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114화 (114/226)

<-- 6. 공작님, 제발! -->

매, 매일연재 아닙니다!!

다만 댓글이 100개를 넘으면 내일도 올립...얽!

***

한창 언쟁을 벌이던 세 남자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자 미르에게 안겨 있는 시아를 동시에 쳐다보았다.

"……."

"……."

"……."

시아는 미르헬의 품이 마치 아기침대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대고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하긴 새벽 2시니 피곤할 만도 하지. 굶어도 잠은 제시간에 자야 하는 식물 아니던가. 이런 논쟁은 소용없는 것이었나?

하지만 2차 논쟁이 남아 있었다.

"자, 둘다 피곤할 테니 각자 방에 가서 자. 시아는 여기 내려놓고 말야."

지금 장소가 자신의 방이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이곳, 세리안의 방에서 시아를 재우려는 세르의 선공에 유렌이 반박했다.

"제가 방에 돌아가면서 시아를 눕히고 가겠습니다. 시아에게도 그 쪽이 편하겠지요."

말이 그렇지, 유렌은 시아를 그녀 방에 눕혀놓고 자신도 남편 된 권리로 부인의 침대에서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세르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유렌과 시아와 미르는 옷을 갈아입기는커녕 파티에서의 복장 그대로였다. 방으로 데려가서 시아가 편하도록 옷을 벗겨주며 덤으로 자신의 옷까지 벗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옆에서 나란히 잠을 청하게 되면 바로 다음 날 아침에는 자연스럽게 시아를 냠냠할 수 있게 된다. 그뿐 아니다. 혹여나 옷을 벗기다가 시아가 잠에서 깨기라도 하면 그날 밤은 호강하는 거지. 밤을 얻는 자가 바로 아침도 얻는다!

남자들은 아까보다 더 신중한 자세로 전투에 임했다.

"세리안, 원래 밤은 제 것이잖습니까?"

유렌의 주장에 세르가 곧장 여유롭게 반박했다.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워낙 너희가 시아에게 어필하려드니 나도 조금이나마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게다가 미르헬이 끼어든 지금 와서 그런 약속은 이제 소용없어졌다고 보는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위인 것은 시아를 손에 넣고 있는 미르였다.

"후후, 시아는 지금 내가 데리고 있다구."

이런 낭패가 있나. 강제로 빼앗으려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아가 깨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흔들어 깨워서 시아에게 고르라고 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시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유렌으로서는 차마 피곤한 그녀를 깨울 수 없었다.

세르는 일단 설득 스킬을 사용했다.

"미르헬, 시아가 꽤 불편해 보이는데? 게다가 너는 근육도 별로 없어서 푹신하지도 않잖아. 분명 다음 날 깨면 시아가 아야할거야. 일단 시아를 침대에 잠시 눕혀놓고 마저 얘기하는 게 어떤가?"

하지만 미르는 자신의 유일한 무기이자 방어구이자 보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놓는 즉시 시아의 총애 말고는 여기서 아무런 지위도 없는 그는 오늘 밤 경쟁에서 박탈당하는 것이다.

앙대 그럴순 업서.

초조함을 내색하지 않고 미르는 여유롭게 웃어보이며 최대한 시아가 편하도록 안은 자세를 조금씩 움직였다. 그러자 시아는 잠결에 미르의 따뜻한 품을 바삭바삭 파고들었다. 그 상황에 두 남자의 위협적인 시선을 받은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고 있던 두꺼운 코트를 벗어 시아의 몸에 덮어주었다. 이젠 편해보이지?

"전혀."

"시아가 깨려고 합니다만. 많이 불편한가 봐요."

두 남자는 절대 미르의 편이 아니었다. 미르는 어쩔 수 없이 점유율을 포기하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시아의 방'에 눕혀놓도록 하지. 시아 방은 어디?"

유렌이 먼저 앞장섰다. 그리고 복도 중앙의 시아 방으로 들어갔다. 미르는 처음 와본 그녀의 방 안을 조금 살피다가 방 안쪽의 넓은 자주색 침대에 그녀를 살며시 눕혔다. 유렌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구두를 벗겨 가지런히 내려놓고 불편해 보이는 드레스와 스타킹도 벗겨내렸다. 시아의 하얀 반라가 드러나자마자 미르가 투덜거렸다.

"옷만 벗기면 되지 왜 몸은 만지작거려?"

미르는 이곳의 여자 옷 벗기는 법을 몰랐기에 매우 작은 소리였지만 그래도 유렌은 귀신같이 그의 반발을 잡아내었다.

"그럼 당신은 시아 머리카락에 손대지 말고 머리핀을 풀어 보시죠."

