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74화 (74/226)

<-- 5. 젊은 여공작과 사막의 황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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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의 소란을 겪고 정식 마법사로 인정받게 된 유렌은 여관으로 돌아가서 테이블에 앉아 이른 저녁을 주문했다. 점심까지 거르고서 마탑에서 꽤 시달렸기에 메뉴판을 보는 것조차 귀찮아 그냥 먹을 만한 정식으로 달라고 했더니 가게의 메인에 걸려 있던 종류인 버섯 수프와 함께 양상추 피시볼 요리가 나왔다.

이제는 눈에 띄는 것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두건을 벗은 후 대충 접시를 비운 그는 여관의 여종업원이 그의 얼굴을 힐끔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도로 거리로 나섰다.

마케는 빛과 어둠이 동시에 공존하는 곳. 검은 달 길드는 일단 명목상 비밀 정보 길드라고 마케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그 길드가 암살, 도둑질, 불법 정보, 밀매 등 온갖 불법행위를 의뢰만으로 전부 처리해 주는 그렇고 그런 어둠의 길드라는 것을 고위 귀족층의 사람은 거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길드장은 연륜과 경험이 있고 조화라는 것도 나름대로 알고 있는 마스터급의 인물이었다. 도를 넘는 악행은 저지르지 않고 길드 내에도 기강과 법칙이 있으며 모든 악의 근원이지만 모든 필수악을 적당히 조절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당당히 마케에서 세 길드 중 하나의 일원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유렌은 검은 달 길드에 용건이 없었다. 대신에 방금 자신의 주머니를 채간 어느 도둑 인간에게만 볼일이 있다. 유렌은 중요 물품이 든 마법 주머니는 도난 방지용의 보호마법을 몇 가지 걸어서 품속에 숨겨두고 있었기 때문에 방금 그 소매치기가 가져간 주머니 속에는 곧장 꺼내 쓸 수 있는 잔돈밖에는 없다.

그러나 잔돈이라고 해도 유렌은 귀족. 게다가 이참에 쓸만한 가방이나 여행 물품들을 몇 가지 구매하려고 챙겨놓은 잔돈이었으니 그 묵직한 주머니에 있던 것은 상당한 금액의 금화와 은화, 동화였던 것이다. 물론 소드 마스터인 그는 얼마든지 그런 소매치기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가 그러지 않았던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유렌은 느긋하게 그 남자의 뒤를 따랐다. 그 남자는 방금 자신이 훔친 주머니가 꽤 묵직하다는 생각에 히죽 웃으며 뒤를 몇 번 돌아보더니 소매치기가 나타났다는 소란은커녕 자신을 쫓아오는 움직임조차 느끼지 못하자 여유롭게 주머니를 빙빙 돌리며 어두컴컴한 골목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언제나의 버릇처럼 거리를 복잡하게 이리저리 휘돌더니 이윽고 한 낡은 펍의 안으로 들어갔다. 다 떨어질 것 같은 나무 간판에는 초승달이 그려진 맥주잔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케의 복잡한 거리는 좁은 골목이 많다. 하지만 유렌은 능숙하게 그 남자를 추적해서 그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6초 후, 자신도 똑같이 음침한 그 펍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예상대로 그 안에는 인상이 야비하거나 험악해 보이는 길드원 서넛밖에는 없었다. 큰 거리의 여관이나 식당들과는 달리 낡아빠져서 흰개미라도 살 것 같은 원형 나무탁자에 건들대는 몸을 걸치고 앉아 거의 빈 맥주잔을 아껴 마시고 있던 그들은 웬 단정한 외모의 남자가 들어오자 눈동자를 좁혔다.

저건 뭐래. 웬 귀족가 자제분이 의뢰라도 하러 오셨나. 마스터 지금 없는뎅. 길드도 이제 끝이군, 듣보잡이 어떻게 알고 본부로까지 찾아오셨대. 보통은 큰길가의 회색 담 술집으로 가지 않나? 등등. 그들은 눈빛으로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척 대화하며 방금 웬 묵직한 주머니를 들고 들어온 케이즈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케이즈. 실력있는 암살자이자 차기 길드장 후보로까지 불리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소매치기 손버릇을 아직도 고칠 수 없었다. 정확히는 그저 습관이 되어 있던 거지만. 간만에 한가해진 차에 웬 귀족분이 곱상한 얼굴까지 드러내며 돈주머니를 대놓고 허리춤에 달고 가는 게 아니던가? 평소 자신의 하얀 얼굴에 콤플렉스가 있던 그는 남부인 혼혈인지 귀족 애들이 흔히 하는 기본 검술의 남용 탓인지 구릿빛 피부에 남자다운 외모를 가진 그가 은근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제는 거의 끊었다고 생각되는 소매치기 짓을 또다시 시도했다.

