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84화 (84/226)

<-- 5. 젊은 여공작과 사막의 황제 -->

라르슈가 내 호위무사가 되어 준다면 좋겠지만 세르나 유렌, 제인의 동의 없이 그 중요한 호위기사를 함부로 정했다가는 한소리 들을 지도 몰랐다. 한소리 뿐이랴, 위험하다고 끝까지 반대하겠지. 신분상 내 결정은 무엇보다도 우위에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세르나 유렌을 걱정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일단은 하인으로 들여놓더라도 아마 이곳에서의 대우보다는 좋을 것이다. 최소한 평민 취급을 받을 수 있고 매달 월급도 나오지 않는가.

라르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신이 제안했던 대로, 당신의……. 당신의 성노가 되겠습니다."

"읭?"

성노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그의 오해에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성노가 되라는 제안을 했던가? 무슨 오해를 한 건지는 몰라도, 나는 카딘의 굵은 팔에 졸린 듯 느릿하게 머리칼을 부비며 부정의 말을 했다.

"아니, 나는 이미 첩이랑 애인 정도는 있기 때문에 성노같은 건 들이지 않아. 내가 제안했던 건 그냥 하인이 되어 달라는 거라구. 나는 즉위한지 얼마 안 되어서 저택에 사용인들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첩이랑 애인이 이미 있다구요?!"

라르슈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정색하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정도인가? 그런 라르슈와 반대로 카딘은 내 연한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쓸어주며 순종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별로 상관없습니다, 공작 각하. 저 같은 것을 노예로 삼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으응."

"난 상관 있어!"

라르슈는 그런 태연한 카딘의 말에 벌컥 화를 내고는, 옷을 대충 걸쳐입고 나가버렸다. 응?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지?

성노예보다 더 나은 하인이 되어 달라고 했는데도 화를 내는 라르슈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건지도 알지 못해 멍하니 있자 카딘은 기회를 틈타 내게 엉겨붙었다.

"저래 보여도 아마 공작 각하께서 원하신다면 순순히 노예로 들어올겁니다.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글쎄 노예가 아니라 하인이라니까…….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 평민, 몰라?"

"그게 노예가 아닙니까? 타국에는 신분제가 약간 다르다고 듣긴 했지만, 거의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노예와 평민의 계급차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전쟁 포로가 되어 노예가 되거나, 귀족 마음대로 평민을 노예로 강등시키거나, 우연히 주인이 죽거나 해서 노예들이 모두 평민이 되거나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귀족의 아래에서 일하면서 노예가 아닌 평민이라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저는 신분제가 어떻게 되었건간에, 공작 각하의 남편들에게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당신 옆에만 있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머뭇거리며 말하는 카딘의 말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내 남편이 아니래도! 나는 남편이 없어. 아직 미혼이란 말이야!"

케르타에서는 여자는 대체로 노예 취급이지만 그래도 귀족의 경우 정식 부인들과 정식 부인이 아닌 여자가 있다. 당연히 정식 부인들(딱히 계급은 없지만 먼저 들어온 부인의 텃세가 있을 수는 있다)이 아닌 여자가 더 계급이 낮다.

그리고 다수의 정식 부인은 첩과 본부인의 구분이 없다. 어차피 어찌됐건 여자는 여자일 뿐이고 신분이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 구분을 할 이유가 남자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대신에 정식 부인으로 들이면 법적으로 남에게 빼앗길 이유가 없으니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정식 부인들로 앉히는 것 뿐이다. 카딘은 그 점에 있어서 제국의 법과 케르타의 신분제에 대한 차이를 모르고 있다.

내가 30분간을 카딘에게 설명을 하다가 물을 마시다가 반복하자 카딘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머리가 꽤 좋은 편인지 내 설명을 한번만에 다 이해했다.

"아직 미혼인 공작각하께서는 첩과 애인만으로 만족하지 못하시기 때문에 부적절한 관계의 하인들을 더 들여놓고 싶어서 저와 라르슈에게 제안하신 거로군요."

