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95화 (95/226)

<-- 6. 공작님, 제발! -->

***

"어째서……."

어째서 받아들인 거야! 이 나쁜 유렌! 너무해!! 나는 방금 결심한 것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내 밑을 벗어나 백작 작위를 받은 유렌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이를 갈았다. 흥! 이제 더이상 그가 내 첩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뭔가 허전하고, 쓸쓸하고, 벌써부터 외로웠다. 이제 나랑은 관계 끊고 다른 여자랑 노닥노닥 할거란 말이지? 나랑은 안 놀거란 말이지?

물론 유렌이 그럴 리야 없고, 나도 그런 말을 하며 질투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싫은 것은 싫은 거였다. 유렌은 무조건 내꺼야, 절대 남 못줘! 다른 여자한테 눈길도 못 주도록 조종해버릴거야! 나는 급 밀려들어오는 허전함에 안절부절 못하고 저쪽에 있던 세르를 붙잡았다. 세르는 갑자기 왜 그러냐는 듯 다정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손톱을 깨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제가 이제 연회를 즐기라는 말만 끝내고 사라지자 백작 작위를 받은 젊고 유망한 실력자에게 지금껏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마저 접근하고 있었고, 기회를 노리던 여식들까지 전부 유렌에게 한번 말을 걸어보고자 안달하고 있었다. 왠지, 지금의 유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지금까지의 그는 오직 나만의 유렌이었는데.

그런 내게 유렌이 예쁘장한 소녀의 인사말을 뿌리치고,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거는 것도 다 제치고 곧장 다가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는 세르의 팔을 끼고 그를 차마 올려다보지 못해서 세르의 몸에 얼굴을 기댔다. 세르는 눈을 내리깔며 내 어깨를 감싸안아주었다. 역시 첩 보다는 가족이 최고야. 진짜야. 진짜라구 잉잉ㅠ.

하지만 그런 세르를 슬쩍 내 곁에서 밀어젖히며 유렌은 내 곁에 섰다. 나는 숨을 들이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유렌 위스피닌 백작, 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검은 칼라와 연한 푸른 빛의 타이. 그리고 내게만은 따뜻해 보이는 녹색의 눈동자. 분명 아까와 달라진 점은 없는데 틀림없이 지금의 그와 아까의 그는 달랐다. 당연하겠지. 소드마스터인 그에게 이런 지위는 당연히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아니야, 유렌은 내꺼란 말야! 소드마스터이기 이전에 내 거라고. 하지만 이젠 비공식적으로도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우울하다.

사실은, 이렇게 될 바에야 나는 영원히 그가 내 첩실이었으면 했다. 유렌이 기사가 되는 것 따위는 바라지 않았다! 어째서 진작 말리지 않았을까, 하고 지금의 나는 후회했다. 유렌은 분명 내 그런 이기심도 전부 받아주었을 텐데. 그리고 나는…….

"왜 이런 곳에 계십니까? 아까 그 자리에 있지 않고……."

유렌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백작이라니. 유렌 백작. 익숙하지 않은 어감이다. 그는 웃고 있었다. ……어째서? 유렌은 조금 어색하게 웃더니 곧이어 딸각, 하는 소리와 함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뭐지? 그리고 단번에 내 머리위로 뒤집어씌웠다.

"???"

"가만 계세요."

조용히 내 목을 끌어안고 무언가 목 뒤에서 달칵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흠칫했다. 맨목 위에 미묘하게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서툰 손길로 그가 나에게 씌워준 것은, 목걸이였다. 내가 갖고 싶어했던 붉은 보석의 목걸이. 그것도 내 머리색과 닮은 연한 분홍빛이었다. 이런 보석도 있었던가?

눈부시도록 화려한 보석 목걸이는 틀림없이 한두푼 짜리가 아닐 터였다. 어떻게 이런 걸 구했던 거지? 마치 홀 전체를 밝힐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그 목걸이는 수십 캐럿은 될 것 같은 둥글고 연한 붉은 보석이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하얀 은빛 금속으로 감싸여 있는 모양이었다. 투명하거나 붉은색의 자잘한 다이아몬드가 그 옆에 붙어 있어 훨씬 더 화려해 보였다. 그 목걸이를 보고서 주변의 파티드레스를 입은 귀족 여성들은 손수건을 물어뜯었다. 저거, 드워프제잖아, 완전 부럽다, 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워프제라니, 이게? 어쩐지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다더니. 그렇다면 설마 유렌은 이 목걸이를 사러 그곳까지 다녀온 거야? 루페닌 왕국은 드워프가 인간의 제작의뢰를 받아주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라고 목걸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유렌은 멍하니 현실도피를 하는 내 머리카락을 쥐고 목걸이 위로 가만히 정돈해주었다. 그리고 곧장 내 품 안에 가득 들어오는 흰색의 아사와 벨벳 리본에 감싸인 하얀 장미 백 송이. 나중에 알았지만 진짜 꽃을 죽여서 그 시체를 꽃인 나에게 선물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고 느꼈는지 꽃들은 전부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화였다. 목걸이 사고 남은 돈을 탈탈 털어서 꽃을 준비한 셈이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들이밀어진 꽃잎 한 잎 한 잎을 아련히 세고 있는 내게 그가 말했다.