아, 혹시 내가 여행온 귀족의 전재산을 다 빼돌린 거 아냐? ㅋㅋ. 불쌍하기도. 하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해라. 이 형님이 너같은 마초 녀석들을 보면 열받거든. 내가 아는 재수없는 용병 녀석이 생각나서 말야.

물론 그 용병과 방금 그 귀족 같은 단정한 남자가 외모상 비교는 되지 않지만 피부색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케이브는 펍의 카운터 뒤에 기대서 방금 소매치기해온 금화 주머니를 열어봤다. 우와,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꽤 되네?

조금 잘 사는 평민의 몇달 생활비는 됨직하다. 그 묵직함을 동화가 조금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아쉬웠지만 1/3이 동화, 나머지는 은화, 금화는 중간중간 몇 개가 보였다. 정확히는 세어 봐야 알겠지만 30골드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마케의 주민 중에서 한 가족의 한달 생활비가 많아야 5골드라고 치면 상당히 많은 돈이다. 귀족 입장에서야 애들 껌값이겠지만.

돈을 세려던 케이즈는 바텐더가 돈주머니를 힐끔거리자 키득대며 은화 하나를 던졌다.

"대박임 ㅋㅋ. 술 한잔씩."

펍 안의 모든 길드원에게 맥주를 한잔씩 돌리겠다는 의미였다. 드물게 인심 쓰는 케이즈의 말에 바텐더는 잔을 가지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며 그 소리를 들은 유렌은 느릿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정도는 제가 사는 것으로 하지요. 하지만 거스름돈은 내주셔야 하겠습니다."

케이즈의 눈이 동그래졌다. 다른 길드원들은 의아해했지만 프로답게 빠른 행동을 보였다. 소매치기 피해자한테 추적당한 건가? 하지만 케이즈는 이미 일급 살수, 게다가 심심풀이로 게임처럼 하는 소매치기 따위에게 추적당할 리는 없었다. 바 뒤에 숨은 그는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자그마한 비수를 날렸다. 그 작은 칼날을 유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여유롭게 손끝으로 받아냈다.

"뭡니까, 감사인사 치고는 너무 유치하군요. 우리는 초면, 아니……, 구면이었던가요?"

하긴 그 정도 공격이 여기까지 찾아온 추적자에게 먹힐 리가 없다. 케이즈는 심심풀이로 한 행동이 기묘한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 사실에 대해 후회부터 했다. 그러나 곧장 달려들지 않은 걸 보아 저 남자도 뭔가를 알거나, 원하는 것이 있다. 주머니가 아니라 다른 것을. ……그런데 구면이라고? 웬 구면? 나 님 처음봄.

다른 길드원들은 전부 그 남자를 경계하고 있다. 케이즈는 고개를 저으며 그들을 눈빛으로 자제시켰다. 길드의 후계자인 동시에 문제아 케이즈였지만 이 정도의 권력은 있었다. 그는, 은화 하나를 빼낸 돈주머니를 다시 유렌에게 던졌다.

그리고 펍의 밖으로 나온 후 따라나온 유렌에게 말했다.

"의뢰는?"

"의뢰라니, 저는 도둑 길드에 도둑질 의뢰나 하러 올 정도로 비겁한 사람이 아닙니다만."

암살 의뢰가 있다고 뻔히 알고 있는 마당에 좀도둑 취급이라니. 방금 그 일을 비꼬는 것이지만 사람을 제대로 고르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에 임한 자신의 잘못이었기에 케이즈는 어깨를 으쓱했다. 뻔뻔스러운 표정과는 달리 이번 건 정말 대형 사고였다. 자칫 후계자 자리가 위태로울 수도 있는. 하지만 케이즈는 애초에 후계자 자리 따위는 흥미가 없었고, 암살 일은 그저 생계를 잇는 수단. 일하지 않을 때는 진지함 따위 없을 수밖에 없다. 어릴 때 키워준 것은 감사하지만 이제 와선 후계자 명목으로 이것저것 다 부려먹고 발목이나 잡는 길드 따위 사라져 버리라지.

그렇게 생각한 케이즈는 히죽 웃으며 본격적으로 유렌에게 단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유렌은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무표정을 조금도 변화시키지 않은 채 케이즈의 단검을 사각 잘라버렸다. 순식간이었다. 검을 빼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그가 느낀 순간 이미 케이즈의 목에는 유렌의 검이 자석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케이즈는 자신이 정말로 잘못 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렌은 케이즈의 목에 검을 댄 채로 명령하듯 말했다.

