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71화 (71/226)

<-- 5. 젊은 여공작과 사막의 황제 -->

***

"제국의 시렌느 공작입니다. 오는 길에 조금 헤매는 바람에 늦어서 죄송합니다."

회의장의 모두는 문을 열고 쳐들어온 한 대단한 미모의 여성에 의해 무척이나 놀랐다. 게다가 늦은 주제에 저렇게 당당한 사과라니. 제정신?

문제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너무 놀라서 누구도 제 때에 반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국 측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라시에 후작과 네이반 백작 이하 사신들은 반가운 얼굴로 그녀의 등장을 환영하면서도 대체 무슨 일을 당하고 있었길래 드레스 놔두고 케르타의 복식을 하고 있는지 의아해했다. 그 중에서도 리더인 그라시에 후작은 마치 구세주라도 나타난 듯한 표정. 그리고 케르타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국왕 미르헬만을 제외한 다른 케르타 남자 귀족들은 웬 여자가 신성한 회의실에 들어오자 경악을 거듭했다.

미르헬은 갑자기 시아가 회의실에 나타나자 놀라서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안 온다더니? 게다가 신발도 없는데 어떻게 온 거지. 지금 보니 시아는 실내에서 신는 비단 슈즈만 신고 있었다. 단순히 덧버선이나 실내용 슬리퍼 같은 걸 말이다. 오는 길이 험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저걸 신고 걸어오려면 힘들었을텐데.

미르는 예고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시아에게 다가갔다. 시아가 예기치 못한 그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미르가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신발을 벗겼다.

"발 괜찮아?"

미르의 공개적인 말에 시아는 당황해서 주위를 살피며 그에게 정령어로 대응했다. 언령과 비슷한 종류로서 굳이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아도 정령들과 드래곤, 그리고 일부 엘프들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다. 시아는 아직 서툴러서 특정 한 명에게만 언령을 사용하진 못하지만 정령에게 말하는 식으로 언령을 발하면 인간에겐 안 들리고 정령과 드래곤에게만 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야, 반말하지 마.〉

"아프지 않아?"

〈반말하지 말라니까, 넌 왕이고 난 공작이야!〉

시아는 당황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여긴 둘만 있는 내궁의 침실이 아니다. 귀족들 다 보는 회의실인 것이다. 제국의 대공(대공왕)쯤 되어야만 작은 왕국의 왕과 비슷한 지위였지만 제국의 공작도 만만한 직위는 아니었기에 미르는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예의상이라도 시아에게 존칭을 사용해야 했다. 뭐 제국과 관계를 깨려고 마음먹지 않은 이상 제국에서 온 사신인 그녀에게 예의를 차려 줘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리낌 없는 미르의 말투에 놀라고, 그런 말을 시아가 도도한 표정으로 무시한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미르는 시아의 발을 들어 신발을 벗겼다. 하마터면 시아는 넘어질 뻔 했지만 미르의 위로 넘어지기 전에 회의용 탁자에 간신히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그는 시아의 약간 붉게 부은 맨발바닥을 혀로 할짝이더니 치료마법을 걸어주었다.

그 모습을 날로 똑똑히 본 양국의 귀족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미르는 천천히 간지럽히듯 시아의 발을 한번 핥아서 달래고는 가볍게 치료마법을 걸어주었다. 약간 붉은 기가 도는 빛이 그의 손에서 떠오르는 것을 보고 제국의 사신들은 더없이 놀랐지만 왕이 마법사라는 극비사항을 아는 케르타의 귀족들은 그 왕이 웬 여자의 발을 노예처럼 핥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게다가 그 상대 여자가 비록 제국의 귀족일지언정 자신들이 평소에 그렇게나 뒤로 씹고 욕하고 무시하던 종달새였다니. 시아는 웅성거리는 주위를 무시하고 단호하게 미르에게 말했다.

〈회의하는 동안은 아는 척하지 마.〉

〈……아는 척만 안하면 돼?〉

갑자기 굵은 목소리로 누군가가 시아의 머릿속에 답해오자, 그녀는 조금 놀랐지만 그 소리가 용언이며 미르의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대답했다. 세르의 용언은 들어본 적 없었는데 깜짝 놀랐네.