"이제 약속대로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뿌듯함이 가득 들어있는 목소리였다. 이 꽃잎은 약간 찌그러졌네. 펴주고 싶어. 이 꽃잎은 너무 겹쳐졌어. 그런데 유렌이 뭐라고 말했더라? 그는 녹을 듯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 손으로 간신히 꽃다발을 흠뻑 껴안은 나는 낑낑대며 꽃을 다잡느라고 유렌의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 잎이 뭐가 이렇게 많아!!! 다시는 장미꽃 백 송이 따위 받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거야. 유렌의 얼굴이 안 보일 정도잖아.

한참을 무릎 꿇고 앉아있다가 그는 내가 반응이 없자 의아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아 님. 대답은?"

그는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내게 물었다. 갓 태어난 새끼 도토리가 놀라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나는 아찔한 기분에 그대로 고개를 내리깔며 흰 장미꽃에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유렌은 내 얼굴을 보고 장미꽃을 묶은 커다란 리본이 짓눌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꽃을 든 나를 끌어안았다.

내가 아주 조금,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

후후후. 이히히히히. 에헤헤헤헤헤헤.

나는 헤죽거리며 장미석 목걸이를 껴안고 침대에서 뒹굴었다. 목걸이 진짜 예쁘다. 퓨퓽. 어제의 그 청혼은 유렌의 백작위 상승과 함께 사람들의 입에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도도한 시렌느 여공작이 눈물을 떨굴 정도로 감동적인 프로포즈였다던가, 유렌이 사실은 엘릭의 라이벌로서 엄청난 실력자였다던가, 여러가지 말이 많았고 그에 더불어 유렌의 과거사까지 일부 소문으로 퍼졌다. 하지만 나는 쿨하니까 신경 안쓴다.

그 장미꽃을 준비해 준 사람은 세르였다고 한다. 세르도 인정한 결혼이니만큼 꽤 빨리 진행되어 부모님에게 결혼한다는 서신을 보내고 유렌의 영지 대리인을 보내고 저택에 그의 방을 새로 마련하게 되었다. 수도에서 여제가 종종 초대에 응해달라고 한데다가 나 자신도 수도에 익숙해졌고 게다가 이루와 약속까지 했다 보니 당분간 내 영지로 내려갈 계획이 없게 되었고 결혼식도 수도에서 하기로 했다. 유렌이 머무는 곳은 별관에서 안방으로 바뀌었다. 원래 저택의 방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 중간에 같은 크기의 큰 방이 몇 개가 있다. 당연히 저택 주인과 그 배우자의 방이었다. 제국에서는 부부가 한 방을 쓰는 일이 없어서 대체로 서로 붙어있는 방 두개가 부부방인데 그곳만큼은 자기 취향대로 꾸미게 된다. 그러니까 내 바로 옆방이 유렌 방이란 말이지. 저택의 하인들과 하녀들이 방을 새로 장식한다고 분주한 게 옆방의 나에게까지 들려온다. 유렌도 영지가 있긴 했으나 일단은 나랑 이곳 수도에서 같이 살기로 정했다.

하지만 지금 유렌은 그 방에 없다. 어디 있냐 하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멀리, 별관 한구석에 머물고 있었다. 제국의 풍습 상 결혼이 결정되면 둘은 결혼식 당일까지 만남을 자제해야 한다. 이 풍습은 하르아이나 제국이 성립되기 전의 프레이언스 왕국의 전통에서 따온 것인데 혼전순결을 중시하던 프레이언스 왕국에서는 결혼이 결정난 두 남녀가 만나서 사고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의 그 둘은 첫날밤까지 비공식적으로 따로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굳이 프레이언스 왕국이 아니라도 보수적인 관념을 지닌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혼풍습이었다. 제국에서는 지키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지켜서 손해볼 일은 없으므로 귀족들에게 지키기를 권장하고 있다. 거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결혼 풍습이다. 혼전순결은 개뿔. 유렌 보고싶어……. 유렌 대신 유렌이 결혼예물로 준 목걸이나 계속 봐야지. 유렌도 지금 바쁘겠지? 아마 처음 백작이 된 거니까 여러가지 습득해야 할 사항이 많을 것이다. 물론 그는 천재니까 그 정도는 금방 배우겠지만.

