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97화 (97/226)

<-- 6. 공작님, 제발! -->

*이번 편도 저번에 이어 생략된 부분은 노블 18회로!

*맛보기를 전부 삭제했습니다! 왜냐하면 신고가 들어와서 운영자님이 98편 부분이 수위에 걸렸다고 쪽지보내주셨거든요 ㅠㅠ 그래도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서 다행이에요. 삭제 수정했으니 이번 편은 전부 노블에서 봐주세요 ㅠㅠㅠㅠ

"흐응……."

그가 평소에 말하던 대로 내가 가벼운 한숨을 쉬며 하얀 침대시트 위에 누워 중얼거렸다. 침대 위엔 여기저기 뜯겨진 빨간 비단 끈이 흩어져 마치 하얀 바탕에 장미꽃이 흩뿌려진 듯한 시각적 자극을 주었다. 세르는 긴 은발머리를 하나로 모아 젖히며 땀이 흐르는 내 허벅지를 핥았다.

몸에 힘이 빠져서 허리가 잘 일으켜지지 않았다. 가만히 복숭아빛으로 군데군데 물든 내 줄기와 잎을 내려다보며 나는 다시 한번 몸을 옆으로 뒤집어 침대시트를 끌어들였다.

"시아, 좋았어?"

"으응."

세르의 질문에 나는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후우, 뭔가 굉장히 달콤한 기분이었다. 그후 사무실에서 내방 침대로 나를 데려간 세르는 몇 번을 천천히 나를 데리고 만지작거리며 놀아주었다. 그러고 보니 세르와는 이렇게 느긋하게 함께 보낸 것이 처음이다. 나는 세르의 팔을 베고 누워서 그가 쓰다듬어주는 손에 몸을 내맡긴 채 작게 말했다.

"나 졸려……."

"응, 벌써 한밤중이네. 피곤해? 아침까지 팔베게 해줄 테니까 이대로 자도 돼."

해 지기도 전에 시작해서 한밤중이라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갔나 보다. 세르는 팔베게를 하고 있지 않은 다른 팔로 힘이 빠진 내 허리를 감아쥐고 내 몸에 딱 밀착해 붙었다.

"이제부터 결혼식 전날까지는 오빠랑 같이 자는 거야. 들키게는 안할 테니까, 여동생을 뺏기기 싫은 오빠의 질투라고 생각해도 좋아."

나직한 그의 속삭임에 나는 작게 웃으며 그의 넓은 가슴에 파고들었다.

***

나는 응접실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고 거의 하얗게 질린 채 서 있었다. 자락이 길게 늘어지는 순백색 드레스는 순수하게 비단과 다이아몬드로만 만들어진 전통 드레스로서 몸에 딱 맞는 라인에 아래쪽이 길게 퍼지는 형태였다. 게다가 추가적인 장식이 굉장히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아마도 예물에 맞춘 것이 아닐까 싶다. 카덴에서 결혼 예물은 굳이 반지가 아니라도 된다. 오히려 잘 빠지는 반지보다는 고정되어 있는데다 행동에 불편하지도 않는, 귀걸이나 발찌처럼 가급적 몸에서 잘 떼지 않는 것을 예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결혼예물은 당연히 목걸이었다. 오늘이 바로 내 결혼식 결혼식 결혼식 결혼식……. 일단 오빠는 대리 저택주로서 손님을 맞아야겠기에 나 혼자서만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신부 대기실 대용인 것이다.

아젤 님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바로 어제 떠나 버렸다. 배웅이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세르는 아젤 님이 맡아야 하는 사서 자리를 잠시 비워 놓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아젤이 남긴 편지에는 건강히 잘 지내라는 말과, 선물이 담겨 있었다. 아젤 님이 즐겨 마시는 고급 녹차잎 한 통이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 분명 떼를 써서 들어온 것이 분명한 이루가 해맑게 웃으며 들어왔다. 신부 대기실에는 도우미나 들러리를 제외하고 신부와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여자만, 신랑 대기실에는 친한 남자만 들어올 수 있다는 규칙을 가볍게 무시하고 쳐들어온 그는 꽃다발을 한아름 안기며 말했다.

"결혼 축하해! 이걸로 한 명의 미녀가 품절이라니 너무 아쉽지만 말야."

결혼한다고 꼭 품절되는 건 아니지만, 하고 그가 살짝 덧붙였다. 결혼하고서도 나랑 놀자는 의미였지만,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난 공구품이냐? 쳇.

게다가 이 녀석, 결혼식에는 신부만 흰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규칙을 어기고 자기가 흰 정장을 입고 와버렸다. 속의 셔츠와 조끼는 원색이었지만 외투가 눈처럼 새하얬던 것이다. 그런데 남자에게도 그런 규칙이 있던가? 그리고 곧 뒤를 이어 내 유일한 귀족 여성 친구인 플라니아 공녀가 진한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결혼 선물과 함께 왔다.

"축하해요."

그녀는 왠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설마 이제 라이벌이 없어졌다고 안심하는 거야? 누굴 상대로? 제국 2대 미녀의 명성이나 혹은 플라니아 공녀가 짝사랑하는 그이에 대해서?