〈어쨌든 넌 왕이잖아! 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가!〉

시아는 따끔하던 발이 멀쩡해졌다는 사실에 감사인사를 하기도 전에 지금 상황을 깨닫고 후다닥 걸어가 제국의 사신 측 테이블에 앉았다. 이미 끝자리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라시에 후작이 가장 윗측 상석을 내가 오자마자 비워놓았기에 지위에 맞게 상석으로 향할 수 있었다.

케르타의 재상인 하민은 내가 상석에 앉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작 먼저 기선제압을 들여온 것은 케르타의 이름 모를 연두색 두건을 한 40대 남자 귀족이었다.

"어째서 계집 따위가 신성한 귀족들의 회의 장소에 들어온 거지?"

그는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이었고, 실제로도 저 여자를 당장 끌어내서 사형시키라고 명령하고 싶었지만 왕이 있는 자리였기에 꾹 참고 있었다. 공작이라고 그녀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케르타에는 그만큼이나 여성 비하 사상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로 치자면 회의실에 노예가 당당히 상석에 앉은 것과 같은 상황이었기에 이 국가간 거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말이 튀어나올 만큼 어이가 없는 건 당연했다. 그 케르타 귀족의 말에 시아는 물론이고 그라시에 백작마저도, 그리고 모든 제국의 사신들이 울컥했다.

제국 입장에서는 그런 케르타의 사상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연했고, 제국도 아니라 왕국인 케르타의 귀족 따위가 감히 사신단의 리더이자 가장 지위가 높은 공작인 시아를 욕했다는 사실은 그 공작 이하의 다른 귀족들도 싸잡아 욕하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흑의 대공파가 아니라서 시아가 출세하면 곤란해지는 적대 귀족들도 자기보다 위인 공작을 욕하며 자신까지 모욕했다는 사실에 당연히 화가 났다.

시아는 그라시에 후작이 자신에게 가장 상석을 내준 의도를 대충 짐작했다. 이런 심한 문화적 차이 때문에 줄곧 거래에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인간을 초월한 잔머리 신공 미르헬의 말빨에 놀아나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답답해 죽을 것 같았겠지.

시아는 그 누구보다도 상석인(미르 앞) 자리에 앉아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그 남자 귀족에게 말했다. 이미 자리 앞에 지위명이 적혀 있어서 회의하는 동안 헷갈리는 일이나 무례를 방지했기에 시아는 그 자가 자기보다 훨씬 낮은 고작 백작급의 지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대는 감히 신성한 회의실에서 제국의 공작을 모욕하는가?"

공작 이상과 백작 이하 정도의 차이라면 지위상 윗사람이 반말을 해도 모욕죄로 취급되진 않는다. 제국에서는 예의를 중시해서 웬만한 계급차나 친분이 없으면 철저히 서로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 케르타의 귀족은 여성인 시아가 자기보다 윗자리에서 깔보듯이 눈을 아래로 내리뜨며 감히 자신에게 반말을 하자 살면서 이 만큼의 모욕을 받아본 적 없었기에 여기가 왕 앞이며 회의실이라는 것도 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시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꼬투리를 잡아서 회의를 먼저 유리하게 이끌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먼저 선수를 친 것은 얌전히 그 둘의 하는 꼴을 바라보던 미르였다. 그는 무표정하지만 느릿한 목소리로, 그러나 대리석 벽의 회의실 내부에 전부 울릴 정도로 단호한 목소리로 알렸다.

"시렌느 공작은 여성이기 전에 어디까지나 제국에서 황제 폐하의 명에 따라 사신으로 파견된 귀족. 비록 양국의 문화 차이가 있지만 두 나라의 번영과 조화를 의도한 회의장에서 융통성 없이 자기 나라의 풍습만을 고집하다니. 자칫 양 국의 평화협정을 깰 수도 있는 중죄나 다름없으니, 가멘 백작, 이 순간부터 그대의 소유물과 귀족의 이름을 회수하고 노예의 낙인을 찍는 형벌을 내리겠다. 그리고 시렌느 공작, 이 점에 대해서는 국왕인 짐이 직접 사과하겠네."