나는 괜히 들떠서 그가 어제 청혼하며 준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이 보석은 장미석이라는 보석이라고 했다. 내가 아는 장미석과는 좀 달랐지만, 유렌 말로는 마법이 걸려서 그렇다더라. 그것도 엘프의 마법 말이다. 반짝이며 반사되는 분홍빛은 진짜 장미꽃의 연한 분홍색 속살 같았다. 매일매일 걸고 다니고 싶었지만 닳을까봐 아까워서 벨벳에 감싼 후 보석함에 곱게 접어넣어 놓았다. 그러다가 5분도 채 못 되어 다시 그 예쁜 색의 조화가 보고싶어져서 또다시 꺼내서 벨벳으로 보석 표면을 쓰다듬다가 질리면 도로 넣어놓고, 또 금세 다시 목걸이를 꺼내서 본다. 얇은 사슬로 된 목걸이 끈도, 부가적인 장식들도 하나하나 섬세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드워프제라고 할까나.

그런데 드워프제 반지를 전에 선물받은 적 있었지. 분명 여행용 짐에 그대로 감싸여 있을 텐데. 찾으려고 했지만 나는 귀찮아져서 포기했다. 잘 있겠지 뭐. 그 반지도 상당히 예뻤기 때문에 다음 연회에는 그걸 끼고 나갈 생각이었다.

나는 목걸이를 보고 행복해하다가 누군가 문을 두드리자 목걸이를 급 집어넣고 반듯하게 앉았다. 공작 행세도 숙련된 것이다. 나를 부른 것은 네리아였다.

"세이시아 님, 휴이든 남작부인을 제 2응접실로 모시고 있습니다."

나는 나가려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휴이든 남작부인은 왜……?"

"백작님의 말씀으로 호출했습니다. 웨딩 드레스를 빨리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네리아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나는 속으로 꺄아 하고 행복에 겨워 외쳤다. 유렌이 재단사 불러준거야? 웨딩드레스 맞추라고? 앙 너무 좋아, 이게 바로 결혼한 후의 생활이구나!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괜히 들떠서는 새로움을 맛보았다. 유렌이 공자가 아니라 백작이라고, 그것도 예비 내 남편으로서 행세하는 것을 보는 건 색달랐고, 게다가 기분도 괜찮았다. 모든 결정권은 내가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자잘한 일들은 세리안이 해주거나 내가 직접 해야 했지만 이제는 남편인 유렌이 챙겨주는 것이다.

금발머리를 우아하게 틀어올린 휴이든 남작부인은 나를 보고 호호 웃으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나 자신도 제국에 공을 세웠고 게다가 뛰어난 실력을 여제에게 인정받아 백작이 된 앞날 창창한 남자와 이제는 결혼이라니, 가문에 있어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다. 나야 별 실감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주변에서는 전부 부러워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유렌과의 결혼도 전부 시렌느 공작의 수완이라느니 하는 얘기도 있었지만, 괜히 나서서 부정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자그마치 세 시간을 소비해 웨딩 드레스의 디자인을 골랐다. 나는 그제서야 붕 떠있던 환상에서 조금 내려올 수 있었다. 결혼이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한 탓이다. 유렌과 결혼하고 싶어서 한 것은 맞지만 결혼 준비라는 게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작업을 전부 내가 도맡아 해야 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게다가 겨울을 싫어하는 나는 결혼식을 겨울까지 끌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봄까지 기다리려니 유렌이 초조해했기 때문에 바로 한달 후 장미가 열매맺는 가을에 치루기로 하다 보니 더 바빴다. 드레스가 이것도 저것도 다 예뻐 보여서 상의 모양을 정하는 것, 색을 정하는 것(여러 가지 느낌의 백색부터 분홍색 도는 흰색, 아이보리색, 등 웨딩드레스 색도 많더라.), 드레스의 미세한 길이를 조정하는 것 하나하나가 전부 복잡했다. 드레스의 모양을 오늘 정하고 내일은 그에 적합한 천을 골라 제작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럼 공작각하, 내일 뵙도록 해요. 이번 드레스 작업이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 제국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걸고 가장 예쁜 드레스로 만들어 드릴게요."

휴이든 남작 부인은 그렇게 인사하고 내일 온다며 웃으며 나섰다. 그렇네. 휴이든 남작부인은 미혼 처녀와 소녀들의 옷밖에 만들지 않으니까 결혼을 하면 더 이상 만날일이 없겠구나. 그 옷들 너무 예뻤는데 아깝다 쩝.

