가 뜰 때까지 시아에게 절대 손대지 말 것."
하루 세 등분한 것 중에서 저녁 이후의 마지막이 세르의 시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분할되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는 신경 좀 써야겠다. 세리안의 방에서 여동생인 나는 물론이고 첩에 남편까지 같이 잤다는 걸 알면……. 아니, 어젠 내 방에서 넷이 끼어 잤었지.
유렌은 조금 불만인 듯한 표정이었다. 미르는 생글거리며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어……, 잠깐만. 나는 내 몸을 눕히는 세르의 손에 약간 저항하며 생각했다.
오늘 밤동안 이 방에서 나가지 말라는 벌은…….
감금이 아니라, 나와 세르가 하는 짓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라는 의미잖아?
자자자잠깐, 3P는 해본 적 있고, 야외플레이를 들킨 적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대놓고 주시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럼 시아, 오랜만에 오빠랑 같이 놀까?"
"세, 세르으……."
내가 미묘한 시선으로 침대 위에서 침대 밖의 두 남자를 번갈아 보자 세르는 내 얼굴을 쥐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아아, 저 둘은 벌 받는 중이라니까. 문제를 일으켰으니 벌을 받아야지. 또 밖에 나가서 사고를 치면 안되잖아?"
둘다 같은 사고를 또 칠 정도로 어린애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 난 용서할 수 있……."
"오빠로서 내가 용서못해."
세르는 평소에 하던 가벼운 키스와 진한 키스를 섞어가며 내 입술에 했다. 특히 혀를 섞는 딥키스가 숨도 못 쉴 정도로 반복되었다.
보지 않으려 할 줄 알았던 유렌이 내가 눈길을 살짝 틀었을 때 느긋한 눈동자로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자 몸이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움찔했다. 엿듣는 건 몰라도 직접 보는 건 달랐다. 무, 무슨 반응이라도 보일 것이지 그런 야한 눈으로 나를 보다니……. 이거 내가 벌받는 거야? 내가 유렌과 미르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고 벌 받는 격이야? 그, 그치만 처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세르옵빠!
미르는 질투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조금도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아, 하긴 그는 이상하게도 내가 카딘이나 라르슈와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점에 대해서 역시 조금도 질투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특별히 싫어하거나 미워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세르와 같은 반응이다. 역시 드래곤이라는 걸까. 그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드래곤의 다중 연애관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세르는 키스를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며 내 상의 단추를 풀었다.
(이후 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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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플레이.
ㅠㅠ 요즘 바빠서 열심히 버닝하는데 소설의 퀄리티는 아주 떨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차후 수정합니다!
앗, 그리고 이 다음 편도 노블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