"……."

마침내 속옷을 제외하고 알몸이 된 시아에게 유렌은 얇고 하늘하늘한 잠옷을 가져와 입혔다. 그리고 목 끝까지 폭신한 이불을 덮어준 후 시아를 옆에 놓고. 남자 셋은 제 3차 언쟁을 시작했다.

"이대로 각자 방에 돌아가서 쉬면 되겠네요."

시아와 연결된 옆 방이라는 강점을 가진 유렌의 주장이었다. 세르는 역시 말을 이어받았다.

"좋아. 자네 먼저 들어가 보지 그래? 나는 별로 피곤하지 않으니까 시아를 좀더 보살피다가 갈게."

그 틈을 타 미르는 선수를 쳤다. 어느새 겉옷을 벗고 시아의 옆 자리를 차지하고 누운 것이다. 선빵승리의 법칙에 따라 이미 협상판은 깨지고 말았다.

***

"으, ……응……."

따갑게 비춰들어오는 햇살에 무심코 눈을 떴다가, 사방을 콱 눌러오는 몸의 압박에 놀라서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햇볕의 밝기를 보니 겨울의 한낮이다. 눈이 내린 후의 아침은 유난히 밝았다.

나는 손을 움직이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숨은 더더욱 막혀 온다. 시야가 선명해지자 일단 감당이 안 되는 압박감을 처리하고자 목소리를 냈다.

"……숨막혀."

내 몸을 양팔로 꽉 안고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잠들어 있는 미르부터 밀어내고 싶었지만 오른 팔을 세르가 힘껏 붙들고 있다. 왼손은 유렌의 손에 깍지낀 채 꼼짝도 못하도록 쥐여 있었다. 밤새 뭘 한거야, 이 남자들은!

제발 부탁인데 누가 손, 발, 몸통 중 하나라도 놔줘!! 악! 마이 플라워!! 가장 먼저 잠에서 깬 것은 제일 젊은 현역인 유렌이었다. 유렌은 깔려서 윽윽대고 있는 나를 보고서 내 위에 올라탄 미르를 옆으로 밀어내었다.

"비켜요, 시아 깼잖습니까."

미르가 밀려나자 세르까지 덩달아 깨버렸다. 나는 그제서야 땀에 흠뻑 젖어 달라붙은 얇은 잠옷을 몸에서 떼내며 상쾌한 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할 짓이 못 되는군. 미르는 눈을 비비며 하품했다.

"응 시아 일어났쪄? 그럼 뽀뽀해줘."

애교부린 건 미르였고 선수를 친 것은 유렌이었다. 유렌은 내 머리를 즉시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보드라운 입술로 급히 한번 훑고 의도했다는 듯 혀를 밀어넣었다. 잠에서 덜 깬 혀에 맞닿는 농후한 질척임으로 적셔가며 핥아먹듯이 내 입술을 깨물었다. 보란 듯 깊고도 긴 키스에 내가 숨이 막혀 바둥거리자 유렌은 끝까지 내 입술을 핥으며 혀를 뗐다. 내 입술에 길게 실처럼 늘어진 유렌의 타액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미르는 키스가 끝나자마자 내 허리를 안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미처 물기가 마르지도 않은 내 입술을 두번째로 덮쳤다. 잇새로 미처 삼키지 못한 야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무슨 모닝키스가 이렇게 진해!!!

그걸 본 세르는 자기 차례는 없다고 느꼈는지 먼저 씻고 밀린 일이나 끝내야겠다며 내 방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여긴 내 방이네. 언제 데려온 거지? 쪽쪽 빨아대는 미르의 혀를 밀어내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옷이 땀에 젖어서 축축해…….

나는 옷을 벗으며, 같이 목욕하자고 조르는 두 남자를 방 밖으로 쫓아내고 말했다.

"일단 씻고 나올게. 둘은 각자 방에서 옷 갈아입고 샤워해. ……오늘은 휴일이니까 차례대로 귀여워해 줄게. 괜찮지?"

조금의 먹이를 던져주었을 때 남자는 말을 더 잘 듣는다. 내가 미르-유렌-세르 순서대로 하루 시간표에 줄을 그어 정확히 세 등분시켜 그들에게 보여주자 어젯밤과 달리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밖으로 나갔다. 어제 썼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어젠 너무 피곤했는걸. 나는 일단 목욕하고 엘레스트라와 실프를 사용해 머리를 말린 후 옷을 입었다. 내가 씻고 곧장 속옷을 입는 것을 본 엘레스트라는 아쉽다는 듯이 내 다리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바빠서 엘레스트라를 마셔준 적이 없다. 물이 꽉꽉 차있지 않을까? 음, 마침 목말랐으니 10분정도 마셔주는 것도 괜찮을지도.

