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111화 (111/226)

<-- 6. 공작님, 제발! -->

엘릭은 분한 듯 그대로 검을 다시 늘어뜨렸다. 금빛일 한쪽 눈동자를 가린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유렌은 후, 하고 가볍게 한숨을 끊으며 역시 경직된 표정으로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곧이어 환호성이 이어졌다. 기사단 최고 유망주라는 엘릭 레이몬드 경을 신흥 귀족인 유렌 위스피닌 백작이 꺾었다고. 하지만 작게 유렌이 속삭이듯 건넨 말은 뜻밖이었다.

"다음번엔 본 실력으로 결투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본 실력……이, 당연히 아니었겠지. 한쪽은 소드마스터에 정령마법사, 한쪽은 그 위대한 마족이라는 비밀이 있으니까. 그러나, 곧 유렌은 대놓고 쿡, 하고 비웃으며 보란 듯이 큰 목소리로 다 들으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제가 승자입니다. ……내 여자에게 한번만 더 찝적거렸다간 이번엔 정말로 목숨을 걸 각오를 하십시오."

와아, 유렌 멋져, 꺅!! ……라고 말해도 엘릭은 나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좋아할 걸? 게다가 황당해할지도…….

"……."

역시 유렌의 말에 엘릭은 미간을 무섭게 찌푸리더니, 감히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유렌을 화난 듯한 눈으로 응시하다가 고개를 휙 돌려 벗어둔 코트를 낚아채듯 집어들었다. 얼굴에서 빨간 피가 주륵 흘러내리길래 잘 보니 안대 끈과 함께 뺨이 살짝 베였나 보다. 나는 둘 사이에서 쩔쩔매다가 그래도 내가 결투의 주 원인인 것 같은데 괜히 말려들어서 지게 되어 버린 패자인 엘릭을 먼저 보살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손수건을 급히 물에 적셔 엘릭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엘릭. 미안. 얼굴에 상처……."

엘릭은 눈을 내리깔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유렌이 내 눈을 가리고 나를 빼앗듯 자신의 품 안으로 가두었다.

"저 정도로는 안 죽습니다. 저 녀석이 쓸데없이 제 아내에게 접근하다가 혼난 거니 시아가 미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보다 제 상처를 좀 봐주시면 안 됩니까?"

"으, 응! 유렌 많이 다쳤어? 안 아파? 히잉, 내가 치료해 줄게."

나는 유렌이 다쳤다는 말에 흠칫해서 울상을 지었다. 내 눈을 가린 채로 유렌이 보란듯이 엘릭에게 풋 하고 비웃음을 날렸다. 엘릭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엘릭이 매우 화가 나서 내 손 위에 있던 손수건을 휙 낚아챈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손수건은 받아주니 다행이다. 내가 죽이도록 싫은 건 아닌가 보다……. 그냥 죽이기 직전까지 싫은 것 같다.

유렌이 다시 손을 치웠을 때는 엘릭은 이미 가고 없었다. 더 이상 파티를 즐길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나는 유렌이 이번 일로 자신의 실력을 확실히 증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를 보는 기사들이나 귀족들의 눈에 놀라움과 존경이 서려 있었으니까.

나는 일단 여분의 하얀 손수건에 다시 물을 묻혀서 유렌의 뺨이나 손등에 난 생채기와 팔에 난 상처를 조심조심 닦아주었다. 그가 상처난 걸 보는 것은 처음이다. 왠지 심장이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 나는 피가 여전히 흘러내리는 팔의 상처를 계속해서 닦아냈다. 마지막으로 결판을 내기 위해 단번에 파고들었을 때 난 상처였다.

"유렌, 많이 아파?"

잉잉 아파보이잖아. 이러다 상처가 덧나면 어떡해? 유렌 나빠, 왜 다치고 그래, 내껀데!! 깊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경상이었지만 그래도 칼로 꽤 길게 베였기 때문에 따가워 보였다. 유렌은 내가 걱정해주는 게 행복한 듯 웃으면서 말했다.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그치만 시아가 키스해준다면 훨씬 더 빨리 나을 것도 같은데요."

"키스? 응응 해줄게, 어디에 해?"

유렌이 부드럽게 빙긋 웃으며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는 순간, 세리안이 유렌의 상처에 붙어있는 나를 안아서 옆에 내려놓고 그의 팔에 난 칼집을 힘주어 꾹 눌렀다.

"아니, 내가 치료하지. 이래봬도 기사학교에서 응급치료는 배운 적 있거든. 그런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건 좋지 않아."

"……칫."

