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젊은 여공작과 사막의 황제 -->
*무삭제본은 노블 10회에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씻는 게 먼저였고, 정령에게 시키려고 소환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첫번째의 그 엔다이론을 불렀다.
"하지만 한마리 더 부르는 건 무리야. 그러니까 너라도 빨리 씻겨. ……아앗! 거긴 안된다니까!"
연한 파란 색의 엔다이론이 내 가슴을 말아쥐고 주무르듯 조였다. 게다가 꼬리로는 내 엉덩이를 더듬어댔다. 이 녀석은 대체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진한 남색의 엔다이론도 내가 명령하자 부끄러운 듯 한번 머리를 털더니 비누칠된 몸으로 기어와서 어설프게 내 몸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엘레스트라는 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비누를 들고 내 머리에 물을 적시기 시작했다.
"머리는 비누로 하면 안 돼. 그쪽에 하얀색 샴푸 있잖아. 그걸로 하고 나서 린스 하고 컨디셔너 바르고 그 쪽에 있는 파란색 젤리같은 걸로 한번 더 하고 헹구는 거야."
〈알겠습니다.〉
엘레스트라는 순서를 외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방법을 가르쳐 주니까 웬만한 시녀들보다도 더 능숙하게 머리를 감겼다. 잘됐네, 여기 오고 나서부턴 나를 좋지 않게 보는 궁녀들만 있었기 때문에(당연하겠지만), 옷도 혼자 입고 목욕도 혼자해야 해서 조금 성가셨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 복잡한 과정이 귀찮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이렇게 정령을 부르면 되는거였구나. 물론 미르에게 말하면 나도 궁녀의 시중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몸을 씻기는 두 정령이 문제였다. 그럭저럭 씻기긴 하는데, 남색 엔다이론은 내 몸에 닿을 때마다 부끄러워해선지 적극적으로 씻기지 못했고, 파란색 엔다이론은 너무 적극적이라 성희롱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동글동글하고 이빨도 날카롭지 않고 물로 되어 있어 물컹거리는, 그런 귀엽게 생긴 물뱀이라 그럭저럭 가만히 내버려뒀지만 말이다.
잠시 후 어느정도 씻겨지자 나는 정령 셋을 돌려보내고 실프들을 불러서 내 머리를 말리게 했다. 그리고 목욕천을 걸친 후 욕실 밖으로 나왔다. 목욕 한번 한 것 뿐인데 왠지 지친다. 목욕시중이 처음이라 그렇지 앞으론 익숙해지겠지, 아마.
침실로 가니 벌써부터 미르가 저녁식사 밥상 앞에서 긴장한 듯 앉아 있었다. 나는 미르를 바라보기보다는 호화로운 저녁식사에 시선을 빼앗겼다.
"와아! 바나나나나!"
잘 익은 바나나에 파인애플. 익을 대로 익어서 터질듯한 싱싱한 과일들이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미르는 다른 욕실에서 방금 씻고 나왔는지 축축하게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 말리다가 내가 테이블 앞에 앉자 바로 내게 접근했다.
"내가 먹여줄게."
"응?"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미르는 알이 굵은 포도알의 껍질을 벗겨내서 내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포도를 받아 삼켰다. 껍질 벗긴 바나나도 나에게 먹여주고, 씨를 발라낸 수박과 딸기도. 하지만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남이 먹여주는 거라 조금 어설펐다. 큰 조각의 복숭아를 깨문 내 입가에서 과즙이 주륵 흘러버리자 미르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내 목덜미로 흐르는 복숭아 즙을 자신의 혀로 핥아올렸다.
"수건으로 닦아도 되잖아?"
마지막 복숭아조각을 삼키며 내가 말했다. 하지만 미르는 내가 입은 흰 샤워가운을 젖히고 과즙 방울이 흘러내린 내 가슴 사이와 배꼽 위까지 혀를 움직여 쭈욱 빨아서 깨끗이 다 닦았다. 뜨거운 그의 숨결이 닿아서 배가 흠칫했다. 쭈우욱 소리가 날 때까지 깨끗해진 배를 더더욱 세게 빨아 배에 불그스름한 자국을 만들고서야 그가 얼굴을 들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미르가 곧 물기 많은 멜론 한조각을 다시 입에 집어넣어주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내가 멜론을 깨물려고 한 순간 갑자기 그가 들고 있던 멜론조각을 놓쳐버렸다.
멜론조각은 내 샤워가운 속으로 들어가서 앉아있던 나의 가슴께와 배를 미끄러져 내려가 허벅지 위에 떨어졌다. 차가운 과일 조각이 몸에 닿자 나는 움찔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미르의 속셈을 알아채고 말았다. 이 변태 드래곤 같으니라고.
"흐에."
"잠깐만 가만 있어봐, 깨끗이 닦아줄테니까."
미르는 그렇게 말하며 내 가운의 허리띠를 풀고 완전히 벌렸다. 그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나는 얇고 흰 목욕가운 안에는 속옷조차 입지 않았다. 미르는 멜론 조각이 흘러내린 자국대로 혀를 가져가서 미끄러뜨렸다. 마침내 내 다리 사이까지 혀가 닿았을 때는 내가 움찔거린 것으로 멜론이 나의 양 다리 사이에 떨어져버렸다.
나는 멜론이 들어가있는 채로 다리를 모아버리며 생긋 웃었다.
"이 안에 들어갔는데도 핥을거야?"
"핥으면 안 돼?"
미미한 떨림이 서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무언가 안타까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애절한 것 같기도 해서 의외로 굉장히 섹시하게 들렸다. 미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보았다. 평소의 투명하고 예쁘던 붉은 눈동자는 거의 가운데가 검은 빛에 가깝게 짙어져 있었다. 다행이다, 평소의 그 딸기사탕 빛 눈동자였다면 눈알을 핥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 보였을 텐데 지금은 붉게 물든 그의 입술이 더 달콤해 보였다.
대신에 미르의 눈동자는 내가 전에 섬뜩하다고 느꼈던 만큼 짙고 어두웠고, 위험해 보였다. 그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훨씬 더. 하지만 이번에는 예정된 일이라서 그런지 그 때만큼 많이 두렵지는 않았다.
대신에 뿌리 속과 줄기의 잎맥 구석구석까지 오싹하고 짜릿한 느낌이 제초제처럼 파고들었다. 꼭 발정난 맹수 한 마리의 발톱 밑에 깔려있는 듯한 느낌. 미르는 내 허벅지를 잡고 그대로 벌려버렸다. 내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다리를 모으려고 저항했지만 미르는 내 힘에는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고 그대로 다리를 벌렸다. 압도적인 힘에 두려움마저 들었다.
"응, 싫어, 하지마아……."
미르는 멜론 조각이 반쯤 짓눌려 있는 것을 단숨에 삼키고 내 다리 사이에 흐른 멜론즙을 꼼꼼히 핥았다.
(여기부터 노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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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어제 그 짧은 내용을 결제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셔서 오늘 급 써올립니다. 어제건 너무 짧기때문에 다음 노블 올라오면 몰아서 보시라고 미리 경고글을 적어놓으려고 했는데 급 올리느라 그만 깜박했네요. 어제보다 일찍 올렸으니 노블 결제하신지 24시간 안되신 분은 보실 수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