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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81화 (81/226)

<-- 5. 젊은 여공작과 사막의 황제 -->

다시 방으로 돌아온 나는 미르에게 물었다.

"그런데 말야, 내가 떠나는 날짜 말인데……."

나도 집에 오빠와 첩이 있단 말이다. 영영 이곳에 머물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그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미르는 생각 외로 산뜻하게 승낙했다.

"3일 후 맞지? 네 일행들이 떠날 때 같이 떠나도록 해."

……울고불고 가지 말라며 매달릴 줄 알았는데 이거 너무 산뜻한데? 나한테 싫증났다는 의미?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흥 하고 돌아앉았다. 미르 미워! 나 이제 너랑 말 안해. 곧 떠난다는데 적어도 아쉬운 척은 해줘야 할 거 아냐!

자신의 말에 화난 듯한 내 반응에 미르는 당황했다. 그리고 뒤늦게 변명했다.

"아니, 그게 그런 의미가 아니고……. 시아……."

"흥. 지금 갈거야."

나는 끌어안아오는 미르의 어깨를 팍 밀치고 일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팔 힘이 너무 강해서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이 녀석 힘은 겪어 봤어도 역시 너무 셌다. 도망을 못 가겠잖아. 나는 미르의 어깨를 퍽퍽 치면서 저항했지만 손만 아플 뿐이었다. 대신 소리를 질렀다.

"싫어! 악악! 놓으란말야!!"

"화내지 마, 시아. 그런 의미가 아니라니까!"

"그러면 뭔데!"

미르는 이리저리 반항하는 나를 거의 묶듯이 껴안았다. 품속에서 바둥바둥거리는 나를 안고서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너랑 이제부터 계속 함께 있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니까."

"……준비?"

나는 잠시 그를 때리던 반항을 멈추고 미르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물게 진지한 미르의 짙은 딸기색 눈이 빛난다.

"왕위를 물려주고 바로 너를 따라갈게. 그러면 이제 귀찮은 일 없이 쭉 함께 있는 거야. 계속, 영원히. 죽어서도 함께. 절대로 떨어지지 않고."

미르의 말에 나는 멍하니 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딸기주스 빛의 눈동자가 오롯이 나 하나로만 채워져 있다. 나는 생각 외로 강렬한 그의 진심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딸기주스 먹고싶다. 최근 수분 소모량이 꽤 늘었으니까.

미르는 딸기 주스 빨대를 쪽쪽 빠는 나를 그 후 한참이나 귀여워해 주며 변함없는 애정을 증명했다. 그는 나를 위해서 왕위를 포기했다. 비록 유희의 직업일 뿐이지만, 굳이 내게 공작위의 포기를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왕위를 버린 것이다.

……사실 아침회의 하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닐까?

***

카롯과 바이바이하고 여관으로 돌아온 유렌은 짐을 챙기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마지막으로 그 반지의 문양을 바라보던 유렌은 결국 그걸 목에 걸고서 셔츠 속으로 목걸이를 넣은 후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유렌이 묵고 있는 여관은 루페닌 왕국의 수도 근처에 있는 도시에서 가장 넓은 여관이다. 그리 고급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벌레들이 나타나는 이상현상이 생긴 이래로 두 번째로 가장 큰 여관이 되었다.

숲 외곽에서 벌레가 나타나는 이상 현상에 대해 유렌은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돌아가기 전에 루페닌 왕국에서 유명한 산딸기 잼을 사가서 시아님에게 선물할까 하고 가볍게 도시나 둘러보려고 했을 때, 그는 누군가의 부름을 받았다.

"라 페르 이에르! 여기서 또 만나는군요. 저를 기억하시나요?"

라 페르. 엘프어의 인사말이다. 그는 자신을 이에르라 부른 한 남자 엘프를 돌아보았다. 마케의 여관에서 만났던 또 한명의 이에르. 여전히 로브를 칭칭 감고 얼굴을 숨기고 있는 그 엘프에게서 변한 것은 오직 로브의 색깔 뿐이었다. 이번엔 흰 로브를 입고서 여전한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렌에게 말을 걸었던 그 엘프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더니 다들 식사를 하거나 방을 찾거나 종업원은 청소를 하거나 하며 자기 일에 열중하느라 이 쪽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제서야 로브 후드를 걷어냈다.

가리고 다닐 만도 했다.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하늘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바다의 빛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비취빛 눈동자 두 개가 빛났다. 비취빛 눈동자라, 굉장히 희귀한 편의 눈 색이었다. 갸름한 얼굴선을 가진 아름다운 엘프는 눈부신 달맞이꽃의 빛깔을 한 금발을 가지고 있었는데 길게 기른 생머리가 중간부터 로브 안으로 들어가 정확한 길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는 비교적 쾌활하고 청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마탑에서 만났을 땐 혹시나 했는데, 당신도 이곳 사람인가요? 저는 어떤 엘프를 찾으러 갔다가 허탕만 쳤죠. 그래서 당분간은 다시 숲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을 생각이에요. 비슷한 곳에 산다면 저와 동행하겠어요?

숲 속에 산다면 같이 가자는 것인가……. 확실히, 엘프는 루페닌 숲 속에 산다. 인간이 결코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깊고도 깊은 루페닌 숲의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금역, 어둠의 숲에 말이다. 하지만 유렌은 거절했다. 애초에 이곳에 사는 엘프도 아니고 숲에 갈 생각도 없었다.

"나는……, 카롯에게 용건이 있었을 뿐입니다."

"어라, 그렇다면 이곳 엘프가 아니군요? 흐음, 어쩔 수 없나. 요새 나온 벌레들 때문에 혼자 숲 길을 가기엔 부담이 되는데……."