야, 잠깐잠깐, 그 말 내가 하려고 했는데!!! 스틸 즐! 내 대사란 말야! 시아는 속으로 버럭 화를 냈다. 게다가 이미 자기가 좀 심하다싶을 만한 벌까지 줘놓고 시아가 트집잡을 기회를 완벽히 막아버렸다. 잘 하면 빌미가 생기겠다 싶어 좋아하면서 시아를 응원하던 제국 측 귀족들은 미르의 빠른 대응력에 역시 저 왕은 괴물급 스펙이라며 좌절했고, 미르는 시아가 반격을 시작하기도 전에 할 말을 줄줄이 잇고는 나 잘했지? 하는 표정으로 시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가멘 백작이라는 그 남자는 케르타의 비인간적인 여성비하 윤리에 찌들어 화를 참지 못하고 상황파악에 늦은 죄로 졸지에 귀족에서 노예가 되어 당장 끌려나갔다.

그래, 문화가 다른 양국의 화합의 장에서 융통성과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필수 탑재 목록이지. 하지만 미르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회의 사상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비상한 머리로 제국 측 사신들을 적당히 무시하고 애매하게 씹으며 사신들 짜증나게 만드는 적대자 1순위였던 것이다. 시아가 나타나자마자 왕 자리 때려치우고 잘 보이려고 달려드는 미르의 이중적인 행동에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시아는 자신의 멋진 대사를 스틸한 미르가 좋게 보일 리 없었다.

미르는 시아를 보고 그답지 않게 헤실거렸지만 시아는 빠릿한 커리어우먼같은 동작으로 냉랭하게 미르의 시선을 무시했다. 그리고 알아들었으면 빨리 진행하라는 듯이 고개짓을 했다.

그라시에 후작은 빨리 상황을 수습하고 진행중이던 제의를 마저 꺼냈다.

"그러면, 무역 협정의 물품목록과 세금 비율에 대한 합의를 계속 진행하도록 하지요. 제국 측에서는 케르타 왕국의 특산물인 메이네 천과 과일류, 귀족들의 사치품 목록인 실크 태피스트리, 약재 이켄 열매 가루 등의 이하 목록을 수입하기를 원합니다. 세금은……."

그라시에 후작이 설명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양국에서 서로에게 수입이나 수출을 원하는 목록은 전부 나눠주는 종이에 적혀 있었다. 그나저나 왕실에서 쓰는 종이가 왜 이래? 갈색이고 까칠까칠하잖아. 무슨 나무껍질을 그대로 납작하게 눌러 종이로 만들어서 쓴 것 같다. 시아는 종이의 결을 만져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케르타 측에서 제국에 수입을 원하는 물건 중에서는 고급 종이류도 있었다. 제국에서는 큰 나무가 많이 자라는 특유 지형을 이용해 질 좋은 종이를 대량생산해서 책의 보급에 가장 힘썼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평민들도 책으로 쉽게 글을 배울 수 있었고 문맹이 거의 없어졌으며 웬만한 영지에는 공공 도서관이 있기에 머리만 좋으면 배울 기회가 많아져 누구나 충분히 신분상승을 꿈꿔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종이 만드는 법이 발달해서 평민들도 종이를 싼 값에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케르타에는 지리적 특성상 종이가 엄청나게 희귀한데다가 이렇게 종이의 질도 찌질했다. 시아는 미르가 동물이나 몹 껍질같은 것 위에다가 글을 썼던 걸 생각했다. 왕실이 이러한데 그 아래는 또 어떻겠는가? 게다가 평민들은?

마법 물품이나 다른 편리한 물건들도 목록에 있었다. 즉, 제국이 케르타에게 원하는 것은 그냥 특산물이나 사치품들, 케르타가 제국에 원하는 것은 생활에 꼭 필요한 주요 물품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제국 측에서는 이 무역협정은 맺나 안 맺나 자기네들 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다. 진짜 목적은 평화협정이었던 것이다. 케르타의 군사력이 갈수록 강대해지고 있으며, 야망이 넘치는 케르타의 젊은 국왕은 결코 주변국을 가만 내버려둘 리 없다는 사실을 하르아이나 제국 레이나 여제는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자라기 전에 싹부터 길들인다는 의미로 진작에 무역을 빌미로 평화협정을 맺어두려던 것이다.

