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65화 (65/226)

<-- 5. 젊은 여공작과 사막의 황제 -->

*수위경고(진짜 센듯하지만 주요단어는 안나왔으므로 여기 올립니다)*

***

그 청보라색 머리의 노예의 이름은 카딘. 타 부족의 귀족 출신인데 케르타 부족과의 전쟁에서 패망해 이쪽으로 팔려왔다고 한다. 여하튼 카딘이 데려온 짧은 금발머리의 중부인 노예는 정말로 잘생겼다. 카딘도 귀족 출신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색다르고 꽤, 아니 상당히 잘생겼지만 이쪽은 진짜 귀공자같은 분위기랄까.

"저기, 넌 이름이 뭐……."

"국왕 전하께 침실에 남자를 들여도 좋다고 허락은 받으셨습니까?"

내 부드러운 질문을 끊고 그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카딘은 당황해서 금발 남자의 말을 끊고 그의 머리를 눌러 고개를 숙이게 했다.

"이 자는 라르슈라고 하옵니다. 타국 출신이라 노예의 예법을 모르고 성격이 거친 점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은 꼭 나한테 하는 용서라기보다는, 라르슈에게 '야, 죽기 싫으면 여기선 기어!' 하고 경고하는 외침같았다. 나는 푹신한 침대 위에서 생긋 웃으며 그 둘을 바라보았다. 서로 초면은 아닐테지만 가끔 스쳐 지나가다가 얼굴만 기억한 사이처럼 서먹해보였다. 나는 라르슈의 부드러운 금발머리 아래로 슬며시 보이는 보라색의 한쪽 귀걸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노예가 저런 귀걸이도 낄 수 있나?

"그 귀걸이 예쁘다."

그에게 소중하거나 무슨 사연이 있는 귀걸이가 아닐까 하고 살짝 운을 띄웠다. 생각없어보이는 내 말투에 그는 미미한 비웃음을 띄웠다.

"갖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드리지요."

"응?"

설마 이렇게 선뜻 준다고 할 줄이야. 혹시 저주의 귀걸이인가? 불투명한 보라색인 걸로 보아 진한 자수정 같기도 한 그 귀걸이는 작고 둥근 모양으로 귀에 딱 붙어 있었다. 카딘도 그 귀걸이에 대해서는 모르는지 의아한 듯 귀걸이와 라르슈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귀걸이 정도야 미르에게 갖고싶다고 하면 똑같은 걸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고, 세르나 유렌에게 사달라고 조를 수도 있었는데다가 일단 내가 공작이었으니 내 보석함을 열면 저것보다 더 비싸보이고 예쁜 귀걸이가 많았기에 별로 욕심이 나진 않았지만 나는 귀걸이보다 그 뒤에 숨겨진 사연이 더 궁금했다. 아울러 노예 치고는 색다른 라르슈의 태도도.

나는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서, 카딘의 팔에 의해 강제로 무릎을 꿇고 있는 라르슈의 얼굴을 부드럽게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라르슈의 왼쪽 귓불에 달린 귀걸이를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안 빠졌다. 이리저리 당기고 돌려봐도 맞닿은 부분이 빨개질 뿐 귀걸이는 꼼짝도 않았다. 너무 오래 하고 있어서 살에 붙었나? 그런 것 같진 않는데.

"……이거 안 빠지는데?"

"그렇다면 귀를 잘라서라도 빼내 가시는게 어떻겠습니까?"

헐. 갈수록 라르슈의 태도가 더 의심된다. 나한테는 쌀 한톨도 안 줄것처럼 굴더니만, 귀를 잘라서 귀걸이를 빼가라고?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귀만 자를 바엔 그냥 전부 가지겠어."

내 대답은 그에게 의외였는지 라르슈는 잠시 눈을 크게 떴지만 곧 비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그리고 거절의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국왕 폐하께서 그걸 허락하실 것 같……."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게 더 빨랐다.

"넌 왜 나를 그렇게 싫어해?"

설마 지난번 회의실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한것 때문인가. 그건 진심도 아니었고, 단지 미르가 화나게 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 그 말의 의도는 열받아서 머리가 뜨거워져 있던 미르를 제외하고는 전부 알고 있을 터였다. 사과해야하려나?