……너무 잘 이해해서 탈이다.

"저는 만족합니다. 제가 그만큼이나 각하의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이니까요. 그래도 다른 남자들에게 지지 않게 더 노력하겠습니다."

카딘은 내 곤란한 표정을 보고 빙긋 웃었다. 아, 역시 청보라색의 진한 머리카락에 대비되는 매끈한 이마가 너무 매력적이다. 두근두근해!

"하지만 라르슈는……."

"라르슈는 자존심이 세고 질투심이 많습니다. 아마 각하께서 첩이 있으시다면 그 쪽으로 신경을 더 쓰실 테니, 지금같이 많이 만날 수도 없을뿐더러 그 동안 당신의 다른 남자들에게 괴롭힘당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화를 낸 것일 겁니다. 그의 자존심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것일테니까요."

카딘의 느긋한 설명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렇게 잘 알지?

"전하께서 저와 라르슈를 당신의 밑으로 들인 이후로 저와 라르슈는 근접한 공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꽤 퉁명스러운 면이 있어서 솔직히 조금 (재수없지만), 그래도 동생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혼자인 것보단 나으니까요. ……경쟁에 있어서는 제 쪽이 더 유리하기도 하고."

……의, 의외의 말이네. 카딘으로서는 경쟁자인 라르슈가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는 짓을 보니 너무 불쌍해서 가끔 동생처럼 봐준다는 의미였다. 아니, 동생이라니? 라르슈 쪽이 더 나이가 많지 않나? 랄까, 방금 재수없다고 말했지? 괄호 안에 들어있었지만 분명 재수없다는 말이었지?!!

카딘이 열 아홉 살이고 라르슈가 스무 살인 걸로 아는데. 확실히 외견상으로는 카딘이 더 어른스럽고 라르슈가 동안인 편이긴 하지만 말야.

카딘의 말대로 역시 다음 날, 라르슈는 뾰루퉁한 얼굴로 와서는 정말 마지못해서 말한다는 듯 내게 요청했다.

"이, 이, 일주일, 아니, 한달에 한번 정도는 당신을 볼 수 있는 ……겁니까?"

"응?"

"……당신의 하인으로 들어가면 한달에 한번 정도는 당신과 만날 수 있느냐고 묻는 겁니다!"

라르슈는 평소처럼, 어쩌면 평소보다도 더 퉁명스러운 목소리였지만, 귀여운 우윳빛 뺨을 발갛게 붉히며 진한 스카이 블루의 눈을 내리깐 모습은 너무 사랑스러워보였다. 그 말에 나는 재깍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되고말고! 왜냐하면 라르슈는 내 직속 시종으로 데려올 예정이니까. 으음 귀여워! 안고싶다! 꼬옥 껴안을래!!

"라르슈 안아줘!"

무심코 입 밖으로 말해버렸나보다. 양손을 내밀며 조르듯이 부르는 내 말에 라르슈는 급 고개를 들더니 조금 당황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얼굴이 더더욱 새빨개져서는 따지듯이 되물었다.

"제, 제가 묻는 말에 빨리 대답이나 해요!!!"

"대답하면 안아줄꼬야?"

"……대답 여하에 따라."

나는 라르슈에게 곧장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꼬옥 껴안았다. 라르슈는 내 습격에 놀란 듯 했지만 금세 고개를 젖히고는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내일은, 드디어 출발일이다.

===

아 그리고 블로그에 요청하신 루이즈 외전을 올렸……, 습니다만 한 3분의 1정도만 올린 상태입니다.

유렌의 대활약 벌레편 더 쓸까요 아니면 빨리 요 챕터 끝내고 유렌과 시아를 만나게 할까여? 댓글투표!! 더 많은 쪽으로 합니다!