"내가 술을 사 주었으니 당신도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줘야겠습니다."

……그 술, 나는 마시지도 못했는데. 하지만 그런 말을 여기서 할 정도로 케이즈는 대범하지 못했다.

***

자신을 한대라도 때릴 줄 알았던 케이즈는 유렌이 한 말에 꽤 놀랐다. 유렌이 의뢰한 것은 이 복잡한 마케의 거리 안내였던 것이다. 덕분에 케이즈는 하루종일 끌려다녀야 했고 유렌 대신으로 종종 나서서 흥정까지 해 주었다.

유렌이 사려는 물품들은 꽤나 고가였고, 외지인인데다 귀족으로까지 보이는 그에게 상인들은 당연히 시세보다 좀더 높게 불렀다.

유렌도 몰라서 속고 사는 건 아닐테지만 그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않는 한은 그냥 내 주었는데 케이즈는 그게 못마땅해서 시키지도 않은 흥정에 협박까지 해 돈을 시세보다 훨씬 싸게 깎았다. 그는 늦은 저녁까지 돌아다닌 후 유렌에 의해 풀려났다.

케이즈는 관광도시에도 가까운 마케의 화려한 마법가로등 불빛에 비친 유렌의 수려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큰 키와 덩치에 위축되었지만 지금 보니 꽤 선이 곱다. 은빛에 가까운 블론드와 연한 녹색의 눈동자. ……음,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하고?

검술은 수준급의 실력자인데 꽤나 말이 없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무뚝뚝하지, 표정 변화 없고 감정의 기복도 심하지 않은 것 같다. 유렌은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은 평이한 어조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쇼핑이 일찍 끝났군요."

"뭐, 별말씀을."

케이즈는 사실 아줌마처럼 돈을 깎아줄 생각까진 없었지만 저 녀석이 바가지 쓰는 게 꼴사나워서 도와준 것 뿐이다.

"팁입니다."

케이즈는 유렌이 던져준 50토크짜리 동화 하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유렌이 곧장 그를 놔두고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로 놔주는 건가? 취향도 특이한 녀석일세. 나같은 실력자를 잡았으면 뼛속까지 우려먹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뭐, 자신도 유렌에게 완전히 제압당해 잡힌 게 아니라 은화 한개의 신세를 질 겸 이녀석 정체도 알아볼 겸 길을 안내해준 거지만 말이다.

길드에 나서서 깽판 좀 부려보던 거 아니었나?

하지만 길마한테 혼나지는 않겠으니 그건 좋았다. 아랫것들이 꼰지르지만 않으면 길드 2인자인 내가 당했다는 쪽팔리는 소문이 나진 않을 것이다, 하고 케이즈는 생각했다.

……응? 길드 2인자인 내가 당해?

"……."

케이즈는 늘상 길드 마스터한테 쳐맞다 보니 자신을 이길 만한 실력자라는 것이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잊고 살고 있었다. 임전할 때 180도 달라지는 태도에 비해 평소엔 암살자 치곤 너무나 맹하고 태평한 성격인 것이다.

"……설마."

그는 역시 유렌의 백금발과 구릿빛 피부가 걸린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이 다 가도록 유렌의 정체는 기억해내지 못했다. 멍청하긴.

***

한편, 유렌은 사온 물건들을 늘어놓고 한동안 여관 바닥에 마법물품들로 마법진을 그리거나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마법을 걸었다. 마법을 물질에 특정 용도로 새기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유렌은 5클래스 마스터인데다가 건 마법들은 대체로 2, 3클래스의 흔한 마법들이기 때문에 오래 걸리거나 복잡한 수식이 동원되진 않았다.

여행용 가죽 백에 2클래스의 에너지애로우 마법, 요리용 냄비에 3클래스의 아이스 애로우 마법, 잭 나이프에 2클래스의 파이어볼 마법, 각설탕에 슬립 마법 등.

보통 제정신 박힌 마법사라면 보호 마법이나 도난방지 마법, 오래 쓸 수 있는 클리닝과 프로텍트 계열의 마법을 걸 테지만 유렌의 물건 보호법은 매우 공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위험한 물건들을 한 자리에 챙겨놓았다. 이제야 좀 여행중인 사람 같은 짐이 만들어졌군. 다음날 아침, 이틀의 식사비를 지불한 그는 여행가방을 메고 말을 끈 채 거리로 나섰다. 여관 문 앞에서 거의 동시에 새하얀 백마를 끌고 있는 로브 남자가 나왔다. 처음 왔을 때 만났던 '이에르(무명)'. 그였다.