내 말에 라르슈가 대답하려 하지 않자, 대신으로 카딘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보통 성격 나쁜 주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누가 너한테 입을 열라고 했지!'하며 채찍질을 했겠지만 내가 아까도 카딘의 참견에 그냥 넘어가자, 그는 내 성격이 너그럽다고 알고 이번에도 끼어든 것이다.

"그는 타국 출신입니다. 그곳에서는 양민이었겠지만 노예상에게 잡혀 먼 케르타로 팔려왔다고들 합니다. 흔히 타국 노예들은 대체로 그렇거든요. 그래서 그는 오직 국왕전하만을 제외하고 모두에게 사납게 대하고 있습니다.

"왕에게는 왜?"

"전하께서는 그를 길들일 적에 압도적인 무력을 증명하셨습니다. 본심은 싫지만 따르는 것이겠지요. 전하께서도 자신에게만 충성한다면 이 자가 다른 귀족에게 무례히 굴어도 채찍질이나 사형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해 주겠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는 전직 귀족이라 그런지 매우 조리있게 설명해나갔다. 어쨌거나 그것 때문에 미르 말만 듣는다는 거구나. 게다가 남들에겐 뻗대고. 하지만 그것도 진정한 충성이 아니고 말야. 나는 다시 침대에 앉으며 라르슈에게 말했다.

"내 하인이 되지 않을래? 내가 미르한테 널 달라고 할게. 나는 제국 출신이라서, 만약 날 따라오면 제국법에 의해서 노예가 아니라 평민이 될 수 있어."

그는 분명 노예라는 자리를 혐오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내 저택에는 사람이 부족해서 하인 대환영. 라르슈라면 일도 잘할 것 같고. 그래서 서로에게 좋은 일 같아 제안했는데, 정말 의외로 라르슈는 냉랭한 표정으로 딱 잘라 거절했다.

"거절합니다."

"아니, 왜? 월급은 많이 못주지만 그래도 보통정도는 줄 수 있……."

"거절한다고 했을 텐데. 당신같은 천한 계집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더러운 케르타의 귀족 아래서 기는 것보다 더한 치욕이야. 꺼져."

한순간에 자제할 수 없을만큼 거칠어진 라르슈의 말투에 나는 당황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하지만 나는 그의 독설에 묘하게 재미있어지는 것 같았다. 흥, 감히 나한테 꺼지라고 했겠다. 그래서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천천히 옷의 허리띠를 풀었다.

라르슈도 순간적으로 화가 나 그런 말을 했을 뿐, 왕이 가장 총애하다못해서 거의 노예처럼 기는 나에게 저항하면 크게 혼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갑작스런 내 반응에 조금 당황했다. 나는 모시옷같은 재질의 겉옷을 천천히 벗었다.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겉옷은 침대 위로 스르륵 흘러내려 침대 바닥, 그 둘의 눈앞에 바로 떨어졌다.

속에 입은 옷은 반투명해서 속옷이 다 비치는 가운 같은 거였다. 부드러운 리넨으로 만들어진 프릴 달린 가벼운 드로워즈와 속바지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이곳의 발목을 단단히 감싸는 긴 바지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서 실내에 있을 때 바지는 잘 입지 않았다. 그래서 불투명한 흰 겉옷 안에는 흐릿하게 속살의 색이 비치는 긴 셔츠모양 가운을 걸치고 있을 뿐이다. 비친다고 해봤자 또 안에 입은 속옷과 허리띠 때문에 허벅지나 어깨의 살 색밖에 안 보이지만. 게다가 나는 머리를 감싸는 두건도 매우 싫어했기에 지금 내 핑크빛 머리카락은 아무것도 가린 것 없이 하얀 옷 위에 비단실처럼 찰랑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정도는 제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노출도였지만, 그들은 달랐다. 케르타에서 밖에 돌아다니는 여자를 보기엔 하늘의 별 따기였던 것이다. 궁에서 일한다고 해도 야한 옷차림의 궁녀들이 돌아다니는 곳과 그들이 일하는 곳은 확실히 구분되어 있었고, 가끔 귀족들이 연회장에서 다 벗듯이 한 무희들과 놀기도 하지만 노예에게는 운이 좋아서 종자용으로 선택되지 않는 이상 여자란 꿈같은 이야기였다.