나 대신 세르가 끼어들자 갑자기 기분이 팍 식은 유렌은 딱 잘라 사양하고 상처 위에 그대로 옷을 입었다. 그, 그렇게 세르가 치료하는 게 싫은가? 응? 세르는 치료 잘 하던데? 세르는 뒤에서 쿡 하고 웃었다.

"그리고 시아 너도 남편이라고 너무 엄살 받아주지 마. 저 정도면 힐링포션 몇 방울로 흔적도 없이 나으니까."

근데 힐링포션은 집에 있잖아! 유렌은 엉망으로 찡그려진 내 미간을 키스로 다시 반듯하게 펴주고는 코트의 단추를 잠갔다.

"전 괜찮습니다. 이 정도 상처는 상처 축에도 들지 않아요. 약 없이도 금방 나으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당신 것인데 흠집내버려서. 라며 유렌은 내 귀에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나는 그 말에 조금이지만 기분이 풀려서 유렌의 옆에 평소대로 딱 달라붙어주었다.

***

이 한 번의 결투로 나와 유렌은 상당히 유명해졌다. 이전부터 유망주였던 엘릭과 막상막하로 싸운 유렌이 서로 라이벌이며 누가 먼저 소드 마스터가 될까 하는 풍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일. 일단은 아무리 둘이 대등하게 싸웠다지만 승자는 유렌이었고 엘릭은 패자. 유렌은 느긋하게 나에게 축배를 권하며 그의 아내가 나라는 사실을 다른 남자들에게 과시했다. 그래서 호시탐탐 내 옆을 노리던 다른 남자들은 순식간에 기가 죽어서 유렌의 눈에 직접 띄지 않도록 조심하며……, 뒤에서 몰래 나를 노렸다. 응? 뭐, 바로 눈앞에서 유렌의 존재를 무시하는 아까같은 상황은 없어졌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그 정도로 내가 남자들에게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인가?

유일하게 이루는 내 옆에서 대공가에 언제 잠입할거냐고 달달 볶았고, 황태자는 유렌 옆에 붙어서 방금의 그 검술이 뭐였는지 대놓고 묻고 있었다. 아니 이 형제들이 왜 이래? 보니까 이번 파티때는 황제도, 셋째 황자와 황녀도 오지 않았고 대공도 한명 빼고는 참석하지 않았다. 기껏 참석했다는 흑의 대공은 자기 애소녀랑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 원래 파티에 진득하니 오래 붙어있지 않는 사람이니 아마 곧 집에 갔겠지. 웬만한 공작가나 쟁쟁한 후작들도 오지 않았고 대체로 신년에는 집에서, 가문에서 조촐하게 파티를 열며 쉬는 경우가 많다더라. 우리 집도 작년에는 집에서 파티까진 아니더라도 저녁 만찬에서 가족끼리 작게나마 신년축하를 했었다. 워낙 촌구석 영지니 파티를 열래야 열 수도 없는걸.

하지만 파티를 매우 좋아하던 이루는 신년파티 때도 가장 큰 연회인 이곳에 참석한다고 멋대로 나돌았고, 황태자는 백의 대공의 언질로 이루 사고 못 치게 하려고 괜히 따라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네 동생들 얘기는 거의 들은 적이 없네. 남동생이랑 여동생이 있다며?"

나는 이루에게 물었다. 황족에 대해서 나도 수업시간에 들은 적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듣는 것과는 다르지. 이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나님에게는 형이 하나 있지. 형은 착해서 어릴 때 나랑 잘 놀아줬지만 지금은 나한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형은 검술을 잘 해."

너한테 지금도 관심이 있으면 황태자 쪽에 문제가 있는 거다. 황태자를 바로 옆에 두고 하는 말이라니.

"그리고 형 다음으로 멋지고 잘생긴 이루님이 태어났고, 내 밑으로 남동생이 있어. 이름은 페트로라고 하는데 사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요양지에서 살았기 때문에 잘 놀아준 적이 없어."

나는 이 녀석을 한대 때릴까 하다가 동생 얘기에 그만두었다. 3황자가 몸이 약하다는 얘기를 할 때 살짝 얼굴에 어둠이 깔렸기 때문이다. 파티에서도 3황자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딱 한번 보았던 3황자 페트로는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한 창백한 얼굴에 매우 마른 몸을 하고 있었다. 황족들은 유전적으로 꽤 우월하게 생겨서 다들 금발에 예쁘고 훤칠한 편이던데 페트로만큼은 병색이 완연한 얼굴에 지친 표정이었기에 차마 미청년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색 바랜 브라운 블론드를 가진 그냥 보통 환자로 보였다. 나이도 훨씬 어려 보이고.