유렌의 거절에 그 엘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들의 테이블로, 갑자기 어떤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혹시 어둠의 숲의 엘프이십니까?"

그는 엘프 남자를 보고 말했다. 루페닌 왕국에서 벌레 박멸을 위해 인원을 파견했는데, 그곳이 워낙 위험한지라 루페닌 숲 외곽 안내를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숲지기들이나 나무꾼들은 죄다 벌레에게 한번씩 당해본 적이 있거나 이미 당해서 죽은 자들이라 안내꾼을 구하기 힘들다고. 그래서 루페닌 숲에서 사는 엘프라면 혹시나 도와주지 않을까 하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물론 보수는 넉넉히 준다더라.

"신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국에서 온 분들이 대부분이라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하십시오."

루페닌 왕국은 엘프 숲과 드워프 광산을 끼고 있는 나라라 그런지, 그들과 적당히 협약을 맺고 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종족 노예상도 많다. 그래서 엘프들은 루페닌 왕국의 인간들의 접근이나 친절을 잘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제국에서는 엘프들과 좀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약속을 맺고 있다. 인간 세상에 끼치는 제국의 권위를 살려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거나 해서 엘프 노예들을 구출하고, 그 대가로 엘프들에게 물자 등의 도움을 받아서 더더욱 제국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다. 제국은 원래 엘프나 드워프가 좋아할 만한 숲이나 큰 산이 거의 없는, 그냥 인간이 농사짓고 살기에나 좋은 넓은 평지라 주변에 이종족들이 전혀 살고 있지 않아서 이종족을 잡아 큰 돈을 벌수도 없거니와(구경도 힘들다), 오히려 타국의 땅으로 되어 있는 장소에서 사는 이종족들과 친분을 쌓으면 더더욱 유리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지금 황제가 성황이자 현제라는 것이었다.

몇몇 국가에서 인간이 아닌 이종족이 노예 취급을 받는 것과 달리 제국에서 엘프나 드워프는 귀족 취급이다. 그렇기에 그는 안심하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유렌이 날짜를 대충 가늠해보더니 기사에게 끼어들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특별히 엘프인 우리들이 같이 가드리지요."

금발 엘프까지 함께 끌어들여 멋대로 승낙한 유렌의 말에 그 금발 엘프는 의아해했다.

"어? 하지만 당신은 제국……, 읍읍!"

유렌은 그 엘프의 입을 틀어막았다. 고개를 갸웃하는 기사에게는 되는 대로 뻥을 깠다.

"이 쪽은 엘프, 저는 하프엘프입니다. 아는 사이지요. 함께 가도 되겠죠?"

아는 사이인 건 맞지. 문제는 얼굴과 이에르라는 가명만 안다는 것 뿐이지만. 그 남자는 입이 틀어막힌 엘프와, 힘 좀 쓰게 보이는 하프엘프를 보더니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가 둘이니 나쁠 건 없지. 그나저나 인간처럼 생겼는데, 알고 보니 하프엘프였구나. 엘프는 엘프니까 저 하프엘프도 그럭저럭 엘프겠지 뭐.

그 남자가 내일 기별을 넣을 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유렌은 그 엘프의 입을 막은 손을 뗐다.

"후, 푸핫!"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 남자 엘프는 유렌을 돌아보았다. 유렌은 남자의 눈물에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했다.

"동행이 필요하다면서요? 그럼 잘 됐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통성명이나 하죠. 유렌……, 위스피닌입니다."

굳이 카르테인이라는 성을 써야 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부터 그는 다시 위스피닌이 되는 것이다. 당분간은 다시 그 이름이 더 강한 임팩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 금발의 남자 엘프는 얼떨결에 유렌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순진한 얼굴로 마주 웃으며 자기도 이름을 소개해 버렸다.

"슐츠라윈 카르테인입니다. 아아, 역시 당신 이름도 엘프식이군요. 감람석? 눈동자 색과 잘 어울려요. 으음, 지금은 슐츠라는 가명을 쓰고 있으니 슈라고 불러주세요."

방금까지 수상하게 입을 틀어막힌 짓은 곧 잊어버린 듯 그는 티없이 맑게 웃었다. 슐츠라윈은 도토리라는 뜻이다. 앳되어 보이는 그 엘프의 순한 인상을 보고서 유렌은 꽤 어울리는 이름이라 정의내렸다. 그런데……, 카르테인?

유렌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말했다.

"카르테인이라는 성은 엘프들 사이에서 흔한 성입니까?"

"에? 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주 드물지는 않아요. 일단 제가 아는 엘프 중에서 카르테인이라는 성을 가진 엘프만 적어도 다섯 명인걸요."

슐츠라윈의 말에 유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둘은 암묵적으로 내일의 일에 같이 동행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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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두세 번인가? 제 작품이 독자추천작품에 올라가 있는걸 봤습니다. 그래서 우왕ㅋ 누가 성장템 주셨음? 하고 감사인사를 드리려고 조아라 홈페이지와 성장템과 뜰 등 온갖 곳을 다 클릭해봤는데 주신 분 이름이 없더군요 ㄷㄷ.

지금 알았는데, 성장템은 '선물'로 받아야지 주신분이 누군지 알수 있다더군요. 그냥 곧바로 뿌려주시면 누가 얼마나 주셨는지 안나온대요ㅠㅠ. 지금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어쨌든 성장템 선물해주신 기억저편나님과 지금까지 성장템 뿌려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런데 노블이벤트에서 제가 받고싶었던 그 mp3 알고보니 그닥 비싼 기종이 아니라는군요. 5만원에서 6만원정도? 제길 그 정도라면 그냥 돈주고 사고 말지ㅜ 고작 그거 하나 받으려고 이 고생을ㅠㅠ. 루이즈 안해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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