원칙적으로 내가 케르타인이라면 이들 앞에 얼굴도 드러내선 안되었다. 하지만 남자를 앞에 두고 옷까지 벗어젖히다니. 최소 몇년간은 여자 구경도 못했을 남자들이니 당연히 눈이 돌아갈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거의 한달을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 남자라고 해 봤자 세르와 유렌이지만. 한달째 아무생각 없이 살다가 미르헬과의 일로 갑자기 몸이 뜨거워져버렸다. 그와 며칠째 같이 지냈지만, 미르는 그 사건 이후로 나에게 특별히 무언가를 더 요구하지 않았다. 드래곤은 원래 그런가 했지만, 같은 드래곤인 세르는 하루가 멀다하고 나를 찾아댔는데.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간만에 조금은 즐길 수 있겠네. 비록 진짜로 하진 않더라도 말야.

라르슈의 짙은 하늘빛 눈에 무언가가 일렁이는 것이 힐끔 보였다. 벌써 반응하다니, 음란하기도 해라. 나는 생긋 웃어보였다.

"조금 덥네."

왕궁 중에서 왕의 침실과 몇몇 장소는 마법 온도 조절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더울 리는 없었다. 종종 너무 더운 날에는 온도조절기가 고장을 일으키긴 하지만 말이다.

역시 이곳은 마법이 덜 발달해서, 왕궁의 온도조절기 주제에 보통 귀족들이 쓰는 온도조절기보다도 질이 나빴다. 원래 조절기 상태를 이곳 기후에 맞추어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중부나 북부에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기온이 올라가면 작동이 멈추어버린다.

하지만 지금은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덥다고 말하자, 카딘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쩔쩔맸다. 라르슈는 무시했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명령하면 들을 수밖에 없을 걸. 나는 말 잘 들을 것 같은 카딘은 내버려두고 라르슈를 지적하며 명령했다.

"덥다니까. 부채 거기 있잖아."

바나나 잎으로 만든 커다란 부채를 내가 가리키며 라르슈를 지적하자, 그는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순순히 부채를 들고 일어나 침대 옆에서 부쳐주었다. 사실 덥진 않지만 이것도 꽤 기분좋은데? 바람도 시원하고.

바람이 진짜 목적은 아니었다. 나는 쿠션을 받치고 비스듬하게 누워 카딘에게 말했다.

"물 한잔만 따라줘. 그리고 불편하게 꿇어앉아있지 않아도 돼. 아, 그렇지. 이리로 올라와."

"하지만……."

"괜찮다니까. 미르가 돌아오려면 한 시간 넘게 남았다구."

나는 카딘의 탄탄한 허벅지를 베고 누워서 그가 건네준 컵에 담긴 차가운 물을 마셨다. 어설픈 자세로 마시니까 당연히 물이 흘러 목덜미와 옷을 적셨다. 의도한 일이었지만 나는 놀란 듯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다 젖었잖아. 어쩔 수 없네."

그렇게 말하곤 팔을 들어 그 옷마저도 마저 벗겨내버렸다. 카딘과 라르슈의 눈은 휘둥그레해졌다. 튜브탑이나 비키니 수영복 정도의 노출도가 되어버린 나는 속옷차림으로 다리를 꼬고 누워 라르슈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부채를 움직이는 손조차 떨리고 있었다. 이 정도에서 그쳐야만 하는데, 이 때의 나는 갑자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서, 속옷상의에까지 손을 대버렸다.

"여기도 젖었네. 더운데 그냥 벗어버릴까나."

"자, 잠깐, 저기……, 그, 종달새님!!!"

카딘이 너무 당황해서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그나저나 호칭이 그게 뭐야? 미르가 그렇게 부른다고 너까지 동조하면 안되지. 나는 가슴을 빵빵하게 조이고 있는 속옷의 앞부분 매듭 세개 중 두개를 풀어버리며 말했다. 약간 묵직한 가슴이 출렁이면서 조금 느슨하게 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교정용속옷은 어떤 종류건간에 아무것도 안 입은 게 편해. 마지막 매듭 하나만 걸쳐놓고서 나는 다시 몸을 눕혔다. 카딘의 허벅지가 긴장해선지 뻣뻣하게 굳어버린 것이 느껴졌다.