"엘레스트라, 잠깐이지만 괜찮아?"

"……기꺼이."

나는 반듯한 그의 이마에서 유려한 콧대, 그리고 매력적으로 도톰한 입술선을 지나 턱까지 손가락을 짚어가며 조근조근 말했다. 그런 내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발그스름하게 귀를 물들인 엘레스트라는 살며시 내 허리를 안아왔다. 그런 나를 뒤에서 강한 팔뚝이 덥석 잡고 끌어당겼다. 흠칫해서 뒤를 보니 어느새 들어왔는지 머리에 물기도 채 말리지 않은 미르였다. 히익, 언제 들어왔어! 미르는 내가 한입 베어먹으려던 엘레스트라를 흘깃 노려보고는 본격적으로 떼쓰기 시작했다.

"시아! 씻기만 한다며! 씻고 바로 온다며! 지금은 내 시간이잖아!"

나 아침밥 좀 먹자…….

"그래도 싫어! 차라리 아침식사는 나로 해! 나도 껍질 벗겨보면 물기 많고 맛있단 말야!"

……레드 드래곤은 보통 건조할 텐데?

차마 드래곤 앞에서 꽃 쟁탈전에 끼어들 수 없었던 엘레스트라는 애끓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르와 약속은 약속이니까 어쩔 수 없지. 나는 엘레스트라의 보드라운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술에 살며시 키스해주었다.

"알았어, 미안, 엘레스트라, 나중에 불러줄게. ……그땐 끝까지 하게 해줄게."

엘레스트라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근엔 본 행위까지 한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나는 엘레스트라를 돌려보내고 미르를 쳐다보았다. 제대로 닦지도 않고, 몸만 씻자마자 나왔는지 붉은 머리카락에서 핏기 같은 물방울이 뚝뚝뚝 떨어지며 카펫을 엉망으로 적시고 있었다. 옷이라고 제대로 챙겨입었을 리 없다. 그냥 셔츠에 대충 바지만 걸쳐입고 바지는 허리끈도 매지 않아 단순히 물기로 다리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급했던가? 하긴 몇달만인데 당연하겠지. 미르 입장에서도 많이 참고 있을 것이다. 나는 웃으며 브러시를 집어들었다.

"나참, 그러고 그냥 오면 어떡해? 머리도 긴데 관리 정도는 하라구. 일단 여기 앉아봐."

미르가 침대에 앉자 나는 실프의 바람을 이용해서 긴 붉은 머리카락을 브러시로 빗어가며 말려주었다.

***

유렌의 방은 바로 옆방이었다. 그리고 그는 우월한 청력을 자랑하는 엘프족의 피를 받은 하프엘프. 즉, 시아의 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대화들이 토씨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유렌의 귀에 들린다는 의미였다.

일부러 엿듣지 않아도 자연히 모두 귀에 들어오게 된다. 유렌은 속이 타서 그냥 귀를 막아버릴까 하다가, 기묘한 흥분감을 불러일으키는 약간의 질투심에 오히려 귀를 쫑긋하며 엿들어버리게 되었다. 시아가 방금 씻고 나와서 아침식사(?)를 하려는데 미르헬이 그거 먹지 말고 자길 먹으라고 떼쓰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식사 대신 남자를 먹어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남자가 돼갖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징그러운 응석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저렇게 막무가내로 떼쓰는 것 좀 봐, 시아가 틀림없이 곤란해할거야! 유렌도 투정부린 적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적정 선을 지켰고, 평소에는 하지도 않았다.

유렌의 기대와는 달리 시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긴 했지만 달래는 듯한 말투로 미르를 받아주었다. 처음 보는 시아의 반응에 유렌은 충격을 받았다. 저, 저런 식으로 시아가 응석을 받아주다니. 유렌으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언제나 오냐오냐하며 키운 오빠인 세리안과 늘 해주기만 하는 남편인 자신 사이에서 자라난 시아라서 언제까지나 유렌에게만 의지하며 귀엽게 앙탈부리기만 할 줄 알았는데, 저런 여왕스러운 면모도 있었을 줄이야. 이건 말도 안 돼. 난 시아를 그렇게 키운 적 없는데! 사소한 것까지 다 챙겨주는 내가 아니면 안될 정도로, 완벽히 내 껄로 길들이려고 했는데! 역시 수컷 주제에 여왕님을 길들이다니, 주제넘은 생각이었을까…….