하지만 시아가 지금 와서 깨달은 섬뜩한 점은, 케르타의 국왕이자 치사하고 비겁하고 영리한 미르헬은 제국과의 무역 협정으로 자기네들의 힘을 더더욱 크게 키운 뒤에 평화고 개뿔이고 숨죽이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들고일어나 전부 삼켜버릴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시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르만 케르타의 왕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런 사기급의 봉변을 당할 일은 없다. 미르의 후계를 이을 케르타의 다른 왕위 계승자들은 미르만큼의 융통성과 두뇌와 지식과, 그리고 잔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싹을 완전히 밟아버리기 위해 시아는 좀더 유리한 무역 협정에 힘쓰기로 했다. 메이네 천과 이켄 가루는 케르타 지방에서만 나는 특산품으로서 수입하게 된다면 제국쪽도 이익이 되는 물품들이었으니까. (사실 시아의 진짜 관심목록은 오로지 과일 뿐이었지만) 시아는 아젤에게 배웠던 국법을 회의장 안에서 줄줄이 외웠다.

"제국 측에서는 과도한 사치를 지양하자는 의미에서 고가 수입 사치품들의 물건 값 12%이상을 왕실에 세금으로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다른 국가들도 하르아이나 제국에 수출하는 사치품에 최소 12%이상의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케르타 국내에서 제국의 수출품 목록들은 대체로 생활 필수품에 가까웠다. 식량과 마법 냉각기, 열에 강한 건축자재, 라이트볼, 종이와 방열 옷감 등. 이런 필수품 목록에 일일이 세금을 받아먹는다면 케르타 쪽이 너무 이익이었기 때문에 시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케르타의 라이만 국왕 전하께서는 역시 우리 여제 폐하만큼은 아니지만 뛰어난 현왕이십니다. 언제나 케르타의 국민들을 생각하시며 제국의 수입물품 중 생활 필수품에 대해 전부 세금을 면제해주시겠다니."

"응응."

시아의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발언에 귀족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미르는 시아가 한 말이라면 그냥 무조건 옳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면서도 말이다. 다른 귀족들은 눈에 불을 켜고 반발했지만 이미 왕이 그렇게 약조를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케르타의 국민들 입장에서야 싸게 종이나 라이트볼, 냉각기 등을 살 수 있다면 이득이겠지. 그러나 귀족들의 국가적 측면에서 보면 그들이 손해인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아래쪽으로 들어가는 수입 목록에 서적과 일반 식품류도 포함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여기 금속이 그렇게 질 좋다면서요? 그것도 좀 수입하고 싶은데요. 특히 철을 대량으로."

"응응응!"

사막에서는 농사짓기와 먹을 것을 구하기가 꽤 힘들어서 케르타는 제국보다도 빈민들이 많은 편이다. 사실 평민=빈민이라고 봐도 된다. 미르는 평민에겐 최소한의 살 길만 열어주고 세금을 거두어 중간계급을 군사로 철저히 훈련시킴으로서 군사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타국을 침략함으로서 국가의 기반을 처음부터 새로 다질 생각이었지만 그 과정이 되는 지금 상황에서 모르긴 몰라도 평민들의 불만은 꽤 많이 쌓였을 것이다.

그런 평민들에게 기적과도 같이 쓸만한 물건을 싸게 제공하는 제국 상단에서 제국의 문물을 접하게 함으로서 무조건적인 왕에 대한 충성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깨닫게 하고 자신이 겪는 불합리함에 불만을 갖게 한다면 케르타는 그야말로 파탄이 날 것이다. 게다가 전쟁물자로도 쓰이는 물건들을 우리 쪽에서 대량으로 싸게 수입해 가면 당분간은커녕 전쟁의 전 자도 못 일으켜보고 케르타의 계획은 박살나게 된다.

게다가 곧 케르타는 국가 체제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는 것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케르타의 전 국민 중에서 절반을 차지할 테니까. 반쪽이 없는 나라는 존재하기 어렵지.

시아는 화사하게 웃었다. 감히 여왕인 날 무시했겠다? 언젠가 케르타는 자신들이 그렇게 밟아죽였던 노예와 여자의 발바닥에 밟혀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야.

***

물론 케르타의 귀족도 사람인데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진 않았다. 나중에는 무조건 내 말에 동의만 하는 미르를 제치고 막 소리까지 쳐댈 정도였으니까. 이걸로 케르타의 왕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도 날아가버렸군. 사실 미르니까 그만큼 충성한거지, 다른 남자가 그렇게 거만하게 안하무인격인 왕 흉내를 냈다면 나부터가 한대 쳐버렸을걸.