"내 이름은 세이시아 시렌느야. 이름을 불러도 되지만 싫다면 공작각하라고 불러."

갑자기 바람이 멎어버렸다. 나는 뻣뻣하게 굳어서 부채를 부치는 것을 그만둬버린 라르슈에게 시선을 주었다.

"뭐야, 덥단 말야. 계속 부쳐."

라르슈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참는 듯 하기도, 당황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카딘은 라르슈에게 호소하는 듯한 시선을 주었다. 절대 부채 부치지마! 라며.

나는 아래를 살짝 내려다보았다. 풍성하고 긴 머리카락이 웨이브져서 내 가슴을 덮고 있었다. 벌려진 속옷 사이로 선명한 가슴골에 머리카락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상태였다. 바람이 불면 이 가운데가 더 잘 보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쿡쿡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부드럽게 허리를 틀어 라르슈 가까이로 다가갔다.

"왜 그러는 거야? 으응?"

재미있는 현상이네. 방금 전과는 달리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라르슈는 입을 꼭 다물고 약간 상기된 뺨으로 몸을 흠칫거렸다. 나는 남자라면 한순간에 설탕물로 녹을 정도로 가녀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 몸이 신경쓰여?"

"그건……."

나는 라르슈의 뒷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말을 길게 늘이기만 할 뿐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더 이상 무언가 말하지도 못했다. 나는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귀족의 곁에 가까이에서 머무르는 노예인 만큼 몸이나 옷은 청결하게 하고 있지만 옷가지가 짧거나 조금 낡아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왕궁 노예의 단벌 옷인 갈색의 상의와 검고 헐렁한 바지의 허리띠 부근에 옷에 감싸인 채 무언가가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어라, 이게 뭐야?"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손가락으로 그걸 꾹 눌러보았다. 굉장히 딱딱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유혹을 섞어가며 장난치고 있으니까 참을 수 없을텐데, 그렇지?

"천한 계집이라 싫다며? 그런데 너는 그런 천한 계집한테 발정하고 있잖아?"

***

그런 말을 듣고도 뭐라 반박할 수 없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라르슈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 다시 뜰 수밖에 없었다. 시아가 그의 바지 허리띠를 잡아당겨 풀어버렸으니까. 허리띠가 풀린 바지는 흐르듯이 힘없이 벗겨졌다. 노예인 그가 속옷 따위를 입고 있을 리가 없었다. 라르슈의 하반신은 곧장 알몸이 되어버렸다.

시아는 뽀얀 뺨을 들고 아주 순진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의 반라를 본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느껴버리다니, 나 이만큼 변태인 남자는 처음 봐."

처음 보긴. 그런 음란한 남자를 첩으로 두고 있었지만 시아는 모르는 척 그렇게 말했다. 라르슈는 자신의 것이 애액을 흘리며 젖어 있을 정도로 달아올라서 단단해져 있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스스로의 몸인데도 그 하반신만은 자신의 의지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았다.

뜨겁고 뜨거워서 미칠 것 같았다. 어째서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생소한 감정을 이제 와서 느껴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아까부터 코끝을 맴돌던 은은한 장미 향이 지금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유혹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도 그는 시아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저주에라도 걸려버린 듯이.

어지러울 정도의 향, 비상식적으로 반응하는 심장, 그리고 약에 취한 듯 이상현상을 보이는 육체. 라르슈는 시아의 뽀얗고 매끄러운 피부가 옷 사이에서 서서히 드러나며 마침내 그 옷가지들이 벗겨지는 순간이 자꾸 머릿속에서 반복되자 미간을 찌푸리며 그 장면을 지우려고 애썼다.