엘프로 추정되는 그 사내는 유렌을 빤히 바라보더니 후드에 가려져 알 수 없는 어떤 표정을 지었다. 유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마탑으로 가는 입구까지 이 남자가 계속 따라오는 것이다. 그는 의아해했지만 그냥 행선지가 같은 것일수도 있다. 그의 예상대로 마탑의 문지기에게 말을 잠시 맡겨둔 그 둘은 거의 동시에 탑 내부의 1층 로비에 있는 카운터로 다가갔다.

"마법사 번호 174523으로 신청한 정보."

유렌이 작게 말하자 마법사 직원은 안으로 총총 걸어가더니 서류봉투에 든 종이 몇 장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마법의 인이 새겨진 빨간 도장을 봉투 끝에 찍더니 유렌에게 말했다.

"마법사 등록 후 첫 정보신청은 파란 정보 이하급에 한해 무료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5%에서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정보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본 정보는 파란 등급, 구매후 2일내에 강제 소거됩니다."

이곳의 정보란 보라색 등급, 빨간색 등급, 파란 등급, 녹색 등급, 노란 등급으로 나뉜다. 물론 검은 달 길드는 기준이 좀 다르지만. 빨간 등급 이상은 극비정보로, 파급효과가 크기에 웬만한 사람들에겐 팔지도 않고 국가에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굉장히 비싸다. 파란 등급은 인적사항에 관련된 정보이다. 녹색은 지명이나 위치 등에 관련된 정보, 노란 색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간단한 정보였다. 아래로 내려갈 수록 구하기 쉬운 정보였고, 노란 정보류는 아카데미 초급부 학생들의 숙제에 쓸 자료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인적 정보는 파란 정보 축에 들지만 그 자의 정보가 주요한 파급효과가 있거나 구하기 힘들거나, 마탑에다 특별히 돈을 내고 의뢰를 하면 빨간 급으로 올라가게 되고 더불어 스스로의 인적사항에 대해 보호가 된다. 중요한 일일 경우 정보제한을 걸 수도 있다.

그렇다쳐도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일일이 찾기 버거운 녹색이나 대량의 노란 색 자료들을 정보 길드 검색엔진으로 싼 돈을 지불하고 간단히 찾는 용도로 마탑을 방문한다. 유렌이 찾는 것은 조금 귀중한 정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에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그는 봉투를 받아들고 옆 자리로 가서 신분증 발급을 받았다. 그리고 그 엘프 남자가 정보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제 '이에르'의 이름으로 신청한 정보를 찾고 싶습니다. 네, 한 엘프를 찾아달라는 파란 급의 정보 말이에요. 이종족 협약에 따라 제국의 인증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렌은 옆에서 어제 발급되어 인증받은 자신의 마법사 신분증을 받으며 그런 엘프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정보를 얻으러 엘프가 여기까지 온 건가? 이 근방에 사는 엘프는 숲의 엘프가 아닐 것이다. 즉, 인간 세계에 섞여든 소수의 여행자 엘프일거란 얘기다. 하지만 유렌은 그 남자에게서 매우 진한 숲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결론은 숲에서 왔단 얘긴데, 여기서 가장 가까운 엘프 숲이라고 해 봤자 오베르 왕국의 서쪽에 있는 먼 숲이다.

그는 엘프를 한번 바라보더니, 쓸데없이 엘프를 보고 감상적이 된 것 같은 자신을 내심 탓하며 멀찍이 나가 봉투에서 종이를 꺼냈다. 어느 위치가 상세히 표시된 지도에는 친절히 텔레포트용 좌표까지 적혀 있었고, 뒷장에는 정보가 있었다.

「드워프 카롯.

루페닌 왕국 이종족 거주지 변두리에서 종종 인간 귀족들의 의뢰를 받아주고 있음. 현재 인간 민간인이 의뢰 가능한 드워프 중 최고 실력자.

카롯 제 일반 보석 목걸이 하나의 의뢰시 평균 가격 2천 골드. 미스릴 코팅 검 5천 골드.」

"……."

2천 골드라면 상당히 부족하다. 있는 돈과 보석을 다 끌어모아도 천 골드가 될까말까한데. 그는 잠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1. 마탑에서 마법사 번호를 대고 대출을 받는다.

2. 검은 달 길드에서 장기를 뽑아 판다.

3. 붉은 태양 길드에 등록하고 용병이 된다.