……라는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유부녀로서의 예법과 결혼생활에 대해 어머니께서 보내온 긴 장문의 편지를 외우다시피 해야 했다. 마법 통신으로 전달된 편지다 보니 하루만에 빨리도 도착했다. 사교계에서 처녀와 유부녀는 처신 방법이 다르다. 일단은 결혼했다는 것만으로도 비록 어려도 한층 더 높은 지위로 대접받는 것이다. 총각과 유부남이 해야 하는 예법이 다른 것도 그와 똑같다. 미혼이었을 때와 큰 차이는 없지만 이성을 대하는 점이나 티타임 말상대 등에서 좀더 세세한 변화가 요구된다. 물론 요즘에는 결혼을 해도 처녀 적과 다름없는 사교계 생활을 하는 여자들이 대부분이었으므로 이 예법은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취급받고 있지만 그래도 유부녀임을 부각시켜야 할 때는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결혼한 남자는 타이의 색이 어두운 색이어야 하고 결혼한 여자는 목이 긴 장갑보다 목이 짧은 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원칙들도 많았다. 결혼생활, 즉 집안일의 분배나 예산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설명해서 편지를 보내 주셨고 게다가 어머니는 남편을 복종시키는 법에 대해서도 세 장이나 써서 동봉시켰다. 결혼은 보통 부모님이 도맡아서 일을 진행시키지만 지금은 내가 가주이니 일선에서 물러나신 부모님께 조언만 구할 뿐 모든 일은 내가 해야만 했다. 유렌은 아마 새롭게 백작이 된 일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결혼생활에 대한 예절은 물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백작이자 유부남으로서의 예법에 대해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좀 까다로울 것이다. 대개 작위나 집안, 지위 등이 낮은 쪽이 높은 배우자에게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혼 일만 하더라도 유렌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인지 세리안은 예산 정리를 하던 도중에도 유렌에게 가본다고 종종 자리를 비웠다. 하룻밤 새에 급속히 쏟아진 결혼 준비로 정신이 없는 와중, 또다시 네리아가 내게 전한 말 중에서 이런 것이 있었다.

"세이시아 님, 현자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아 맞다!!! 티타임 시간에 언제든 찾아와도 된다고 아젤 님에게 말했었지. 그나저나 벌써 네 시야? 나는 수수한 드레스 위에 연두색 숄을 급히 두르고 서류더미에서 빠져나와 스타킹을 바르게 신은 후 네리아가 안내하는 대로 밖으로 나갔다. 하룻밤 새 들어온 축하인사 편지들과 쓸데없는 남자들의 우울한 러브레터를 정리하느라 시간이 너무 소요되었다. 심지어 여제의 간단한 축하 인사와 이루의 불쌍하다는 편지가 섞여 있다. 불쌍하다니 뭐가?! 난 절대 바람둥이가 아니니까 인생의 무덤에 들어간다고 해도 슬프지 않아, 진짜야! 어쨌든 피곤하니까 아젤님과 한시간 정도 잠깐 차라도 마시며 쉬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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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 미르 난입?

……할 예정은 없었지만 하게 되면 재미있을지도ㅋㅋ.

결혼한 직후에는 시아의 남성편력이 조금 주춤하겠지만 곧 미르 등장으로 다시 더욱 난잡하고 착실해집니다. 개인적으로 미르 등장 후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잘 표현해보고 싶었지만 역시 무리인가ㄷㄷ…….

곱등이 귀축물... 입니까ㄷㄷㄷ;;

한번 써 볼까나(농담).

p.s.1. 모두들 추석 잘 보내세요! 추석동안 저는 방콕이 아니고 친적들에게 끌려다녀야 하는 입장이라 집에서 글쓰고 있는 건 어렵겠네여ㅠㅠ 저희 집안은 명절날 개인 시간이 없다능. 친척이 별로 안 많다보니 명절일도 적어서 저는 집안일 돕기나 추석 음식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튀김하고 몇가지 굽고 나머지는 다 주문하거든요ㅋㅋ. ……음 내가 요리를 못해서 안시키는건가;; 못하는 게 많으면 편해요.

p.s.2. 어떤 분이 제 소설을 다른데 소개하신다는군요. 소개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혹시나 소설을 까는 건 좀 ㄷㄷ;; 요새 여성향 소설을 까는 남자들의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급 민감해진 1人입니다;; 제 소설은 여성향의 극치이긴 하지만 설마 그러지는 않겠죠. 여자들도 하렘소설 못 까서 가만히 있는건 아니니까요. 그냥 서로의 취향으로 인정해 주자 이겁니다ㅠㅠ 여자들도 하렘소설 보는 사람이 있고(제가 아는 분 중에서도 한분 계시다능) 남자들도 역하렘 소설 보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리고 남자 중에서도 하렘 싫어하시는 분들 있고 여자 중에서도 역하렘 싫어하시는 분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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