침대에 기대 누운 시아가 신기하다는 듯 그의 다리 사이에 붙은 것을 맨발 끝으로 튕기듯 쳤지만 그 보드랍고 하얀 발에 의해 라르슈가 느낀 것은 통증이 아니라 오직 쾌감뿐이었다. 순간 머릿속을 뒤덮는 쾌감이 눈앞을 새까맣게 만들었다. 아찔아찔한 느낌의 반복에 그는 금방이라도 절정에 달해버릴 것 같았다. 앞으로 조금만, 한 번만 더 자극을 준다면 분명 아래는 터져버릴 것이다. 연한 장미빛의 머리카락과 흰 색의 속옷에 살며시 가려진 가슴이 아까부터 너무 신경쓰여 참을 수 없었다. 여자는 싫어했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그 쪽으로 시선이 갔다. 길게 잘 뻗은 여자의 다리는, 분명 여성의 것이었다.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욕정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 없는 라르슈였기에 지금의 상황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본 왕의 여자는 생각보다 훨씬 조그맣고 섬세하게 생겼으며 좋은 향기까지 났다. 하지만 속에 든 것은 결국 천박한 암컷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제안은 얼핏 들으면 좋은 것 같았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제국이나 다른 노예제도가 없는 나라에 팔려가더라도 법적으로 노예가 아닐 뿐이지, 제값 주고 비싸게 팔린다면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팔린 빚을 갚기 위해서 거의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더 싼값으로 평민을 얼마든지 하인으로 고용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비싸게 몸값 치러가며 제국으로 사가서 월급 주며 하인으로 부리겠는가? 불법이기에 대놓고 학대하지 않을 뿐이지. 게다가 월급 명목으로 용돈을 받으며 주인의 사랑을 받는 노예는 한 가지 뿐이었다. 그건 성노예가 되라는 말이 아닌가. 비슷한 사례를 노예상에서 여러번 접해본 그는 시아의 말의 의도를 꼬아서 받아들였다. 그냥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면 될 텐데, 그런데 그 여자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나는 대체 뭐지?

시아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보드랍고 통통해 보이는 허벅지와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종아리가 들리며 다리 사이의 흰 속옷이 조금 엿보였다. 그녀가 숨을 쉴때는 조그만 몸에 달려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육감적인 가슴이 오르내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살짝 아슬아슬하게 벌려진 가슴 앞섶 속옷 사이로 아주 연한 분홍색의 살갗이 조금 드러난 순간 그의 남성은 한계까지 팽창해버렸다.

냉철하게 안 된다고 외치는 머리와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욕정의 노예가 된 하반신은 완전히 따로 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셋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터져나오는 하얀 액체가 시아의 발등과 발가락 위에 흩뿌려졌다. 그녀는 그 액체를 빤히 바라보더니 약간 크림빛이 도는 불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를 조그만 발끝으로 문질러보았다. 그리고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진한 색깔은 처음이야. 게다가 한번 건드린 것으로 가버리다니. 혹시 너 처음인 건 아니지?"

그냥 한번 해 본 말이었지만 라르슈는 즉시 티가 날 정도로 얼굴이 붉어졌다. 우와, 설마 진짜 처음인거야?

"나, 나는……."

그는 여전히 하반신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성대에서 울리는 욕망어린 허스키한 목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똑바로 서질 못했지만, 금발머리와 어울리도록 붉어진 얼굴로 무언가 소리치려고 했다. 흐음, 놀리는 건 이 정도로 해 줄까. 나도 괜히 싫다는 애를 너무 괴롭힌 것 같고, 라며 시아는 생각했다. 그리고 발에 묻어서 흐르는 라르슈의 정액을 닦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카딘이 시아의 발에 묻은 액체를 입으로 핥기 시작했다.

"어머?"

"죄송합니다, 허락없이 발을 핥아서……."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그는 멈추진 않았다. 카딘은 어느새 침대 앞으로 와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희고 작은 발가락을 타고 흐르는 끈적한 정액을 정성스레 혀로 핥았다. 발톱 아래부터 발가락 사이, 그리고 발바닥에 발목까지 꼼꼼하게 핥으면서 오히려 카딘이 더 흥분하는 것 같았다. 시아는 당황했다. '유혹'이 옆에 있던 카딘에게까지 먹혔구나. 하지만 굉장히 약한 유혹이었는데. 머리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새 몸만이 살짝 반응해버리는 그런 정도의.

카딘은 시아의 발을 핥으면서 비릿한 정액의 맛 따위는 느낄 수도 없었다. 대신 자기도 모르게 살며시 잡은 그녀의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발목의 감촉과 혀로 느껴지는 발가락의 감촉이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기분좋아서 이미 한참 전에 깨끗해진 발을 반복해서 자꾸 핥았다.