초조한 유렌의 마음과는 달리 안의 상황은 한창 진행중이었다. 시아가 미르헬에게 머리를 말려줄 테니 앉아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가 여왕님의 머리를 말려드려야지 오히려 여왕님의 시중을 받아? 아무리 생각해도 미르헬이란 녀석, 자격이 없다.

머리가 다 말랐는지 시아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큰 남자의 몸이 침대로 바스락 떨어지는 소리가 곧이어 들렸다. 미르헬이 시아를 껴안고 침대로 쓰러뜨린 것 같았다. 금세 옷이 사각사각하며 마찰되는 소리가 나는 걸로 보아 아마도 옷을 벗는 것 같다. 익숙한 소리. 유렌도 그런 행위를 수없이 해 보아서 무엇이 어떤 소리인지 분간할 수 있었다. 씻고 나왔다면 속옷과 샤워 가운 차림이겠지. 일단 타월 가운의 허리띠를 풀고 어깨에서부터 팔을 빼낸다. 속옷 차림의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과 베게를 이제부터 할 일에 걸리적거리지 않게 한쪽으로 밀어내고 셔츠와 바지를 벗은 후…….

"나 이제부터 쭉 시아랑 있어도 되는 거지? 계속 사랑한다고 말해도 싫지 않은 거지?"

미르헬의 작은 속삭임에 이어진 시아의 반응은 들을 수 없었으나 미르헬이 더욱 더 농밀한 목소리를 내며 옷가지를 침대 밑으로 떨구어갔으므로 그건 분명한 긍정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키스가 이어지는 건지 보드라운 살갗이 닿았다 떨어지는 작고 가벼운 소리만 들렸다. 츕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입술이 열렸다. 살랑 하고 아주 작은 마지막 속옷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동안 맨살을 비비는 소리와 함께 둘의 달콤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미르헬의 목소리는 마치 요부의 그것처럼 색기가 줄줄 넘치다못해 마성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여자를 홀리는 가증스런 낮은 목소리에 유렌은 분한지 자신의 목을 쥐어보았다.

그, 그래도 시아는 내 목소리가 좋다고 해 줬어. 특히 귓가에 대고 말하는 목소리에 느껴버리기도 했지. 내 목소리도 여전히 효용성이 있어.

"오랜만에 보는 시아는 여전히 새하얗고 보드랍네. 먹고 싶을 정도야.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일단 한입 먹으면서 할까나."

유렌은 오랜만이라고 말하는 미르헬의 발언에 그나마 위안을 찾았다. 그래, 오랜만이라고. 그 사이에 시아는 온전히 내 아내였는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던 건 아니지만…….

미르헬이 무엇을 했는지 곧장 아앙 하고 울리는 신음소리에 유렌은 솜털이 바짝 서는 것을 느꼈다.

"응, 미, 미르, 좀더 강하게……, 아앗!"

이윽고 애무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는지 침대 시트가 질질 끌리는 소리와 낮은 울림이 들려왔다. 이리저리 몸을 틀어가며 미르헬은 혀로 시아의 몸을 핥기 시작했다. 애무에 혀보다는 주로 능숙하면서도 강한 자극을 마음대로 줄 수 있는 손가락을 더 많이 사용하며, 혀는 단순히 풀어주고 쓰다듬는 식의 부가적인 부위로 사용하는 유렌과는 대조되게 미르는 서툰 손보다는 부드러운 입술을 주로 사용하는지 쪽쪽 핥핥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당연히 색다른 시아의 반응에 그는 점점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자극적이던 시아와의 정사를 상상하는 것은 당연히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유렌은 묵직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하복부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참을 수 없는 정욕에 허리 아래부터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바지의 버클을 풀고 그 아래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닿기 직전에 멈칫했다. 이제 세 시간만 참으면 시아랑 할 수 있잖아? 게다가 여왕님에게 봉사하기 직전에 자위를 했다는 것을 혹시나 들키기라도 하면, 시아는 내가 구제불능의 성욕과잉 변태라고 생각할테고……. 으으.

그는 일단 가능한한 참아보기로 했다. 이후의 더 큰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강했기 때문이다. 여왕님을 기다리는 것도 애타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시아가 나에게 가르쳐준 즐거움 말이다.