"마지막으로 막내인 셀리아나가 있어.막내인데다 유일한 여자애라 우리 형제들이랑 부모님한테 가장 많이 관심을 받고 자라서 조금 응석이 심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애야."

생각해 보니 황녀 셀리아나는 나보다 두 살이 어렸다. 지금 열 여섯 살이던가. 언제나 귀엽고 여성스러운 드레스 차림으로 또래의 귀족 소녀들 틈에서 예쁜 머리장식이나 보석을 자랑하고, 멋진 남자에 대해 얘기하길 좋아하는 천상 소녀였다. 예쁘장하긴 했지만 그녀의 어머니인 여제와 다르게 당당한 기백과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황녀라기 보다는 단지 귀엽게 생긴 소녀라는 느낌밖에 들진 않았다. 그녀는 충분히 그걸로 만족하는 듯 했지만 말이다.

"그러면 다음 대 황제는 역시 황태자가 되는 거네?"

이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문득 든 생각에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황제가 될 생각 없어?"

"뭐? 황제?"

그래도 제 2황자고, 계승권이 있는데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닐거라고 내가 가벼운 기분으로 질문했지만 이루는 내 말에 상상도 못해봤다는 듯이 경악했다.

"난 그런 직업은 질색이야! 지금 상태로도 하고 싶은 것 다 할수 있고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는데 왜 황제의 자리에 얽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넌 황족이잖아."

"내가 황족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 내 부모님은 나에게 권리에 따른 의무를 자꾸 요구하시지만, 그래도 난 황제는 싫어! 게다가 난 아직 젊고 지금은 황자로서 사는 것도 벅차다구. 내가 생각하기에 내 그릇은 딱 황자까지만인 것 같아. 어, 너 설마 나보고 황제가 되라는 거야?"

……아니.

네가 황제 되면 솔직히 내가 싫을 것 같아. 그래, 넌 황제 하지마. 괜히 멀쩡한 나라 말아먹으면 안되니까. 내가 보기엔 현 황태자 쪽이 훨씬 황제에 잘 어울린다. 많은 귀족들에게 지지도 받고 있고. 나는 이루에게 쳇 하며 중얼거렸다.

"주제에 괜히 황제자리 넘보다가 척살당하지만 마라."

"글쎄 난 황좌는 관심도 없다니까."

그는 킥킥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이루의 거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금방 신경을 껐다. 내가 이 나라에 천년만년 살것도 아니고 조금만 살다가 정령계로 가야 하는데 다음 대 황제가 어떻든 무슨 상관이람. 내가 살 때만 잘 살면 되지 뭐.

이루와 키득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유렌이 계속 어디서 검을 배웠냐고 물어대는 황태자를 밀어내고 내 옆으로 왔다. 세르는 잠시 자리를 비운 채였다. 나는 유렌의 왼팔이 자꾸 신경쓰여서 그에게 말했다.

"유렌, 집에 일찍 갈까?"

"피곤합니까?"

그는 고개를 내 쪽으로 기울이며 부드럽게 물었다. 나는 그의 따뜻한 손에 얼굴을 기대며 말했다.

"아니, 나는 괜찮지만 유렌은 다쳤잖아. 그리고 나 조금 졸리기도 하고……."

내가 아양떨듯이 낮은 목소리로 징징거리자 유렌은 나를 뒤에서 그대로 바삭 껴안고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세리안이 오면 곧 돌아가도록 하지요. 벌써 밤이니까요."

파티는 분위기가 점점 더 무르익고 있었다. 이쯤부터 진짜 시작이다. 하지만 달이 중천을 넘어가면 파티 플로어가 화려해지며 모든 음료가 술로 바뀌게 된다. 나는 늦은 밤까지 파티를 즐긴 적이 거의 없었고, 늦은 밤의 광란의 파티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나는 술에 취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혼자 멀쩡한 정신으로 남들의 만취한 짓거리들을 바라보는 것이 좋을 리 없었다. 그리고 늦은 밤 파티에는 실수와 유혹이 만발한다. 조금 점잖다 싶은 귀족이나 기혼 남녀들은 이때쯤 돌아가지만 짝 없는 남녀들과 젊은 아이들은 이때부터가 진짜 파티인 것이다.

나는 더 놀아달라는 이루에게 쿨하게 작별을 했고 유렌은 내 퍼 숄과 외투를 받아온다며 입구 근처로 갔다. 그 짧은 시간. 설마 그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매우 익숙한, 강하고도 짧게 끊어지는 힘이 내 몸을 일순 바닥에서 들어올리듯 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실제로도 잠시 몸이 허공에 떴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묘하게 익숙한 감각이 내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 후 파묻히듯 반갑게 껴안아버리는 단단한 팔뚝에 감싸였다. 유렌보다 가늘지만 매우 밀도 있고 균형잡힌 근육이 붙은, 모델처럼 긴 팔과 안정감보다는 오직 힘만으로 내 허리를 받치는 큰 손바닥.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큼 눈에 띄는 사람인 것이다. 내 머리 위로 사락 흩어지는 불꽃처럼 새빨간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은…….