그의 손에 바로 쏙 들어오는 시아의 발목은 자신의 손목보다도 더 가늘어서 조금만 강하게 움켜잡으면 금세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국왕전하는 이 가녀린 발목을 매일 밤 쥐고 주무른다는 거겠지? 그녀에게 중독되어 마치 미친 사람처럼 구는 국왕의 심정이 이제는 절실히 이해가 가는 카딘이었다.

가끔 복도를 스쳐지나가면서 힐끔 봤던 반라의 무희나, 왕의 정원 근처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는 하렘의 여자들의 나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시아의 아름다운 몸과 눈부신 살결은 건드리자마자 때가 탈 것만 같아 감히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았다. 요정이나 여신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럴까. 그는 성노가 되라는 제안에 버럭 화를 낸 라르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은 소문으로 들은 적 있지만, 카딘은 시아의 성노예라면 평생동안 기어다니며 그녀만을 따르라고 해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것이 지금보다 더한 행복이었다.

시아는 느긋하게 등을 쿠션에 받치고 발을 내밀고 있다가, 금세 깨끗해지자 다리를 거두었다. 카딘이 아쉽다는 듯이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시아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깨끗하게 해줘서 고마워. 자, 그럼 상으로 너도 기분좋게 해 줄게."

카딘은 움찔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 하지만……, 저 같은 변태에게 상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응?"

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카딘의 바지 앞섶은 이미 희고 미끌미끌한 액체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겨우 핥는 정도로 가버린 건가? 시아는 뺨을 붉히며 안절부절 못하는 건장한 체격의 카딘이 꽤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중부인인 라르슈와는 다르지만, 남부인 특유의 까무잡잡한 피부는 단련된 근육과 너무 잘 어울렸고 늘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잘 몰랐지만 키도 굉장히 컸다. 남부인 남자들은 중부인에 비해 왜소한 남부인 여자들과는 달리 평균 키가 굉장히 컸기에 2미터짜리도 꽤 흔한 편이였다. 짙은 청보라빛 머리도 중부인들 중에서는 희귀한 편이었고 얼굴도 내가 감탄할 정도로 잘생겼잖아.

그의 큼지막하고 거친 손과 근육이 잡혀 있으면서 굵고 튼튼한 허리를 보는 순간 시아는 결정했다. 미르헬에게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자기에게 손도 대지 않는 미르헬보다는 그냥 카딘으로 즐기는 게 나을 거라고. 카딘의 몸을 보며 새삼 감탄중이던 시아는 뒤에서 라르슈가 자신을 보며 애원하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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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전편에 케이크가 왜 나온건지 물으시는 분도 계셨군요. 딸기쇼트케이크;; 설마 이 뜻을 모르실줄이야. 실제 딸기쇼트케이크에 그런 의미는 없지만 그냥 비유한 겁니다. 문맥상 그렇고 그런 의미로서, 미르의 큰 칼을 케이크 속에 푹 찔러넣어 잘라서 먹는 달콤한 디저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혹시 그 케이크의 의미를 모르셨던분들이 많이 계신가요? 덧글로 남겨주시면 상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안 짤리려나…….

그리고 이번 편을 보시고 충격받으신 분들 있을듯해서 아래에 글 남깁니다↓ 이번 편을 보고 이거 뭐임 하고 느끼셨다면 소설을 덮기전에 읽어주세요.

드디어 처음으로 이 소설 하차하겠다는 쪽지를 한장 받았습니다. 사실 소설 그만보겠다는 내용을 그 소설 작가에게 쪽지로 보내는 심리는 잘 이해가 안 갑니다만 그래도 일단 이쯤되면 제 소설에 잘못 방문하신 독자분들이 나갈 때도 되었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겼습니다. 공지에 이 소설의 위험도를 설명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지 자체를 안 읽으시는분도 계시니까요.

근데 생각해보니 기분이 좀 묘하네요;; 소설 그만 보신다는 이유가 소설 내용 탓이 아니고 노블 때문이라니;;;;

정확히 말하면 노블레스 돈내고 보기 싫고, 노블레스땜에 소설 내용이 중간중간 끊어지니까 짜증나서 소설 그만 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건 노블레스 무료화시키라고 작가에게 협박하는건가요 ㄷㄷ;; 마나 모아서 무료로 보는 방법을 가르쳐드린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25일간이나 마나 모으기 싫어서 안 보고, 설사 모은다해도 이 소설은 안본다는군요. 그리고 조아라에 돈퍼주기 싫어서 소설 하차한다고요. 게다가 18금 소설이면 아예 처음부터 노블에 올릴 것이지 왜 일반란에 올려서 미성년자들이 부모님 주민으로 아이디 만들고 돈 결제하게 만드냐고도 하시더군요.