회의가 마무리되고 어느정도 조약 작성에 대해 구체화되어서 거의 결정된 거나 다름없어졌다. 무역 협약은 제국의 승리로 끝났으니 이제 평화조약만 맺으면 되지만 평화 조약같은 것은 국가간의 조건이 대체로 정해져 있어서 어느 한쪽이 크게 불리해질 수가 없는 약속이기에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라시에 후작에게 언질을 받고 본궁 뒷뜰을 거닐면서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유렌이랑 세르, 잘 있겠지? 하긴 그 둘이 얼마나 센데 무슨 문제라도 생겼겠어. 빨리 마지막 회의도 마무리짓고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아…….

거의 3개월만에 만나는 건데 둘한테 선물이라도 사갈까? 케르타에선 무슨 선물을 사가면 되는 거지. 케르타의 특산물인 고급 메이네 천으로 만들어진 잠옷이 굉장히 시원하고 편하던데 그걸로 할까? 남자한테 그런 선물은 좀 아닌가. 그러면 케르타 특산물 대리석 장식품이나 화려한 고가의 비단 태피스트리? 둘다 같은 집에서 사는데 집안 장식품같은것도 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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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사기ㅠ. 남성주의타도소설같음…….

발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군요. 사실 시아의 여왕님 성격과 남캐의 복종을 의미하는 점으로 발에 키스하는 내용을 종종 썼지만 그래도 이건 뭐 발 하악하악 변태수준? 저도 의도하지 않은 점입니다;;;

동양 귀족 설정과 서양 귀족 설정을 막 섞어 쓰다보니 (정확히는 왕과 황제의 계급차)지위 구분이 기존의 중세에 비해서 좀 엉망이 되었군요. 헷갈리시려나? 많이 헷갈려하시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나 이건 정말 아니다 하는 건 댓글로 확실히 달아주시면 나중에 독자분들의 의견을 따라 수정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귀찮으시다면 '그래 이건 중세가 아니라 판타지 세계니까'라고 생각해주세요. 그게 편해요ㅠㅠ

넹 전 쓰레기입니다. 귀족 관련 소설은 진짜 못씁니다. 그나마 머리 싸매쥐고 노력한 게 이꼴이에요ㅠ 고딩 시절에 세계사는 학교과목에도 없었지만. 나름 중세판타지 쓴다고 지위순서를 배운답시고 배웠는데 이꼴입니다. 그냥 분리수거해서 버려주세요.

그보다 지적을 몇번 받긴 했는데 소설의 설명 중에서 어디가 틀렸고 어딜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정확히 집어서 말씀해주지 않으면 전 모릅니다ㅠㅠㅠ 진짜에요. 정확히 지적해주시면 감사. 지적을 몇번 받긴 했는데 어디가 문제인지 몰라서 못고치고 있습니다;; '거미는 곤충이 아닙니다. 그러니 시아가 두려워하는 곤충목록에서 빼주세요', '맛춤법이 틀렸습니다. 맞춤법입니다'처럼 정확히 말씀해주셔야 고칠수있어요ㅜ

아 그리고 My Fair Knight2부를 말씀하시는거네여. 넹 제가 예전에 그소설 작가였습니다. 망쳐서 걍 삭제ㄱㄱ.

전편 보너스 목표 : 레이니안의 호감도 떨어뜨리기는 대략 성공했습니닼. 이제 이녀석 남편으로 올리자는 얘기는 안나오겠지요 ㅋㅋ.

질문 답 : 전편 보너스에서 나왔던 금발 로리소녀인 엘의 본명은 엘리아스입니다. 꽃의 여왕에도 이름정돈 나와요. 본명으로 찾아보시면 몇번 나왔습니다. 레이니안보다 실제 나이는 연상이고 레이니안의 스승이자 주인이 맞습니다. 뭐 딱히 여기서 기억해둘만한 캐릭은 아님.

전편 독자조사 결과 : 역시 로리는 마이너군요. 그래도 전 꿋꿋이 로리의 길을 가겠습니다. 이 '꽃의 여왕'에서는 로리물이 안 나올 예정이지만 나중에 따로 로리소설 쓸지도? 사실 전 빈유 거유 다 좋아합니다. 특히 빈유면서도 빈유를 당당히 내보이는 로리가 빈유 콤플렉스가 있는 로리보다도 모에하다고 생각합니다!(단 그때는 빈유에 하앍대는 남캐가 있어야 성립됨.)

결론 : 이미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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