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공작님, 제발! -->
*원본은 노블 22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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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 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저녁의 충실함은 내내 이어졌다. 매일 밤마다 나긋나긋한 허리를 껴안는 단단한 팔과, 내 온몸을 스치는 부드러운 입술을 몸이 기억해버려서 이제는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펜 끝을 물며 멍하니 꽃병을 쳐다보았다. 결혼식 때 잔뜩 쓰인 조화들은 처분이 곤란해져서 실내의 모든 꽃 장식을 조화로 쓰게 되었다. 조잡한 가짜가 아니라 전부 진짜와 흡사하게 만들어진 비싼 조화였기 때문에 공작가의 꽃장식으로서 충분히 어울렸다.
결혼식 후 한달. 유렌은 일이 익숙해져서 자기 일은 금세 끝내놓고 자주 내 집무실에 찾아와서 내 일을 돕거나 저녁마다 방 사이에 있는 문이 무색할 정도로 시도때도 없이 드나들었고 침대가 두 개인 게 아깝도록 매일 붙어서 잠들었다. 세르도 그 횟수는 마찬가지였다. 유부녀라 그런지 새삼 몰래 하는 애정행각이 더 새콤달콤하게 느껴졌기에 세르와 노는 것도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 역시 티 타임은 좋아한다. 간식 여러가지를 섞어 먹는 것도 좋아하고.
오늘도 간식을 너무 먹은 것 때문인지 몸이 축축 늘어져서, 오늘 일은 이만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달 내로만 처리하면 되는 서류라서 급한 일도 아니다. 내가 펜을 내려놓자마자 네리아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며 전했다.
"세이시아 님, 목욕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응, 알았어."
나는 방으로 돌아가 혼자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욕실의 습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몸의 라인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린 연분홍색 실크 속옷이 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마지막 속옷까지 벗은 후 욕조에 발을 담갔다. 머리 말리기도 귀찮고, 머리는 오늘 밤에 목욕하고 유렌이 말려줘야 하니까 지금은 긴 머리카락을 틀어올려 묶은 상태였다.
"우응……."
찰방거리는 물 소리가 멎고 꽃턱까지 따뜻한 물 속에 잠기도록 욕조 속으로 앉았다. 나른하게 섬유질이 풀어지는 것 같은 감각에 취해 나는 욕조에 등을 기댄 채 한숨을 내쉬었다. 타일 천정에 똑똑, 하고 수증기가 모여 물방울로 떨어지는 것이 들렸다. 입욕제를 탄 오렌지색의 물을 손으로 모아 보았다. 물은 오렌지색인데 손에 모인 것은 투명해 보였다. 다시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와버리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며 엔다이론을 불렀다.
"엔다이론, 나 씻겨줘."
언제나처럼 푸른 색의 물뱀 두 마리가 나왔다. 나는 멍하니 욕조 밖 타일바닥 위에 앉아 엔다이론이 비누를 꼬리로 끌어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았다. 연한 색 엔다이론이야 원래 변태이니 그렇다 쳐도 진한 색의 엔다이론은 이제 몸을 씻기는 데 익숙해져서 어느정도 능숙하게 목욕시중을 들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매끄러운 물비늘을 솔처럼 세워서 내 다리를 거품내 닦아주었다. 솔이라기보다는 오돌거리는 고무 돌기 같았지만 엔다이론의 비늘은 스펀지보다 훨씬 보드라워서, 연약한 내 꽃잎 표면에는 굉장히 좋은 목욕도구였다. 나는 문득 씻어야 하는 곳이 생각나서 마침 다리를 타고 올라오던 연한 색 엔다이론을 덥석 잡았다. 연푸른 껍질은 물로 만들어져 젤리처럼 말랑해 보였고, 진한 푸른 색 눈동자에는 눈꺼풀 대신에 막이 덮혀 있었다. 입속에는 이가 촘촘히 나 있었는데 그 이빨 역시 물이라서 끝이 뭉툭하고 말랑말랑했다. 만지면 걸리는 곳 하나 없는 부드러운 엔다이론의 본체는
(노블 중략.시아가 목욕시중을 들던 엔다이론 중 변태 엔다이론을 갖고 놀다가 역전당해서 뱀촉수에 야한 짓을 당하려던 도중, 시아의 도움요청에 엘레스트라가 나타나고 사실 그 변태 엔다이론은 플로라님 하악 하악 하며 언제 접근하나 노리고 있던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 위장한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엘레스트라가 밝혀버리는 내용입니다.)
물뱀의 모습이 아니라, 연한 청은빛의 머리칼을 한 예쁘장한 소년이 내 허벅지를 어깨에 받쳐 들고 허벅지 안쪽을 붉은 혀로 할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이라기보다는 거의 열아홉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청년과 비슷한 정도였지만 앳되어 보이는 하얀 뺨과 눈꼬리가 약간 치켜올라간 커다란 편인 눈 때문에 얼굴만은 어려 보였다. 이, 이게 본래 모습이야?
……랄까, 에, 엘라임??
"엘라임?!"
물의 정령왕 말하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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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의 불규칙적인 출몰에 울고계신 분들이 있군여. 요새는 비축분이 충분하지 못해서 언제 노블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최근에는 자세한 예정을 말씀 못드렸습니다.
가급적 예측이 된다면 노블이 언제 나오니 최대한 그때 몰아서 노블 봐달라고 작가말에 적어놓지만 비축분이 없거나 전개가 부정확하면 그런 말도 차마 못합니다. 틀리면 혼나잖아여ㅜ. 일단 이번에는 이걸로 노블연행진은 끝입니다!
굳이 예정 스케줄을 말씀드리자면, 이제부터 미르 등장이 나오는 파트까지는 노블이 없습니다. 약 몇화 후에 미르가 시아를 찾아오고 조만간 노블이 한두화 정도 있을 법은 한데 큰 비중은 아니고, 또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전에 외전은 노블이고, 외전 후 바로 요다음 챕터의 초반부분도 노블이 없습니다. 다음 챕터 후반부에 노블이 한두 편 나올 예정이고, 다다음 챕터 초중반부 역시 노블 예정은 없습니다. 다다음 챕터 중반부부터 노블이 조금 있을 예정이고 그 후에는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이벤트적인 노블이 나올수도 있지만 한두 편 정도일듯 해요.
음, 노블 표를 제작해서 공지에 띄워야 하나?
덧, 최근 있었던 두 번째 신고크리 땜에 이제부터 자잘한 야한 장면도 다 노블로 적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런 미천한 꽃을 봐주시는 독자님들을 위해 지뢰를 안고 비 노블 기간동안은 서비스신을 많이 넣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서비스신은 일부러 수위를 약간씩 내릴거에요ㅠㅠ
신고 싫어여.
신고당해도 전 결코 죽지 않으니 신고해도 소용없습니다!! 신고당한 직후 선작수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일주일이면 다 회복되지롱! 그리고 선작수 3천 이상은 이미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떨어져도 별로 슬프지 않음ㅇㅇㅠㅠ. 그건 아마도 신의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