저야 뭐 작가 이름이 맘에 안들어서 소설 그만본다는 쪽지가 와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지만 노블레스에 대해 이런 불만이 있는 분도 계실듯 하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가 조아라에 소송걸어서 노블레스 무료화를 시킬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미성년자(정말 부모님 주민 쓰시는 분이 계실진 모르겠지만;;) 독자분들에게 부모님 주민으로 성인물 보지 말라고 일일이 단속할 수 있겠습니까?

작가인 제 성격이 그런 탓도 있지만 이 소설 자체가 다른 소설과는 쓰는 이유라던지 종류나 파급효과가 달라서 소설 그만 보신다는 분들이 신경쓰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욕하면서 소설 보실바에야 차라리 그냥 그만 보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 합니다. 이 소설은 제가 누누히 말하듯이 그런 막장 전개를 사랑하시며 역하렘에 열광하시는 소수의 성인 여성분들을 위해 적은 글이며, 죄송하지만 미성년이나 역하렘혐오자나 남성분들은 일체 독자로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보셔도 되긴 합니다. 다들 보시라고 여기 올린거니까 어떤 독자분이시건 욕만 안하면 환영입니다.

성인용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나누어서 일반란에 올린 이유는 노블레스에 전부 올리기에는 씬이 없는 글의 비율이 너무 많으며, 또 독자님들의 반응(덧글)을 더 접해보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블은 여성독자분들의 비율이 극히 적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내용을 가지고 쪽지를 보내면 곤란합니다. 이미 위의 쪽지보내신 분은 이 글을 안보시겠지만, 혹시나 나중에 소설 내용에 환멸을 느끼고 지금껏 읽어온 시간이 아까워서 작가에게 한마디는 해주고 가겠다! 는 생각으로 쪽지를 보내신다면 저는 그 쪽지에서 독자의 불만이나 소설 문제점을 충분히 참고하고 좀더 나은 글을 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작가로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점을 트집잡아서 쪽지보내시는 건 단지 개인적인 화풀이로밖에 안보이네요;;

소설 내용에 대한 지적이나 질문은 달게 받겠습니다만 제발 작가에게 조아라 시스템이나 기상이후 같은 문제를 해결해내라고 쪽지보내는 것은 자제해주세요. 지금까지 몇번 그런 류의 쪽지가 있었지만 이번 쪽지가 진짜 결정적이네요;

아, 그리고 참고로 노블레스로 인해 작가가 받는 금액은……. 전체 결재금액의 35%로서 조아라와 작가가 반씩 수익을 나눈다는군요. 그래봤자 세금 떼고 하느라 50%가 아니라 35%지만(무슨 세금이지;).

어쨌든 이 돈(3개월단위 정산이라서 받으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몇만원정도(차마 몇만원이 안될수도...) 이걸로 제가 지금 소설을 쓰는 넷북(전자사전)의 배터리를 살 생각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시도때도 없이 넷북 켜서 쓰다보니 요새는 배터리가 많이 소모되어서 지금은 하루도 못갑니다. 배터리가 내돈주고 사긴 좀 비싸더군요; 이 넷북은 애초에 인터넷기능도 찌질하고(무선연결기 바로 옆에서 인터넷 써도 창 열리는데 30초. 무선연결기에서 멀리 떨어지면 인터넷 안됨.) 동영상기능도 찌질하고(용량 최소로 변환해도 1초마다 끊김), 사전기능도 찌질하고(현 사전중 최악), 그래서 제가 단순히 소설 쓰다가 애매한 단어 있으면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으로 단어 좀 확인하고, 소설 쓰고 소설 저장하는 용도로만 쓰는 사전입니다. 다른 사전과 달리 워드기능이 있거든요.

배터리를 새로 사면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글을 쓸 수 있게 되겠죠. 지금 쓰는 소설이 '꽃의 여왕' 하나뿐이니까 이 투자는 전적으로 '꽃의 여왕'을 위한 거라고 보시면 노블레스 결재금액이 덜 아깝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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