파티가 한창인 1월 1일 신년의 눈 내리는 밤. 그것도 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황실 연회장 한가운데. 수백의 제국의 귀족들이 보는 곳에서 나는 불의 연인이었던 사막의 왕과 다시 재회했다.

"여기 있었구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며칠 내내 들은 적 있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변한 것이 없다. 미르는, 미르헬은 버릇대로 내게 아이같은 말투로 줄줄이 자신의 얘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만남이었지만 떨어져 있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미르의 언행은 친근하고 당돌하며 거리낌없었다.

"시렌느 공작령의 성에 찾아갔더니 공작의 대리인은 네가 지금 황도에 있다고 말하더라구! 그래서 바로 황도의 저택으로 갔더니 오늘 밤에 공작은 황실의 신년 연회에 참석했다더라. 그냥 문앞에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역시 네가 너무너무 보고싶어서 바로 찾아와버렸어.어때, 나 잘했지?"

"미……."

나는 작은 소리를 내었다. 경황없는 상태에서, 미르는 자신의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나를 뒤에서 꽈아악 껴안고는 손으로 내 얼굴을 부드럽게 더듬고 있었다. 소맷자락을 보니 그는 담갈색의 코트 차림이었다. 귀족이 외출할 때 입는 고급 외투 같았지만 화려한 파티복은 아니다. 즉 눈에 띄는 옷차림인 것이다. 그리고 내 모습을 본 유렌이 화급히 외투를 건네받고 내 쪽으로 달려왔다.

"……누구입니까? 아니, 그건 상관없고 일단 그 손부터 놓으시지요."

경고와 의심이 가득 어린 말이었다. 유렌으로서는 당연한 말이다. 나는 멍해져서 내 몸을 놓아내리는 미르의 따뜻한 손가락의 감촉을 아쉽게 느꼈다. 하지만 미르는 나를 놓은 것이 아니었다. 대신 뒤돌아 있던 나를 돌려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게 했던 것이다. 미르의 웃음기 어린 딸기사탕 빛 눈동자와 울 듯한 젖은 내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의 투명하고 맑은 눈에 내 얼굴이 비칠 정도로 가까웠다. 미르는 사파이어 단추가 달린 갈색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제국의 복식을 한 미르는 처음 본다. 일부러 나를 만나러 오려고 차려입은 건가. 원래 그의 인간형은 하얀 피부에 고귀해보이는 선명한 붉은 머리카락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사막의 복식보다 북쪽의 옷차림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선명한 긴 속눈썹이 달린 눈꺼풀이 반쯤 감기더니 미르는 내 목덜미 쪽으로 자신의 고개를 숙였다. 곧, 그의 입술이 내 목에 살며시 닿고 그는 버릇대로 내 목덜미를 쭈욱 빨아들였다. 키스할 때 미르는 세게 빨아들이는 걸 좋아한다. 남들 보는 앞에서의 갑작스러운 농밀한 키스는 나와 미르를 지켜보던 귀족들은 물론이고, 내 남편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입술에 키스하는 것보다 더 야한 느낌이다. 키스마크를 새기는 감각은 질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내게 꽤 익숙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목덜미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남긴 그는 자랑하듯 나를 다시 껴안고 말했다. 의도한 것이었나 보다.

"나랑 결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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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미 결혼했어 자기야 이러지마.

전전편 엘리아스(금발 소녀)가 물의 정령왕?

아닙니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은 저번에 등장했고 남자입니다. 그리고 엘라임이라면 한번 만난적 있는 시아가 못알아볼 리 없죠. 엘리아스가 '당신과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라고 말한 걸로 보아 의외의 만남이었다는 의미겠죠.

엘리아스는 세리안도 말했듯 그냥 '인간'입니다.

사상 문제나 황위계승 같은 문제는 복잡해서 적기 귀찮지만ㅠㅜ

그래도 전개상 억지로 깔아봅니다. 이런것도 많이 써 봐야 경험이 되겠죠 그렇겠죠ㄷㄷ…….

물론 소설의 원래 목적이 남자수집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언급되지 않을 내용입니다. 시아는 그냥 현 세태에 휩쓸려서 남자만 수집하면 됩니다! 원래 그런 소설이니까요!!

p.s. 이렇게 글을 자주 쓰는데... 덧글만 달아주시면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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