그는 생각해보고 셋 다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마탑 안으로 들어가서 지나가던 마법사를 붙잡고 물어보았다. 눈 밑에 새파란 다크서클이 생긴 재키였다. 회색 로브를 질질 끌며 한가득의 서류를 들고 가던 그는 유렌을 보더니 기겁했다.

"아, 다, 당신! ……그 전설의 6클래스 마검사?"

"전설……?"

전설이고 뭐고간에 그는 갈색 머리카락이 하룻밤 동안 더 푸석해진 재키에게 간단히 용건을 물었다.

"그거 시급 얼마나 받습니까?"

"엥? 등록 사무처리 일이요? ……보통 마법사라면 한 달에 2골드정도 받습니다만. 본업이 아니라 부업이니까요."

백 년 넘게 근무해야 그 드워프제 목걸이 하나 살 수 있는 돈이다. 재키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대답하자 그는 다시 질문을 바꿨다.

"그렇다면 이 탑의 6클래스 마법사들은 보통 한 달에 얼마나 벌고 있습니까?"

현재 마탑에 머무는 6클래스는 세 명. 그 셋다 연구성과나 지원금, 그리고 마법 발명품이나 마법물품의 판매 등으로 매년 수천수만 골드씩 벌고 있지만 연구비로 대부분 다 날려먹는다. 정확한 금액을 모르는 재키는 그냥 어깨만 으쓱하며 대답했다.

"기본 수천 골드씩 번다고 들었……?"

그때 재키의 등을 청발 청안의 젊은 사내가 턱 쳤다. 가느다란 몸이지만 그에 실린 힘이 대단했던 덕에 재키는 앞으로 자빠져 서류를 바닥에 온통 뿌렸다. 진한 청색 머리를 한 흰 로브의 젊은 마법사는 대충 묶은 꽁지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허, 이런, 미안하네. 발을 헛디뎌서 그만. 근데 자네들 뭐 하고 있었나? 오, 이건 카르테인 군 아니신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세일런의 뒤로 재키가 정신없이 서류를 줍느라 돌아다녔다. 유렌은 자신보다 키가 작은 세일런을 내려다보며(대부분 유렌보다 키가 작다) 대답했다.

"돈 벌만한 곳 좀 알아보고 있습니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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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100토크=은화 1실버

은화 100실버=금화 1골드

동화 : 1토크, 5토크, 10토크, 50토크짜리 동전 4가지. (한국으로 치면 동전 내지 지폐. 저녁 장 보러 다닐 때 가장 흔히 계산되는 잔돈.)

은화 : 1실버, 10실버, 50실버짜리 동전 3가지. (한국으로 따지면 만원짜리 낱장부터 한다발까지. 1실버가 대략 배춧잎 한두장 정도로 계산된다. 숙박비로 은화를 내야 하는, 현재 유렌이 묵고 있는 여관은 보통보다 약간 비싼 편.)

금화 : 1골드짜리 작은 금화, 100골드의 가치가 있는 마법 금화 2가지. (어음, 수표급)

음; 지금까지 소설도 많이 써봤고 악플도 많이 받아봤습니다. 저는 소설 관련 악플에 대해서는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으려니 하고 거의 다 넘겼습니다. 소설이 맘에 안드시는 분도 있구나, 하고요.

하지만 저번에 그건 소설 관련이라기보다는 작가인 저에 대한 인신적 비난이라고 생각되어서 그렇게 대응한겁니다. 악플을 봐도 그냥 웃고 넘기지만 이번 건 처음으로 화가 나더라구요. 웬만한 악플은 받아도 화가 나진 않았는데 말이죠.

저를 성범죄 주동자로 모는데, 그런 취급을 받으면 당연히 화가 나겠죠ㅠ. 분위기 험악까지는 아니고 그 분이 그런 말투로 말씀하셨고, 제가 화나서 전편에 쓰인 대로 답변드리는 것 뿐입니다.

저는 그냥 소설작가고, 소설을 통해서 작가분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목적으로 댓글구걸도 하면서 소설을 올리는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의도와 다르게 저를 조아라 사이트 운영자로 생각하시고 조아라 시스템이나 마나 모으는 법과 관련된 수많은 문의쪽지나 덧글들에다가 이제는 제 인격에 대한 문제까지 나오다니……. 난감하네요;;

다른 건 몰라도 인신공격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70화의 그 내용은 요즘 상황이 그렇지만 않았어도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여캐 100살 남캐 60살이라는 설정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작가인 저도 좀 과하게 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개그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미리 경고글도 적었잖아요? 혹시 부분적으로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덧글로 남겨주시거나 쪽지 보내주시면, 다수의 의견이며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시 시정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뜸 작가를 성범죄자로 몰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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