하지만 대놓고 질퍽질퍽한 소리가 한 장의 문밖에서 노골적으로 들려오며 한창 때의 나이인 유렌으로서는 비교적 참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다. 짧은 시간에 몇 번이나 충동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엘프는 가임기(생식 가능한 기간, 즉 한창 때)가 인간에 비해 매우 길다. 신체가 남녀로서 성장하고부터 거의 죽기 직전까지가 가임기였으며 하프엘프인 유렌도 그와 별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엘프는 종족 과잉 번식을 막기 위해 성충동이 인간만큼이나 활발하지 못하고 제어능력도 그만큼 컸다. 전에 유렌이 몇달간을 여자 없이 지냈음에도 아무런 욕구불만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과 시아가 장기 출장을 갔을 때 완벽히 정절을 지킨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그럴 줄 알았는데…….

어째서 고작 세 시간이 이렇게나 참기 힘든 건지.

유렌의 절반의 인간의 피는 질투로 심장이 끓어오르도록 만들었기에 그는 좀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나머지 반의 엘프의 피는 장미를 공유하며 여왕의 소유로서 사랑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들려오는 모든 감각을 그저 주인인 여왕이 선사해주는 관능으로서 받아들였다. 배가 되는 자극에 아낌없이 숨을 내뱉으며 허억거렸다. 지금만큼은 순혈 드래곤인 세리안의 여유가 부러웠다. 세리안은 미르헬의 등장에도 아무렇지 않…….

어, 잠깐. 세리안 때는 시아를 아무렇지 않게 공유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왜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

그건 너희 둘이 소설상 제일 주요남주인것과 관련이 잇찌.

그나저나 전쟁씬……, 이군요.

미르가 재등장한 순간부터 미르파 유렌파 세르파가 나뉘어버렸습니다. 소수의 아젤파들도 꿋꿋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제가 어린 아젤에게 신경써주지 못한 점이 찔리는군요. 아젤은 한참 후에 살짝 설익혀져서 나옵니다만 쇼타가 고프신 분들을 위해 다다음 챕터에 새로운 쇼타 한 마리를 준비해놓을……까요? 음;;; 어떡할까…….

일단 세르는 최고 주요남캐 2인인 유렌과 미르와 달리 그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설정입니다만 오빠어택인지 인기가 상당히 많네요. 주요 남캐는 유렌 세르 미르가 아니라 유렌 미르입니다! 세르는 2등급 (첩) 남자입니다.

1등급 : 본남편(유렌, 미르)

2등급 : 첩(사실상 본남편과 동등한 지위. 세르, 아젤, 슈 등)

3등급 : 자주 먹는 간식(카딘, 라르슈 등)

4등급 : 가끔 먹는 간식

5등급 : 아예 시아에게 간택받지도 못한 남자들. (=시아 취향이 아니거나 수준이 낮은 남자들)

엘릭은 1등급이 될지 2등급이 될지 아직은 모릅니다. 시아도 취향과 식성이 있습니다. 이 소설 기준으로 5등급이라고 해도 우월한 남캐들이 많습니다. 황태자나 흑의 대공 같은 종류요.

블로그에 완결드립이 나오는 바람에 완결까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후 스토리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네타 상관없어! 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자면↓스크롤

(실제로 소설로 쓸 때는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다음 챕터에는 정령왕들의 얘기와 정령 관련 얘기가 나옵니다. 엘리아스(흑의 대공 옆에 있던 금발소녀)에 대해서도 약간이지만 나오게 됩니다.

2. 다다음 챕터에는 시아와 엘릭이 같이 출장가게 되는 스토리가 나옵니다. 물론 단둘이 아니고 다른 귀족들과 함께입니다. 저번 케르타 사신행에서처럼 일하러 같이 가는 겁니다.

3. 다다다음 챕터에는 아마 슈가 재등장할 겁니다. 엘프덮밥도 나오겠죠. 그리고 아마 이쯤이 소설의 클라이맥스가 될듯 하네요.

4. 다다다다음 챕터는 가볍게 쉬어가는 챕터입니다. 시아가 처첩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가는 내용입니다. 음, 외전격이군요.

5. 다다다다다음 챕터에서는 아젤이 재등장합니다. 그리고 연속해서 엘릭 공략 들어갑니다. (이후 비공개)

이쯤까지 구상해 보았습니다. 우왕, 이것만 다 해도 5챕터군요. 진짜 200편 완결 달성하는건가여ㅋㅋㅋㅋ. 크게 스토리에 지장 없는 1번과 4번은 짧게 쓰더라도 주요 스토리가 풀리게 되는 2번과 3번은 무시 못할 분량이군요;; 4번은 어쩌면 빠지게 되고 3번과 합해지거나 외전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이야 뭐 당연히 시아는 여왕이 되어 남자들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정도 되겠군요. 완결 후에는 그 후의 이야기(몇백년 후 등등)도 나올 예정입니다. 몇백살짜리 긴머리 유렌 쓰고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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