하지만 나는 그녀가 들고 온 선물에 더 정신을 빼앗겼다. 크고 예쁜 보석함이었다. 나는 이루에게 그가 준 꽃을 돌려주며 말했다.

"너도 이런 거 말고 더 비싼 걸로 좀 가져와. 선물이 이게 뭐냐? 꽃은 여기도 많다구."

내 말에 그는 훗 하고 웃었다. 평소의 이루답지 않게 쿨한 웃음이었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작은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그럴 줄 알고 선물도 가져왔지! 자, 이거 비싼 거라구. 잘 써야 해. 양이 많긴 하지만 혹시 더 필요하면 '만월의 향기'라는 가게로 가면 팔거야. 마음에 들면 또 사서 써."

뭐지? 뭔가 묵직한 게 혹시 먹을 건가? 나는 두꺼운 상자를 열고 안에 든 불투명한 병을 꺼냈다. 흰색의 속이 비치지 않는 유리병 속에 크림색에 가까운 반투명한 액체가 들어있었다. 뚜껑을 열고 병을 흔들어 보니 미묘한 꿀 향기와 함께 젤리나 스프 같은 내용물이 흐느적거렸다.

화장품인가? 이게 뭐냐고 묻는 듯한 내 시선에 이루는 히죽 웃어보였다. 안에 설명서가 들어있긴 했지만 그는 간단히 내 물음에 답해주었다.

"몸에 바르면 돼. 먹어도 해는 없지만 별 맛은 없다더라구."

아마 꿀이 들어간 화장품인가 보다. 달콤한 향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고맙게 선물을 받아주기로 했다. 그 밖에 몇몇 귀족들이 더 찾아와서 결혼 선물을 건넸다. 축의금 명목으로 뇌물을 바치는 하급 귀족들도 있었지만 나는 축의금은 유렌에게 주라며 봉투도 열어보지 않고 들려보냈다. 유렌이 알아서 하겠지 뭐. 게다가 혹시 받더라도 유렌이 받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결혼자금은 거의 유렌이 번 돈으로 충당했으니까.

어차피 결혼할 사이고 내가 해도 상관 없었지만 그는 결혼식만큼은 자신이 준비하고 싶다고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식장 준비나 예산정리를 도맡아서 했다. 그러니까, 결혼식장의 모든 장식용 꽃은 조화였다. 실제 꽃보다 훨씬 비싸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화. 즉 이 결혼식장에 진짜 꽃은 오직 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침내 초조함 속에서 시계가 째깍이며 흘러가고 손님들도 다 식장으로 가서 조용해진 응접실 안에 네리아와 다른 시녀들이 문을 두드렸다.

"세이시아 님, 곧 시작합니다. 화장이랑 드레스를 다시 다듬어 드릴게요."

긴장된다. 분명 결혼 얘기를 꺼낼 때는 태연했는데, 앞으로 달라질 생활을 생각하니 기대감 반 불안감 반이다. 우엑, 어지러워. 내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붉은 비단 위를 걸어가게 될 생각을 하니 현실감이 없다. 그래,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기에 긴장되는 것이다.

그치만 유렌도 있고 오빠도 있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유렌은 내가 선택한 나의 첫 번째니까 그것도 괜찮아. 마음을 다잡고 베일을 머리에 쓴 후에 치맛자락을 질질 끌고 나섰다. 왕국 시절에는 얼굴을 가리는 것이 베일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결혼식의 신부 머리장식 정도로 바뀌었기에 눈앞을 가리는 것이 없어 그나마 홀가분했다. 하지만 나는 예식장 홀 입구 앞에 선 순간 베일이 얼굴을 가리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돌겠네, 온통 하얗잖아.

결혼식에 초대된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일순 나를 향했다. 그리고 부드러운 음악이 연주되었다. 핑크색 분위기에 화사한 날씨, 은은하면서도 우아한 장식들과 꽃 조각이 흩날리는 최고의 호화 결혼식장이었지만 지금 내 눈앞에는 그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진짜로 결혼한다는 사실이 너무 늦게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긴장해서 앞으로 걷지 않고 주춤했다. 나는 성주인 여공작이었으니 인도해줄 남자 친척도, 오빠도, 아버지도, 들러리도 없었다. 그리고 유렌은,유렌은 어딨지?

유렌은 역으로 단상 위에서 아래로 걸어왔다. 갑자기 덥석 안기는 느낌과 함께, 한달여만에 만나는 유렌의 단단한 팔과 익숙한 향이 몸을 감싸왔다. 그는 멍하니 있는 나를 안고서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단상의 주례 앞에 나와 둘이서 도착한 그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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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는 품절녀 아님! 공구품임!

여왕님은 모셔가는게 예의라능.

그런데 신사력이라는 게 뭔가요? 신사력 충전? 처음 듣는 단어인데 검색해봐도 나오질 않아orz..

덧글 달아주시는 남자분들(로 추정)이 계시는 걸로 보아 어느정도는 남자들이 보고 있는 소설같군여. 남자에게 아주 거부감은 들지 않는가봐염. 아닠 서비스씬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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