음 제가 그렇게 공지를 자주 올리나여 ㄷㄷ;;;

지금까지 이벤트성 공지 빼면 몇번 안되는거 같던데... 그렇다면 급 공지가 아닌 이상은 앞으로 공지 밑에는 꼭 본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지 한번만 더 올리면 파묻힐 기세. 음 전편 공지는 좀 급해서...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는데도 해결이 안 났군요. 틀림없이 그 정령 이름표는 그 이름 그대로 심지어 10년 전부터도 있었다고 하시는 분과, 일부는 박신애 작가님 자작 이름이 맞다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어느쪽이죠 ㄷㄷ; 사실 저도 정령왕의 딸을 보기 전부터 그 정령 이름표를 그대로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특히 불과 바람의 정령 이름이 어감이 마음에 들어서 전부 외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박신애님 자작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만, 한분도 아닌 여러 명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의심이 가기도 하고……. 하지만 그만큼 자작이 절대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제가 그 정령 이름표가 100% 박신애님 자작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몇 가지 있습니다. 너무 예전 자료다 보니 자세한 걸 찾기 힘들어 그냥 가설을 몇가지 세워 추측해봅니다;;

1. 다른 건 다 똑같은데 불의 정령계 쪽 이름이 다릅니다.

만약 그 이름표가 정령왕의 딸 소설 설정을 퍼와서 만들어졌다면 불의 정령계 쪽도 똑같이 카사~이프리트가 되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정령 이름표에는 샐리맨더~샐리온으로 적혀 있습니다. 애초에 박신애 님이 기본 정령 이름표를 참고해 불의 정령계 쪽 이름만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꿔서 소설 설정을 정했다는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그 역발상도 가능하지만)

2. 기본 정령 이름표는 분명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 같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엘레스트라 등 일부 상급이나 최상급 정령이군요. 하지만 명백히 제대로 이름표가 있는데도 도중에 몇몇 정령만 박신애님 자작이름 몇가지로 바뀌어서 표가 새로 변화&재배포되었을 가능성은 없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 이전 자료도 존재하지 않구요. 그래서, 만약 그 이름표가 그분 자작이라면 전부 자작이거나, 자작이 아니라면 전부 자작이 아닙니다.(하지만 정말 자작이라면 1번에서 적힌대로 불의 정령 이름이 다를 이유가 없겠죠...)

3. 박신애님의 경우 나이트라는 계급이 존재하는데 그 정령 이름표에는 그 계급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겁니다. (정령왕의 딸 소설에서는 최상급정령의 다른 호칭이 나이트인데, 정령 이름표에는 나이트라는 언급 없이 그냥 최상급정령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저도 그분 소설에서 최상급정령을 다른 말로 정령기사, 나이트라고도 부른다는 설정을 처음 접했구요.

그래서 저는 박신애님이 그 정령 이름표를 기준삼아서 나이트라는 추가적 호칭을 만들고, 불의 정령 쪽도 이름이 맘에 안들어 전부 새로 만들었다는 쪽이 그 반대 의견(박신애님의 소설에서 누군가가 정령계급과 이름들을 그대로 퍼와 정령 이름표를 만들어놓고 나이트라는 호칭을 빼고 불의 정령 애들 이름도 그냥 싹 새로 쓴 후에 정령 기본 설정이라는 제목으로 배포를 했다는 가설)보다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런 근거로 정령 이름표나 계급 등은 절대 그분 자작이 아니라는 가설이 세워집니다. 하지만 나온 시기가 시기인만큼 역시 의심을 안할 수는 없겠군요. 혹시 정말로 정확하게 아시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루머나 추측 말고 정확한 답을 원해요 엉엉ㅜㅜ

정령 이름에 관해 일단은 별 문제 없다는 답변이 많았으므로... 하긴 다른분들 다 쓰는데 저만 표절의혹 있다고 안 쓰는 것도 좀 그래서 일단 나중에라도 다른 이름을 각각 지어주는 식으로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 문제가 되어서 고치더라도 8월 이후로 천천히 고쳐야 할것 같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